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영화인지 말해주면 안 돼요?
통제된 도로. 골목길의 맨 끝에 나타난 말을 탄 남자. 그들을 따라오는 좀비까지.
<시험>의 명장면이자, 예고편의 하이라이트였던 장면이 뉴욕 거리에 재현된다.
[광고에 나왔던 장면이야.]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은 인도의 펜스 너머로 최대한 팔을 뻗어 좀비떼를 찍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 차 있었다.
[진짜 넷플릭스에선 볼 수 없는 거 맞네. 오길 잘했어.]
[끝내주잖아!]
[잠깐만요. 조금만 비켜주세요.]
[조금만 더 가까이 와주지!]
사람들이 정신없이 영상을 찍는 사이, 세자와 좀비는 점점 사람들로부터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자가 사람들 앞의 도로를 지나치고, 좀비떼가 이어서 그 뒤를 따를 때. 사람들이 흥분에 가득차서 손을 뻗고 코 앞의 좀비들을 찍을 때.
[여기! 여기!]
[여기 봐 줘!]
[이거 정말 진짜 같잖아!]
“캬아악!!!”
좀비들이 펜스 안으로 손을 넣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꺅!]
[shit! 대체 뭐야?!]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는 사람들과, 계속 팔을 휘젓는 좀비들. 그리고 그 순간, 앞에서 들리는 말발굽소리.
“이랴!”
세자가 좀비를 유인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크아아악!”
다시 한 번 세자에게 시선을 돌린 좀비떼. 그리고, 세자가 좀비 몇 마리를 처리하고 말을 출발시키기 전에 사람들을 보며 한 말.
[나를 믿으라.]
그 말과 함께, 세자는 다시 말을 타고 골목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세자를 따라서 사라져버린 좀비떼와, 도로에 남겨진 관객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시험>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겪은 관객들은 넋이 나가 있었다. 잠시 후, 그 중 누군가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더 있는 거지?!]
근처의 직원들을 붙잡고 묻기 시작하는 관객들. 관객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한록이 최대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최대리가 부스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다른 장면은 영화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안 돼!]
[한 번만 더 해 줘. 제대로 못 찍었단 말이야!]
[나도, 나도.]
최대리에게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 그 모습에, 한록의 곁에 있던 존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 정도일 줄은...]
‘이렇게나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는 존의 반응.
‘참신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거부감도 있을 줄 알았어.’
좀비. 아시아 영화. 거기에 말까지. <시험>의 퍼포먼스에 대해 존이 가지고 있던 생각은 ‘신기한 기획이어서 사람들 눈길을 끌기 좋은’ 퍼포먼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그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관객들 반응은 확인 된 것 같군요. 아까 말씀드린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셨습니까.]
그 틈을 타 존에게 묻는 한록. 한록은 아까 전 회의 때 말한 ‘am측이 퍼포먼스의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었다. 존의 얼굴에 깊은 고민이 스쳐지나갔다.
‘정말 우리가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가져와야 하나?’
‘이 퍼포먼스를 놓치고 싶지 않다’라는 마케터의 마음. 그리고 ‘미국 최고의 회사가 고작 한국 영화를 지원해줘야 하나?’ 라는 미국인의 마음 속에서 갈등하는 존.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것 같군요. 상부에 보고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양가감정 속에서 고민하던 존이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다.
미국 최대의 영화 프랜차이즈 AM 씨어터. 그 곳에서 CK와 지속적인 협업을 고려하겠다고 말한다.
이미 헐리웃 신문에 날 법한 활약이었지만, 한록의 마음에 차지는 않았다.
‘현차장님이 어떻게 만들어주신 기횐데. 이 정도로 끝낼 순 없지.’
-지금 확답을 받아야 한다. 바로 여기서.
하지만 이미 모든 퍼포먼스를 보여준 후였고, 또 뭘 해야 존의 마음을 완전히 돌릴 수 있을지 지금 당장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록이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을 때. 최대리가 이벤트 부스를 AM의 직원에게 맡기고 한록에게 다가왔다. 그걸 보니 바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존을 설득할 엄청난 아이디어.
-가 아니라, 이 문제의 전문가는 따로 있다는 생각이었다.
