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250화 (212/263)

내 주인공이잖아요.

<기분이 어때요?>

닉의 말에 한록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세계 최고의 마케터가 됐다는 말. 그 말도 물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쁜 것은-

[이쪽으로 던져!]

[내가 이겼어!]

자신의 주위에서 <오징어 서바이벌>에 나온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영화에 흠뻑 빠진 얼굴. 모두가 무시하던 한국 영화가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화가 되어 있다는 사실.

[...정말로 기쁩니다. 정말로요.]

그 한록마저 감정을 숨기지 못할 만큼 기쁜 순간이었다.

영화에 대한 사랑과 진심이 담긴 한록의 말에 닉이 애틋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록에게 말했다.

<정말로 축하해요. 하지만 다음엔 안 질 거예요.>

누구보다 한록의 성공을 기뻐해주는, 그리고 동시에 다음을 기대하는 말이었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 그 상대의 말에 한록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다음에도 기다리겠습니다.]

**

전화를 끊은 한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오징어 서바이벌>에 흠뻑 빠져있는 사람들. 그리고...

“팀장님!”

“네.”

“저희도 이거 같이해요!”

“빨리 와, 이팀장!”

자신의 동료들.

유선과 현차장의 말에 한록이 잠시 대답을 머뭇거렸다. 모두가 한록의 영화에 흠뻑 빠진 이 순간. 하지만 한록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고, 기자들과 인터뷰도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좋아요.”

그래도 역시, 이 아름다운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이팀장 온단다!”

“저는 팀장님편 할래요!”

한록의 등장에 환호하는 팀원들. 그들에게 다가가며 한록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

[<오징어 서바이벌>.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한국의 기적, <오징어 서바이벌>.]

[<오징어 서바이벌>이 세계 최초로 3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두 번째 광고로 인해 <오징어 서바이벌>은 말 그대로 영화계의 기적이 되었다. 누구도 꿈꾸지 못한 흥행. 전 세계가 처음 맞이하는 33억 달러의 영화시장.

[이한록 팀장. 이 일을 예상했나요?]

[네.]

[세상에, 이런 답변이 돌아올 줄이야.]

모두가 놀랐지만, 한록만은 담담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니까. 이걸 위해서 달려왔으니까. 하지만 한록도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

[올해 광고 어워즈는 CK의 <포르쉐 서바이벌>과 <신청서>가 후보에 올랐습니다.]

바로 <오징어 서바이벌>만큼이나 한록의 마케팅이 유명해졌다는 것이었다. 한록의 마케팅은 유명 마케팅 어워즈에 모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이한록’이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도 어마어마해지기 시작했다.

<속편은 없는 거야?>

<한국이 영화만 잘 만드는 줄 알았더니 광고도 제법 괜찮네.>

<이제 미국 영화 안 봐. 한국영화만 보지.>

<ㄴ한국 영화중에서도 CK만.>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 <오징어 서바이벌>.]

[CK, 광고 어워즈 수상.]

[<오징어 서바이벌> 드라마화 추진.]

영화계의 신기록. 주목받는 광고. 거기에 엄청난 파급효과들까지. 전 세계 어디서든 TV를 틀면 매일 <오징어 서바이벌>과 CK, 그리고 한록의 광고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거 국위선양 아니냐?]

[CK 뭐 표창 하나 줘라]

[아니 이거 꿈 아니냐고 대체 언제 깨냐고;;]

[여기 미국인데 내 친구들 요즘 다 한국어 배움]

[살다보면 이런 날도 오네요..]

세계가 한국과, 한국의 영화를 주목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나날들이었다.

[저 CK 입사했다고 하니 할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시더라구요 ㅎㅎ;;]

특히 CK 직원들은.

‘세계최고’. 그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이 얼마나 될까? CK 직원들의 어깨는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현차장.”

“부장님! 현차장이라뇨. 제대로 불러주세요.”

“어...현주훈 차장...?”

