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해외팀 금연 성공 프로젝트(1)
5월의 어느 날. 오늘도 어김없이 칼퇴근 후 집으로 돌아간 현차장.
“아빠아.”
“은서야!”
현차장은 평소와 같이 은서를 안아주려 했다. 그러나 은서는 현차장의 품에서 쏙 빠져나가 버렸다.
“으...은서야?”
현차장이 충격받은 얼굴로 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은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담배 냄새 나.”
그리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 버리는 은서.
혼자 남은 현차장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차가운 거실바닥. 그리고 그보다 더 차가운 딸의 눈빛...그때 현차장은 다짐했다.
“...금연이다!”
152번째 금연 시도. 다시 시작이다.
**
다음날 오전 10시, 해외팀.
“그러게 제가 끊으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팀장도 피우잖아!”
“저는 애가 없다고도 말씀드렸잖아요.”
“잔소리 그만해! 이팀장이 내 아들이야?”
“그랬으면 은서처럼 담배냄새 난다고 가버렸겠죠.”
“으아아아!!!”
해외팀은 현차장의 금연에 맞춰 담배타임 대신 커피타임을 가지는 중이었다. 그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최과장이 말했다.
“흠, 차장님. 저도 담배 끊을까 생각중인데. 한번 같이 해보실래요?”
“최과장도? 왜?”
“여자친구가 안 좋아해요.”
“아, 그래? 그럼 한 번 같이 달려볼까? 같이하면 좋지.”
“좋아요. 서로 감시도 해주고.”
“피우다 걸리면 벌금?”
“벌금 가지고 되겠어요?”
“그럼?”
“형이라고 부르기.”
“너무 세다!”
“그 정도는 해야 끊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지. 근데 최과장은? 이건 나만 너무 불리하잖아.”
“저는 3개월간 한 시간 일찍 출근하기.”
“좋아. 콜. 기한은?”
“최소 한 달.”
“한 달 받고 두 달 더.”
“세 달? 콜.”
그렇게 열심히 계획을 짜고 정보를 주고받는 현차장과 최과장. 의욕이 충만한 그들의 모습에 한록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말했다.
“저도 같이 하겠습니다.”
“이팀장은 또 왜?”
“끊을 때 됐죠.”
“팀장님도 피우다 걸리면 형이라고 부르기. 알죠?”
“네. 좋습니다.”
해외팀의 수장이자 ENM 최고의 권력자, 한록. 그런 한록이 최과장에게 형이라고 불러야 한다. 무시무시한 벌칙이었지만 한록은 최과장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최과장이 즐거운 얼굴로 한록에게 말했다.
“팀장님이 저한테 형이라고 부르는 모습이라. 엄청 기대되는데요.”
최과장의 진심이 섞인 도발. 그 도발에 한록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일 없습니다.”
아주...
“팀장의 명예를 걸고 성공해보겠습니다.”
“그거 이럴 때 거는 거 맞아?”
비장한 얼굴이었다.
**
그렇게 시작된 해외팀 금연 성공 프로젝트. 최과장이 단체 메시지방을 만들었고, 현차장과 한록을 초대했다.
아래는 그 단체 메시지방의 대화 내용이다.
1일차.
[윤일: 금연 프로젝트 1일차입니다~ 다들 파이팅.]
[한록: 좀 힘드네요.]
[윤일: 시작한지 1분 됐는데요]
[한록: 1시간 지난 거 아니었어요?]
[한록: 집중이 안 되네요]
[한록: 머리가 좀 아픕니다]
[한록: 차장님 금연껌 가져가도 되나요?]
[한록: 하루에 한 개비 정도는 가능하게 바꾸는 거 어떻습니까?]
[한록: 손이 너무 떨려서 타자를 못 치겠네ㅛ]
[한록: 오ㅗ 타]
[한록: 오타입니다]
[윤일: 팀장님 메시지 좀 그만 보내세요]
[한록: 죄소ㅗㅇ]
[윤일: 오타가 왜 ㅗ에서만 나죠?]
2일차.
[윤일: 2일차입니다~ 오늘도 힘냅시다.
[주훈: 파이팅!!!]
[한록: 힘냅시다.]
[윤일: 팀장님. 아까 옥상에서 몰래 피우려다가 걸린 거 맞으시죠?]
[한록: 아닙니다.]
[윤일: 맞잖아요.]
[한록: 아닙니다. 모르는 일입니다.]
[윤일: 그럼 불 붙이려다가 저한테 걸린 그 사람은 누구예요? 팀장님 도플갱어인가?]
[한록: 제 동생입니다.]
[윤일: 진짜 황당하네. 이번만 넘어갑니다.]
