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첫 전투 (2)
(7/210)
7화 첫 전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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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첫 전투 (2)
2022.10.10.
「정신 놓고 있지 마! 반격해라! 놈이 널 얕보고 있을 때 확실히 죽여 버려!」
“윽……!”
프레이의 호통에 떠밀리듯 자이안이 걸음을 내디뎠다.
공포와 당혹으로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한 걸음. 다음 순간, 자이안의 뇌리에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참살한 암살자들의 모습이 번뜩이듯 스쳐갔다.
“아아아아!”
비명처럼 포효하며, 자이안이 거칠게 고블린에게 쇄도했다. 그를 얕보며 비웃던 고블린이 예상치 못한 기세에 밀려 주춤거렸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고, 자이안이 악에 받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칼날이 목을 절반 정도 파고든 채 두꺼운 근육에 막혔다.
“큭!”
이를 악문 자이안이 칼자루를 놓고 물러났다.
목이 베이고도 숨이 끊어지지 않은 고블린이 돌로 만든 투박한 몽둥이를 휘둘렀다. 몽둥이가 지면을 후려치고 빈틈이 훤히 드러났다.
자이안이 다시 놈에게 접근해 목덜미에 매달린 칼날을 걷어찼다. 장검이 위로 튕겨져 날아가고, 목의 상처가 크게 벌어진 고블린이 회색 피를 흩뿌리며 뒤로 쓰러졌다.
그러나 아직도 숨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자이안은 공중으로 뛰어올라 칼자루를 붙잡고 그대로 고블린을 향해 내리찍었다.
칼날이 괴성을 지르는 놈의 입안으로 쑥 들어가 수직으로 꽂혔다. 그와 동시에 억센 악력이 자이안의 팔뚝을 잡아챘다. 어찌할 새도 없이 자이안은 그대로 공중에서 휙 내던져졌다.
“커흑!”
시야가 미친 듯이 돌다가 둔탁한 충격이 등허리를 후려쳤다. 나무에 부딪혀 땅으로 떨어진 자이안이 거칠게 기침을 하며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식도를 통해 꼬챙이처럼 검에 꿰인 고블린은 뒤로 쓰러진 채 사지를 경련하고 있었다.
자이안은 혐오감에 인상을 쓰며 조심스럽게 놈에게 다가갔다.
「방심하지 마! 고블린은 반드시 무리를 짓는다!」
프레이의 호통이 적을 쓰러뜨렸다는 안도감에 이완되어 있던 의식을 후려쳤다. 조금 전 들렸던 울음소리는 분명 한 마리의 것이 아니었다.
자이안은 즉시 자리를 박차고 달려 고블린의 몸에 꽂힌 칼자루를 붙잡았다. 사냥감이 방심할 때를 노리며 매복하고 있던 고블린들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그가 있던 자리를 스쳤다.
‘세 마리? 넷? 어쩌면 그 이상…! 못 세겠어……!’
사방에서 고블린들이 일제히 달려드는 상황이었다. 전황을 넓게 살필 여유가 없었다.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투박한 투창을 몸을 숙여 피하고, 정강이를 향해 휘둘러진 몽둥이를 튕겨내고, 그 반발력을 이용해 크게 뒤로 물러나며 거세게 칼을 휘둘러 접근을 막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지나친 긴장 탓에 시야가 희게 번뜩거렸다.
“왜 이런 곳에 마물이…!”
「숫자가 제법 많구만! 자이안, 날 불러라! 아마 10초 정도는 소환할 수 있을 거다!」
“또 도움을 받을 수는…… 흡!”
핑! 화살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자이안은 숨을 삼키며 급히 몸을 틀었다.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아주 잠깐만 늦었더라도 화살이 그대로 머리를 꿰뚫었으리라. 심장이 폭발할 듯 거세게 뛰었다.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몽둥이나 단창 따위를 든 고블린들이 다시 습격했다. 그 순간 자이안은 기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조금 전 쓰러뜨린 고블린의 시체로부터 희푸른 안개 같은 기류가 새어 나오더니, 그에게 날아와 가슴께에 스며들 듯 흡수된 것이다.