“제 본명은 CK의 자랑스러운 해외팀 차장 현주훈입니다.”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거야?”

현차장의 자부심은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빠. 아빠가 일하는 회사가 CK 맞아?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현차장의 딸 은서가 부쩍 현차장에게 존경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한록. 현차장이 미친 것 같다.”

“아뇨, 이해합니다.”

그러나 정부장과 달리 한록은 현차장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서: 오빠 내 친구들이 오빠 사진 보고 싶대 빨리 일하는거 찍어줘엉]

[영도: 형 내 친구들이랑 통화 좀 해주면 안 돼? 얘네 내가 형이랑 친구라는 거 안 믿어!!]

[어머니: 한록아 정아 아줌마가 장하다고 전해 달란다. 언제 한번 보자고 하네. 너 일하는 곳 사진도 좀 보내주고.]

한록 역시 가족과 친구들의 귀여운 관심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

‘다들 귀엽긴.’

한서와 어머니에게 사진을 보내주고, 영도의 요청은 가볍게 무시한 한록. 그때 비서가 한록에게 말을 걸었다.

“팀장님! SBC에서 섭외 요청 들어왔습니다.”

“거절하지 않았나요?”

“다시 한 번 들어왔어요. 꼭 인터뷰하고 싶다고...”

“미안해요. 바쁘다고 해주세요.”

모든 인터뷰를 거절할 정도로 바쁜 한록.

“그리고 오늘은 일찍 퇴근하겠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바쁜 한록이라도 꼭 만나야 하는 상대는 있었다. 그건, 바로...

“어디가세요?”

“네. 약속이 있어서요.”

“누구...아!”

“서감독님이요.”

가장 이 기쁨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날 저녁. 서감독과 함께 전에 만난 술집으로 향한 한록.

[<오징어 서바이벌>의 서지훈 감독입니다.]

술집 TV에선 어김없이 서감독의 인터뷰가 나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몇 번이나 서감독과 한록에게 싸인을 받아갔다. 한 차례의 싸인타임이 지나가고, 보다 못한 사장이 둘을 룸으로 옮겨주고 나서야 한록과 서감독은 조용히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마침내 둘만 남게 된 한록과 서감독. 서감독이 한록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팀장님.”

“네.”

“난 지금 최정상의 감독입니다.”

고맙다나 영광이란 말보다 먼저 나오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 그 말에 한록은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러나 서감독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정도 명예면 이제 내가 원하는 영화는 전부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에 대한 영화.”

‘한록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라고 말하던 서감독. 그는 지금 자신의 약속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약속대로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왔습니다.”

서감독에게 장난스럽게 말하는 한록. 한록의 말에 서감독이 언제나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한록을 바라보았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러더니 잠깐. 정말로 잠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내 주인공이잖아요.”

서감독이 한록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

**

노력, 아름다운 성공. 모두의 인정. 서감독의 말처럼 이번 싸움은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해피엔딩을 위해서는 원래 두 가지 조건이 있는 법이었다. 첫 번째는 선행에 대한 보상.

“팀장님. 퇴근 안 하세요?”

“기다리는 전화가 있어서요.”

두 번째는, 악인에 대한 처벌.

오징어게임이 34억달러를 달성하고, 드디어 상영을 종료한 날. 한록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디즈니의 윌리엄입니다.>

익숙한 목소리에 한록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디즈니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관계는 간단했다.

이제는 갑을 관계를 다시 써볼 때였다.

**

<한록도 알 겁니다. 이번에 빅6는 ‘오징어 서바이벌’에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작부터 자신들의 결백함을 알려오는 윌리엄. 어지간히 후환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한록은 잠자코 윌리엄의 말을 기다렸다.

