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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여행의 시작 (11/210)


11화 여행의 시작
2022.10.14.


긴장이 완전히 풀린 나머지 손가락 하나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움직이고 싶어도 안 움직였다. 온몸이 돌덩이가 된 것 같았다. 모르는 사이 석화에 당했나 싶을 정도였다.

저도 모르게 내려다본 몸은 멀쩡했다. 한 번 돌이 되었던 왼팔도 코카트리스가 죽음에 따라 원래대로 돌아왔다.

“……죽는 줄 알았네.”

긴장이 풀리고 난 뒤 돌이켜보면, 매 순간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생사의 고비였다. 특히 마지막 상황은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왼팔을 희생할 각오로 석화 마법을 받아낸 것도. 맹독성 숨결이 뿜어지는 찰나의 빈틈을 파고든 것도.

시선에서 벗어난 게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온몸이 돌이 되었을 테고, 마찬가지로 턱을 후려친 게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맹독성 숨결을 정면에서 맞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또 생각 없이 무모하게 벌인 일은 아니었다.

코카트리스가 맹독성 숨결을 내뿜기 직전 큰 빈틈을 드러낸다는 것도, 몸의 일부가 석화되어도 놈을 죽이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것도 지식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야 이 미친 또라이 새끼야.」

프레이가 10년은 늙은 듯 말라붙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거친 욕설이었다.

「마지막에 그건 뭐냐? 너 그거 일부러 그런 거지?」

“맞습니다.”

「맞습니다아아? 너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냐?」

“죄송합니다.”

자이안은 솔직하게 사과했다. 그에게 호통을 들으리라는 건 각오했다. 그러나 자이안은 그게 가장 확실하게 놈을 쓰러뜨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진짜. 하. 미안하면 애초에 하지를 말았어야지!」

“이미 저질러버린 일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다음부턴 이런 위험한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기가 찰 정도로 뻔뻔했다. 프레이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그 모습에 자이안이 작게 웃었다.

「웃어? 지금 웃음이 나오냐 이 망할 놈아?」

“……죄송합니다.”

코카트리스의 시체가 말라붙기 시작했다. MP 흡수가 일어나려는 것이다. 곧 MP가 폭포수처럼 자이안에게 쏟아졌다.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일 정도로 늘어져 있던 온몸에 순식간에 활력이 가득 차올랐다. 그 감각에 자이안은 당혹했다.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몸과 의식이 팔팔해진 뒤에도 MP 흡수는 멈추지 않았다. MP가 너무 많았다. 당혹을 넘어 불안감에 휩싸인 자이안이 다급하게 물었다.

“사, 삼촌? 이거 괜찮은 거죠?”

「오, 이런.」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린 프레이가 손뼉을 쳤다.

「이거 오겠구만. 자이안, 이 악물어라.」

“네? 갑자기 뭐가 온단 말씀이십니까?”

「평생 써먹을 안줏거리 만들고 싶지 않으면 정신 꽉 붙들라는 소리다.」

그리 말하면서 프레이 역시 대비하기 시작했다. 직후 찾아올 돈 주고도 못 볼 귀중한 광경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의식의 끈을 꽉 붙잡고 버티기 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갑자기 또 무슨 영문 모를 단어를 말쓰후오오오오오오오?!”

갑자기 자이안의 가슴속에서 고양감, 자신감, 승리감, 도취감, 기타 온갖 긍정적인 감정의 분류가 폭발적으로 흘러넘쳤다.

“오오오오! 오오오?! 오오오오오옷―!”

자이안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하늘로 치켜든 채 포효했다.

“우워어어어어어어어!”

만족스럽게 소리를 지른 자이안이 다음 순간 뚝, 하고 거짓말처럼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두 팔을 내리고, 한 차례 깊게 심호흡을 한 뒤 그는 우아하게 머리를 넘기며 햇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삼촌, 아니…… 프레이 씨.”

「……프레이 씨?」

“세상이란 건 이토록 고귀하고, 아름다웠던 거군요. 후훗, 나는 왜 이런 당연한 사실도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까.”

