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이곳에서 가장 강자라는 걸 보여줘.
CK ENM의 지하주차장.
한적한 주차장에 벤츠 하나가 등장하자, 사람들이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눈으로 벤츠를 바라보았다.
‘임원인가? 임원 전용 주차장은 아래 층인데?’
‘어떤 놈이 회사에 벤츠를 타고 와?’
‘어떤 인간인지 얼굴이나 보자.’
그리고 벤츠에서 내린 것은...
“헉.”
한록이었다.
‘이한록이다!’
오늘 아침 잔뜩 업로드된 한록에 대한 기사들. 한록은 지금 이 순간 CK ENM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한록이면...그럴만하지.’
‘본인 차인가?아니면 이제 임원 됐다고 차도 받은 건가? 부러워죽겠네!’
‘눈 마주치지 말자...’
저마자 다른 생각을 하며 한록을 흘끔흘끔 쳐다보거나, 후다닥 자리를 비키는 사람들.
그들 사이를 걸으며 한록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차도 받은지 얼마 안 됐는데...좀 익숙해지려 하니까 차를 바꿔야하는군.’
어제, 한록에게 개인 소유의 차를 지급해줄 것을 약속했던 하정엽. 하지만 한록은 지금 타고 있는 회사소유의 벤츠와 BMW가 꽤 마음에 드는 상황이었다.
‘그냥 법인차량 탄다고 할까?’
잠시 생각하던 한록. 그러나 한록은 곧 명쾌한 결정을 내렸다. 벤츠. 그리고 BMW를 포기할 수 없다면.
‘개인차량도 똑같은 걸로 사 달라고 해야겠군.’
하정엽에게 받아내면 그만이었다.
사장에게서 벤츠를 뜯어낼 생각을 하며, 즐겁게 회사로 출근한 한록.
“형!”
로비에 들어가자마자, 저 멀리서 한록에게 달려오는 누군가. 바로 영도였다.
“빨리 타. 조금만 있으면 사람들 출근한다.”
둘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영도가 한록에게 말했다.
“형. 앞으로 사람들 인사하나 안 하나 잘 체크해. 그리고 감히 임원한테 인사를 안 하는 놈이 있다? 바로 쓱싹해버려.”
“내가 너인 줄 아냐?”
“아니, 이거는 나라서가 아니라 원래 중요한 거야. 형 어리다고 기어오르는 놈들 체크하는 거라니까?”
“그럼 너부터 해라. 90도로. 각도 맞춰서.”
“아, 네! 알겠습니다.”
영도의 말에 장난을 치는 한록과,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답하는 영도.
“이한록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영도가 한록에게 허리를 크게 숙이며 인사한 순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람들. 그들의 앞에 나타난, CK 그룹 최연소 임원. 그리고 그의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인사하는 직원.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빠르게 판단을 마쳤고...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한록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올라가십시오!”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이밀지 않았다.
한록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닫혀버린 엘리베이터 문과, 엘리베이터에 덩그러니 남겨진 한록과 영도.
“그래, 형. 이거야!”
순식간에 지나간 상황에 얼이 빠진 한록을 보고 영도가 말했다.
“이 정도는 돼야 임원이지!”
*
그렇게 호된 신고식을 마치고 사무실에 도착한 한록.
그러나 ‘이전처럼 살 순 없을 거다’란 최경준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아직 한록의 신고식은 끝나지 않았다.
“이과...이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한사람씩 출근을 할때마다 한록을 보고 꾸벅 인사하는 마케팅 부서 사람들.
거기에, 처음 승진 얘기가 나왔을 때처럼 메시지 또한 엄청나게 도착하고 있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한록 팀장님, 안녕하세요. 비서실장 오은택입니다.]
[안녕하세요. 영화사업본부 소식 들었습니다. 조만간 같이 차나 한잔 해요 ^^-음악사업본부 매니지먼트팀 이정우 팀장]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 역시 임원급이나, 그 바로 아래라는 점. 그리고 한층 말투가 공손해졌다는 것이었다.
