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203화 (184/263)

팀장님 대체 뭐하는 사람이에요?!

“그간 up씨어터가 거절한 73개 영화를 상영해달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번 광고에 이름을 걸고 나온 작품들을 상영해달라고 했죠.”

[거짓말을 하시네요. 그걸 up씨어터가 받아들였다고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묻는 실비아. 실비아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실제로 한록이 같은 제안을 했으나, 유니버설이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디렉터 서의 영화는 작품성이 보장된 영화죠. 하지만 그간 우리가 거절한 영화들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영화입니다. 이걸 상영해봤자 볼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홍보도 안 될 영화들을 상영하고 싶지 않다’는 유니버설의 입장. 한록도 이를 이해했고, 그래서 CK와 서감독의 신작을 상영하는 것으로 얘기가 끝났다. 실비아의 말에 마가렛이 답했다.

[네. UP씨어터는 디렉터 서의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하지만 이 얘기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결국 통과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CK 혼자 이득을 볼 순 없으니까요.]

실비아의 얘기듣고 유니버설이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정보가 샜다.’

실비아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움켜쥐었다. CK와 유니버설은 자신이 올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기자가 손을 들고 말했다.

[한 달 무료 상영이면 UP씨어터에게 꽤 손해일 텐데요.]

[하지만 감수해야할 문제죠. 원래 UP씨어터에서 상영해야 하는 영화니까요. 그리고...디렉터 서가 제대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수면>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거든요.]

차분하게 답하는 마가렛. 마가렛의 대답에 객석이 다시 웅성거렸다.

[저 감독이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야?]

[그럴만하지.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했잖아.]

[그럼 이제 한 달동안 영화가 무료로 풀린다는 건가?]

[오. 대단한 결정이네.]

유니버설, 그리고 서감독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유니버설과 CK를 한 번에 보내버리겠다’는 실비아의 계획은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누군지 모를 사람이 CK에게 정보를 줬고, CK는 빠른 시간 안에 대책을 세워왔다.

“질문이 끝났으면 앉으세요. 여긴 인터뷰장이 아니라 GV를 하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서감독의 말과, 실비아에게 몰린 사람들의 시선. 사람들은 실비아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질문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비아라고 해서 그냥 유명한 기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아뇨. 중요한 질문이 남아서요.]

실비이가 피식 미소를 짓고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감독에게 말했다.

[디렉터 서. 여유부릴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방금 la씨어터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오리엔트 살인사건>은 알고 계시죠? <수면>이 LA씨어터에서 쫓아낸 영화 말이에요.]

‘...무슨 일이지?’

그 말에 한록이 눈썹을 찌푸렸다. 실비아는 한록도 전해듣지 못한 소식을 가져온 것이었다. 실비아가 준비한 마지막 용건은...

[<오리엔트 살인사건>의 LA전체 매출이 <수면>을 넘었다고 하네요. 다음주부터 <수면>이 LA씨어터에서 제외되고, 다시 <오리엔트 살인사건>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해요. 또 영화관을 뺏기게 된 상황인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죠?]

<수면>이 다시 한 번 상영관에서 밀려날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수면>이 LA씨어터에서 내려간다고?”

“조건에 그런 내용이 있긴 했어요. 언제든지 편성은 변경될 수 있다고.”

해외팀도 처음 접하는 소식이었으나, 실비아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기엔 너무 자신만만한 표정이었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완전히 내려간단 얘기는 아니잖아.”

“그래도 유니버설에서 매출부터 밀렸잖아. 서감독님 충격이 크겠는데.”

“저기서 휘말리면 안 되는 건데...그게 가능할까요?”

서감독을 걱정하는 해외팀. 그러나 한록은 여전히 사람들과 생각이 달랐다.

한록은 실비아가 찾아오기 직전, 서감독과 둘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대충 이 정도면 실비아의 질문에 답이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질문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길 바랍니까?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말씀하세요.

-제 성격 아실 텐데요. 제 성격대로 말하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네, 그렇겠죠. 감독님의 발언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감독님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질 거예요.

오만하고, 한록보다도 더 자신만만하고, 언제나 자기 영화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서감독. 서감독의 발언은 분명 헐리웃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했다.

-능력있는 사람이 자기 일에 프라이드를 가지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만큼 사람들은 서감독이란 사람에 대해 매력을 느낄 것이다.

한록의 말에 서감독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본인 얘기십니까?

-그럴수도요.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그걸 뒷받침하는 커리어. 서감독 스스로가 한록에게 느끼는 감정들이었다.

자신의 실력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미 서감독도 잘 알고 있는 일이었으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네.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팀장님. 이쯤에서 끊을까요?”

“아뇨. 서감독님이 어떻게 나오나 지켜봅시다.”

서감독의 영화가 아니라, 서감독이란 사람을 세상에 보여줄 순간이 왔다.

마이크를 든 서감독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한록.

‘지금이다.’

