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198화 (179/263)

이거 미국에서도 통하는구나.

CK의 영화관 프로젝트, 그 첫 번째.

‘넷플릭스보다 못한 영화관들을 공개하겠다.’

한 마디로...

영화관이라 불릴 자격도 없는 영화관들을 공개하겠다는 뜻이었다.

영화관의 컨디션과, 상영하는 영화의 다양성. 그리고 작품성과 계약 비율들을 고려해서 영화관을 평가하겠다고 선언한 CK.

<요즘 CK 미국에서 뭐 하는 거죠?;;>

<엔터 기업들은 걍 미국 진출 같은거 생각하지말고 하던 일이나 잘했으면 좋겠음>

때까진 좋았는데. 감히 미국을 평가하겠다는 거야?>

<ㄴpeter: 말은 거칠지만, 동의. 본인들 나라에서 하지, 굳이 미국까지 와서?>

미국 영화관 시장에 돌을 던진 CK. 그 사실은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 큰 이슈가 되었고, 사람들의 첫 반응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가 함께라면 얘기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헐 이거 뉴욕 영화 협동 조합이 지원한다네요. 여기 미국 독립 영화계의 큰손임.>

<그럼 넷플릭스랑. 알렉산드로 감독이랑. 뉴욕 영화 협동조합이랑. 그리고 CK가 뭘 같이 한다는 거예요? CK가 왜 저기서 나오죠?>

<아니 뭐 ㅋㅋㅋㅋ재밌긴 하겠네요. 스케일 엄청 크네 ㅋㅋㅋ>

CK라는 이름 뒤로 붙은 쟁쟁한 회사와 단체들. 그 소식에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조셉. CK가 우리에게 보복을 하려는 것 같아요.]

소식은 유니버설에게까지 전해졌다.

[CK가 우리한테 어떻게 보복을 해? 그냥 내버려둬.]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어요.]

[왜?]

[넷플릭스가 엮였어요.]

[뭐라고?]

그 말에 조셉의 표정이 바로 바뀌었다. 조셉 리페즈. 유니버설의 플래닝 담당자이자, CK에게 보복을 하기 위해 <수면>의 상영중단을 결정한 사람.

[넷플릭스가 우리랑 싸우러 나왔다고?]

그는 졸지에 넷플릭스를 적으로 돌린 사람이 된 것이었다.

‘...내 선에서 끝낼 일은 아니다.’

[디렉터한테 바로 보고해. 아마 영화관 프랜차이즈끼리 회의할 것 같으니까, 그것도 준비하고.]

조셉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부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괜찮겠죠?]

단순히 외국 영화, 소규모 제작사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한 일. 그런데 이 일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게 커져 가고 있다.

조셉, 그리고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사실. 그러나 조셉이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말했다.

[괜찮아. 우린 유니버설이라고.]

*

그렇게 소집된 미국 영화관 프랜차이즈 회사들의 회의.

[이 일에 엮인 회사가 CK. 뉴욕영화협동조합. 스튜디오 B. 넷플릭스가 맞나요?]

‘우리도 영화관들을 평가하겠다.’

전무후무한 프로젝트로 영화관 프랜차이즈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회사들. 그러나 뉴욕영화협동조합도, 스튜디오B도, 넷플릭스도, 그들이 함부로 공격할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CK가 감히 영화관들을 평가한다니. 우습네요.]

그렇다면 타겟은 바로 CK.

[이 일을 그냥 넘어간다면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겁니다.]

[네. 제대로 대응해야 합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군요.]

미국의 초 거대 영화기업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고...

[앞으로 미국에서 CK 영화가 상영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같은 결정을 내렸다.

*

‘감히 우리에게 보복을 하려 해.’

회의가 끝난 후, 조셉의 생각.

[한. 영화관 협의회에서 앞으로 CK의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이 일을 한록에게 전해준 AM씨어터의 존.

[혹시 앞으로 프로젝트에 변경이 있나요?]

[아뇨. 변경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내일 광고를 공개할 겁니다.]

모든 일을 예상한 한록.

*

그리고 다음날. 한록의 말처럼 영화관 프로젝트의 두 번째 광고가 공개되었다.

[조셉. 넷플릭스 계정에 CK의 광고가 올라왔어요.]

[젠장. 둘이 대체 얼마나 엮여있는 거야?]