[이한록 팀장님, 법무팀 팀장 정은철입니다. 이전의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일주일 전, 한록에게 반말로 메시지를 보냈던 사람의 빠른 변화.
한록이 이제 그냥 ‘사장의 사랑을 받는 새로운 스타’가 아니라 CK ENM의 권력자 중 한명이 됐음을 보여주는 변화였다.
[영도: 형. 우리 부서 사람들이 나한테 자꾸 형이랑 무슨 사이냐고 묻는 중. 나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 잘했지?]
그리고 한록에게 연을 대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제 한록의 주위 사람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영도: 형. 부장님이 나한테 갑자기 잘해줘. 형 때문인가 봐.]
[영도: 형. 부장님이 형이랑 식사 한 번 할 수 없냐고 물어봐. 형 바쁘다고 했어.]
[영도: 형. 사수가 자꾸 여친이랑 헤어졌다고 짜증내는데 한 마디만 하면 안 돼? 이 사람은 아직 형 승진한거 모르나봐.]
‘이 귀여운 녀석.’
자신보다 더 신이 나 보이는 영도를 보며, 한록은 얼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진짜? 진짜로? 해외팀 팀장? 임원이 된다고? 형이?
-그럼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냐.
GV팀을 제외하고는 영도에게 가장 먼저 해외팀에 대해 설명해준 한록.
과거, 영도는 한록에 대한 질투심과 열등감으로 한록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었다.
‘이번엔 어떤 반응일까.’
영도가 변한게 없다면. 이전과 똑같이 자신을 질투한다면. 그렇다면 한록도 영도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었다. 한록은 영도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폈고...
-형 진짜 대단하다...
소식을 들은 영도는 잠시 부러운 듯한 눈으로 한록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록과 영도의 손목에 연결된 실이 반짝거리며 빛났고, 영도는 한록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래야 우리 형이지!
과거와 달리, 한록의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영도.
-형. 이러다가 형이 우리 회사 사장되는거 아냐?
-사장은 따로 있잖아.
-하정엽씨는 대표하면 되는 거고! 형은 사장하자. 그리고 형이 만들고 싶다던 회사 만들어! 이상한 짓 안하고, 다들 마음 편히 일만 할 수 있는 회사.
게다가, 영도는 회귀 직후 한록과 나눴던 대화를 기억하며 한록을 응원해주었다.
‘영도는 못 믿어도, 이 실은 믿을 수 있지.’
영도와 한록의 실은 아주 단단히 서로에게 묶여있었고, 영도는 정말 진심으로 한록을 응원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이전과는 달라진 동생의 모습에 한록이 영도의 머리를 세게 쓰다듬었다.
-왜, 왜 이래?
-귀엽고 얄미워서, 이 자식아.
-왜 얄미워? 아, 형. 아파. 그만해.
-참아. 넌 좀 당해봐야 해.
이전에는 자신을 배신했던 동생. 그 동생과 이제는 미래를 약속할 수 있게 되었다.
한록이 이전과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됐다는 것. 그리고 한록에게 약점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걸 증명해주는 사실에 한록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때가 됐다.’
자신의 적수를 향해 칼을 갈기 시작했다.
*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먼저 미끼를 던진다.’
최경준과 얘기했던 문오석을 제거할 방법. 그 방법이 이제 완전히 준비됐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록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KBC 예능국장 강철민입니다.]
KBC의 예능국장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십니까?”
[CK 예선전과 관련해 드릴 말씀이 있어 전화 드렸습니다. 팀장님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송PD에게 전해듣기로는, 상당히 권위적이고 사납다던 예능 국장 강철민. 그러나 전해들은 것과는 다르게, 강철민은 상당히 예의 있는 태도로 한록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쯤되면, KBC 예능국장이나 되는 사람이 왜 갑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이해가 간다.
여태 한록이 CK 예선전을 열심히 만들때는 전화 한통, 아니 아는 척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인사를 하는 이유.
[아, 그리고...좋은 소식 축하드립니다.]
