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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248화 (210/263)

이거지!

아침 8시. 뉴요커들이 신문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뉴요커들을 놀라게 한 것은 신문 1면의 광고였다. 광고에는 <저녁 8시. 하늘. 센트럴 스트릿.>이란 검은 글씨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게 뭐지?>

<이게 무슨 광고지?>

<잠시만. 여기도 있어.>

<여기에도.>

<여기에도 있네.>

<...>

<모든 곳에 있는 거 같은데?>

그 광고가 거의 모든 신문에 있다는 것이었다.

<재클린. 오늘 신문 봤어? 이상한 광고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뭐? 왜?>

<하늘을 봐!>

[<저녁 8시. 하늘. 센트럴 스트릿.>]

그리고 그 광고는 신문을 넘어 타임스퀘어의 모든 전광판에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거, 신문의 그 광고야.]

눈치 빠른 누군가가 자신이 들고 있는 신문을 흔들며 외쳤다. 그는 알았다. 이건 분명, 영화의 첫 장면.

[누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라고!]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의 일이라는 것을.

**

어느 날 신문과 타임스퀘어를 메운 광고. 그리고 알 수 없는 문장. 이 수수께끼의 마케팅에 뉴욕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봤어?]

[이거 무슨 광고인지 아는 사람?]

[8시. 센트럴 스트릿. 하늘. 이게 무슨 뜻이지?]

[당연히 그때 거기서 하늘을 보란 거겠지.]

[외계인이 보낸 메시지 아니야?]

[테러 예고인가?]

[그럼 경찰이 나섰겠지. 아마 광고일거야.]

[어떤 미친놈들이 이런 광고를 해?]

어떤 미친놈이 무언가 광고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미친놈이 누군지. 그 미친놈이 뭘 광고 하고 싶은 건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광고를 본 사람들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 센트럴 스트릿에 갈 사람?]

반드시 이 광고의 정체를 밝히고야 말겠다고.

**

그리고 7시 반.

[안 온다더니?]

[내가 언제.]

[아빠!]

[오. 데릭. 너도 왔어?]

[안 올 수가 있나. 뉴요커 중 절반은 여기에 있을 걸.]

회사 일을 마친 뉴요커들이 광고에 써 있던 주소로 모이기 시작했다.

[밀지마세요.]

[옆으로 좀 가주세요!]

[여기 무슨 일 있나요?]

[뒤에 차 지나가야 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많아 아예 움직일 수 없어졌을 때. 경찰이 파견되어 사람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도로로 내려가지 마세요!]

[이동하세요! 이동이요!]

연예인이 나타났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모여들고 있다. 그러나 저 멀리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점점 늘어가는 인원수에 한 경찰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떤 미친놈이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경찰들은 이 일의 주최자를 욕했고...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사람들처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8시가 되었을 때.

[저기 봐!]

거리의 누군가가 하늘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30층짜리 건물로, 투명한 플라스틱 벽으로 막혀 출입이 통제된 곳이었다. 그 건물의 옥상에는 두 개의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중 오른쪽 전광판에는 낮에 본 광고가 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오른쪽 전광판에서 광고가 사라지고 다른 화면이 나타났다. 바로 건물의 옥상이었다. 옥상에 설치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옥상에 있는 것은...

[자동차?]

차가 열 대.

[포르쉐?]

그것도 전부 포르쉐였다.

그때, 비어있던 왼쪽 전광판에 영상이 하나 나오기 시작했다. 옥상에 줄지어있는 10대의 차. 그리고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 <오징어 서바이벌>의 한 장면이었다.

[여기서 예고편을 보여줄 생각인가 보군.]

이게 한록의 마케팅이란 걸 알아차리고 거리로 나선 닉과 제롬. 하늘을 바라보던 제롬이 닉에게 말했다. 그러나 닉은 답이 없었다.

‘그냥 예고편을 보여주려는 게 아닐 거야.’

상대는 이한록이다. 분명,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런 확신 속에 닉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화면 속에선 사회자가 이 게임의 규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여기서 차를 출발시켜서 옥상 끝을 넘어가세요. 가장 많이 옥상을 넘어간 사람이 승리합니다.>

사회자의 말에 겁에 질리는 참여자들. 그리고 장난스럽게 덧붙이는 사회자.

<아, 당연히 안전 장치는 없습니다.>

사회자의 말과 함께, 두 개의 전광판이 똑같은 구도로 바뀌었다. <오징어 서바이벌>의 장면이 나오는 전광판 하나. 그리고 그 구도와 똑같이 현실의 옥상을 비추는 전광판 하나였다.

[진짜로 경주하는 모습을 보여 줄 건가 봐.]

이제 거리에 몰려든 사람들도 어느 정도 상황을 눈치 챘다. 곧 1cm를 두고 다투는 죽음의 레이스가 펼쳐진다. 사람들은 그 광경이 눈앞에서 재현 되리란 생각에 모두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두의 기대에 부응해 영화 속 차가 운전을 시작했다.

-부릉!

영화 속 장면. 옥상 끝까지 가지도 못하고 멈춘 첫 번째 차.

-실제 옥상에서 첫 번째 차가 똑같이 운전을 했고, 비슷한 위치에서 멈추었다.

옥상 끝에서 멈춘 두 번째 차.

-두번째 차가 운전을 했고, 옥상 끝에서 멈추었다.

앞바퀴가 밖으로 나온 세 번째 차.

-세 번째 차가 같은 위치에서 아슬아슬하게 차를 멈추었다.

[와우!]

[방금 거 좋았어!]

