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258화 (220/263)

[외전] 해외팀 금연 성공 프로젝트(2)

[정엽: 이한록 팀장은 어디 갔습니까?]

[최경준: 나갔습니다.]

[정엽: 그럼 저는 왜 초대하신 겁니까.]

[최경준: 가끔은 이한록 팀장 말고 저랑도 놀아주시죠.]

[정엽: 최경준 본부장님이 저한테 형이라 부르신다라. 나쁘지 않네요.]

[최경준: 형 소리는 제가 더 잘 어울리죠^^]

[정엽: 농담도 하시는군요.]

하정엽과 최경준의 은근한 신경전. 그걸 보고 있던 최과장과 현차장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최윤일님과 현주훈님의 일대일 메시지방>

<주훈: 사장님 이팀장한테 형 소리 듣고 싶어서 오신 것 같은데?>

<윤일: 네 그런 거 같네요>

<주훈: 우리한텐 별 생각 없으신 거 같고?>

<윤일: 네>

<주훈: 나 지금 생각나는 게 있는데>

<윤일: 설마 저랑 같은 생각?>

<주훈: ㅇㅇ 그럴 듯>

<윤일: ㅇㅇ 저도 그거>

<주훈: 우리 튀어도 될 거 같지?>

<윤일: 넵>

두 사람이 아주 오랜만에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이었다.

<윤일: 동시에 나가요>

<주훈: 엉 조용하게>

<윤일: 하나 둘 셋 하면 나갑시다 하나>

<주훈: 둘>

<윤일: 둘>

<윤일: 한 명이 세는 게 낫겠네요>

<주훈: ㅇㅇ>

<윤일: 하나>

<주훈: 하나>

<윤일: 하...>

<윤일: 우리 팀 맞아요?>

<주훈: 팀은 무슨 원수지>

<주훈: 빨리 세고 나가자>

<윤일: 네>

<윤일: 하나>

<윤일: 둘>

<윤일: 셋>

<주훈: 고고>

[현주훈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최윤일님이 퇴장하셨습니다.]

“하...숨 막혀서 죽는 줄 알았네.”

카운트 다운과 함께 지옥 같은 금연방에서 벗어난 최과장. 그러나 최과장의 안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띵동!]

[하정엽님이 현주훈님을 초대하셨습니다.]

[하정엽님이 최윤일님을 초대하셨습니다.]

[정엽: 누구 맘대로 나갑니까?]

“...망했다!”

또 지독한 놈이 나타난 것이었다.

**

그렇게 사장부터 과장까지 참여하게 된 해외팀 금연프로젝트(X) CK ENM 전사 금연 프로젝트(O).

주말을 거쳐 그 프로젝트도 드디어 7일차가 되었다.

[정엽: 무슨 프로젝트든 중도에 이탈한 사람은 절대 임원이 될 수 없습니다. 똑똑히 기억하세요.]

[윤일: 사장님 매일 아침 돌아가면서 응원 멘트 하기로 한 건 전달 받으셨습니까?]

[정엽: 네.]

[윤일: 그렇군요 정말 아침부터 희망차고 따뜻한 응원이십니다]

[정엽: 무슨 소립니까 혼내는 겁니다.]

“이런. 최과장도 사장님 앞에서는 기를 못 펴는군.”

하정엽의 참여로 한층 더 살벌해진 금연 프로젝트. 재밌는 광경을 기대하던 최경준은 이에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얼마 후, 최경준이 기다리던 ‘재밌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최과장이 사장과 본부장에게 반기를 든 것이었다.

[윤일: 건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윤일: 저와 현차장님은 4일 먼저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윤일: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엽: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윤일: 두 분은 저희보다 오래 금연하셔야 형평성에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정엽: 괜히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대신 가장 오래 버틴 사람에게 포상금을 주기로 하죠.]

[윤일: 돈보다는 형평성에 맞게 진행하는 걸 원합니다]

[정엽: 500 주겠습니다.]

[윤일: 넵 사장님. 돈이 더 중요하죠.]

[주훈: 넵 사장님 저는 처음부터 아무런 불만 없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추가 보상. 금연 성공 포상금 500만원!