아마 한록이 CK그룹 최연소 임원이 됐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것이 분명했다.
‘이러려고 전화했군.’
“네, 감사합니다. KBC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처럼, 한록과 연을 만들어두려는 듯한 강철민 국장의 전화. 한록은 대충 전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이어진 강철민 국장은 말은 한록에게도 꽤 괜찮은 소식이었다.
[네. 그래서 말인데...이번 한국영화대상에서도 CK와 협업을 하고 싶습니다.]
바로 한록이 여태까지 공을 들인 시상식. 한국 영화대상. 그 곳에 한록의 도움이 필요하단 말이었다.
[아시다시피, 저희가 한국영화대상의 마케팅과 프로그램 제작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CK 예선전 반응이 워낙 좋다보니, 영화대상측에서 시상식 자체도 특별하게 진행하고 싶다고 해서요. 이 부분도 CK와 함께 논의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K는 정확히 어떤 부분을 담당하는 겁니까?”
[이번 예선전처럼, 시상식 전체 기획을 담당해주셨으면 합니다.]
시상식의 전체 기획.
한록이 노리고 있는 무대. 그 무대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결정권을 주겠다는 말이었다.
도착지의 화려한 수상과, 해외팀의 출범을 알릴 수상소감. 그 모든 걸 가장 화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네. 긍정적으로 논의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한록도, CK 입장에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한록의 허락에 강철민 국장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CK와 일할 기회가 생겨서 기쁩니다.]
이전에 CK 예선전을 거들떠 보지도 않을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에 한록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KBC가 CK에게 제발 프로그램을 달라고 애원하고, KBC의 국장은 한록에게 감사인사를 전달한다.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그리고...다음에 한 번 식사 대접을 하고 싶습니다.]
정말 완전히.
*
-그 부분은 다음에 얘기해도 될 것 같습니다. 시상식은 송PD님이 담당자이신 것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럼 자세한 부분은 송PD님과 논의하고 싶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꼭 다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끝난 한록과 강철민의 통화. 잠시 후, 송PD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한록 팀장님, 안녕하세요. 송은주 PD입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깍듯해진 송PD의 말투에 한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PD님. 우리 사이에 이러시깁니까. 말씀 편하게 하세요.”
[어우, 팀장님. 승진 축하해요. CK 최연소 임원이라면서요? 내가 진짜 대단한 사람이랑 일을 하고 있었네.]
한록의 말에 송PD가 바로 편하게 말을 시작했다. 오늘 하루종일 마주친 사람들과는 다르게 가식 없고 자연스러운 모습. 그 모습에 한록은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근데 있잖아요. 저도 곧 승진합니다. 예선전 잘 끝내서 부장은 일단 확정이에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시상식도 잘 끝나면...그 이상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기에 이어진 기쁜 소식까지.
“그럼 시상식을 정말 잘 해봐야겠네요.”
송PD는 엄청나게 사기가 오른 상황이었고, 그건 한록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록은 이미 시상식을 위해 아주 특별한 게스트를 섭외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강철민의 전화를 받자마자 몇가지 아이디어가 더 떠오른 상황.
[벌써 생각중이신 게 있으시구나.]
“당연하죠.”
[그게 뭐예요?]
“일단, 시상자들 라인업을 최고로 준비할 겁니다. 국내가 아니라, 세계 영화계 사람들로요.”
[그게 가능할까요? 지금 시상식이 2주밖에 안 남았는데, 현실적으로 국내 시상식에 그 사람들이 올 것 같지가...]
“옵니다.”
이어지는 송PD의 걱정. 그 말에 한록이 바로 답했다.
“제가 섭외하면 올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하는 한록. 하지만 그 상대가 이한록이다. CK 최고의 천재. 한국 영화계에 다시 없을 마케터. 그리고-
“안 되면 뭐, 사장님한테 부탁드리죠.”
CK 그룹 최연소 임원.
[하.]
한록의 말에 송PD가 짧게 웃고는 말했다.
[난 당신이 이럴 때가 너무 좋더라!]