<그건 CK가 잘 되길 바라서가 아닙니다. 돌려 말할 이유는 없겠죠.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제롬보다 한록이 포럼에 가입하는 게 낫습니다.>

CK, 혹은 스튜디오B가 필름포럼에 가입해야하는 상황. 그렇다면 헐리웃의 대부인 제롬보다는 한록이 다루기 쉽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한록. 빅7가 될 기회를 스튜디오B에 뺏길 겁니까.>

이제 필름포럼에 가입해서 제롬을 죽이란 말.

‘꽤 하는군.’

윌리엄의 말에 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빅6에게 한록이 당했던 일들과는 별개로, 윌리엄은 확실히 거래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필름포럼에 가입해라. 제롬을 물리치고 세상의 주목을 받아라. 모두 충분히 구미가 당길만한 제안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로 거절 할 수 없을 제안.

[그럼 그동안 빅6가 CK에게 한 일은 어떻게 보상할 겁니까?]

하지만 이 대화의 갑은 한록이었다.

<한록.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때는 CK가 너무 위협적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할 겁니까?]

<...네. 실제로 그랬습니다.>

변명을 하는 윌리엄. 그러나 한록은 윌리엄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윌리엄. 실망입니다.]

한록의 서슬 퍼런 말에 윌리엄이 입을 다물었다.

[거래를 하자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렇다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죠. 어쩔 수 없단 말은 거래에 통하지 않습니다.]

윌리엄을 강하게 압박하는 한록. 한록의 말에 윌리엄은 답이 없었다. 명백히 자신이 잘못했다. 이 대화의 갑은 한록이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었다.

<...미안합니다. 우리가 잘못 판단했습니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 외에는.

[할 말이 더 있을 텐데요.]

<...다시는 CK를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윌리엄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얻어낸 한록. 윌리엄의 답에 한록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바라는 것은 다 얻은 후였다. 한록이 윌리엄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윌리엄이 혹시나 한록의 마음이 변할까봐 빠르게 물었다.

[네. 자세한 내용은 다시 논의하도록 하죠.]

한록이 윌리엄의 말에 짧게 답했다. 대화가 귀찮아졌던 것이었다. 그리고 한록이 전화를 끊으려 할 때. 그때 윌리엄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한.>

이제 한록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윌리엄. 윌리엄의 너무나 달라진 태도에 한록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완전히 바뀐 갑을 관계. 이제 정말 뭐든 할 수 있는 위치가 된 한록. 그리고...제롬과 스튜디오B.

[나중에 얘기하죠.]

그들하고는 아직 끝맺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윌리엄과의 전화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최경준이었다.

-케이트가 자네와 통화를 원하더군.

최과장의 은사이자 타임지의 편집장인 케이트. 케이트는 타임지의 문화 파트인 <컬쳐 타임즈>에 종종 CK에 대한 얘기를 실어주고는 했다. 특히 저번 필름포럼 회의 이후로는 한록과도 인연이 생겼고, 이후 둘이 함께 긴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준비는 다 끝났네. 케이트 덕분이지.

아주 긴밀한 준비를.

“네, 알겠습니다.”

한록이 최경준과의 통화를 끊고, 다시 케이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오랜만이네요, 한. 얘기는 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케이트와의 통화는 본론부터 시작되었다.

<우리와 단독 인터뷰인 것,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나요?>

[네. 확실하게 약속하겠습니다.]

한록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케이트와, 그걸 수락한 한록.

<좋아요. 의회 쪽과 연결해주겠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보상을 약속한 케이트.

그렇게 타임지 편집장과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사의 거래가 완성되었다. 케이트가 한록에게 말했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이건 한록이 압도적으로 이득을 보는 거래였다. 거래의 내용도 그렇지만 일단 상대가 타임지의 편집장이다. 그저 대화를 한번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상대. 그러나 케이트는 한록이 건넨 제안을 받아들였고, 거래를 해주었다.

[우리가 더 해야 할 건 없습니까?]

<아뇨.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것도 아주 공정한 거래를.

사실상 케이트의 호의로 이루어진 거래. 그 거래에 한록이 케이트에게 말했다.