실시간으로 넷플릭스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 된 광고. 유니버설의 직원들과 조셉은 각자의 자리에서 광고를 클릭했다.

[어, 이거...]

그리고 영상에 등장한 아주 익숙한 얼굴에 조셉이 탄식을 뱉었다.

*

CK 영화관 프로젝트. 그 두 번째 광고.

광고에는 10명의 감독, 그리고 배우들이 검은 배경을 바탕으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들이 왼쪽부터 차례대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당신처럼 흑인이 주인공인 영화는 상영하고 싶지 않아.’>

<‘해피엔딩으로 바꿔오면 영화관에 걸어주지.’>

<‘수익의 80퍼센트를 우리 쪽에 넘기는 걸로 해.’>

<‘유니버설의 영화가 흥행이 부진하니, 관객을 채우기 위해 그쪽 영화가 걸린 상영관을 가져가야겠어. 이대로 계약은 종료야.’>

<‘외국 영화는 상영하지 않아.’>

저마다의 경험담을 얘기하는 감독, 그리고 주연배우들. 그들은 모두...

<그게 제가 유니버설로부터 들은 말이었어요.>

유니버설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젠장!]

조셉이 마우스를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

<그렇게 ‘킹덤 오브 문’은 아예 상영되지도 못할 뻔 했죠. 그런데 다행히 넷플릭스가 상영권을 사갔어요. 그리고 베니스 영화제 외국어상을 수상했죠.>

<저희가 넷플릭스에게 상영을 넘긴다고 하자, 유니버설은 위약금을 물어내라고 했어요. 먼저 상영관을 줄이겠다고 한 건 유니버설인데 말이죠.>

<그 위약금을 넷플릭스 측이 지불해줬어요. 사실상 ‘소네트’는 넷플릭스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거예요.>

영화관 프랜차이즈들의 갑질을 폭로하며, 넷플릭스를 칭찬하는 광고. 누가 봐도 이 광고가 공격하는 대상은 유니버설이었다.

조셉의 부하 지나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조셉의 자리로 달려왔다.

[조셉. 광고 봤어요? 감독들이 대체 왜 이러는 거죠? 우리가 무섭지도 않은 걸까요?]

[넷플릭스와 합의를 본 거야. 차기작 상영을 보장받은 거지.]

[그럼 어떻게 보복을...]

[할 수가 없어. 애초에 이 녀석들은 영화관에 영화를 걸 생각이 없는 거라고.]

광고에 나오는 감독들은 대부분 다큐멘터리나 독립 영화감독이었고, 유니버설 대신 넷플릭스를 선택하는 영리한 전략을 취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셉에게도 의문은 남아있었다.

‘그런데 CK는 왜?’

하지만 CK는 충분히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며,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

‘대체 우리를 적으로 돌려서 어쩌겠다는 거지?’

CK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어떻게 이렇게 자신만만한가. 왜, 한국의 작은 영화사 주제에 세계 2위의 영화사 유니버설에게 대항하는가.

여러 질문이 들었지만 도무지 답을 내릴 수 없었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법무팀에 연락해. 소송을 준비해야겠어.]

지금은 무엇보다 이 일을 틀어막는게 우선이었다.

*

“팀장님. 유니버설에서 당장 광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대요.”

다음날. 유니버설의 연락을 받은 최대리가 한록에게 말했다.

*

소송의 나라 미국. 그 곳의 초 거대 영화기업에서 날아온 고소장.

상황을 전달받은 한록은 바로 하정엽에게 면담을 신청했고-

“닉 해리스의 아이디어를 거절하다니. 그 결과가 결국 소송입니까?”

“네.”

“잘했습니다.”

하정엽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넷플릭스와 함께한다면 일은 훨씬 커질 겁니다. 아마 소송까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한록은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를 얘기하며, 이미 일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언질해 둔 상황.

‘소송이라. 그건 유니버설이 이 일을 어떻게든 끝내고 싶을 때야 진행할 겁니다.’

‘네. 모든 걸 시도해보고, 최후의 방식이 소송일 겁니다. 그러니까 소송이 걸린다면...’

“유니버설도 악을 쓰고있군.”

‘유니버설이 이미 CK를 어려워하고 있단 뜻이 될 겁니다.’

그저 흔하디 흔한 작은 외국 영화사. 거기에 늘 하던 대로 보복을 가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영화사가 도무지 물러나질 않는다. 그들이 미처 간과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장님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셨으니, 소송은 신경쓰지 마세요.”