*
[그럼 일단 게스트 섭외 갑시다. 그리고 그 외에 생각중이신 것도 윤곽 잡히면 바로 알려주세요. 저는 팀장님 아이디어를 보완하는 쪽으로 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록의 기획대로 만들어지게 된 한국영화대상. 송PD가 전화를 끊기 전 한록에게 말했다.
[팀장님. 이거 잘 되면 저 부국장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팀장님은 뭐, <도착지>나 <수면>이 대상 받으실거고.]
[그러니까 우리 진짜 제대로 한 번 해봅시다.]
그 말에 한록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그래요.”
[어? 저 진지해요. 저 진짜 부국장 될 거라고요.]
“저도 진지합니다.”
그리고 송PD에게 말했다.
“제가 PD님 부국장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끝난 한록과 송PD의 전화.
‘좋아. 바로 연락한다.’
그리고 한록이 시상식을 위해 준비한 그 ‘게스트’에게 연락을 하려고 할 때-
“이한록 팀장님.”
이번에는 사장의 비서인 유비서가 한록을 찾아왔다.
“안내드릴 사항이 있어서 방문드렸습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아니면 편하신 시간대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아뇨, 지금 괜찮습니다.”
사장의 비서가 한록을 찾아왔다. 그것도 전화도 아니고 직접.
‘이게 임원이란 거구나.’
한층 달라진 대우에 현차장이 놀란 눈으로 한록과 장비서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마케팅 부서의 모두가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개인사무실이 배정될 예정입니다. 사무실이 배정되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개인 사무실!’
‘이제 과장님, 아니 팀장님 가시는 건가?’
‘그 전에 말 좀 많이 걸어볼걸!’
‘와,씨. 서른에 개인 사무실?’
“또한, 빠른 시일 내에 개인 비서가 배정 될 겁니다. 원하시는 사람이 있다면 비서실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비서!’
‘이제 심부름도 못 해주겠네!’
‘서른살이! 비서! 서른살이면 니가 비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오늘 당장 저녁 먹자고 해야겠다. 비서 배정되면 말도 못 걸 거 아니야.’
유비서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는 마케팅 부서 사람들.
“그리고...”
그리고 이어진-
“오늘 오후 4시, 임원회의에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발언.
유비서의 말에 사람들이 생각했다.
사장 비서의 방문. 개인 사무실. 비서 배정. 그에 한록을 부러워하던 마음과, 한록에게 줄을 대보려던 시도들. 그 모든 것은 그저 헛된 망상일 뿐이었다. 왜냐면, 질투는 비슷한 수준의 사람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이었고-
“사장님이 직접 지시하신 부분입니다.”
한록은 이제 CK 누구도 질투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후 3시 30분.
한록은 본부장실에 들러 최경준과 잠깐 얘기를 나누었고, 임원회의 시간이 되자 최경준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본부장님.”
최경준을 볼 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안녕하십니까, 이한록 팀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팀장님.”
이제는 한록에게도 이어지는 인사들.
최경준과 한록이 엘리베이터를 탔고, 엘리베이터가 다른 층에 도착했고, 그때마다 아무도 올라타지 않았다.
그리고 18층.
임원회의실이 있는 층에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임원회의실은 이전에 GV 회의를 위해서 한번 방문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느껴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때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한록을 견제했고, 시험했다.
‘과연 네가 여기에 올 자격이 있는 놈이냐.’
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사람들.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들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문을 열어주고, 한록에게서 뒷걸음질을 한다.
더 이상 시험받는 존재가 아니라, 이들 모두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이들 모두의 위에 선 사람으로.
이전과는 다른 자격으로 이곳에 오게 된 한록.
최경준이 직접 회의실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보여줘야 하네.”
회의실 안에 있는 문오석을 비롯한 본부장들.
더 이상 허가를 받아야할 사람이 아닌-
“자네가 이곳에서 가장 강자라는 걸 보여줘.”
한록과 같은 위치의 사람들.
“사장님 오십니다.”
한록의 첫 임원회의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