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장면.
<오징어 서바이벌>과 <판도라>의 광고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물 위에 쓰인 영화 <판도라>. 포르쉐 10대를 부순 영화 <오징어 서바이벌>. 사람들은 예매창이 오픈되길 기다렸고, 모니터 옆에 시계를 띄워두고 전투에 임했다. 마치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상황. 그렇게 두 영화가 개봉했고...
“미국 전지역, 개봉 날 전석 매진입니다!”
개봉 1분 만에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
<‘오징어 서바이벌’의 흥행 신드롬.>
<이건 더 이상 영화의 싸움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콘텐츠 대결.>
[에이미. ‘판도라’와 ‘오징어 서바이벌’ 어느 쪽이죠?]
[전 당연히 ‘판도라’죠. 그 폭포를 보고 왔다고요!]
[이런. 전 자동차를 보고 왔어요.]
<텍사스주가 ‘오징어 서바이벌’을 현실에서 재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청자는 10만명입니다.>
<오징어 서바이벌>과 <판도라>의 관객 수는 이미 일반적인 영화의 추이를 넘어서고 있었다. 두 영화 모두 신기록을 쓸 것이라는 게 증명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누가 이겼대?]
[‘오징어 서바이벌’. 근데 이게 의미가 있나?]
[하긴. 둘 다 대단한데.]
두 영화가 모두 너무 성공해서 오히려 승자를 가리기 어려워진 상황. 언론에서는 연일 <오징어 서바이벌>과 <판도라>에 대해 떠들어대고, 전 세계 인터넷에서 <오징어 서바이벌>에 대한 패러디가 오갈 때.
“하...미치겠네.”
CK직원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10층의 휴게실에 모여 있었다.
그들이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휴게실 벽면에 걸린 스크린이었다. 스크린에선 미국의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누군가에게 종이를 한 장 전달받았고, 화면을 보더니 말했다.
[<오징어 서바이벌>, <판도라 2>. 두 영화가 모두 3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팀장!!! 성공이야!”
영화계의 신기록이 써진 순간이었다.
**
영화계 누구도 깨지 못한 기록 30억 달러. 한화 3조.
지금 이 순간 <오징어 서바이벌>이 그 기록을 달성했다.
화면을 지켜보고 있던 해외팀 직원들이 곁에 있던 사람을 끌어안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한록 역시 사람들 사이에 끼어 기쁨을 나누었다. 하지만 한록의 마음 속에는 다른 생각이 하나 잠들어 있었다. 그 생각은 핸드폰 진동소리에 깨어났다.
<한.>
닉에게서 문자가 온 것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벗어나 구석으로 향한 한록. 눈앞에선 사람들이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와 터뜨리고 있었다. <오징어 서바이벌>과 <판도라>는 영화계가 깰 수 없던 기록을 깼다. 이미 둘 다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기에, 더 이상 어느 영화가 이기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직 끝이 아니에요.>
-라고 둘 중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내일 12시. 당신은 만들 수 없는 광고를 보여줄게요.>
한 번 더 도착한 닉의 문자에 한록이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목표를 이뤘고, 이제 끝이라고 생각할 때 마지막 한방을 남겨둔 닉. 이 문자를 보고 패닉에 빠질 CK의 직원들. 그리고 어쩌면 <판도라>에게 패배할 수도 있는 <오징어 서바이벌>. 그러니까, 지금 기분이 어땠냐면.
[바라던 대로네요.]
제대로 된 적수의 등장이 반가울 뿐이었다.
**
그로부터 하루 후 다음날 12시. 닉의 말처럼 <판도라>의 광고가 하나 더 공개되었다.
<판도라>의 배경음악을 깐 검은색 바탕의 광고. 광고는 오로지 키워드로만 이루어진 내용이었다.
[거장.]
[영화.]
[CG.]
세 개의 키워드는 하나의 영화를 가리켰고, 광고를 보는 모든 사람은 생각했다.
