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231화 (254/263)

영화계 최초의 기록

[믿는다-앞쪽 출구]

[믿지 않는다-뒷쪽 출구]

<이제 시작이다!>

영화가 끝나고 시작된 탈출게임. 흥분한 목소리로 외친 사람들이 각자의 선택지에 따라 상영관의 앞쪽출구와 뒷쪽 출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여자 말이 맞다고 해도...이대로 내버려두면 딸이 죽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으로 뒷쪽 출구로 향한 니아. 니아를 비롯해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뒷쪽출구로 향했고, 남은 70명은 앞쪽 출구로 향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답을 정하자 저절로 출구가 열렸다.

맨 앞에 선 니아가 출구를 향해 발을 뻗자 보인 것은 사방이 막힌 벽. 그리고.

[탈출 실패.]

라는 전광판이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정답을 맞추지 못하셨습니다. 이쪽으로 나가주세요.>

잠시 후, 영화관의 직원이 등장했고 벽 사이에 숨은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첫 번째 문제에서 실패해버린 니아.

<뭐야, 벌써 끝이야?>

<여자를 믿었어야 한다고? 그럼 딸이 죽는데?>

<거기서 딸이 죽는 게 아니었나봐.>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퀴즈에 대한 얘기를 했고, 그동안 니아는 곰곰이 <식물>과 퀴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2편은 다른 선택지에 대한 얘기랬지. 2편도 봤어야 했나.’

엘리베이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까지. 허무하게 떨어진 이벤트와 퀴즈. 그리고 <식물>에 대해 생각하는 니아.

그런 생각 속에 니아는 잠이 들었고, 꿈을 꾸었고.

‘...거기서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나?’

<식물>에 대한 생각 속에서 다음날 아침 눈을 떴다.

<...한번만 더 보자.>

그리고 홀린 듯이 <식물>의 2편을 예매했다.

**

다음날 저녁. 또다시 AM씨어터 보스턴 지점으로 향한 니아. 이번에 니아가 선택한 것은 <식물>의 2편이었다.

-저 여자가 네 딸을 죽이려 하고 있어.

박수무당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식물>의 2편. 이번에는 무당이 주인공의 딸을 죽이려했고, 주인공은 무당을 믿지 못했다. 그리고 영화는 무당의 말을 거절한 주인공이 일본인의 계략에 당하면서 끝이 난다.

-아빠! 살려줘!

-내 말을 믿어!

[Q1. 무당의 말을 믿어야 할까?]

이전과 똑같이 시작되는 퀴즈. 이번 퀴즈는 무당의 행동에 대한 퀴즈였다.

[믿는다-앞쪽 출구]

[믿지 않는다-뒷쪽 출구]

이번에는 ‘믿는다’를 선택한 니아. 문을 열고 나가니, 텅 비어있는 영화관 로비가 보였다. 그리고 로비에는 전광판이 하나 걸려있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가만히 있어! 이래야 네 가족들이 살아!

가족들의 사진을 가위로 자르는 무당. 그리고 갑자기 피를 토하는 아내.

[Q2. 무당의 말을 믿어야 할까?]

[믿는다-오른쪽 엘리베이터]

[믿지 않는다-왼쪽 엘리베이터]

니아는 이번에는 오른쪽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아래층인 12층으로 향했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또 하나의 전광판이 보였다.

거기에 보인 것은...

-그 무당이 네 딸을 노리고 있어. 나를 믿어야해.

1편의 여자였다.

[Q3.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여자-앞쪽의 문]

[남자-비상 계단]

‘...어느 걸 해야 하지?’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진 니아. 니아의 곁에 남은 10명의 사람들도 혼란에 빠져있었다. 사람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자, 전광판에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10. 9. 8. 7. 6. 5...]

그리고 카운트다운 아래로 무당이 행했던 수상한 장면들이 상영되었다.

‘...그래, 저번에 여자를 못 믿어서 틀렸으니까...’

그런 생각으로 문 앞에 선 니아. 니아 외에 7명의 사람이 문 앞에 섰고, 계단으로 향한 사람은 세명 뿐이었다.

그리고 니아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게임 종료.]

불이 완전히 꺼지고, 탈락을 알리는 음성이 들렸다.

<젠장! 저번엔 여자 말을 안 믿어서 떨어지게 해놓고!>

<여자가 범인이란 건가?>

아쉬움을 토로하는 서너명의 사람들과, 그와 반대로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 침묵에 빠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니아 역시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득. 선택. 믿음. 신뢰.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앞서는.