「푸흡!」

1분도 못 버티고 프레이가 뿜었다.

“프레이 씨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저는 분명 어리석고, 세상 물정 모르는 보잘것없는 존재였어요. 바로 조금 전 순간까지는 말이죠.”

연극이라도 펼치는 것처럼 자이안이 과장스럽게 두 팔을 벌렸다. 그러고는 눈매를 가늘게 떨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 동작 하나하나에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고개를 숙인 프레이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햇빛도, 나뭇잎도, 흙도, 풀도, 공기도, 이슬도…… 제가 지킨 이들, 그리고 저 자신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와락.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 안으며 자이안은 행복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토록 숭고하고, 사랑스러운 것이었군요.”

「푸흐흐흐흐히히히히히히히하하하하학!」

프레이가 터진 밸브처럼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졌던 자이안이 곧 이유를 깨달았다.

“아아, 물론 프레이 씨도 말이죠.”

「흐하하하하하히히히히! 아, 하히하흐흐흐헤헥! 아―! 아―! 콜록, 콜록! 케헥! 야, 너 이, 자흐흐흐히힉, 자시히흐흐흑! 나, 날 죽일 셈이냐?!」

“제가요? 박애의 화신이며 삼라만상의 연인이자 충실한 하인인 제가, 프레이 씨를 죽이려 한다고? 하핫,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케헥! 케흑! 케헤헤흐흐흑! 헥―! 히이! 헤흐흐흐히히힉!」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레이 씨가 즐거워하시는 걸 보니 저도 기쁩니다. 만물의 기쁨이 바로 제 기쁨이니까요.”

「그, 그만, 그흐흐흫, 그만! 내, 내가 잘못했다! 미안해! 이,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와 줘!」

“프레이 씨는 가끔 알 수 없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전 언제나 제정신입니다만?”

“……아저씨, 뭐 하세요?”

갑자기 네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란이 가신 뒤에도 자이안이 돌아오지 않자 마을 사람들 중 가장 먼저 용기를 내 찾아온 것이다.

네이트가 다가오는 기척을 이미 일찌감치 느끼고 있었던 자이안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눈부신 미소로 그녀를 환영했다.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은 무엇 하나 이상한 일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저 흘러넘치는 진심을,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아아, 어서 오렴. 나의 작고 아름다운 숙녀님.”

「히헤헿에에에에에에에에엑!」

이미 죽을 만큼 웃은 프레이의 웃음소리가 기어이 비명으로 화했다.

“아저씨…… 맞아요? 이, 이상하다. 다, 다른 사람?”

“후훗. 존재에 대한 고찰이라…… 어려운 명제를 내미는구나? 하지만 나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에 대한 고찰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단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지.”

“뭔데요?”

“이 세상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아름답고 숭고하며,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지. 나의 작은 사랑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단다. 물론…….”

자이안이 상큼하게 윙크했다.

“나의 작고 아름다운 숙녀님도 말이야.”

「히에에…… 헤엑, 흐어어…… 꿱.」

프레이는 웃으면서 기절했다.

* * *

코카트리스가 죽자 거짓말처럼 숲은 거짓말처럼 안전해졌다. 3일가량을 더 이동한 끝에 자이안을 비롯한 일행은 마침내 숲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동안 고생 많았다. 덕분에…… 크흠, 한 명도 빠짐없이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저, 정말 고맙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한 마을 사람들을 다독이던 촌장이 자이안에게 다가와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표정과 말투가 묘하게 어색했다. 자이안은 입을 꾹 다물고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그만한 강적을 쓰러뜨렸으면 좀 신날 수도 있지. 오히려 뜻밖의 일면을 보게 돼서 신선…….”

“……그만.”

“으응?”

“그만…… 후벼 파세요. 그냥 아무것도 못 본 셈 쳐 주세요…….”

“크흠, 커험. 미, 미안하다.”