옥상 밖으로 나온 바퀴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러댔다. 그리고 사람들의 박수가 잠잠해지기도 전. 네 번째 차가 운전을 했고....

<이런.>

사회자의 말과 함께 포르쉐가 건물 아래로 추락했다.

-쾅!

[꺅!]

[이거 진짜야? 진짜 떨어진 거야?]

[사람 안 다쳤어?]

[안에 아무도 없어!]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며 추락한 포르쉐. 다행히 플라스틱 벽에 막혀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벽 주위에 달라붙어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건물에서 자동차들이 연이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쾅!

[으악!]

-쾅!

[젠장, 피해!]

-쾅!

[사진 찍어! 빨리!]

연이어 울리는 굉음에 뒷걸음질을 치는 사람들. 혹은, 플라스틱 벽으로 달려드는 사람들.

말 그대로 하늘에서 자동차가 비처럼 떨어졌고, 아래로 추락했으며, 바닥에 닿아 박살이 났다. 다들 이제 전광판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 눈앞에서 자동차가 떨어지고 있는데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그때 누군가 하늘을 가리키고 말했다.

[저기 봐!]

아직 출발하지 않은 마지막 열 번째 차. 그곳에는...

[사람이 있어.]

사람이 타고 있었다.

-붕!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마지막 차가 시동을 걸었다. 어마어마한 배기음 속에 차에 탄 누군가가 액셀을 밟았고, 차는 순식간에 앞으로 나아갔다.

[떨어질 거야!]

차의 앞바퀴가 옥상 밖으로 나오고 사람들이 눈을 질끈 감은 순간. 그 순간 차는 자리에 멈추었다. 옥상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차. 그 안에 남은 사람. 그리고 10초의 카운트 다운.

[5]

[4]

[3]

[2]

[1]

[탈출하세요.]

사회자의 말과 함께 운전수가 뒷좌석을 통해 차 밖으로 나왔다. 운전수가 나오자 무게중심을 잃은 차는 그 즉시 아래로 추락했다.

-쾅!

다시 한 번 박살이 난 차. 사람들은 굉음에 몸서리를 쳤고, 이 아슬아슬한 결과를 만든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전광판에는 방금 전 이 차에서 탈출한 사람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었다.

옥상에서 반쯤 벗어나 떨어지기 직전 차를 멈춘 사람. 이번 게임의 승리자. 하얀 머리에 자그마한 몸집을 가진, 그 차의 운전수는...

[할머니?]

<오징어 서바이벌>의 씬 스틸러. 이연옥이었다.

**

스턴트맨과 자리를 교체한 이연옥은 옥상에 섰고, 두 개의 전광판이 이연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 옆에 뜬 글자. <오징어 서바이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누군가는 생각했다.

끝내주는 액션. 포르쉐 10대를 버리는 통쾌함. 그리고...할머니.

[씨발, 이거지!]

지금 당장 이 영화를 봐야만 했다.

**

센트럴 스트릿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닉, 그리고 제롬.

[어떻습니까.]

[재밌네요. 누가 뉴욕 한복판에서 자동차를 떨어뜨릴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닉이 떨어진 포르쉐의 잔해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한록이 대단한 사람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그의 마케팅을 지켜봐 왔다. 하지만 이런 시도까지 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늘, 뉴욕 한복판에서 포르쉐 열 대를 박살낸 마케팅. 그 마케팅의 위력은 말로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저게 뭐라고?]

[잠깐만. 제목 다시 말해줘.]

[내가 메시지 보내줄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오징어 서바이벌>을 검색하고 있으니까.

한록이 자신의 라이벌이란 것과는 별개로 이 마케팅은 충분히 인정할 만한 것이었다. 닉은 감탄의 의미로 작은 박수를 보냈고, 닉을 지켜보던 제롬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우리를 이길 수 있을까요?]

[그럴리가요.]

하지만 인정과 승패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가볍게 답한 닉이 부서진 자동차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리고 제롬에게 말했다.

[제롬. 우리도 광고를 공개해야죠.]

이제는 이쪽의 차례였다.

**

그리고 1시간 뒤.

“팀장님. <판도라> 광고 올라왔습니다.”

<판도라>의 광고가 공개되었다.

“윽...”

“아, 떨려.”

한 군데에 모여 <판도라>의 광고를 시청하는 해외팀. 팀원들은 하나같이 불안해하는 얼굴이었다. 이번 일에 CK의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긴장이 되는 것은 한록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종류가 조금 달랐다. ‘과연 닉이 어떤 마케팅을 준비해왔을까.’ 한록은 침묵과 기대 속에 해외팀 사무실에 걸린 TV를 지켜보았다.

“...하.”

그리고 화면이 시작되자 헛웃음을 흘렸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뉴욕의 메인 공원. 그 곳에 위치한 거대한 넓이의 인공폭포였다.

그 장대한 인공폭포에...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닉.”

<판도라>가 상영되고 있었다.

**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스크린. 아니 인공폭포. 그 위에 <판도라>를 상영한다.

워터 스크린 기술로 폭포에 영화를 상영한다. 뉴욕 주정부가 영화 하나를 위해 국립 공원의 인공폭포를 내주었다. 모두 엄청난 일이었지만, 가장 놀라운 건 영화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물.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판도라>의 생물들. 그건, CG가 아니라...

[이건 판도라야.]

영화 속 물의 행성 그 자체였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아름다운 스크린에 <판도라>의 한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순간.

“팀장님. 3시간 뒤 예매창 오픈합니다.”

<판도라>와 <오징어 서바이벌>의 개봉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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