[주훈: 이팀장 주위에서 담배 냄새 나는 거 같은데?]
[한록: 저 아닙니다.]
[주훈: 그럼 누군데? 유선씨? 거짓말 하지 마!]
[윤일: 저거 거짓말 아니에요. 팀장님 진짜 안 피우심.]
[주훈: 그럼 왜 냄새가 나는 거야??]
[윤일: 아까 보니까 흡연구역에 서 계시더라고요.]
[주훈: 그럼 피운 거 맞잖아]
[윤일: 그냥 진짜 서 계시기만 했어요]
[주훈: 엥? 담배도 안 피우는데 왜?]
[한록: 간접흡연이라도 하려고...]
3일차.
[한록: 3일차입니다. 죽을 것 같네요. 여기서 그만 할까요?]
[윤일: 우리 매일 아침 돌아가면서 응원 멘트하기로 했던 거 같은데]
[윤일: 여기서 그만 할까요<-이거 설마 응원멘트?]
[한록: 잊어버렸습니다. 이제 그만 할까요?]
[윤일: ㅎ...앞으로 응원멘트는 팀장님 빼고 차장님이랑 저만 돌아가면서 하죠.]
[한록: 알겠습니다. 금연은 이쯤에서 그만두죠.]
[주훈: 대화가 안 통하는구만...]
[주훈: 점심 뭐 먹을까?]
[주훈: 저 중식이요!!!]
[윤일: 존댓말??]
[주훈: 방금은 유선씨가 친 거]
[윤일: 아~ 중식 좋네요]
[주훈: 네넹 회사 앞에 새로 중국집 생겼더라고요 ㅎㅎㅎ 인스타에서 인기 많아요]
[윤일: ????]
[주훈: 라고 유선씨가]
[윤일: 이거 은근 함정 카드네요]
[한록: 저는 중식 알러지가 있어서 오늘은 혼자 먹겠습니다]
[윤일: 무슨 소리세요 저번 주에도 우리 짜장면 먹었는데]
[한록: 어제 생겼습니다]
[윤일: ?]
[한록: 위독합니다]
[윤일: 위독?]
[윤일: 아 이거 함정카드네]
[윤일: 혼자 드신다고 하고 몰래 담배 피우실거죠?]
[주훈: 팀장님 그럴 분 아니세요!!!]
[윤일: 라고 유선씨가?]
[주훈: ㅇㅇ]
[주훈: 그쵸 팀장님 진짜 그런 거 아니시죠]
[주훈: 팀장님 왜 말이 없으세요]
[주훈: 팀장님???]
[윤일: 팀장님....(에휴)]
그리고 4일차.
[윤일: 자 이제부터 고비입니다~ 오늘도 잘 버텨 봐요. 1 ]
[주훈: 힘내자!!! 1 ]
[윤일: 왜 1이 안 사라지죠? 1 ]
[윤일: 팀장님? 1]
아침 내내 답이 없던 한록. 그리고 몇시간 후.
[이한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메시지에 뜬 알림.
한록의 퇴장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고 최과장은 직감했다.
‘튀었구나!’
최과장은 빠르게 다시 한록을 초대했다.
[최윤일님이 이한록님을 초대하셨습니다.]
[윤일: 팀장님 왜 나가세요]
[한록: 더는 못하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습니다.]
[윤일: ???]
[윤일: 지금 4일 지났는데]
[한록: 긴 시간이었죠]
팀장의 명예를 건 것 치고는 너무 빠르게 포기해버린 한록. 아련함이 담긴 한록의 메시지에 최과장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윤일: 지금 웃기려는 거죠?]
[한록: 저번에 비하면 오래갔습니다.]
그러나 한록은 나름대로 진지한 모양이었다. 한록이 구구절절 금연 소감(4일차)를 자랑했다.
[한록: 저번에는 하루였으니까요. 네 배 더 오래 갔네요.]
[윤일: 그건 금연이 아니라 그냥 잠깐 바빴던 거 아니에요?]
[한록: 이번엔 4일이니 이만큼이면 많이 발전한 것 같습니다. 뿌듯함도 느껴지고요.]
[윤일: 왜 여기서 뿌듯함을 느끼지?]
[한록: 그동안 많이 힘들었거든요. 잘 이겨낸 것 같습니다. 저도 할 수 있군요.]
[윤일: ...? 4달도 아니고 4주도 아니고 겨우 4일 가지고 너무 엄살이 심하시네.]
[한록: 좀 꼰대 같으시네요.]
[윤일: ??????]
[한록: MZ세대들은 그런 것 싫어합니다. 다음부터 조심해 주세요]
[윤일: 나 어이가 없다 진짜]
[윤일: 차장님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주훈: 최과장 말이 맞다. 4일이면 너무 패배가 빠르지 않아? 세 달은 해보기로 했잖아.]