<그럼 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 거야?>

의심.

‘이제 정말 답을 알 것 같아.’

바로 이 게임의 정답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식물’ 3편이요.>

문 안쪽 공간에서 빠져나온 니아는 바로 매표소로 향했고, 곧장 3편을 예매했다.

*

여자의 말을 믿지 않아 비극으로 끝난 1편. 무당의 말을 듣지 않아 비극으로 끝난 2편. 1편과 2편은 모두 일본인이 이 사태의 범인이었다. 그리고, 3편은...

-내 말을 믿어야 해.

일본인이 주인공을 설득하는 내용이었다.

주인공은 일본인의 말을 믿지 못했고, 영화는 놀랍게도 여자가 범인임이 밝혀지며 끝이 난다.

똑같은 내용. 그러나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다른 3개의 영화.

‘서지훈 감독 말이 맞았어.’

이제는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왜 3편을 모두 봐야 한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말을 믿어. 저 여자가 범인이야.

-난 네 딸을 살리려는 거야.

[Q1. 여자의 말을 믿을까, 무당의 말을 믿을까?]

그리고 영화가 끝나자 또다시 시작된 게임.

이번에는 아무런 고민이 없었다. 니아는 여자를 선택했다. 3편에서는 여자가 모든 일의 범인으로 나오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이 영화는 누가 범인인지를 알아내는 영화가 아니니까. 니아는 앞쪽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1단계를 통과했다.

-아빠!

[Q2. 딸을 죽이려는 여자의 말을 믿어야 할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니아는 여자의 말을 믿었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12층에서 내렸다.

[Q3. 무당이 여자의 말이 거짓이라고 한다. 여자를 믿어야 할까?]

역시나 망설임은 없었다. 니아는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모두 도착하자 비상계단에 걸린 전광판에서 또다시 영상이 재생되었다. 화면에 나온 것은 영화 속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여자는 놀랍게도 이 건물의 계단에 서 있었다. 여자가 뒤를 돌아보았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를 믿는다면 내 말을 따라.>

<지금부터 1층으로 내려가.>

<누가 나타나더라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네 선택을 믿어.>

그리고 다시 한번 문제가 시작되었다.

[Q4. 의사가 여자의 말이 거짓이라고 한다. 여자를 믿어야 할까?]

니아는 여자를 선택했고, 계단을 통해 11층으로 내려갔다. 세명의 사람들이 다른 길로 향했다.

[Q5. 여자가 피해자들의 소지품을 가지고 있다. 여자를 믿어야 할까?]

니아는 10층에 도착했고, 아래로 향했다.

[Q6. 여자가 무덤을 파헤치고 있다. 여자를 믿어야 할까?]

니아는 9층에 도착했고, 아래로 향했다..

[Q7. 딸이 여자를 죽여달라고 말한다. 여자를 믿어야할까?]

니아는 8층에 도착했고, 아래로 향했다.

주인공이 선택의 기로에 빠졌던 모든 장면이 주어진다. 그때마다 여자를 믿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길로 향했고, 니아는 어느새...

[Q8. 당신의 선택을 믿을 수 있습니까?]

불이 꺼진 계단에 혼자 남아있었다.

한밤중. 불꺼진 계단에 홀로 남아있는 니아. 아무도 없는 계단에서 느껴지는 침묵. 음산하게 반짝이는 비상구의 초록색 불빛.

‘나는 정답을 골랐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남아있는거다.’

그걸 알고 있는데도...

‘...정말 내가 맞나?’

어쩔 수 없이 발끝을 타고 올라오는 의심과 두려움.

그렇게 니아가 두려움 때문에 걸음을 멈췄을 때. 비상계단의 문이 열렸고, 누군가가 나타났다.

<문제는 끝났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영화 속에서 나온 딸이었다.

**

<문제는 끝났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딸 역할의 배우가 나타난 순간 니아는 이것이 마지막 시험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숨 막히는 공포와 의심 속에 나타난 구원자. 딸의 말이 오답인 걸 알면서도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1편, 아니 2편까지만 봤더라도 니아는 분명 딸에게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삼부작을 모두 지켜본 니아는 이 상황에서 선택해야 할 답을 알 수 있었다.

<식물>이 주인공의 세 가지 선택지를 보여준 이유. 선택. 결과. 책임. 믿음. 여자. 무당. 일본인. 세 편의 영화에 걸쳐서 <식물>이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

<게임은 끝났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오면 탈출할 수 있어요.>

<혼자 있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그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그 여자의 말은 믿지 마세요.>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아니. 난 내 선택을 믿어.>

니아가 딸에게 대답했다.