하나. CK ENM은 그 흔한 ‘작은 외국 영화사’지만, CK 그룹은 손 꼽히는 재벌 그룹이라는 것.

“이번 일로 절대 CK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고 와야 합니다. 실패해도 좋으니, 최대한 싸우고 오세요. 아니...”

그리고 둘.

“실패할 리가 없겠지.”

바로 자신들의 상대가 한록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을 향한 든든한 믿음에 한록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사장님. 조금 더 강하게 나가도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무엇이든 해보라’는 사장의 허락. 거기에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대중의 반응.

그렇다면 이제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플래닝 매니저, 조셉입니다.>

하정엽과 미팅을 마치자, 유니버설 측에서 걸려온 전화.

‘직접 행차하시다니. 어지간히 애가 타는 모양이군.’

여태 이 모든 일을 벌였던 원흉, 조셉. 그가 직접 전화를 거는 모습에 한록이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

[CK ENM 해외팀 이한록 팀장입니다. 용건이 어떻게 되십니까.]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넷플릭스와의 광고를 내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하겠습니다. CK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겁니다.>

이전과 같은 유니버설의 협박.

[네, 연락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록의 차분하고 진중한.

[소송 진행하세요.]

그리고 아무것도 무서울게 없다는 듯한 대답.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정말로 소송을 진행할->

[하라고 말했습니다. 유니버설 측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면 진행하세요. 왜 우리한테 연락을 하는 겁니까?]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당당한 거야?’

한록의 강경한 대응에 조셉이 입술을 씹었다.

언제나 거대 영화사라는 지위를 등에 업고 소규모 영화사들을 협박해온 자신. 그때마다 영화사들은 자신의 앞에서 꼬리를 내렸고, 결국 모든 일은 유니버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용건이 이것 뿐이라면 끊겠습니다.]

그러나 한록은 절대로 굴복시키는게 불가능할 것 같은 상대였다.

<영화관 협의회에서 앞으로 CK의 영화는 상영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나 하는 겁니까?>

[그건 유니버설이 신경쓸 문제가 아니죠.]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아니, 오히려 자신을 협박하는 듯한 한록의 말투. 그런 한록의 태도에 조셉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이게 대체 뭐냐고!’

유니버설의 플래닝 매니저. 영화계에서는 그 어딜 가도 대접받는 위치. 오랫동안 지켜왔던 자존심이 이 낯선 남자와의 통화 하나에 점점 무너져간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있었다.

‘큰일났다.’

이 남자는 여기서 일을 마무리할 생각이 없다는 직감이었다.

CK를 밟아서 내쫓을 수는 있다. 여전히 미국에서의 강자는 유니버설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분명 유니버설에도 피해가 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조셉이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유니버설을 공격하는걸 그만두세요. 그리고 사과문을 올리세요. 그렇다면 영화관 협의회의 회의 내용을 파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미국에서 상영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수면> 역시 다시 걸어주겠습니다.>

조셉은 CK를 쫓아내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결국 <수면>을 다시 상영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필요 없습니다.]

한록은 조셉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게 무슨->

[제 말 안 끝났습니다.]

차가운 목소리로 조셉에게 말하는 한록. 한록의 전매특허. 상대의 반박을 불허하는 스피치가 시작된 것이었다.

[광고는 이미 법적으로 검토한 내용입니다. 아무 문제 없고, 오히려 유니버설에서 보복성으로 영화 상영을 중단한 게 문제가 될 거란 확인을 받았습니다.]

<보복성으로 거절한 게 아닙니다.>

[그 말은 변호사한테 하시죠. LA씨어터에서 영화를 내리지 않으면 상영을 중단할 거란 메일이 남아있습니다.]

<결국 소송을 하겠단 겁니까? 이렇게까지 일을 만들면서 영화관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합니까?>

[일을 이렇게 만든 건 유니버설입니다. 우리 회사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 영화관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 할테니 소송을 진행하든, 상영을 방해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잠시만, 다시 얘기를->

[더 이상 할 얘기 없습니다. 사과문을 보낸다는 내용이 아니라면 다시 연락하지 마세요.]

할 말을 마친 한록이 칼 같이 조셉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당황한 조셉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우리는 사과문이 올라와도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으니, 이 대가는 알아서 치르셔야 할 겁니다.]