[주훈: 우리 둘이 하긴 좀 그런데 좀 더 해봐]
[윤일: 맞아요. 조금만 더 참아보세요.]
[윤일: 아니면 저한테 형이라고 부르셔야 하잖아요.]
[한록: 형 미안]
[이한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허. 기가 차네.”
[최윤일님이 이한록님을 초대하셨습니다.]
[한록: 뭡니까]
[윤일: 팀장님 조금만 더 참아보라니까요.]
[한록: 형 나 더 이상 못한다고.]
[이한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최윤일님이 이한록님을 초대하셨습니다.]
[이한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최윤일님이 이한록님을 초대하셨습니다.]
[윤일: 아쫌]
[이한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최윤일님이 이한록님을 초대하셨습니다.]
[한록: 초대하지 마세요]
[이한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최윤일님이 이한록님을 초대하셨습니다.]
[윤일: 싫어요]
[이한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최윤일님이 이한록님을 초대하셨습니다.]
도망가려는 자와 잡으려는 자의 숨막히는 싸움.
[주훈: 애들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
현차장의 한숨과 함께 그 싸움은 곧 끝이 났다. 어떻게 끝이 났냐면...
[윤일: 아 두 명이서 어떻게 하냐고요 대타라도 구하고 가세요]
[한록: 그래 윤일이형]
[이한록님이 최경준님을 초대하셨습니다.]
[최경준: 여기가 금연방 맞나^^?]
[한록: 대타 구했어 윤일이형 주훈이형 난 나갈게]
[한록: 경준이형 파이팅]
[이한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한록이 새로운 참가자를 초대한 것이었다.
**
프로젝트에서 빠지는 대신 대타로 최경준을 데려온 한록.
<최윤일님과 현주훈님의 일대일 메시지방>
<윤일: ???>
<윤일: 지금 뭐예요?>
<주훈: 이팀장>
<주훈: 이팀장 미친 거야???>
<주훈: 이팀장!!!!!>
핸드폰 속에서는 원성이 빗발치고 있었으나, 한록은 핸드폰을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달다.”
긴 금연(4일) 끝에 아름다운 흡연 타임(4일만)을 가져야 했으니까.
“...잘 참았군.”(4일)
한록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초장기 금연(4일)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고통스러웠지.”(4일)
긴 기다림(4일)끝의 흡연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했다.
**
팀장의 명예를 버리고 해외팀 공식 동생이 되어버린 한록. 그리고, 한록이 떠난 후의 단체 메시지방.
[최경준: 나 말고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는데. 한 명 더 초대해도 되겠나?]
[최경준: 다들 뭐하고 있나?]
최경준의 메시지에 현차장과 최과장의 불타는 대화가 시작되었다.
<최윤일님과 현주훈님의 일대일 메시지방>
<주훈: 최과장!!! 최과장이 대답해>
<윤일: 차장님이 하셔야죠>
<주훈: 최과장 본부장님이랑 친하잖아!>
<윤일: 안 친하거든요??>
<주훈: 나보단 친하잖아!>
[최경준: 왜 답들이 없지?]
[최경준: 혹시 나 몰래 일대일 대화 중인가?^^]
[윤일: 넵 새로운 참가자 좋습니다.]
최경준의 귀신같은 촉에 결국 답장을 보낸 최과장. 그러자 현차장이 다시 한 번 대량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최윤일님과 현주훈님의 일대일 메시지방>
<주훈: 아 미치겠네!!!>
<주훈: 여기서 알았다고 하면 어떡해?>
<윤일: 그럼 싫다고 해요??>
<주훈: 그래야지! 누구 데려올 줄 알고!>
<윤일: 그럼 차장님이 대답 하셨어야죠ㅡㅡ>
<주훈: 최과장 ㅡㅡ 이거 뭐야. 지금 나한테 ㅡㅡ 라고 한 거야???>
<윤일: 아뇨ㅡㅡ ㅡㅡ라고 안 했습니다ㅡㅡ>
<주훈: 지금도 하고 있잖아!!!>
금연 하나 때문에 해외팀의 우정과 신뢰는 이미 박살이 나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경준은 새로운 참가자를 초대했다.
그리고, 새 참가자의 등장에...
[최경준님이 하정엽님을 초대하셨습니다.]
[정엽: 반갑습니다.]
[정엽: 먼저 포기하는 사람이 형이라고 부르는 거 맞습니까?]
“이한로오오옥!!!!”
“아빠!!! 시끄러워!”
현차장이 하늘이 무너질 듯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