[윤일: 이거 제가 이기겠습니다]

[주훈: 이거 내가 이긴다]

[주훈: 아 따라 하지 마]

[윤일: 제가 먼저 쳤어요ㅡㅡ]

[주훈: 내가 먼저 생각했어]

[윤일: 그럼 먼저 치셨어야죠]

[주훈: 최과장도 나이 먹어봐]

[주훈: ㅠㅠ]

그 놀라운 금액에 현차장과 최과장의 의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금연 8일차. 최과장이 한록에게 자신의 담배를 내밀며 말했다.

“팀장님. 제 담배 가지세요.”

“과장님 담배 맛 없습니다.”

“아오, 진짜. 그냥 가지세요.”

“과장님은요?”

“전 이제 아예 안 피웁니다. 현차장님 이겨야 해서요.”

그 말에 한록의 대각선에 앉아있던 현차장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라이벌 의식에 불타는 현차장의 눈초리. 현차장이 보란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유선에게 담뱃갑을 건넸다.

“유선씨! 이거 가져!”

유선에게 호쾌하게 자신의 담뱃값을 넘기는 현차장.

“저 담배 안 피우는데요?”

“풉.”

그리고 유선의 답과 최과장의 명백한 비웃음. 그 비웃음에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 현차장이 책상 위의 가위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최과장을 노려보며 쓰레기통에서 담배를 잘랐다. 한 개비 한 개비 잘려가는 담배와 현차장의 불타는 눈빛. 그 위협적인 공격은...

“이놈의 담배. 다 잘라버려야 해!”

“차장님 어디 아프세요?”

“유선씨. 지금 그런 분위기 아니야.”

“저 진짜 걱정 돼서 그래요.”

“아니 그런 분위기 아니라니까.”

물론 잘 통하지는 않았다.

**

금연 9일차.

[윤일: 차장님 (사진)]

[윤일: 제 책상에 담배 올려둔 거 차장님이시죠?(사진)]

[윤일: 너무 치사하신 거 아닙니까?]

[주훈: 나 아냐]

[윤일: 아 그래요? 그럼 차장님 주머니에 담배 넣은 것도 저 아닙니다]

[주훈: 그거 최과장이었어?]

[정엽: 서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뭐하는 겁니까.]

[최경준: 오늘 아침 인사는 제 타임이군요.]

[윤일: 저 아니라니까요? 차장님도 아니라면서요?]

[최경준: 벌써 9일차가 되었군요. 물론 내가 이길테니, 다들 하루빨리 포기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 생각됩니다 ^^]

[주훈: 최과장 오늘 점심시간에 보자!!!]

[윤일: 저 차장님이랑 점심 안 먹을 건데요?]

[최경준: 포기할 사람은 내게 미리 연락하도록 ^^]

응원은커녕 서로에 대한 미움과 원망만 쌓여가는 프로젝트. 유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건 현차장과 최과장만이 아니었다.

<하정엽님이 이한록 팀장, 장유한 비서, 정민성 부장, 김유선 대리를 초대하셨습니다.>

[정엽:최경준 본부장 일거수일투족 전부 보고하세요.]

[최경준: 사장님. (최경준 본부장 일거수일투족 전부 보고하세요)라고 보내셨습니까?^^]

<하정엽님이 이한록 팀장, 장유한 비서, 정민성 부장, 김유선 대리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정엽: 어떤 사람이 사장 말을 유출한 겁니까?]

[최경준: 사장님. (어떤 사람이 사장 말을 유출한 겁니까?) 라고도 보내셨군요^^]

<하정엽님이 김유선 대리를 퇴장시켰습니다.>

<하정엽님이 이한록 팀장, 장유한 비서, 정민성 부장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정엽: 유출자 색출합니다. 그만하세요]

[최경준: 색출이라니 무섭네요.]

<하정엽님이 정민성 부장을 퇴장시켰습니다.>

<하정엽님이 이한록 팀장, 장유한 비서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정엽: 누굽니까]

[최경준: 누굴까요?]

<하정엽님이 장유한 비서를 퇴장시켰습니다.>

<하정엽님이 이한록 팀장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정엽: 당신입니까?]

[한록: 네 접니다.]

[정엽: 지금 제 정신입니까?]

[정엽: 감히 사장 말을 유출합니까?]

[정엽: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한록: 그럼 부하들한테 저를 감시하라고 말한 건 말이 되십니까?]

