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150화 (244/263)

좋아요, 계속해요!

<실수>를 빼고 시작된 촬영.

동시에, KBC의 유튜브 채널에는 영상이 하나가 올라왔다.

[CK 예선전 인터뷰-<실수>편]

바로 <실수>의 제작진에 대한 인터뷰였다.

인터뷰는 <실수>의 담당자인 장과장과 <실수>의 최감독의 대화로 시작되었다.

-감독님. 예능에 나가는 건, 그만큼 홍보효과가 있겠지만...당연히 부작용도 있을 겁니다.

-과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떡합니까.

-제가 아니면 누가 이런 말을 하겠습니까.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실수>가 예선전에 나간다면, 저는 최선을 다해 <실수>를 도울 겁니다. 하지만 그게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알아두셔야 합니다. 특히 피해자들한테는요.

장과장과 최감독의 대화는 사람들의 예상처럼 강압적이긴 커녕, <실수>에 대한 장과장의 깊은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인터뷰.

-과장님. 피해자측 의견 모았습니다.

-네. 어떻게 됐습니까.

-다들 일단 방송이 되길 원하십니다.

-...알겠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CK가 강압적으로 출연을 요구했다.’ 그리고 ‘CK가 제작진과 출연진을 협박했다.’는 비판이 전부 사실이 아니란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갑질이 아니고 본인들이 나오고 싶다 했다는데요?]

[이러니까 뚜껑 열어보고 욕해야 한단 거임.]

[누가 봐도 다른 방송국에서 견제하는 거 티 났음]

인터뷰가 나가자 예선전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의견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실제 사건가지고 투표를 하겠단 거 아님?]

[그럼 저기서 어떻게 안 하겠다고 하냐]

[그렇죠...피해자측이 여기서 거절하긴 쉽지 않죠. CK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그러나 이미 예선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시기 박힌 상황이었고, 인터넷의 반응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과장님. 반응 별로 안 좋아요.”

한록에게 속삭이는 유선.

‘그래. 여론은 이 정도로 바뀌지 않는다.’

안심하는 문오석.

“본부장님 말씀과는 얘기가 다르군요.”

-그리고 최경준에게 묻는 하정엽.

“사장님.”

하정엽의 질문에 최경준이 웃으며 말했다. 최경준은 조금도 당황하거나 긴장한 얼굴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 모든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숨막히는 긴장 속에서 최경준이 하정엽에게 말했다.

“제가 고작 이 정도로 이한록 과장을 데려왔겠습니까.”

*

[제작진이 피해자측 설득한 거 같은데?]

[CK가 아니라 제작진 문제네]

[CK도 문제 있지. 애초에 이 포맷에 <실수>를 끌고 온 거 자체가 문제임.]

이제 여론은 CK의 갑질을 넘어, ‘과연 이 프로그램에 <실수>가 나오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얘기로 바뀌어 있었다.

‘이한록. 후회하지 않게 만든다며?’

‘나 줄 잘못 탄 건가?’

촬영장에 모인 사람들 역시 인터넷의 반응을 지켜보는 상황. 반응이 생각보다 긍정적이지 않자, 촬영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큰일난 거 아니야?’

그리고 촬영장에 모인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최경준도 여기까지군.’

문오석이 만족해할 때.

“사장님.”

그때 하정엽이 촬영장에 나타났다.

*

갑작스럽게 촬영장에 내려온 하정엽. 그 옆에는 CK그룹의 전략기획팀 사람들이 붙어 있었다.

이 일에 하정엽만이 아니라 CK그룹 전체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장이 내려왔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사람들과, 반대로 속으로 역전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문오석의 첩자들.

“이한록 과장.”

하정엽이 한록의 이름을 불렀다.

‘끝났다.’

그리고 누군가 눈을 질끈 감았을 때.

“잘하리라 믿습니다.”

하정엽이 말했고, 한록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궁지에 몰린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태도의 한록. 그리고 한록에게 힘을 실어 주는게 분명한 하정엽의 발언까지.

‘뭔가 더 있다.’

촬영장의 분위기가 바뀐 순간, 송PD가 크게 외쳤다.

“무대 정리합니다. <실수> 촬영 시작할게요.”

첫 번째 촬영이 끝난 것이었다.

*

잠시간의 휴식도 없이 <실수>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출연진 무대로 올라가주세요.”

그 말에 무대로 올라가는 한 남성.

<실수>의 출연진이자 의료사고 피해자 중 한명인 최성훈이었다.

모두가 내려간 무대에 올라온 최성훈. 그 옆에는 한록이 자리해있었다.

“촬영 시작합니다.”

그리고...

“라이브도 같이 시작하겠습니다.”

촬영과 동시에 유튜브 라이브가 송출되기 시작했다.

*

[CK 예선전 촬영현장-<실수>라이브 방송]

지금 가장 논란이 되는 프로그램. 그 프로그램에서 촬영 현장을 생방송으로 송출한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라이브 영상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수십만명의 시청자들이 보는 가운데 <실수>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한록은 대본을 바라보았다. 대본에는 자신이 처음부터 준비했던 질문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이 질문의 대답을 통해 사람들은 예선전과 <실수>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다.

송PD, 감독들, 그리고 하정엽.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록이 성훈에게 물었다.