강적을 쓰러뜨린 경험을 한 각성자가 적어도 한 번은 거치게 되는 과정…… 이라고 프레이는 설명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강적에게 승리한 직후. 정신상태가 멀쩡할 리가 없다.

몸은 기진맥진한데 달성감, 승리감, 자신감 등이 흘러넘치는 극도의 고양 상태. 거기에 대량의 MP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흘러들어온다. 말하자면 불씨에 기름을 통째로 들이붓는 격이다.

구체적인 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사람의 심층 의식 상태, 사고관이나 신념 등에 따라 각양각색인 모양이다. 극히 드물지만 흥분이 아니라 우울 상태에 빠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자이안은 압도적인 자신감과 함께 박애 정신이 흘러넘쳤다.

끝도 없이 흘러넘쳐서, 도저히 손 쓸 수가 없어서 아무나 붙잡고 눈에 띄는 대로 칭찬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 기행이 딱 반나절 이어진 결과, 일행들 사이에 굉장히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래도 반나절이면 빨리 가라앉은 편이라니까? 언제까지 부끄러워하려고 그러냐? 어차피 두 번 다시 안 볼 사람들이잖아? 네 말대로 그냥 못 본 셈 치고 잊어버…… 잊…… 크흡.」

“……삼촌.”

「아니, 푸흡, 크흐흐흡. 입장 바꿔서 한번 생각해봐. 그걸 어떻게 잊어버리냐?」

자이안은 이런 사람을 삼촌이라며 믿고 따르는 게 잘한 선택인지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농담이기는 했지만.

무엇보다도 뼈아픈 건 네이트가 그 모습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는 사실이었다.

‘자이안 님’이라는 이상한 호칭까지 붙여주고는, 그가 제정신을 찾은 뒤에도 틈만 나면 장난스럽게 ‘자이안 님은 이제 끝났어요?’ ‘자이안 님은 또 언제 다시 나와요?’라며 괴롭혔다.

자이안은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땅속에 파묻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아저씨…… 정말 이대로 헤어지는 거예요? 저희랑 같이 가면 안 돼요?”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다. 미오네에게 쫓기는 자이안의 입장이 문제였다. 숲이 안전해진 이상 또 언제 추적이 따라붙을지 모른다. 자칫 마을 사람들까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일리움 왕가의 힘이 거의 미치지 않는 나라. 그러면서도 배를 타지 않고 도보로 갈 수 있는 나라. 형편 좋은 조건이었지만 딱 맞는 나라가 있었다.

일리움을 기준으로 동남쪽에 존재하는 나라. 툭 튀어나온 반도 지형에 자리 잡은 ‘웨코스 공화국’이다. 자이안은 다음 목적지를 그 나라로 삼았다.

“우린 걱정하지 말거라. 영주는 이미 대가 바뀌었을 테고…… 언젠가 돌아갈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 놓은 패가 몇 가지 있다. 그걸 들이밀면 제아무리 영주라도 멋대로 농민들을 처벌하지는 못할 거다. 그리고…… 내가 이래 봬도 왕년엔 기사로 이름을 꽤 날렸지. 어지간한 놈들은 한주먹거리도 안 돼.”

이대로 영주의 지배하에 돌아가게 될 마을 사람들도 걱정이었으나, 촌장은 강한 말로 자이안을 안심시켰다.

그 말이 어디까지 사실일지는 모른다. 어쩌면 단순한 허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이안은 지금까지 봐온 촌장의 행동을 믿기로 했다.

“아저씨. 이거, 제가 주는 선물이에요.”

작은 소녀는 뜻밖의 물건을 전했다. 여행자를 위한, 투박하지만 튼튼한 흑갈색 망토였다. 왼쪽 가슴께에는 어울리지는 않지만 귀여운 자수가 놓여 있었다. 불꽃과 야생화, 그리고 검이었다.

“불꽃은 저희 마을이에요. 검은 아저씨. 그리고 꽃은, 저예요. 이게 있으면, 이대로 헤어지더라도 아저씨는 저희를 잊어버리지 않겠죠?”