<잠시만요!>

[끊겠습니다.]

그리고 한록은 조셉의 외침을 뒤로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세계 2위의 영화사, 유니버설 스튜디오. 그 곳을 상대로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라’라고 선전포고를 한 한록.

‘와, 진짜 깡 쎄네.’

‘영어로도 잘 싸우네...절대 개기지 말자.’

‘크으. 나는 언제쯤 저런 거 해보나?’

한록의 통화를 지켜보던 해외팀 사람들이 속으로 저마다의 생각을 떠올렸으며...

“역시. 이거 미국에서도 통하는구나.”

현차장이 자랑스럽다는 듯 작게 박수를 쳤다.

*

한록과의 통화 후, 몇 번이나 다시 전화를 걸고 있는 조셉. 그러나 한록은 다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체 무슨 배짱이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사실, CK가 진행하고 있는 영화관 프로젝트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게 맞았다. 하지만 이곳은 결국 미국이다. 아무리 적법하게 광고를 걸었다 하더라도 외국 회사인 CK가 여론에서 한참 불리한 상황.

[조셉.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왔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셉은 그 답을 알게 되었다.

CK가 이렇게까지 당당할 수 있는 이유. 그건 바로.

[@netflix: 누가 우릴 고소한다는데? XD]

그 뒤에 넷플릭스를 업고 있기 때문.

[@johnson: 혹시 그 회사인가?]

[@andy: 아, 그 회사 말이야.]

[@rozy: 다들 어딘지 알고 있군.]

[@HM1854: 흑인 영화는 안 걸어준다는 그 영화관?]

[@Ligo: 법정에 가면 우리도 그 영화관은 안 간다고 전해줘!]

그리고 이미 여론이 넷플릭스에게 돌아섰기 때문이었다.

*

영화제에서 수상을 할 정도로 훌륭한 영화들에게 갑질을 해온 유니버설. 그리고, 그 영화를 가져가서 상영해준 넷플릭스.

2차 광고 덕분에 여론은 이미 넷플릭스와 CK에게로 돌아선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넷플릭스한테 너무 열광중이에요. 이걸 게임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CK의 영화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걸 알면, 우리도 유니버설처럼 타겟이 될지 몰라요.>

<이 일은 CK와 유니버설의 일로 내버려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빠르게 이 상황을 파악한 다른 영화관들. 그들에게 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디렉터. CK에게서 메일이 왔어요.>

<젠장, 그건 누가 말한거야!>

<그게 끝이 아니에요. 알고 있지만, 기회를 주겠대요. ‘수면’ 이랑 뉴욕협동조합의 영화들을 앞으로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해달래요. 그럼 이번 영화관 프로젝트에 반영해주겠다고 했어요. 여태까진 배타적인 상영을 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는 극장으로 분류하겠대요.>

영화관 프로젝트에서 사정을 좀 봐주겠다는 CK의 제안. 그건 다시 말해-

<우리는 이쯤에서 빠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이 일에서 발을 뺄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

<조셉.>

다음날. 출근을 한 조셉에게 부하직원이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왔다. 그리고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신문기사 하나를 전달했다.

[<수면>. UP 씨어터 외 모든 영화관에서 상영 확정.]

[<수면>의 첫 개봉은 LA 센트럴 씨어터로 결정되었다.]

<우리 이제 어떡해요?>

*

<다른 회사들은 뭐래? 리걸 시네마는? AM씨어터는?>

<다른 영화관들이 이미 개봉을 결정해서 자기들도 어쩔 수 없대요.>

한 두곳도 아니고, 모든 영화관이 <수면>의 개봉을 결정했다. 이렇게 된 이상 ‘협조하지 않는 영화관에게는 영화를 주지 않겠다’는 협박도 통하지 않게 되었다.

<조셉! 디렉터가 지금 당장 올라오래요!>

<조셉. 어떡하죠?>

<지금 계속 ‘킹덤 오브 문’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고 있어요.>

<넷플릭스에 또 광고가 올라왔어요!>

영화관 협의회. 넷플릭스. 그리고 대중들의 반응까지. 모두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게 등을 돌린 상황.

<조셉!>

<잠깐. 잠깐. 잠깐만!>

<조셉. 받아야해요.>

조셉이 패닉에 빠져있는 그때...

한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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