자신이 기다려온 순간에 한록이 손을 움켜쥐었다.

예선전을 진행하며 느꼈던 서감독이라는 사람의 매력. 몇 번이나 그 매력에 고전하면서, 한록은 계속 같은 생각을 해왔다.

멋진 영화. 멋진 사람. 사람들이 사랑할만한 무언가를 볼 때면 마케터에게 드는 본능적인 생각들.

‘나도 이 사람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결국 <수면>은 <오리엔트 살인사건>을 이기는데 실패했군요. 디렉터 서의 영화는 늘 미국에서 반응을 얻지 못했죠. 미국 시장이 디렉터 서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비아. 이 내용은 통역할만한 내용이 아닌 것 같네요. 그만하세요.]

실비아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최과장이 말을 잘랐다. 최과장에게 답한 것은 서감독이었다.

“어차피 대충 알아들었습니다. 정확히 전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결국 최과장은 서감독에게 실비아의 말을 통역해주었고, 실비아의 말을 전해들은 서감독이 답했다.

“나라마다 영화 취향은 다른 거니까요. 난 관객의 감상에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미국이 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계시네요. 타임지가 올해의 영화로 선정하면 뭐하나요. 정작 헐리웃은 당신을 외면했는데.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입니다. 헐리웃이라고요. 이걸 ‘나라마다 취향이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나요?]

서감독의 모범적인 대답에도 실비아의 비아냥은 계속 이어졌다.

[너무한 거 아냐?]

[지금 뭐하는 거야? 빨리 GV나 진행하자고.]

[그만하고 나가!]

객석에 있는 사람들이 실비아의 무례함에 대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사람들의 야유에 실비아의 얼굴에 다시 한 번 미소가 걸렸다.

‘좋아. 이 정도면...’

“...당신은 내가 미국 관객을 평가하길 바라고 있군요. 좋습니다. 해주겠습니다.”

‘열이 안 받을 수가 없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마이크를 잡은 서감독의 모습에 실비아뿐만 아니라 모든 기자들이 바짝 긴장해 카메라를 들었다.

미국에서 유독 성적이 좋지 않은 아시아의 유명 감독. 그가 미국시장에 대해 말한다.

‘뭐라도 말해봐라. 당장 내일 아침 1면에 올려줄테니.’

그리고 실비아는 서감독이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의 입맛에 맞게바꿔 기사로 작성할 자신이 있었다.

서감독이 자신의 영화가 미국에서 먹히지 않는 걸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그에 대해 불만을 가지든, 가지지 않든, 그 어떤 내용이든. 실비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서감독의 답은...

“미국 시장에서 성적이 좋지 않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걸 신경써야 합니까?”

정말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

“신경 써 본 적도 없고, 딱히 할 말도 없습니다. 하지만 듣고 싶다니 솔직하게 말해주겠습니다. LA씨어터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당신들은 마치 미국이 영화계의 기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미국 시장에 매달리는 모습이 보고 싶은가 본데, 대단한 착각입니다. 미국은 그냥 다른 나라와 똑같은 시장이고, 나는 헐리웃이 내 영화를 좋아하든 말든 신경 안 씁니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괜찮은 영화를 가져왔으니까요.”

[어...]

서감독의 날카로운 대답에 벙 찐 관객들.

“역시 한국에서만 새는 바가지가 아니었군...”

고개를 젓는 현차장.

‘이래야지 서감독님이지.’

미소 짓는 한록.

다양한 반응들 속에서, 서감독은 작정한 듯 이야기를 이었다.

“나는 서지훈이고, <수면>과 <몬스터>, <지하세계>의 감독입니다.”

이름 석자와 영화 세 개로 설명될 수 있는 커리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

그리고...

“당신 수작질에 놀아날 사람이 아니란 뜻이지.”

실비아에 대한 서슬 퍼런 경고.

서감독의 발언에 실비아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실비아만이 아니라 다른 기자들 역시 그저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감히 헐리웃을 상대로 이런 말을 하다니!’

‘헐리웃은 신경 안 쓴다’라는 반응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미국 시장은 관심이 없다는-]

“당신들의 장난질에 관심이 없다는 거지. 내가 관심 있는 건 지금 여기 앉아있는 관객들의 생각이야. 내 영화를 재밌게 봐주고, 나랑 얘기를 하러 온 사람들. 그리고 당신은 계속 우리 얘기를 막고 있고.”

그리고 실비아의 마지막 공격 역시 서감독의 말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서감독이 실비아를 보며 말했다.

“나가. 나는 영화로 장난치는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아.”

서감독의 말에 잠깐 이어진 정적.

[그래. 나가!]

그 말에 답한 것은 실비아도, 기자들도 아닌 관객들이었다.

[난 GV를 보러온 거라고!]

[이제 꺼져!]

완전히 서감독의 편으로 돌아선 것 같은 사람들.

[나는, 그냥 질문을...]