‘몸이 가벼워졌어…?’
긴장으로 좁아졌던 시야가 갑자기 탁 트이고, 지나치게 혹사당해 바짝 굳어 있던 사지에 갑자기 힘이 넘쳤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원인을 따질 여유는 없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 자이안은 재빠르게 전황을 살폈다. 투창을 든 고블린이 둘, 활을 든 고블린이 셋, 몽둥이나 단창 따위를 든 고블린이 여섯.
그 밖에 수풀 사이에 어설프게 숨어서 매복 중인 고블린이 넷 더 있다. 총 열다섯 마리. 우직하게 정면으로 부딪쳐서는 승산이 없다.
‘지형을 이용해서 우회. 매복 중인 놈들과 원거리 무기를 가진 놈들을 먼저 처리해야 돼.’
순식간에 판단을 마친 후 자이안이 땅을 박찼다. 정면으로 뛰어드는 듯하다가,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우측 수풀 사이로 몸을 날린다.
몸이 생각대로, 아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움직였다.
전위의 고블린들이 갑자기 사라진 자이안을 찾기 위해 허둥대는 사이, 자이안은 가장 가까운 곳에 매복 중인 고블린을 습격해, 놈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대로 목을 베었다.
아까 전과는 달리 칼날은 두꺼운 근육을 마치 버터를 가르듯 막힘없이 베고 지나갔다. 자이안의 눈빛에 희망이 어렸다.
‘이길 수 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게 대체……. 증폭 효율이 설정된 수치의 2배를 넘었잖아. 이런 건 나도 예상 못 했는데.」
프레이의 중얼거림은 자이안의 귀로 들어갔다가 그대로 빠져나갔다.
비록 실전 경험은 일천했으나 전투 중 불필요한 일에 신경 쓰는 것은 그대로 패배에 직결될 만큼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방금 전 죽인 고블린에게서 또다시 희푸른 안개가 흘러나와 자이안에게 흡수되었다. 전신에 힘이 치솟는 것을 느끼며 자이안은 다시 숲속을 달렸다.
원거리 무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하는 고블린들의 등 뒤를 급습해 그대로 한 마리의 목을 베고, 남은 놈들이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기도 전에 다시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긴다.
지체하지 않고 매복 중인 고블린의 위치를 파악해 공격. 그러나 이번에는 아슬아슬하게 자이안의 습격을 알아차린 놈이 어설프게 무기를 휘둘러 막았다.
나무로 만든 도낏자루가 부러지며 큰 소리를 냈다. 겨우 자이안의 위치를 파악한 고블린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자이안은 짧게 혀를 차고 무기를 잃은 고블린의 입에 검을 꽂아 넣었다.
「뒤쪽!」
“……!”
프레이의 외침을 들은 즉시 자이안은 칼자루를 놓고 쓰러지듯 바닥에 엎드렸다. 날아온 화살과 투창이 아직 숨이 붙어있던 고블린의 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자이안은 재빠르게 앞으로 몸을 굴리며 고블린의 시체로부터 칼을 뽑아내고 재차 풀숲으로 뛰어들었다. 고블린들이 살의와 증오로 얼룩진 괴성을 지르며 무기를 휘둘러 동료의 시체를 완전히 짓이겼다.
‘열둘!’
「무리하게 전멸시킬 필요는 없다. 놈들은 널 두려워하고 있어. 지금이라면 틈을 봐서 도망칠 수 있다.」
“그럴 수는 없어요. 국경 요새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이놈들을 방치하면 요새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요새는 이미…….’
뒤이어 떠오른 불길한 상상을 떨쳐내고 자이안은 다시 달렸다.
격렬하게 움직이며 이미 세 마리의 고블린을 죽인 뒤였음에도 몸이 가뿐했다. 오히려 처음 고블린을 마주했을 때보다 훨씬 좋았다. 체력이 충분해지자 사고력에도 여유가 생겼다.
갑자기 힘이 넘친 이유.
