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229화 (252/263)

이 영화는 절대 망할 수 없다.

수요일 아침. 한록이 해외팀 팀원들을 불러 회의를 시작했다.

“오늘부터 세인트 조지 센터에 <식물>의 포스터가 게재됩니다.”

<식물>이 제작되는 동안 마케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던 해외팀.

건물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식물>과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번 마케팅. 해외팀은 그를 위해 뉴욕의 예술 센터를 하나 섭외한 상황이었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가 끝나면 바로 <식물>의 세트 설치가 시작됩니다. 최과장님. 세트 제작 진행사항이 어떻게 됩니까.”

“제작 전부 끝났고, 설치만 하면 됩니다.”

“차장님. 설치 쪽이랑 일정 조율 완료됐습니까?”

“응. 우리가 오더 내리면 3일 안에 작업 착수한대.”

“감사합니다.”

“박대리님.”

“네, 저는-”

이어지는 질문에 팀원들은 모두 시원스레 대답했다. 팀원들은 각자가 맡은 일을 잘 수행해주었고, <식물>의 준비는 아무 문제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좋아. 잘 되고 있다.’

그 모습에 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물>은 한록이 회귀 전부터 담당하던 영화였다. 회귀 전부터 준비해오던 마케팅이 곧 시작된다. 그런 설렘과 기대에 한록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이대로만 진행되면 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늘 문제가 발생한다.

[발신인: 세인트 조지 아트 센터]

그날 점심 한록에게 도착한 메일과 전화 한통.

[대관 취소에 대해 안내드립니다.]

그 메일에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

“대관 취소라고? 왜?”

갑작스러운 회의와, 그보다 더 갑작스러운 소식. 한록의 말에 현차장이 깜짝 놀라 물었다.

“2층 천장에 균열이 생겨서 조명이 추락했다고 합니다. 수리가 끝날 때까지 폐관한다고 합니다.”

“위약금 엄청 걸지 않았어? 그런데도 저래?”

“법적으로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냥 대관을 진행하면 주법에 위배된다고 하네요.”

“그러면...”

“네.”

걱정스러운 듯 묻는 현차장에게 한록이 오늘의 소식을 전했다.

“세인트 조지 센터에서 이벤트 진행은 불가능합니다.”

바로 지금부터 다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떡하죠? 이벤트를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습니다. 새로운 장소를 섭외해서 진행해야 합니다.”

“남은 장소가 있을까요?”

“아트 센터나, 큰 건물은 없을 겁니다. 대신 다른 곳이 있습니다.”

“어딘가요?”

유선의 질문에 한록이 메일을 받고 내내 생각해오던 답을 말했다.

“우리는 영화관을 빌릴 겁니다.”

-관객들을 <식물> 속으로 넣어버리겠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시작된 이번 마케팅. 아트 센터 하나를 통째로 빌리는 방식은 물 건너 갔지만, 대신 한록은 두 번째 방법을 가져왔다. 바로 영화관을 빌려서 관객들이 <식물>을 본 직후에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 괜찮다. 괜찮을 것 같다. 영화관이면 여러 곳도 빌릴 수 있겠는데.”

한록의 말에 현차장이 크게 동조했다. 영화를 본 직후, 그 영화의 내용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그게 오히려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벤트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영화관이면 대관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그러나 역시 문제는 장소섭외였다.

“앞으로 2주 안에 우리 조건을 만족하는 영화관을 찾고, 계약까지 끝내야 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2주 안에 장소 물색과, 미팅, 거기에 계약까지. 누가 봐도 시간이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장소 물색만 해도 한달은 걸리는 일이니까. 하지만 한록은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다.

“최과장님.”

왜냐하면 그 질문의 대상이 최과장이기 때문이었다.

한록의 대답에 최과장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으로 여러 정보를 계산하며 이 일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를 판단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일주일이면 됩니다.”

최과장이 이번에도 한록이 바란 답을 해주었다.

“그럼 이대로 진행 합니다. 다들 최과장님 서포트 부탁드립니다.”

한록이 팀원들에게 말했다.

**

“유선씨. 박대리님. <식물> 이벤트 중 영화관에 맞게 수정해야할 부분 확인해서 제출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네!”

회의 직후, <식물>의 이벤트 수정에 돌입한 한록.

“현차장님. AM씨어터쪽에 연락 부탁드립니다.”

“어, 그래.”

그리고 장소 물색에 나선 최과장.

둘은 각자의 분야에서 움직였고, 3일이 지났을 때.

