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151화 (132/263)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사전 투표 결과. <관상가들> 220표, <도착지> 80표입니다.”

<도착지>의 무대 전 사전 투표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투표수는 거의 3배나 차이가 나는 상황이었다.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데. 이걸 어떻게 뒤집을 생각이지?’

투표수를 보고 생각하는 최대리. 최대리가 무대에 올라가려는 한록을 불러 세우고 물었다.

“준비 많이 하셨죠?”

“엄청나게 했죠.”

한록의 답에 최대리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한록에게 물었다.

“목표가 어떻게 돼요?”

<수면>은 아직 아무도 깨지 못한 기록을 낸 상황이었다. 최대리는 한록이 과연 얼마나 많은 표를 받으리라 예상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었다.

“비밀이에요.”

“그러지 말고 얘기해주세요. 전 이미 결과가 나왔잖아요.”

“저는...”

최대리의 말에 한록이 대답을 하다 잠시 멈추었다. 이번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표. 그건 바로-

“<도착지>의 우승이요.”

언제나 그렇듯, <도착지>가 최고의 영화가 되는 것.

뚜렷한 기준을 말하지 않는 한록을 보고 최대리가 말했다.

“평소답지 않네요. 자신이 없으신가?”

그 말에 한록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자신이 없다라...”

한록이 본 많은 사람들이 해오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습니다.”

한록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록의 말에 최대리가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갈등하는 듯한, 그러나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의 최대리. 최대리가 잠시 생각하다가 한록에게 말했다.

“영업 비밀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과장님이었으면 이연옥씨를 메인으로 내세우지 않았을 거예요.”

“이미 이연옥씨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죠. 이제 이연옥씨는 저번에 제가 말했던 매력 없는 캐릭터는 아니죠.”

최대리가 한록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치만 더 매력적인 사람이 여기 있잖아요.”

‘나라면 당신을 메인으로 내세웠을 거다’라는 최대리의 말. 고마운 칭찬이었지만, 그 말에 한록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뇨. 이 무대엔 이연옥 선생님이 어울립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최대리의 질문에 한록이 생각했다.

엄청난 인지도의 서감독. 누구나 매력을 느낄만한 실력을 가진 한록. 그리고, 이연옥.

과연 이연옥이 그 둘을 능가할 만큼의 매력이 있는 사람일까.

“네. 제가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만들 거니까요.”

한록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촬영 시작합니다, 무대로 올라가주세요!”

송PD의 말에 한록이 무대 위로 향했다.

*

“안녕하세요. <도착지>의 감독 우진한입니다.”

우감독의 인사로 시작된 <도착지>의 무대.

“하, 준비 많이 했다더니. 진짜 많이 했네.”

무대 위에 올라간 사람을 보고 최대리가 고개를 저었다.

무대 위에 있는 것은 우감독. 촬영감독인 박상철. 이연옥. 한록.

그리고 현차장과 유선까지.

총 5명이 무대 위 자리에 앉아있었다.

“현차장은 저기 왜 올라간거야?”

무대에서 내려온 장과장이 현차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각 팀끼리는 진행 상황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CK직원들도 서로가 서로의 전략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도착지>가 가족 영화잖아요. 할머니의 꿈을 이뤄주려는 가족들 영화. 친근감을 만들어 보려는 컨셉 같네요.”

이 자리에서 한록의 계획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최대리뿐이었다. 최대리의 말에 마케팅 부서 송과장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친근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도착지> 팀 자체의 팬을 만들어보려는 거죠. <도착지>팀 자체를 좋아하게. 그래서 <도착지>가 이기는 걸 바라게. 오디션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에요.”

송과장과 장과장에게 상황을 설명하던 최대리가 송PD에게 넉살좋게 물었다.

“맞죠? 오늘이면 끝나니까 이제 말해주세요.”

“네, 맞아요. 이연옥 선생님만이 아니라 <도착지>팀 전체를 부각해달라고 했어요.”

“어후. 방송이 아주 자기 손바닥 안에 있네.”

아까 최대리가 그랬던 것처럼 장과장이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지금 장과장의 반응은 마치 한록에게 질렸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장과장의 태도는 단순히 한록을 ‘질긴 놈’ 이라고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기대 또한 담겨있었다.

“<실수>도 그렇고, 진짜 열심히 준비했구나. 엄청 영화를 좋아하나봐.”

한록을 볼때면 모두가 느끼는 감정.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에 대한...

“보기 좋네.”

기분 좋은 애정.

그 모습을 보던 최대리가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이한록씨. 이연옥씨가 아니라 당신이 올라가야 했다니까요. 당신이 진다면 이 이유 때문입니다.’

“현차장님. <도착지>를 처음 볼 때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무대에선 이제 현차장의 얘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

“저희 어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여기 있는 다들 그러지 않으셨나요? 아니, 그랬으면 80표에서 안 끝났겠네요. 80분만 그런 걸로.”

진솔하고, 유쾌하게 말하는 현차장. 현차장의 말에 무대 뒤 스크린의 숫자가 바뀌었다.

[217:83]

스크린에 떠 있는 것은 바로 <도착지>와 그 상대인 <관상가들>의 투표수.