아마도 프레이가 이전 설명한 대로 마물을 죽이고 MP를 흡수했기 때문이리라. 말로만 들었을 땐 과연 얼마나 강해질까 싶었으나, 직접 겪어보니 자신의 상상이 안일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블린. 왜소한 외형과는 달리 수년간 훈련받은 정예병 한 명과 엇비슷한 전투력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항시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함정과 도구를 다룰 줄 알며 적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는 교활한 습성이 위협적이다.
왕국 전술 교범에 명시된 교환비는 최저 1:3. 고블린 한 무리를 안정적으로 토벌하기 위해 최소 3배의 정예 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금 자이안은 그런 위험한 마물 무리를 상대로 대등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상황 역시 자이안에게 유리했다. 고블린은 한 마리가 죽을 때마다 우세를 잃는 반면, 자이안은 적을 죽이면 죽일수록 지치기는커녕 점점 더 강해졌으니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적들을 압도하는 자이안의 전투를 지켜보며 프레이는 얕은 한숨을 뱉었다.
‘내 생각이 맞았어. 이대로 외딴 섬 같은 곳에 묻혀 지내기엔 아까운 녀석이다. 하지만 본인이 갈 길은 본인이 정해야 하는 법이니…….’
전투가 종반으로 치달았다.
마법사인 프레이는 당연히 무술 자체는 서툴렀으나, 적어도 보는 눈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더없이 냉정하게 평가해도 자이안의 움직임은 분명 달인의 것에 가까웠다.
사실 처음에는 자이안이 뭐라 고집을 부리든 욕을 퍼부어서라도 자신을 소환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자이안의 움직임을 보며 프레이는 일종의 예술적인 아름다움마저 느끼고 있었다. 욕심이 났다.
이 어린 소년이 제대로 된 가르침도 없이 홀로 노력을 거듭하며 과연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을지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보고 싶었다.
‘눈부시군.’
쇠약증과 가문의 멸시라는 좁은 감옥에 갇혀 괴로워하던 재능이, 마침내 제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 * *
-케헥…… 끄르륵…….
마지막 남은 고블린이 허약한 단말마와 함께 쓰러졌다. 자이안은 턱 끝에 맺힌 땀을 훔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훑었다.
MP를 흡수당해 말라비틀어진 고블린의 시체가 총 16구. 그 외에 생물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흐아아아…….”
자이안은 커다랗게 한숨을 토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 죽는 줄 알았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끔뻑거리며 자이안이 다시 주위를 돌아보았다. 망설임 없이 마물을 참살하던 조금 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어수룩한 소년처럼 구는 그를 보고 프레이도 잠깐 아연해졌다.
「첫 실전에서 상처 하나 없이 고블린 16마리를 혼자 잡아놓고 한다는 소리가 그거냐?」
“그게…… 무섭잖아요, 마물.”
이번에야말로 프레이는 말문이 막혔다. 지금 그 말을 주변에 나뒹굴고 있는 고블린들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상하네요. 여긴 분명 왕국군이 관리하고 있을 텐데.”
겨우 긴장이 풀린 자이안이 조심조심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커다랗게 구덩이를 파고 사방에 흩어진 고블린들의 시체를 그곳에 집어던졌다. 그러면서도 자이안의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갔다.
지금 위치는 국경 요새로부터 약 5~6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곳이다.
자이안의 지식이 옳다면 요새에 주둔 중인 병력의 순찰 영역 안쪽이다. 병력 전체가 태업이라도 벌이는 게 아니고서야 열 마리가 넘는 고블린 무리가 돌아다니는 것은 이상했다.
‘어쩌면…….’
다시 한번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자이안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요새에 가봐야겠습니다.”
「뭐? 요새라니 어딜…… 설마, 국경 요새를 얘기하는 거냐?」
“예. 여기가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외딴 지역도 아닌데, 마물이 돌아다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그 마물이 하필 고블린이란 것도 문제였다.
사실 고블린은 수가 적을 때는 마물치고는 별것 아닌 존재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방치한 채 시간을 보내면 삽시간에 위협적인 존재로 변모한다.