[한록: 라고 최경준 본부장님이 치라고 하십니다.]

[한록: 라고 경준이 형이 치라고 하십니다 라고 바꾸라 하십니다]

“본부장님. 지금 당장 사장실로 올라오라고 하십니다.”

“나 외근 나갔다고 하게.”

여유롭게 말하고 돌아선 최경준. 그곳에는...

“그렇게 말할 것 같아서 제가 내려왔습니다.”

하정엽이 숨을 헐떡거리며 서 있었다.

**

정보공유와 응원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넘어 범죄로 물들어가고 있는 금연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는 10일차에 드디어 끝이 났다.

“부장님! 최과장이 제 금연패치 훔쳐갔습니다!”

“부장님! 현차장님이 제 서랍에 담배 넣어두셨습니다!”

“부장님! 최과장이 결재인척 담배사진 보냈습니다!”

“부장님! 현차장님이 제 쪽으로 담배 연기 부채질하십니다!”

“그만해, 이 새끼들아! 이게 다들 뭐하는 짓들이냐고!!!”

드디어 정부장의 뚜껑이 열린 것이었따,

“니들 회사에 싸우러 오냐? 어? 이래가지고 일이나 하겠어? 집중이 되겠냐고!”

“오늘 일 미리 다 끝내놨습니다!”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 그리고 왜 갑자기 빠릿빠릿해진 건데!”

“담배를 끊으니 머리가 잘 돌아가서...”

“자랑이다!”

정부장이 현차장의 말에 뒷목을 붙잡았다. 그리곤 무언가 결심한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정부장이 전화를 건 상대는 최경준이었다.

“본부장님. 이제 더 이상 가만히 못 있겠습니다. 이거 그만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팀 분위기가 아주 개판입니다, 개판!”

“헉. 어떻게 저런 말을?”

사람들이 깜짝 놀라 정부장을 바라보았지만 정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쏟아냈다.

“이놈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싸워대고 고자질을 해댑니다. 얼마 전에는 화장실에까지 따라왔습니다!”

그간 자신이 당한 것을 모두 털어낸 정부장. 전화를 끊은 정부장이 현차장과 최과장에게 말했다.

“본부장님이 끝내라신다! 그리고 너희 둘! 옥상 가서 찬바람 쐬고 제대로 화해하고 와!”

“화해요? 제가 왜요?!”

“싫습니다, 부장님!”

물론, 현차장과 최과장은 정부장의 말에 아주 강하게 반발했다.

“다시는 담배 못 피우게 해주랴? 입을 꼬매버리면 될 것 같은데?”

“그건 좀...”

그러나 분노한 정부장은 그 아무도 막지 못했다. 정부장의 말에 현차장과 최과장의 승부욕이 조금 가라앉았고, 둘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진실의 장소인 옥상으로 향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손잡고 가!”

“...네.”

그것도 아주 사이좋게.

**

옥상으로 향한 현차장과 최과장. 둘은 나란히 앉아서 아무런 말도 없었다. 정부장은 ‘최소 30분간은 내려오지 말라’며 호통을 쳤다. 그걸 지키기 위해 옥상에 앉아 있자니...

‘나 미쳤었나?’

‘...제정신이 아니었군.’

슬슬 쪽팔림이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니. 최과장이 나랑 몇 살 차인데. 내가 젊은 친구한테 왜 그렇게 진심이었지?’

‘차장님한테 맨날 고맙다고 하면서 완전 배은망덕한 짓을 했네.’

치열한 싸움이 끝나고 이제 수치만 남은 두 남자. 두 남자의 후회 끝에 30분의 시간이 흘렀고, 현차장이 먼저 어색하게 손을 내밀었다.

“...내려갈까?”

“...그래요.”

최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현차장이 머리를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최과장. 그...”

“네.”

“내가 미안하다.”

‘먼저 사과할까.’ 최과장도 몇 번이나 했던 생각.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을 어른스럽게 먼저 실천해준 현차장. 그런 현차장의 모습에 최과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으아, 쪽팔려!”

그리고 문으로 달려가는 현차장을 붙잡고 말했다.

“우리...몰래 한 대만 피우고 갈까요?”