“최대리님. 지금 관객들 반응을 더 자극할만한 방법이 없을까요?”
이제 자신에게는 도움을 청할 든든한 동료들이 많이 있으니까.
“저한테 맡겨요. 제가 존을 좀 알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한록에게서 존에 대한 얘기를 전해들은 최대리가 자신있게 말했다. 그리고 부스로 돌아가기 전, 한록을 돌아보고 말했다.
“문제 생기면 팀장님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무언가 큰 사고를 치려는 듯한 최대리의 말. 그 말에 한록이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저 팀장입니다.”
“그 말 오랜만에 듣네요.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한록을 바라보고 웃더니, 마이크를 잡은 최대리. 최대리가 관객들에게 말했다.
[요청에 따라, 2시간 뒤에 한번 더 퍼포먼스를 진행하겠습니다.]
[역시. 이래야지!]
최대리의 말에 환호성을 지르는 관객들. 그러나 최대리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만, 퍼포먼스는 오늘 이 영화관의 <시험>이 전석 매진일 경우에만 진행합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시험>이 전석 매진인 극장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퍼포먼스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윤일. 잠시만요.]
최대리의 말에 웅성거리는 관객들과 AM씨어터의 직원. 그러나 최대리는 AM씨어터의 직원의 말을 무시하고 덧붙였다.
[더 보고 싶으시면, 뭐...예매를 많이 하세요.]
그리고 관객들에게 산뜻한 윙크를 날리고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사고친다더니, 이런 거였군.’
최대리의 말에 피식 미소를 지은 한록. 대체 어떤 식으로 사고를 칠까 했는데, 관객들을 상대로 협박을 할 줄은 몰랐다. 그때 존이 한록에게 말했다.
[한. 이게 무슨 말입니까. 전혀 협의되지 않은 내용 아닙니까.]
[오늘 두 번째 공연은 이미 협의 됐을 텐데요.]
[오늘 말고, 다른 날들 말입니다.]
[AM씨어터가 아니라 다른 곳과 협의 중인 내용입니다. 다른 곳과도 협상 중이라고 미리 말씀드렸을 텐데요.]
[한. 정말로 우리보다 경쟁력있는 파트너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팽팽하게 이어지는 한록과 존의 대화. 그리고...
[팀장님.]
[유선씨. 잠시 후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갑자기 존과 한록의 대화에 끼어든 유선. 아무리 급해도, 외부 회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다른 사람이 끼어든다. 예의를 벗어난 유선의 행동에 당황한 한록이 말했다.
“유선씨. 잠시만요. 나중에 얘기해요.”
“팀장님. 협상에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자 유선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유선은 아까 최대리와 한록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부터 계속 둘을 지켜보고 있었고, 어딘가와 연락을 하고 있었다.
“저 믿어주세요.”
그리고 그 말은...
“네. 말씀하세요.”
한록이 설득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UF 씨어터와 얘기 끝났습니다. 방금 퍼포먼스 영상 확인했고, 퍼포먼스를 전국에서 진행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하네요.]
일부러 영어로 말하는 동시에, 한록에게 태블릿을 건네주는 유선. 거기엔 UF씨어터의 로고가 크게 박힌 메일이 떠 있었다. 현차장이 참조로 보내준 것이었다.
‘차장님! UF씨어터에 바로 연락해주세요!’
최대리와 한록이 얘기하는 것을 본 유선이 바로 현차장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바로 계약 체결할까요?]
존에게 들리도록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하는 유선.
[음...]
일부러 고민하는 듯 시간을 끄는 한록.
‘UF 미디어라고? 지금 거기에 뺏기게 생긴건가?’
라이벌 회사인 UF미디어의 등장에 당황한 존.
[존. 지금 <시험>이 모두 매진되었습니다.]
[이 극장 말인가? 그럼 일정 변경없이 퍼포먼스 진행하는 걸로-]
존에게 다가온 피터의 말과...
[아뇨. 뉴욕 전체에서요.]
최대리가 던진 폭탄의 결과.