<그 여자를 믿지 마세요.>

딸의 말을 무시하고 아래로 향하는 니아. 아래층으로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계단에서는 계속 음산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니아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세요.> 니아는 딸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고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5층.

<그 여자가 절 죽이려 했어요.>

<나는 틀리지 않았다.>

4층.

<그 여자가 당신을 노리고 있어요.>

<나는 틀리지 않았다.>

3층.

<이건 속임수예요.>

<나는 틀리지 않았다.>

2층.

<그 여자가 1층에 있을 거얘요.>

<나는 틀리지 않았다.>

1층.

[Q9. 당신의 선택을 믿습니까.]

<당신은 틀렸어요.>

마지막 문제와, 딸의 목소리.

그 두 가지 질문에 니아가 마지막으로 답하며 문을 열었다.

<아니. 나는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에는-

[축하합니다. 당신은 탈출에 성공하셨습니다.]

한밤중의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

니아가 게임을 클리어 한 삼일 뒤. 전 세계에 광고 하나가 송출되었다. <식물>의 TV광고였다.

<의심이 식물처럼 자라난다.>

그 말과 함께 광고가 시작되고,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끝없이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보통 TV광고는 15초 정도 진행되나 3분이라는 시간을 사용한 <식물>의 광고. 그 3분동안 광고에선 배우도, 영화의 예고편도, OST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3분동안 TV에 보인 것은 오로지 어둠속을 걸어내려가는 사람들. 그들의 뒤를 따라가는 한 소녀.

<나는 틀리지 않았다.>

그들이 귀를 막고 중얼거리는 소리.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어둠 속을 끝도 없이 내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광고. 그 광고는, 당연히...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무서워요>

<뒤에 여자애 뭐냐고 시발 ㅠㅠㅠㅠㅠㅠ>

<이게 뭐가 무서움? 잠깐 바지만 갈아입고 옴 ㅇㅇ>

<아 ㅋㅋ하나도 안 무섭네 엄마 오늘 같이 자도 돼?>

<존나 무섭다 ㄹㅇ로>

<어떤 놈이 이런거 만들었어>

<그래서 이게 무슨 영화라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결국 <식물>의 범인이 일본인이었던 이유. feat. 성경]

[ㄴ(반박)위에 분은 2편까지만 보신 것 같네요. 3편을 보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현재 <식물> 본 사람들끼리 얘기 갈리는 것.jpg]

[식물을 두고 말이 갈리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가네요...1편부터 3편까지 다 보셨으면 저랑 비슷하게 생각하실거라 느낍니다.]

[ㄴ전편충 아웃!]

[ㄴ전편 다 안 봤으면 무슨 말을 함]

[여기 축구 카페인가요 <식물> 카페인가요 ㅡㅡ;; 자제 좀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공지: 지나친 게시물 남발로 인해 <식물>게시판을 따로 분리합니다.]

[운영자: 영화 카테고리가 추가되었습니다. 앞으로 <식물>의 게시글은 영화 카테고리에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광고가 나가고 며칠이 지나자 <식물>의 1편은 물론 2편과 3편까지 매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식물>은 회귀 전 그랬던 것처럼 거의 모든 인터넷 게시판을 점령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3편이 동시에 개봉하다보니 그에 따라 그 화력 역시 몇배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정도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이거 진짜 큰일 나겠는데?”

<식물>의 인터넷 반응을 확인하던 현차장의 콧구멍이 기대로 인해 벌렁거렸다. 3편 동시개봉이라는 무리한 도전. 그럼에도 한록이 그걸 시도했던 이유가 현실이 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광고가 송출된 지 딱 일주일이 지났을 때. 현차장이 어떤 전화를 받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AM씨어터죠?”

“<식물> 스코어 나왔대요?”

“몇 위예요? 2편이랑 3편도 기록에 들어갔어요?”

“잠시만!”

현차장의 모습에 주위로 몰려드는 사람들. 그러나 현차장은 짦은 대답만을 남기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현차장이 향한 곳은 한록의 사무실이었다.

“이팀장!”

현차장이 노크도 없이 한록의 사무실의 문을 열고 말했다.

3편 동시개봉이라는 엄청난 모험. 그럼에도 한록이 그걸 감수했던 이유인-

“<식물> 전편. 지금 박스 오피스 1,2,3위다!”

영화계 최초의 기록이 탄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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