네이트가 배시시 웃었다. 자이안도 마주 웃자, 그녀는 그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고 울먹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아저씨가 저희를 구해준 걸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나야말로 고마워. 정말 멋진 선물이야. 소중히 간직할게.”

그리고 떠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촌장이 찾아왔다.

“가져가거라. 별것 아니지만, 나름 도움이 될 거다.”

며칠 분량의 식량과 갈아입을 옷 몇 벌, 빛바랜 금화 몇 장.

그리고 조금 낡았지만 오랫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손질했음을 알 수 있는 검 한 자루.

칼자루 끝에는 귀족의 것으로 보이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이 고맙다며 하나둘 모아서 마련한 거다. 직접 인사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더구나. 칼은 내가 젊었을 때 쓰던 거다. 원래 더 일찍 주려고 했는데, 마물이 하나도 나오질 않으니 이제야 주게 됐다.”

누군가는, 목숨을 구해준 것치고는 참으로 보잘것없다며 폄하할지도 모른다.

“멋진 보답이네요.”

그러나 자이안에게는 망토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것밖에 못 줘서 미안하다. 언젠가…… 몇 년 후가 됐건, 여유가 생기면 다시 한번 나를 찾아오거라. 여기, 루핀고르 영지의 영도에서 ‘체지스 이오자렌’을 찾으면 된다.”

“꼭 그럴게요.”

“그래. 꼭이다.”

마침내 사람들은 자이안을 남기고 가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길 가운데에 오래도록 서서, 자이안은 그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았다.

「좀 홀가분해졌군.」

“그러네요.”

몸은 홀가분해지고, 가슴은 조금 허전해졌다. 즐거운 여행은 아니었다. 그러나 충실감이 있었다. 자이안은 망토를 죄어 몸을 감쌌다.

자이안은 지그시 눈을 감고 지난 5일간의 동행을 돌이켰다. 잠시 뒤, 자이안이 말했다.

“전에 말씀하셨죠.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강해지라고. 강한 힘은 더 많은 가능성이라고.”

암살자들에게 공격당하고 그 자리를 벗어난 직후,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자이안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때 자이안은 그저 다 내팽개치고 쉬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그저 포기였다. 일종의 패배 선언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도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지나치게 솔직한 말에 프레이는 피식 웃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단순해지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해지는 일이기는 하지.」

“그래도 지금은, 적어도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자이안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펜던트의 감촉을 느끼고, 자신의 심장이 뛰는 고동을 느꼈다.

“누군가가 제 앞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그들을 버리고 싶지 않아요. 제가 손을 뻗을 수 있는 모두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요. 그들 모두의 손을 붙잡아 구해줄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싶어요.”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조차 몰랐던 많은 사람들을 구했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있었다.

“누가 시켜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강박적으로 제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몰아붙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 마음이 그러고 싶다고 제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리지 않는 척 외면하고 싶지 않습니다.”

머릿속을 정리하듯, 자이안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저는 제 마음에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걸.

짧은 순간, 프레이의 의식이 수년 전의 과거로 튕겨 나갔다.

-난 내 마음에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나이아의 마지막 말. 프레이에게 있어서는 유언이 되어버리고 만 그 말.

「그 엄마에 그 아들이군.」

“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단순해질 일이라고 했지? 자이안, 그게 바로 자유다.」

그 말에 자이안은 눈을 크게 떴다. 섬광 같은 깨달음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자이안은 천천히 주먹을 쥐며 중얼거렸다.

“이게, 자유.”

「넌 마을 사람들 모두를 구하고 싶었지. 네 의지로. 하지만 네가 힘이 모자랐다면? 그래서 코카트리스를 쓰러뜨리지 못했다면? 넌 본의 아니게 네 마음에 거짓말을 하는 꼴이 되었을 거다.」

잠시 침묵한 자이안이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

「오냐.」

불꽃과 야생화, 검의 자수를 쓰다듬으며, 자이안은 강한 의지가 깃든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강해지기 위한 여행을…… 시작할까 합니다.”

자이안이 발을 내디뎠다.

여행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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