“1단계. 출구. 2단계. 엘리베이터. 층은 3개층 대여....좋습니다. 이대로 픽스하죠.”

<식물>의 이벤트가 영화관에 맞게 수정되었고-

“팀장님. 대관할 수 있는 영화관 리스트입니다.”

최과장 역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뉴욕이랑 LA. 여긴 말할 필요도 없죠. 그리고 놓치면 안 되는게 보스톤이에요. 이런 이벤트에 반응이 좋은 건 젊은 층이에요. 거기에 한국 공포영화를 볼 정도면 정치적으로 리버럴쪽. 다른 나라의 문화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고, 지식도 있는 층이겠죠. 그러니까 대학들이 모여있는 보스턴도 반드시 하나 들어가야해요. 실제로 서감독님 영화들도 보스턴 지역에서 매출이 잘 나왔어요. 한국 영화에 상당히 열려있다는 거죠. 이 중에서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만한 곳들입니다.”

그냥 스케쥴이 되는 곳을 찾아온게 아니라 철저하게 분석을 해서 이벤트를 할만한 곳을 골라온 최과장.

유선과 함께 수정한 이벤트 내용. 거기에 모든 팀원들이 매달려서 뽑아온 영화관 리스트까지.

‘좋아. 다들 잘해왔다. 이거면 충분해.’

그렇게 생각한 한록이 파일을 덮고 최과장에게 말했다.

“과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속전속결로 갑시다.”

“그 말은...”

“내일부터 미팅 들어가겠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

그로부터 이틀 후, 한록이 AM씨어터 보스턴 지점과 첫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날이었다.

“네, 들어오세요.”

미국과의 시차를 위해 아침 6시 반에 출근을 한 한록. 아주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한록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최과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

최과장이었다.

최과장은 한록의 미팅을 돕기 위해 미리 회사에 나와있던 것이다.

“과장님. 미팅은 혼자 해도 괜찮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한록의 말에 최과장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시간에 혼자 출근하면 외롭잖아요.”

“안 외롭습니다.”

“농담도 안 통하네. 그런데 저 앞으로도 일찍 나올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한록에게 손에 한가득 들고 있던 파일을 전하는 최과장. 최과장이 뽑아온 11개의 영화관 후보에 대한 분석파일들이었다.

“우리 마지막 영화니까.”

그 말을 하는 최과장의 눈에 비친 약간의 비장함. 그 모습에 한록이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마지막을 잘 끝내고 싶다는 최과장의 마음을 이해한 것이다. 한록이 더 이상 말리는 대신 최과장에게 말했다.

“네. 안 말리겠습니다.”

그리고...

“한 번 가봅시다.”

합동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

<안녕하세요, 한. AM씨어터의 로버트입니다.>

<좋은 아침이네요. 제인 킹스톤입니다.>

<데이먼 채트롤입니다.>

최과장이 <식물>의 이벤트를 위해 뽑아온 11개의 영화관. 한록은 그 영화관의 담당자들과 미팅을 시작했고, 총 4번의 화상미팅을 거쳤다. 그들은 인사 후 하나같이...

<미안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군요.>

곧바로 거절을 표명했다.

<일정이 촉박해요. 이제 와서 건물을 통제할 순 없습니다.>

<건물에 입점한 모든 가게들에게 협조를 구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너무 번거롭네요.>

<세트 설치가 어렵습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하나같이 거절을 말하기 위해 이 미팅에 참여한 담당자들. 그들은 한록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을 얘기했다.

‘...생각보다 어렵게 나가네.’

그 모습에 최과장이 눈을 찌푸리고 한록을 바라보았다. 최과장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한록은 아주 여유로운 투로 그들에게 답했다.

[지금부턴 제가 설명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한록은 최과장과 자신이 합치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록의 첫 번째 통화는 AM씨어터의 로버트와의 통화였다.

<일정이 촉박해요. 이제 와서 건물을 통제할 순 없습니다.>

곧바로 거절을 말하는 AM씨어터의 담당자 로버트. 그 말에, 한록은 최과장이 준 파일의 맨 앞장을 펼쳤다.

-AM씨어터: 후보 영화관-조지아 메인지점. 하버드지점. 브루클린 브릿지 지점. 오하이오 3관 지점. 위 지점들은 현재 3분기동안 방문객 하락 중.

최과장의 파일에 써 있던 말. 최과장은 ‘이벤트를 하기 좋은’곳을 골라온 게 아니라 ‘이벤트 제안을 받아들여야하는’ 곳들을 찾아왔고, 그들에게 부족한 점을 적어왔다. 그리고 한록은 그 부분을 잘 공격해볼 생각이었다.