그 말과 함께 담배를 내미는 최과장. 최과장의 행동에 현차장이 씩 미소를 짓더니 담배를 받아들었다.

“그거 좋지.”

현차장이 담배에 불을 붙였고, 최과장에게 나누어주었다. 둘은 불을 나누며 함께 미소를 지었다. 진한 우정이 둘의 눈빛 사이로 오갔으며-

‘최과장. 역시 괜찮은 놈이야.’

‘현차장님. 늘 감사합니다.’

“두 분. 탈락.”

“으헉!!!”

한록이 옥상 문을 열고 뛰쳐나와 말했다.

**

“윤일이형. 주훈이형. 남들 몰래 담배를 피우려다가 걸리셨군요.”

“...”

“프로젝트도 끝났겠다. 두 분도 꼼수를 쓰려다가 걸리셨겠다. 앞으로 형 호칭은 생략하겠습니다.”

한록의 앞에서 꼼수를 딱 걸려버린 둘. 둘은 그래도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결국 해외팀 악몽의 금연 프로젝트는 모두 끝나버리고 말았다.

“저기, 오른쪽에 있는 거 하나요.”

그리고 그날 저녁. 금연 10일차이자 프로젝트가 폭파된 날. 집으로 돌아가던 현차장은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한 갑 구매했다.

‘500만원은 그냥 참여자 모두에게 주는 걸로 하겠습니다.’

오늘 저녁 하정엽이 결정한 내용이었지만, 현차장은 아직 그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 현차장은 그저 눈앞에서 500만원이 사라졌다고만 알고 있는 중이었다.

500만원도 날아갔다. 한록의 달콤한 ‘주훈이형’ 호칭도 사라졌다.

“다 부질없다...”

현차장은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아빠!”

집 문을 열자 보이는 건 딸의 얼굴. 그 얼굴에 현차장이 자연스럽게 팔을 벌렸다가, 문득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팔을 떨궜다.

“아빠는 냄새나니까 은서 안으면 안 되지...”

“아닌데에. 아빠 요즘 냄새 안 나는데.”

그때 현차장의 품에 쏙 안기는 은서.

그리고...

“잘하고 있다, 우리 아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딸의 모습.

그 모습에 현차장은 주머니 속의 담배를 버릴 것을 다짐했다. 자신이 금연을 한 이유는 형이라는 칭호도, 500만원 때문도 아니라...

“아빠아. 앞으로도 담배 피우지 마아.”

이 말 때문이었으니까.

“아빠 잘했어?”

“응. 쓰담쓰담 한 번 더 해줄게.”

“세 번 더 해줘.”

“그래애.”

다섯 번이나 자신을 쓰다듬어주는 은서. 사랑스러운 딸의 손길을 느끼며 현차장은 다짐했다.

오늘은 금연 10일차. 해외팀 단체 금연 프로젝트가 폭파된 날.

‘담배 산 거 버리자.’

그리고 현차장이 다시 한 번 금연을 결심한 날이었다.

**

-끼익.

모두가 퇴근한 저녁 10시. 진실의 장소인 옥상에서 만난 두 남자.

그들은 바로...

“부장님.”

“그래.”

한록과 정부장이었다.

“네가 요구한 건 다 끝났다. 금연 프로젝트도 끝났고, 형 동생 그 짓도 그만하라고 했어. 회사에서 뭐하는 건지.”

한록과 은밀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정부장. 사실, 오늘 정부장의 분노는 철저한 계획아래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의 의뢰자는 한록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팀장이 아무한테나 형이라고 하면 안 되죠.”

“감사는 무슨. 이건 철저히 거래였어. 대가는 준비했겠지.”

“네.”

한록의 자존심과 금연 프로젝트를 두고 벌어진 은밀한 거래. 지금은 그 거래를 청산할 시간.

정부장이 냉정한 눈으로 한록을 바라보았고, 한록은 다가올 미래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해.”

정부장의 목소리에 한록이 답했다.

“고마워, 민성이형.”

“이거 은근히 재밌네? 계속 할래?”

“절대 싫습니다.”

“왜. 재밌는데.”

“형 이번엔 태준이형한테 이르는 수가 있어.”

“태준이형?”

“회장님이요.”

“너 진짜 제정신 맞는 거지?”

그렇게 금연 프로젝트의 대단원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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