[뉴욕 씨어터-매진]
[UF 씨어터 뉴욕지점-매진]
[UF 씨어터 맨하탄지점-매진]
[AM 씨어터 허드슨지점-매진]
인터넷에 올라간 영상들 덕분에, 하나 둘 매진이 시작되는 <시험>의 상영관들.
‘UF씨어터가 상영관이 더 많잖아!’
존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 때, 상황을 지켜보던 한록이 유선에게 말했다.
[유선씨. UF씨어터에 연락해주세요.]
[네. 뭐라고 전달할까요?]
[오늘 계약 체결하겠다고요.]
그리고 그 말에 존이 퍼뜩 고개를 들고 외쳤다.
[한! 잠깐만요.]
존의 다급한 목소리에 아무도 모르게 시선을 교환하는 한록. 최대리. 그리고 유선.
한국인 세 명의 미소 속에서...
[지금 바로 상부에 보고할테니 기다려 줄 수 있습니까?]
미국 최대 회사의 마케터가 패배 선언을 던졌다.
*
그로부터 세 시간 후. <시험>의 두 번째 퍼포먼스가 끝났고, 오늘의 이벤트는 종료되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미국인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해외팀.
<지금 12번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
<저거 <시험>에 나오는 모자 아냐?>
<12번가 근처인 사람은 당장 나와!>
<오하이오. 뭐하고 있는 거야? 우리만 매진이 아니잖아!>
그리고 두 차례의 퍼포먼스로 미국의 영화광들을 뒤흔든 <시험>.
미국의 전역에서 <시험>의 상영관들이 매진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개봉 첫 주 전지역, 전석매진이에요.”
미국에서도 기대작들이나 달성할 수 있다는 첫 주 전석 매진이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존에게서 바로 연락이 왔다. 한록이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았고, 스피커폰으로 전환하였다.
<상부에 보고 했습니다. 퍼포먼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부분은 이제 확정입니다.>
[네, 비용 문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말씀드렸다시피, UF 씨어터측은 70%를 부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아...>
한록의 말에 전화기 너머로 한숨을 쉬는 존.
‘빨리 말해요, 존.’
‘빨리!’
존이 대답을 망설이자 최대리와 유선, 하대리가 핸드폰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어 입모양으로 속삭였다. 그리고 잠시 후. 존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하루 종일 한록과 최대리, 유선이 한몸처럼 움직이며 머리를 굴린 결과는.
<우리 측은 90%까지 부담 가능합니다.>
완벽한 승리.
‘그래, 이거지.’
그 말에 최대리와 유선, 하대리가 말없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네, 알겠습니다. 내일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존과의 전화통화를 끊은 한록. 한록이 통화를 종료하자, 젊은 혈기의 해외팀 사람들이 한록을 바라보았다.
전석매진. AM씨어터의 항복 요청. 지금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사람들의 반응까지. <시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마케팅은 끝났고, 해외팀은 완벽한 성과를 달성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한록의 말에 유선이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대사...!”
-처음 도전한 미국 시장. 열심히 일했고. 그만큼 성공했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네. 실컷 놉시다.”
누구보다 끝내주게 노는 것이었다.
“일어나요. 제가 사겠습니다.”
“이래야 팀장님이죠!”
한록이 카페에서 일어나며 말했고, 하대리가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
그 날 저녁. 뉴욕의 32층 빌딩에 위치한 고급 바. 그곳에서 동양인 네명이 가장 좋은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너무 어색하네요.”
이 자리가 어색해보이는 한 남자.
“편하게 마셔요. 돈 내고 온 건데, 뭐.”
그런 남자에게 말하는 또 다른 남자.
“저...저저...저...떨려서 숨이 잘 안 쉬어져요...”
그리고 이곳의 호화로운 분위기에 잔뜩 긴장한 여자와, 그 모습을 보며 다정하게 미소를 짓는 남자.
한록과 해외팀이었다.
‘제대로 놀아봅시다.’
라는 한록의 말에, 근처에서 가장 비싼 바로 향한 해외팀. 메뉴판을 볼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이었으나, 한록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두에게 말했다.
‘원하는 대로 시키세요.’
‘그...저...여긴 너무 비싸서...’
‘그냥 시키세요. 저 돈 많습니다.’