‘이건 <판도라>의 광고구나.’
세계 최고의 감독과 영화계를 대표하는 시리즈. CG의 정점에 선 영화. 제목이 없어도 모두가 이 광고가 <판도라>에 대한 광고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광고가 끝나기 직전. 이제 <판도라>라는 말이 나와서 이 광고가 무슨 광고인지 말해야하는 순간. 광고는 사람들이 예상한 걸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래, 그 영화.]
당신들 모두가 지금 <판도라>를 떠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뿐이었다.
그 아름답고 우아한 광고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영화.’
‘그게 우리야.’
모두가 <판도라>를 알아볼 거란 확신. 그리고 이런 광고를 시도할 수 있는 대범함. 그 자신감에 한록이 웃으며 생각했다.
‘닉. 당신을 정말 존경합니다.’
마지막 상대가 이 사람이라서 다행이라고.
**
[올해의 명대사를 하나 뽑자면?]
[당연히 이거죠. 거장. 영화. CG. 그래, 바로 그 영화.]
닉의 광고는 광고라기보다 차라리 영화에 가까웠다. 그 광고에 <판도라>의 매출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판도라>의 예매율이 <오징어 서바이벌>의 2배를 기록했습니다.]
이제는 <오징어 서바이벌>이 가본 적 없는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는 <판도라>.
[역시 <판도라>란 건가.]
[CK도 대단했죠. 한국 영화로 30억 달러라니. 하지만 승자는 제롬이었네요.]
[둘 다 세계 신기록을 썼는데 승패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이대로 승부가 끝날 것을 예상하는 사람들. 그건 CK의 직원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진짜 영화사업 접는 건가?”
“설마. 매출이 3조인데 이걸 접으라 하겠어? 아무도 뭐라 안 할 거야.”
“그래도...”
<오징어 서바이벌> 역시 30억 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문제는 ‘<판도라>에게 지면 영화 사업을 접겠다’던 한록의 폭탄 발언이었다. 그 발언 때문에 CK에는 묘한 긴장과 불안이 감돌기 시작했다.
“위에서는 연락 없어?”
“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이럴 때 이한록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그렇게, 모두가 이 승부의 마지막이 다가왔다고 생각할 때.
<한. ‘판도라’가 31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닉에게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한록은 미국의 공원에서 닉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당신은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뛰어난 마케터예요. 그러니까 이번 승부에서 당신이 진다면 그건 당신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 영화가 ‘판도라’를 이길 수 없는 영화라서 패배한 거죠.>
귓가로 들려오는 자신의 패배요인과, 비가 올 듯 어두워진 하늘. 그리고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불길한 바람. 그 모든 것을 느끼며 한록은 공원의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전광판에서는 닉의 두 번째 광고인 <그래, 그 영화.> 가 나오고 있었다. 그 광고를 보고 한록은 생각했다.
‘대단한 사람이다.’
닉의 광고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닉은 한록의 우상이었고, 이번 승부에서 그 이유를 증명해냈다. 닉은 세상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닉은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었다. 닉은 절대 패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닉은, 그래, 천재가 맞았다.
-하지만 내가 이겨.
하지만 그건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닉.]
잠자코 닉의 말을 듣고 있던 한록이 말했다.
[내일 저녁 10시. 센트럴 공원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마케팅 할 가치가 있는 좋은 영화. 그리고 누구도 예상 못한 마지막.
[저도 아직 끝이 아니어서요.]
그걸 준비한 건 닉 혼자만이 아니었다.
**
[저도 아직 끝이 아니어서요.]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한록의 목소리에는 강한 기대와 자신감이 담겨있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말에 닉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직 끝이 아니라니.’ 솔직히 말해 한록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오징어 서바이벌>로 뭘 더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까. 사실, 그 말이 잘 믿기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 남자가 무엇을 했을지 기대가 됐다.
<좋아요. 가겠습니다.>
한록에게 답한 닉이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자신의 비서에게 말했다.