[케이트. 우리에게 정말로 바라는 게 뭡니까.]

<한. 나는 윤일을 1학년 때부터 가르쳤습니다. 1학년 1학기 때부터 윤일을 지켜봤죠.>

한록의 질문에 케이트가 잠깐 웃었다. 그리고 옛날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윤일의 에세이를 본 순간부터 알았죠. 이 학생은 서른 다섯이면 언론계의 인재가 되거나, 아니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 엘리트가 될 거라고. 역시, 내 생각이 맞았죠. 놀랍지도 않아요. 나는 30년차 기자고, 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녀의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한록은 5년 후면 헐리웃을 재패할 겁니다. 난 거기에 투자했을 뿐이에요.>

한록에 대한 합리적 기대였다.

<딱히 한록에게 인간적인 호감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건 미안하군요.>

케이트의 듣기 좋은 냉정함에 한록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케이트에게 말했다.

[아뇨, 오히려 감사합니다.]

<5년 후에도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네요.>

[당연하죠.]

5년 후의 미래를 얘기하는 타임지의 편집장과, 어린 팀장. 그 둘은 한참이나 자신들의 계획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대화를 끊기 전 한록이 말했다.

케이트의 멋진 도움과, 윌리엄의 제안. 그리고 스튜디오B.

[그럼 필름포럼에서 뵙겠습니다.]

그것들이 마무리 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

그리고 3주 후.

[오늘, 이곳 뉴욕 메인스트릿에서 빅7가 탄생합니다.]

타임지의 편집장. CK. 빅6. 스튜디오B. 그들이 모두 모이는 필름포럼이 시작되었다.

필름포럼이 열리는 뉴욕 메인스트릿의 빌딩. 그곳의 입구 계단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미스터 리! 이쪽을 봐주세요!]

[필름 포럼에 가입하는 게 확실시 되고 있는데요. 소감은 어떻습니까?!]

[빅 6와는 얘기가 끝났나요?]

[비켜주세요! 한록을 찍어야 합니다!]

디즈니. 유니버설. 파라마운트...기자들은 세계 최고 회사들의 사장을 제치고 오로지 한록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한록은 묵묵히 계단을 오를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한록에게 물었다.

[제롬 앤더슨에게 할 말은 없습니까?]

그 말에 뒤를 돌아본 한록.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롬과 한록의 시선이 마주쳤다. 승자와 패자의 시선교환. 그들 사이에 알 수 없는 기류가 흘렀고, 잠시 후 한록은 이렇게 답했다.

[자세한 건 회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록의 말과 함께 경비가 빌딩의 문을 열어주었다.

빌딩에 들어가자 들리는 안내방송.

<안내방송 드립니다. 참여자들은 모두 회의장에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필름포럼의 회의가 시작된 것이었다.

**

[CK ENM의 필름포럼 가입을 승인합니다. 말했듯이, 둘 중 한 곳만 가입을 승인키로 했으니 스튜디오B의 가입은 거절합니다.]

디즈니가 CK의 필름포럼 가입을 알렸고, 회의장에 박수가 울려 퍼졌다.

[CK. 발언하세요.]

디즈니의 연설이 끝나자 사회자가 한록에게 발언권을 넘겨주었다. 40년만에 필름포럼에 새로운 멤버가 생긴 이 순간. 아시아의 한 영화사가, 세계 영화계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이 순간. 한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모두에게 말했다.

[우리는 필름포럼에 가입하지 않겠습니다. CK ENM은 새로운 영화 단체를 만들 겁니다.]

순간, 아무도 한록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적이 흘렀으며...

[필름 포럼을 대체할 단체를요.]

그 말에 회의장에 출입한 기자들이 미친 듯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한록!]

한록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윌리엄.

‘시작이군.’

미소를 짓고 있는 케이트.

그리고.

[스튜디오B, 동참합니다.]

한록의 곁에 선 제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