[AM씨어터에 건물을 통제할 만한 인력이 없다고 말씀하셨죠?]

<네. 최소한 일주일 정도 이벤트를 관리할 사람이 필요한데, 지금 당장 인력을 차출하기엔 어렵습니다. 참가인원이 많을 걸로 예상되네요.>

[이벤트 관리는 전적으로 CK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모든 책임소재도 이쪽에서 지겠습니다.]

한록의 말에 AM씨어터의 로버트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아무런 책임도 지게하지 않겠다’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한록이 쐐기를 박았다.

[로버트. 이벤트에 사람이 너무 몰릴 것이 예상된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관의 매출도 증가한다는 거죠.]

최과장의 자료에 써있던 말.

-AM씨어터: 후보 영화관-조지아 메인지점. 하버드지점. 브루클린 브릿지 지점. 오하이오 3관 지점. 위 지점들은 현재 3분기동안 방문객 하락 중.

-근처 UP씨어터에게 방문객을 뺏기고 있는 것으로 보임.

[그렇다면 4분기는 UP씨어터를 이길 수 있을텐데요.]

라이벌 영화관에 이번 분기마저 매출이 밀릴지 모른다. 로버트가 가진 가장 큰 걱정거리였고, 한록은 그 점을 파고들었다. 한록의 말에 로버트의 눈이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거의 넘어왔다.’

그리고 한록은 자신의 전략이 정확히 들어맞았음을 눈치 챘다. 한록이 한 번 더 로버트를 회유했다.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시군요. 그렇다면 이벤트를 AM씨어터 측에서 크게 수정하셔도 괜찮습니다.]

매출이 떨어지는 지점의 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딱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방금 한록이 얘기한 매출 상승.

그리고 두 번째는 그 매출 상승이 자기 덕분이라는 증명.

그리고 지금, 한록은 로버트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해줄 생각이었다.

[이건 제가 독단으로 진행하는게 아니라, 로버트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일이니까요.]

바로 ‘공동주최’.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이만-]

<한! 잠시만요.>

이벤트의 관리, 책임은 모두 CK가 지면서 로버트에게 어느 정도의 공도 주겠다는 말. 망해가는 지점의 관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에...

<언제까지 답을 드리면 됩니까?>

로버트가 드디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

가장 설득이 어려울 것 같았던 AM씨어터의 로버트. 그를 회유하고 나니, 나머지 사람들은 설득이 아주 쉽게 느껴졌다.

-K&U : 신생 영화 체인. 여러 컨텐츠를 보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

최과장의 자료.

[만약 원하신다면 <식물>의 이벤트 세트를 남겨두고 가겠습니다. 어떻게 사용하시든 좋습니다.]

<세트 저작권은요?>

[그 부분도 K&U에게 넘기겠습니다. 대여가 아니고 양도로요.]

<세트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라...>

한록의 설득.

-헤이즐 시어터: 협의회 소속 독립영화관. 인지도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음.

최과장의 자료.

[이번 이벤트가 진행되는 영화관 중 독립영화관은 단 두 곳입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헤이즐 시어터는 주목받게 될 겁니다.]

<음...남은 한 곳은 어딘가요?>

한록의 설득.

영화관들이 가장 원하는 말을 해주는 한록과, 한록이 말을 건널 때마다 흔들리는 담당자들의 눈빛. 화면 너머로 보이는 그들의 실이 말해준다. 그들은, 지금...

<한. 회의 후 다시 연락드려도 되겠습니까?>

거의 절반쯤 한록에게 넘어와 있었다.

[네. 이번 주까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헤이즐 시어터와의 미팅을 끝낸 한록. 연이어 세 개의 미팅을 마친 한록에게 최과장이 다음 상대의 파일을 넘겨주었다.

“여긴 크게 기대하지 마세요.”

최과장이 건넨 마지막 파일. 그건 지금까지 영화관 중 가장 크고, 유명하며, 가장 이벤트에 필요한 곳.

[LA-LA센트럴씨어터]

바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관. LA센트럴 씨어터였다.

“여기 건물이 통째로 영화관이라서 구조상으로는 가장 좋은데...여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맞춰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LA센트럴 씨어터가 뭐가 아쉽겠어요.”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하는 최과장. 아무리 최과장이라 해도 LA센트럴씨어터의 약점을 캐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뇨. 여기도 해볼 만합니다.”