<오센. 내일 저녁 회의 취소해주세요.>
<하지만 제롬이 정말 중요한 건이라고->
<미안해요. 미뤄주세요.>
<판도라>의 스케쥴이 잔뜩 잡혀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이걸 못 보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역사에 남을 광경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해야 하니까.
**
그리고 다음날, 저녁 10시. 센트럴 공원으로 향한 닉은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젯밤 닉에게 도착한 문자 한통. 문자의 발신인은 CK였다. 문자는-
[오징어 서바이벌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오징어 서바이벌>의 신청서를 담고 있었다.
‘무슨 일을 꾸미는 건가요, 한.’
닉이 신청서를 작성했고, 그러자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신청자는 내일 저녁 10시까지 센트럴 공원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신청자 수에 따라 상금이 결정됩니다.]
닉에게 말했던 것과 같은 시간, 그리고 같은 장소를 알리는 문자. 아마 한록은 그 시간에 이곳 센트럴 공원에서 일을 벌이려는 게 분명했다.
[<오징어 서바이벌> 현실 버전이라는데?]
[젠장, 왜 미국이야. 난 유럽에 산다고!]
[약한 소리 하지마. 난 남미에서 비행기 예매했다고.]
문자가 전송된 순간부터 인터넷은 그에 대한 얘기로 난리가 났고,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지금 당장 센트럴 공원으로 가겠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닉이 센트럴 공원에 도착했을 땐...
[밀지마세요!]
정말 수천 명의 사람이 공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때 닉에게 도착한 한록의 문자.
[닉. 이번 승부에서 당신이 진다면 말입니다.]
자신이 했던 말.
[그건 내가 가져온 영화를 얕봤기 때문입니다.]
그걸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오로지 <오징어 서바이벌>에 참여하기 위해 공원에 모인 사람들. <오징어 서바이벌>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영화에 나온 등장인물들의 옷을 따라 입고 있는 사람들. <오징어 서바이벌>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닉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록이 자신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닉은 한록에게 답장을 보냈다.
한록은 단순히 닉을 이기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한록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요. 당신이 얼마나 멋진 영화를 가져왔는지 지켜볼게요.>
자신의 영화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
공원에 모여 <오징어 서바이벌>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수천 명의 사람들. 그들을 둘러보던 누군가가 말했다.
<이거 상금이 대체 얼마야?!>
신청자 수에 따라 상금이 정해진다던 한록의 문자. 그런데 실제 장소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였으니 신청자 수는 그 몇 배일 게 분명했다.
<텍사스 ‘오징어 게임’ 신청자가 십만 명이었대. 여긴 백만 명은 되지 않을까?>
<백만 명이면 얼마였지?>
<오십만 달러였어.>
<오십만 달러라니, 씨발.>
예상 상금에 누군가가 욕설을 내뱉었다. 어제 CK는 미리 신청자 수에 따른 상금을 고지했다. 십만 명부터는 만 달러. 백만 명부터는 십만 달러. 천만 명부터는 백만 달러.
한화로는 십억이었다.
이 게임에서 이기면 몇 억을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흥분한 얼굴로 게임이 시작되기를, 정확히는 신청자 수가 공개되길 기다렸다.
과연 현실판 <오징어 서바이벌>의 신청자는 몇 명일까. 사람들은 얼마나 <오징어 서바이벌>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
어쩌면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오징어 서바이벌>이 아니라 신청자 수의 공개일지도 몰랐다.
그때 공원 중간의 무대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오징어 서바이벌>에 출연했던 사회자 역의 배우였다. 그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게임 시작해!]
[지금 당장!]
[상금은 얼마지?]
[십만 달러! 내놔!]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오징어 서바이벌>에 반응하는, 오로지 이 게임을 위해 전 세계에서 날아온 사람들.