[나가라고!]

[여긴 인터뷰장이 아니라잖아!]

도저히 말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질문들. 사람들의 야유에 실비아는 결국 쫓기듯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헐리웃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지?’

‘어떻게 저렇게 당당할 수 있지?’

‘어떻게 헐리웃이 그냥 다른 나라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지?’

그리고 상영관에서 도망치는 실비아의 등 뒤로...

“그럼 GV를 시작하겠습니다.”

[얼른 시작해요.]

[드디어!]

서감독의 목소리와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

그렇게 시작된 GV. 그러나 해외팀은 GV보다 다른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수면’의 디렉터 서. 미국 시장에 대해 발언하다.>

바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서감독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랬듯,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 서감독의 대답. 그러나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서감독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

“팀장님. 뉴욕 UP씨어터 모든 상영관에서 <수면>이 매진이래요.”

그리고 그게 한록의 예상처럼 <수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때 서감독의 GV가 끝났고, 서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감독이 한록에게 향했다.

“실수는 없었습니까.”

“그럼요.”

한록이 상영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GV가 끝났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서감독에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GV만이 아니라 수면, 그리고 오늘 실비아와의 논쟁에 대해 보내는 박수가 분명했다.

“반응은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얘기가 많이 나올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은 일단 주무세요.”

관객들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 오늘 있었던 일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할 것이었다. 서감독이 오늘 어떤 말을 했는지. 그 모습이 얼마나 무례하고, 건방지고, 매력적이었는지. 오늘 밤 모든 영화인들은 서감독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리라.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감독님은 유명인이 되어있을 겁니다.”

이제 미국의 모든 사람이 서감독의 이름을 알게 될 것이었다.

*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서감독과 실비아의 대화와, <수면>에 대한 기사들.

몇 달을 준비해오던 일이 끝났다. 이제 또 다시 서감독의 신작에 돌입해야하지만, 어찌됐든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 당장 해외팀에게는 빛나는 법인카드가 있고, 앞으로 미국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는 명목으로 주어진 3일간의 휴가가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밤새 <수면>에 대한 얘기가 불타오를 것이었다. 전 세계의 관심이 한 몸에 쏟아지는 이때.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이 모든 일의 주인공인 해외팀의 선택은-

“잡시다.”

다른 무엇보다 밀린 잠을 보충하는 것이었다.

“저희 뒷풀이 안 해요? 반응 좀 더 안 봐요?”

“내일 해, 내일. 일단 좀 자자.”

“술집 가서 자랑은...!”

“내일! 자고 일어나서!”

해외에서 이어지는 강행군과 오늘 갑작스럽게 등장한 실비아의 존재. 그 모든 것에 지친 해외팀에게 평소처럼 신나게 뒷풀이를 즐길 체력같은 건 남아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음날 서감독과 함께 뒷풀이를 할 것을 약속하고 각자의 호텔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텔 바로 내려온 두 사람.

“팀장님. 여기요.”

바로 최과장과 한록이었다.

*

모두가 잠든 밤. 한록에게 도착한 최과장의 메시지.

[팀장님. 주무세요?]

[아뇨.]

[안 자고 뭐하세요?]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그래요. 심심한데 같이 술이나 마셔요.]

최과장의 소환에 한록은 호텔 바로 내려왔다. 한록이 테이블에 앉자, 최과장이 질문을 던졌다.

“무슨 연락 기다려요?”

“닉 해리스요. 내일 뉴욕에 온다고, 한 번 만나자고 합니다. 과장님은요?”

“LA씨어터요. 오늘 매출 보고 <수면>을 월말 이벤트에 선정할지 말지 결정한다고 했어요. 그거 보고 자려고요.”

한록의 우상, 닉 해리스. 그리고 LA씨어터. 각자 중요한 연락을 기다리고 있으니, 쉽게 잠들 수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다 오늘 밤 새겠네요.”

한록의 말에 최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럼 우리는 할 얘기가 있죠.”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말하는 최과장. 그 모습에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던 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과장이 이토록 궁금해하는 얘기는, 바로.

“이제 말해주세요. 팀장님 꿈의 영화가 뭔지.”

한록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에 대한 것이었다.

*

“정확히 어떤 게 궁금하십니까?”

“다요. 무슨 영환지. 감독이 누군지. 그 영화로 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아. 가장 궁금한 건 따로 있네요.”

한록에게 질문을 퍼붓던 최과장이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손뼉을 쳤다. 그리고 물었다.

“대체 그 영화가 왜 그렇게 좋은지요.”

“음...”

최과장의 질문에 한록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영화에 얽힌 한록의 얘기는 너무나 길고, 또 너무나 개인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얘기를, 결국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면...

“거기 제가 나오거든요.”

그 영화가, 한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에 팀장님이 나온다고요? 제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요?”

최과장이 한록에게 물었고, 한록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그러자 최과장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팀장님 대체 뭐하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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