하지만 한록의 목소리에는 이번에도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LA센트럴 시어터에 전화를 건 한록.

<지금 시점에서 이벤트 진행은 불가능합니다.>

LA센트럴씨어터는 역시나 아주 단호하게 한록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그 말을 예상이라도 한 듯 최과장의 자료에도 단 하나의 문자만이 적혀있었다.

[LA-LA센트럴씨어터]

-포섭 불가능.

포섭 불가능. 한록이 그 말을 보고 한번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

한록의 말은 길지 않았다.

[네. 저희 쪽도 필요 없습니다.]

<...네?>

[다행히 다른 영화관들이 섭외에 응해줬습니다. LA 센트럴 씨어터가 곤란하다면 이벤트는 필요 없습니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필요 없다는...>

[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렇게 깔끔하게 미팅을 끝내버린 한록.

<잠시만요. 이벤트에 대해 더 설명은 안 해주는 겁니까?>

한록이 화상회의를 종료할 시점에선 이미 LA센트럴씨어터 쪽이 더 이벤트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총 5시간에 거친 미팅을 끝낸 한록.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주거나..

-혹은 원하지 않는 것도 원하게 만들거나.

한록의 기가 막힌 협상실력에 최과장이 장난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팀장님. 무서운 분이시네, 진짜. 그렇게 약점을 찔러대시다니.”

“약점을 가져다준 건 최과장님 아닙니까.”

공범의 엄살에 한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록의 미소에, 회의 결과를 작성하고 있던 최과장이 질문을 던졌다.

“팀장님. 예상 결과 써야하는데 말이죠. 이중에서 몇 곳이나 수락할거 같으세요?”

“과장님은요?”

“음...한 곳만 수락해도 충분하고. 세 곳 정도면 차고 넘치죠. 그래서, 아마...”

오늘 회의 내용을 정리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최과장. 그가 잠시 생각 후 한록에게 말했다.

“다섯 곳 이상이요.”

‘한 곳만 수락해도 충분하다’면서 다섯 곳을 말하는 최과장. 오늘 한록의 협상이 아주 효과적이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에 한록이 웃으며 말했다.

“한 곳도 감사한 상황인데 다섯 곳이요. 욕심이 많으시군요.”

“욕심이 아니라 분석이에요. 팀장님은요? 누가 정답을 맞히는지 확인해봅시다.”

그리고 최과장의 질문에...

“전 열한 곳 전부요.”

아주 자신있게 답했다.

그리고 며칠 후.

자신에게 올라온 보고를 확인한 한록이 미소를 지었고, 최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과장님.”

[네, 팀장님.]

오늘의 용건은.

“저번 내기는 제가 이겼습니다.”

11곳의 영화관 모두가 이벤트에 참여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

그로부터 몇 주 후.

<식물>

<의심이 식물처럼 자라난다.>

<3월 27일 개봉>.

[전 세계 최초 3부작 동시개봉!]

[2023년 최고의 기대작.]

[미국 전역에서 6천개의 스크린 독점!]

[MIC:결국 미국 개봉하네.]

[DASH:서지훈 영화인가? 아, 아니군. 제작 도움이잖아.]

[momo:이거 보고싶어서 한국 갈 뻔했잖아!]

3부작 동시개봉. 서감독이라는 후광. 게다가, 협의회의 대규모 스크린 지원까지. <식물>은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식물> 스크린 독점 논란.]

[필름포럼협의회, 한국기업 특혜 논란.]

[우리는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가?]

[한국 영화가 미국의 스크린을 점령했다.]

그만큼 <식물>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제작이 끝난 <식물>의 파일이 세계 각지의 극장으로 전달되었다. 아마 오늘부터 <식물>은 전 세계 극장에서 테스트 상영을 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한록은 홀로 시사회실에 앉아 <식물> 삼부작을 지켜보고 있었다.

[<식물> 삼부작 동시개봉.]

[세계 최초로 삼부작을 동시에 개봉하기로 결정한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대체 어디로 갈 것인가?]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 결과. 이제 세 편에 걸쳐서 차근차근 인기를 모아가던 회귀 전의 <식물> 없다. 한록은 안정적인 성공과 엄청난 흥행을 맞교환했고, <식물>은 삼부작 동시개봉으로 영화계의 역사에 남거나, 혹은 세 편이 전부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록은 그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

천재적인 감독 두명. 그 둘이 모여서 만든, 한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영화.

‘이 영화는 절대 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식물>을 기억하게 될 것인가?]

우리는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식물>의 개봉이 드디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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