이번 라운드는 저번 라운드와 규칙이 달랐다. 감독과 출연진들은 평범한 GV처럼 자신의 영화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그리고 이 영화가 좀 더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15: 85]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투표를 수정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진짜 살벌하네.”

최대리의 곁에서 고개를 흔드는 송과장. 그 말에 송PD가 씩 미소를 지었다. 오디션의 여왕, 혹은 시청률에 미친개로 악명이 높은 그녀가 직접 만든 룰이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현차장이 유선에게 물었다.

“유선씨는 어때요?”

“저도 저희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할머니한테 소원이 뭐냐고 여쭤봤는데...”

“응. 아, 아니. 네. 아이고, 죄송합니다.”

무심코 나온 현차장의 반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

[210: 90]

‘확실히...가족같은 분위기가 잘 통하네.’

최대리가 조금씩 올라가는 투표수를 보고 생각했다. 유선은 관객들과 함께 웃다가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차장님.”

“아니야. 아, 아니! 아니죠. 죄송합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네. 할머니 소원이, 정장을 한 번 입어보는 거라고 하셨어요.”

“정장이요?”

“네. 제가 입고 있는 거, 그러니까, 일할 때 입는 거요. 할머니도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이런 거 입고 일을 하고 싶으셨대요.”

“아...그래서 사드렸어? 아니, 사드렸나요?”

“이번에 월급 타면 사드릴 거예요. 여러분. 그러니까 <도착지>에 투표 좀 해주세요. 혹시 인센티브가 나올지 모르잖아요.”

유선이 객석을 보며 씩씩하게 말했다.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얘기로 공감을 끌어내고, <도착지>에 대한 얘기까지 이어나간다. 유선은 한록이 바라는 역할을 정확히 수행해주고 있었다.

[200 : 100]

그 증거로 투표수는 아주 빠르게 증가했다.

“그럼 다음은, 우리 여주인공! 이연옥 선생님.”

“그렇게 띄워주지 말어.”

현차장의 말에 이연옥이 쑥쓰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영화 속에서 옥자씨 버킷리스트는 바리스타가 되는 거였잖아요. 선생님의 버킷 리스트는 뭔가요?”

“나는...여기에 서는 거. 조금 더 욕심내면, 여우주연상.”

수줍지만 당당하게 말하는 이연옥.

“여러분. 이거 가능하겠죠?”

그리고 현차장의 말에 박수를 보내는 객석.

사람들은 <도착지> 팀의 대화에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190 : 110]

투표수는 점점 <도착지> 팀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었고, 최대리 옆의 장과장 역시 흐뭇한 표정이었다.

“가족의 이미지를 활용한단 게 이런 거구나. 표 잘 나오겠네.”

“...그렇겠죠.”

그러나 정작 한록의 계획을 파악하고 있던 최대리는 애매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무언가가.

그렇게 생각하던 최대리가 곁에 있던 송과장에게 물었다.

“영화 얘기가 하나도 안 들어가 있네요. 이과장님 스타일은 아니지 않아요?”

“그러게. 아예 그냥 예능으로 나가려나봐. 이런 것도 잘 하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송과장. 그러나 최대리는 여전히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도착지>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얘기로 이루어진 GV.

-그들의 얘기에 감동하는 관객들.

[175 : 125]

그리고 그로 인해 꽤 올라가고 있는 도착지의 투표수.

‘그래. 반응은 확실히 좋겠지.’

한록의 계획은 늘 그렇듯 치밀했고,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건...

‘부족해.’

<도착지>의 마케팅이 아니다.

‘이과장님. 사람들이 이걸 보고 <도착지>에 표를 줄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의 투표수는 지금 무대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도착지>팀에 대한 공감과 호의의 표현이지, <도착지>라는 영화에 대한 투표가 아니다.

‘<관상가들> 무대가 이어지면 투표는 또 바뀔 거다.’

관객들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도착지>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관객들에게선 서감독을 볼 때 느끼는 강렬한 끌림. 그러니까, ‘이 사람이 꼭 이겼으면 좋겠다’ 라는 팬의 열정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관상가들>의 GV가 매력적일 경우, 사람들은 다시 <관상가들>로 돌아가 버릴 것이란 뜻이었다.

‘욕심이 과했어요.’

한록은 분명 이연옥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오디션에서 승리하는 건. 그리고 주인공이 되는 건.

그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아주 강렬한 재능과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객석을 보던 최대리는 생각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에는 한록이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

<도착지>팀의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우감독이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했고, 이연옥은 얼마나 우승을 바라는지 말했다. 그리고 <도착지> 팀은 그를 응원했다.

그렇게 끝난 <도착지>의 무대. 이제는 중간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 상황이었다.

“오, 역전이네요!”

사회자가 투표 결과를 보고 놀라서 말했다.

“<관상가들> 120, <도착지> 180! 처음이랑은 달리 <도착지>가 이기고 있습니다.”

“우감독!”

“선생님!”

그 말에 놀라서 박수를 치는 이연옥과, 이연옥을 끌어안는 우감독. 그리고 한록은 곁에서 그런 둘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이건 아니야.’