사회자가 장난스러운 손짓으로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러자 무대 뒤 스크린에 검은 배경이 나타났고, 그 위에 0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숫자를 본 사람들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모두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저 숫자가 신청자 수다.
저 숫자가 내가 받을 상금이다.
[그럼 신청자 수를 공개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사람들에게 말하자 숫자가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0에서 10까지. 10에서 100까지. 따라잡을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숫자.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닉은 생각했다. 지금부터 한록의 마케팅이 시작된다는 것. 한록은 본인이 이겨야할 상대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해서.
‘기대되잖아.’
본능적으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미친 듯이 올라가던 스크린의 숫자. 그 숫자가 어느 순간 멈추었다. 스크린이 가리키는 숫자는 백만 명. 상금으로는 1억이었다.
<그래, 이 정도는 해야지.>
적당히 기대를 충족하는 숫자에 사람들이 미소지었다. 그러나 미소를 짓던 사람들은 금방 다시 입을 다물었다.
스크린의 숫자가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숫자는 이전보다 몇 배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몇 번이나 앞자리를 바꾸었다. 오백만 명. 이미 믿기지 않는 숫자였다. 칠백만 명. 사람들의 얼굴이 기대감으로 달아올랐다. 천만 명. 어느새 단위가 바뀌었다. 삼천만 명. 오로지 영화 하나를 위해 삼천만명이 응모를 했다. 오천만 명. 기자들이 미친 듯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억 명. 이제는 모두가 아무 말 없이 스크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2억 명. 누군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모두의 경악 속에 드디어 숫자가 멈추었다.
스크린에 뜬 최종 숫자. <오징어 서바이벌>에 참여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수는.
[3억 4천만 명이군요.]
3억 4천만.
세상 그 누구도 만들지 못할 기록에 사람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씨발, 3억 이란다!>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3억! 3억이야!>
<상금이 100억이라고!>
<‘판도라’한테 연락해! 우리가 이겼다고!>
열광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수천 명의 신청자. 아니, <오징어 서바이벌>의 팬들. 그들을 바라보던 사회자가 씩 미소를 지었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오징어 서바이벌>, 지금 시작합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말이었다.
**
<봤어? 3억 4천명?>
<이게 ‘오징어 서바이벌’이라고!>
<우리가 ‘판도라’한테 졌다던 놈들 다 나와!>
<나 지금 ‘오징어 서바이벌’에 참여하고 있어! 천만 달러는 내 거야!>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가 된 센트럴 공원. 사람들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방송국의 기자들은 흥분한 모습으로 이 장면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
그 광경에 업계 최고의 마케터라 불리는 닉의 머리 속에 미래가 하나 그려졌다.
공원에서 진행될 <오징어 서바이벌>과, 100억을 타갈 누군가.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을 인터넷에 올릴 것이고, 3억 4천명의 사람이 <오징어 서바이벌>에 신청한 내용은 내일 뉴스를 장식하게 될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게 될 것이다.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오징어 서바이벌>을 보러올 것이다.
눈앞에서 그려지는 상상에 닉이 눈을 감고 웃었다. 아무리 적수의 마케팅이라 해도, 그래도 이건,
‘멋진 장면이네요, 한.’
황홀한 광경이었다.
**
생각을 마친 닉이 핸드폰을 꺼냈다. 이걸로 끝났다. 이 대결의 결말은 정해졌고, 이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닉은 곧장 한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닉입니다.>
[제가 대단한 영화를 가져올 거라 말씀드렸죠.]
<네. 당신 말이 맞았어요.>
닉의 말을 마음에 담아뒀던 듯 바로 얘기를 꺼내는 한록. 그 말에 닉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졌어요. 당신은 천재예요.>
자신의 패배를 알리는 말이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와 흥분으로 약간 들뜰 정도였다. 상대가 한록이기 때문이었다.
<한.>
닉이 즐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토록 멋진 장면을 보여준 사람에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그래. 이제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마케터가 된 걸 축하해요.>
지금은 이 사람의 시대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