‘이런. 상사가 할 수 있는 최고로 멋진 말입니다.’
그렇게 금가루를 넣은것처럼 비싼 칵테일을 덜덜 떨리는 손에 한잔씩 쥐게 된 해외팀.
“이...이거 먹어도 되는 건가요? 포장해서...집에 가서 한 방울씩 마셔야...”
“기네에 음료반입 안 됩니다.”
“팀장님. 유선씨가 진짜 집에 가져가겠다는 말이겠냐구요. 진짜 농담이 안 통하시네.”
“아...반입이 안 되는군요...”
“...농담이 아니었어요?”
한록과 해외팀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서 돈의 맛을 마음껏 즐기고 있을 때. 그때, 옆자리의 외국인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오늘 12번가에서 이벤트 보고 왔어.]
[아, <시험> 어땠어?]
[끝내줬지.]
[젠장, 보러 갈 걸. 한번 더 안 해주나?]
[2주 뒤에 LA에서 한 대.]
[거기까지 어떻게 가.]
[그러게 내가 가잘 때 가지 그랬어?]
[이런 걸 할 줄은 몰랐지. 네가 또 이상한 한국영화 보러가자는 줄 알았다고!]
<시험>과 그 퍼포먼스에 대해 얘기하는 외국인들.
오늘, 미국을 상대로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했다. 그리고 그걸 자축하기 위해 향한 바에서는 외국인들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한국인의 자부심. 그리고 직장인의 성취감.
“이게 바로...성공한 직장인의 삶...?”
“유선씨 취한 것 같은데.”
“뽕에 취했습니다...”
이제 막 정규직이 된 신입 유선은 자신이 만든 어마어마한 성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중이었다.
“어우, 그거 한 번 취하면 잘 안깨는데.”
“저도 좀 취한 거 같아요.”
유선만이 아니라 나름대로 실무의 베테랑인 하대리와 최대리 역시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오늘의 성과는 처음 만들어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한록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록은 해외팀을 바라보며 기분 좋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오늘 하루종일 한록을 도와 뛰어다니던 유선과 최대리, 그리고 하대리.
그들은 이전처럼 단순히 한록의 지시를 따른 게 아니었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비장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주었고, 도움이 필요할 땐 한록조차 상상하지 못한 결과들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뒤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동료가 있고, 그들과 함께 술 한잔을 할 여유도 있다.
‘나도, 팀원들도...다같이 성장했구나.’
팀원들에 대한 애틋함과 고마움, 대견함.
‘첫 번째 단계는 성공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목표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록이 회귀 후 가장 이루고 싶어하는 것이자, 한록이 이 길을 걷게 만든 이유. ‘가장 사랑하는 영화를 전 세계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한록은 그걸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가고 있었고...
[이상한 한국영화라니. 한국 영화 재밌어. <부산열차>도 재밌었잖아.]
그 첫 단계가 오늘 성공했다.
‘한국 영화’의 존재를 알아가는 관객들.
[흠...그래. 그런 것 같기도.]
그리고, 그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들까지.
‘이대로만 가면...정말 얼마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록은 옆자리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를. 자신을 이곳에 있게 해준 영화를.
누군가의 삶을 바꿔주는 영화를.
그런 사람들을 사람들에게 선보일 날이 머지 않았단 생각이 든다.
“팀장님. 무슨 생각해요?”
그리고 한록을 바라보던 최대리가 질문을 던졌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또 그 영화 생각하죠?”
한록을 아는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영화’.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팀장님 그 영화 생각하실 때마다 웃는 거 다 알아요.”
“...맞습니다.”
“이럴 줄 알았어.”
한록의 빠른 수락에 최대리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유선과 최대리가 사진을 찍으러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한록에게 말했다.
“팀장님. 그 영화 얘기 아무도 모르죠?”
-이한록이 정말 마케팅하고 싶어하는 영화가 있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모두가 아는 한록의 인생 목표. 그러나 아무에게도 정확히 말해주지 않은 영화 얘기.
“저도 비밀 말해줄게요. 그게 대체 무슨 영화인지 말해주면 안 돼요?”
최대리가 그 영화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