“과장님.”

상황을 보다못한 최대리가 한록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한 거 알죠?”

<도착지>의 무대가 막 끝났는데 표 격차가 크지 않다. 이건 <관상가들>이 공개되면 표가 얼마든지 뒤집어 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들 고생 많았어요. 정말로.”

그러나 지금 이연옥과 우감독은 아무것도 모르고 기뻐하는 상황. 그리고 한록은 이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한록이 이걸 모를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최대리가 한록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최대리의 질문에 한록이 답했다. 마치 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는 듯한, 그리고...

“이길 생각이요.”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대답이었다.

“<관상가들> 무대 시작하겠습니다.”

잠시후, <관상가들>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

<관상가들>의 무대가 시작되자 투표수는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감독 염기택입니다.”

[125 : 175]

최대리의 예상처럼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올라가는 <관상가들>의 투표수.

“그리고 특별 게스트, 이호재 교수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철산대학교 역사학과 이호재 교수입니다.”

[133 : 167]

“영화 속에 나오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고요?”

[140 : 160]

-점점 올라가는 <관상가들>의 표.

“수양대군의 등장. 이 장면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죠. 음악 감독님 한번 모셔보겠습니다.”

[145 : 155]

-굳어가는 우감독과 이연옥의 표정.

“그리고, 우리 비장의 무기.”

“수양대군 역의 이정훈 배우입니다.”

-유명한 배우의 등장과 터져나오는 박수.

그때 사회자가 외쳤다.

“아, 잠시만요!”

그리고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170 : 130]

“또 역전이네요!”

*

“...어머.”

뒤집힌 투표수를 보고 중얼거리는 이연옥.

“오늘의 깜짝 게스트, 이정훈씨를 소개합니다!”

유명 배우의 등장에 아까 이연옥에게 보내던 박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큰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

“...이거 너무 비교된다. 내가 다 민망하네.”

그 모습에 혀를 차는 장과장.

‘...이한록이 정말 이걸 몰랐을까?’

한층 더 의심이 커진 최대리.

<관상가들>의 무대가 끝났고, 이제 남은 건 결과 발표. 그리고 오늘의 무대에 대한 소감 발표뿐이었다.

“두팀 모두 무대로 올라와주세요.”

사회자의 말에 <관상가들>과 <도착지>팀이 모두 무대에 올라갔다.

“투표 결과 공개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말했고, 그 말에 이연옥이 살짝 눈을 감았다.

“선생님.”

우감독이 눈을 감고 있는 이연옥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연옥에게 속삭였다.

“우리가 이길 겁니다.”

“결과는 180 대 120. <관상가들>의 승리입니다.”

그러나 우감독의 말은 지켜지지 못했다.

*

결국 <도착지>와 <관상가들>의 무대는 <관상가들>의 승리로 끝났다. <관상가들> 팀은 점잖게 승리를 축하했고, <도착지>팀을 위로했다. 그리고 이연옥은...

“괜찮아.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는 거지.”

애써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생님.”

“난 괜찮다니까?”

이연옥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우감독과 <도착지>팀. <도착지>의 라이벌인 최대리가 보기에도 마음이 좋지 않은 광경이었다.

최대리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한록씨.’

저도 모르게 피어나는 이연옥에 대한 연민.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느낀...

‘이게 당신이 준비한 거예요?’

한록에 대한 실망.

“이한록도 못하는 건 있나보다.”

그리고 송과장의 말에 최대리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과장님. 게스트 도착했습니다.”

송PD가 한록에게 말했다.

그리고 한록은-

“네. 시작합시다.”

미소를 지었다.

*

오늘 하루종일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얼굴이던 한록. 그리고, 지금 기다렸다는 듯 한록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 그 미소를 본 순간 최대리는 깨달았다.

‘그래. 내가 속았다.’

<도착지>를 우승시키겠다던 한록. 그러나 한록이 말하던 우승은 이 예선전에서의 우승이 아니었다.

모두가 예선전에 매달린 지금. 한록은 더 먼 미래를 보고 있었다. <도착지>가 개봉하고, 방송이 나간 후의 미래. 그래서 관객이 정말로 <도착지>의 객석에 앉게 되는 미래였다.

‘이한록은 예선전에서 <도착지>가 질 걸 알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러기 위해 판을 짜왔을 것이다. 예선전은 발판일 뿐이고, 정말 중요한 건 진짜 관객의 선택이니까. 오늘의 패배는 도착지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도착지>를 더욱 사랑하게 될 테니까.

“최대리님.”

이한록은, 아마...

“주인공은 원래 마지막에 등장하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계획한 게 분명했다.

*

모두가 무대로 향하고,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간 한록. 한록은 무대 위에서 객석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이연옥이 가장 이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 사람들이 가장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존재.

[아드님 지금 객석에 계십니다.]

가족.

이연옥의 아들이 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한록이 이번 예선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그 장면.

어쩌면 사람들이 멋진 승자보다 더 사랑하고, 더 응원하는...

“선생님. 객석에서 질문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아름다운 패배자.

한록이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던, <도착지>의 주인공을 위한 스토리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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