지능이나 교활한 습성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비정상적인 번식력과 성장 속도가 위험하다. 암수 한 쌍에 불과했던 고블린 무리가 단 2주 만에 100여 마리 이상 불어난 사례가 존재할 정도다.
때문에 고블린은 발견 즉시 군을 파견하고 근방을 샅샅이 뒤져 전멸시키는 것이 나라를 막론하는 공통된 대처법이다. 수가 불어나서 전멸시키는 데 실패하면, 피해는 민간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다.
‘그새 전술교범 내용이 바뀌었을 리는 없어. 즉, 요새는 지금 고블린 토벌에 전력을 할애할 수 없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아.’
후계자로 추대받던 시절 배운 내용들을 되새기며, 모든 시체를 구덩이 안에 모은 자이안이 마법으로 불꽃을 일으켰다. 불꽃이 닿은 순간, 시체들은 마치 마른 장작처럼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이안은 지체 없이 등을 돌려 방향을 가늠한 뒤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요새로 향할 셈이냐?」
“이런 걸로 농담을 할 만큼 실없는 성격은 아닙니다.”
「야 이 미련한 놈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지금 네 처지를 생각해 봐라. 너 지금 도망 중인 거 까먹었냐? 요새로 갔는데 병사들이 네 얼굴을 알아보기라도 하면, 그래서 그게 미오네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쩔 셈이냐?」
“병사들은 제 얼굴을 모를 겁니다. 8살 이후로 저택 밖으로 나간 적이 없으니까요.”
「멍청한 자식! 병사들은 그럴지 몰라도 그 여자는 네 얼굴을 알잖아!」
“……!”
사나운 호통에 자이안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암살자 12명이 사라진 걸 의심스럽게 여긴 그 여자가, 네가 준비한 시체를 보고도 의심을 못 버리고 나중에라도 요새에 사람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 이대로 요새로 간들 병사들도 널 수상하게 여길 거고. 병사들이 네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 여자한테 알려준다면? 옷을 바꿔 입고 시체를 태우면서 기껏 도망쳐놓고 다시 덜미를 잡히고 싶은 거냐?」
“하지만, 만약…… 요새가 위험에 처해 있다면, 그래서 저를 보고도 그럴 여유가 없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마물 때문에 말이냐?」
자이안이 떠올린 걸 프레이라고 떠올리지 못했을 리 없었다. 국경 요새의 사정 같은 건 모르지만, 적어도 마물에 대해서는 그가 자이안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다.
「자이안. 거짓말하지 말고, 얼버무리지도 말고 솔직히 말해봐라. 너 그냥 어디 외딴곳에 혼자 처박혀서 느긋하게 쉬고 싶은 거 아니었냐?」
자이안은 눈을 부릅뜨며 숨을 삼켰다. 한 번도 말로 꺼낸 적 없는, 그저 마음 한쪽에 은근슬쩍 놔뒀던 내심이었다.
자이안의 행동은 이율배반적이다. 프레이는 이를 지적하고 있었다.
“그건, 하지만…….”
「우선순위를 헷갈리지 마라. 네 목숨이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자각하란 말이다.」
자이안은 어쩔 줄을 모르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프레이의 말은 끝이 아니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요새에 가 봐야겠다면. 그 행동이 널 위해 희생된 이들의 목숨의 무게보다도 더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면.」
한 마디 한 마디가 자이안의 마음을, 연약한 껍질 속에 숨은 어린 진심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죽어가는 널 직접 되살린 내 앞에서, 꼭 그래야겠다고 말한다면!」
자이안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 것처럼 가쁘게 숨을 쉬며, 그래도 끝내 눈을 감지도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프레이의 모든 말을, 짐짓 윽박지르는 듯한 말투 속에 숨겨진 조카를 향한 삼촌의 걱정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적어도 자기 마음에 변명이나 거짓말 따위를 하지는 마라. 알겠냐?」
자이안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다.」
프레이가 작게 한숨을 뱉었다. 체념인 것 같기도 했고, 감탄인 것 같기도 했다.
「난 더 이상 안 말릴 테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다시 한번 자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자리에 멈춰 있다가, 이윽고 그는 요새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