“성훈씨.”

“네.”

“이번 <실수>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록답게 논란을 조금도 피해가지 않는 질문이었다.

*

한록의 첫 질문에 라이브를 지켜보고 있던 문오석이 중얼거렸다.

“미쳤군.”

*

“사장님. 라이브 중단해야 합니다.”

한록의 말에 본사의 전략기획팀이 다급하게 하정엽을 불렀다. 이 일이 CK ENM을 넘어서 CK 전체에 해가 되리란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하정엽이 단호하게 말했다.

“기다리세요.”

“하지만, 이건 CK 그룹차원의 문제가...”

“그 판단은 당신이 아니라 내가 합니다.”

하정엽이 전략기획팀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오늘 최경준과 했던 대화를 떠올리는 하정엽.

-이한록 과장을 지나치게 믿으시는군요.

-그게 상사가 해야할 일 아닙니까.

자신의 질문과, 최경준의 대답.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해야할 일은 한록과 최경준을 믿는 것이었다.

“계속 진행하세요.”

하정엽이 송PD에게 말했다.

*

한록은 조용히 성훈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는...”

“네.”

“이 일이 이렇게 화제가 되어서 기쁩니다.”

“왜죠?”

“왜냐면...”

무대 아래는 잠시 소란스러웠다가 다시 조용해진 직후. 아마 하정엽이 상황을 정리한게 분명했다. 무대 아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난 걱정을 담은 채로 한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성훈의 대답이자, 한록과 장과장이 그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무대에 올린 이유.

“그 전까지는 아무도 <실수>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았거든요.”

성훈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한록은 성훈의 대답을 들으며 무대 아래의 상황을 체크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 반응을 지켜보고 있던 유선. 긴장으로 굳어 있던 유선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송PD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튜브 댓글을 지켜보고 있던 송PD가 성훈의 대답이 나오고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하정엽에게 다가가는 전략기획팀장. 전략기획팀장이 하정엽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무대 아래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지금 여론이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한록.

그러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명백했다. 한록은 생각했다.

아마, 자신의 계획은...

-전략기획팀장의 얘기를 들은 하정엽이 한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했음이 분명했다.

*

예선전에 대한 여론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확인한 송PD가 무대 아래서 손짓을 했다.

‘좋아요. 계속해요!’

송PD의 지시에 한록이 말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저희가 이 일로 바라는 건 한가지 밖에 없어요. 영화가 엄청난 인정을 받는 것도, 사람들이 엄숙하게 <실수>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희는 그냥 <실수>로 저희가 겪은 일이 세상에 알려지길 원해요.”

“그럼 지금 <실수>에 대한 논란들은...”

“솔직히 감사해요. 이럴수록 <실수>에 대해서 궁금해 하실테니까요.”

“제작진과 출연진 자체를 비판하는 의견들도 있는데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요. 저희가 원하는 건 여러분이 <실수>에 관심을 가지는 거니까요. 그리고, 좀 더 바라자면...”

한참 말을 이어가던 성훈. 성훈이 고개를 들고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이 얘기가 그냥 인터넷에서 떠드는 얘기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훈의 말은 지금 <실수>에 말을 얹는 사람들의 태도 자체를 지적하는 것이었다.

예선전과 <실수>에 대해서 생기던 끊임없는 논란.

그러나 사람들은 정작 <실수>라는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그저 이 논란을 가십거리로 즐기고 있는 듯한 태도였다.

“정말 저희 입장을, 그리고 <실수>라는 영화를 걱정하신다면, 꼭 한번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훈은 바로 이 말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온 것이었다.

*

‘진짜 대단한 인간이다.’

한록과 성훈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송PD는 생각했다.

한록은 논란을 피해가지도, 변명을 하지도 않았다. 대신 출연진을 무대로 불렀고 직접 발언할 기회를 주었다.

이 일이 대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CK는 무슨 생각으로 <실수>를 끌어들였는가. 피해자들은 왜 출연에 동의했는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것. 그걸 조금의 편집도 없이 보여주겠다는 태도.

그 태도에 여론은 완전히 바뀌었다.

[나라도 저렇게 생각할 듯]

[저 말이 맞음 욕하는 사람들은 알려나 ㅋㅋ실수 총 관객 2만명이었다]

[ㅇㅇ CK는 <실수> 데려와 봤자 아무 이득 없어 차라리 다른 영화 데려오는 게 나았을 걸? 이건 오히려 CK가 <실수> 챙겨준 거임.]

한록은 비판이 나올 것을 예상했고, 그에 대해 철저히 준비했다.

그리고 그걸 통해 <실수>와 예선전을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컨텐츠로 만들었다.

[여기서 욕할 시간에 나가서 영화 한 번이라도 더 보란 얘기네 ㅋㅋㅋ]

게다가 <실수>측이 원하는 것까지 모두 이뤄낸 상황.

‘마케팅 하는 인간들, 진짜 무섭구나.’

얼마나 사람의 심리를 잘 알면 이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을까.

새삼스레 무대에 올라간 한록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착지>는 대체 어떻게 준비했으려나.’

한록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도착지>.

그에 대한 궁금증이 이제는 참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버렸다.

한 시간 후, <실수>의 라이브 촬영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실수>의 GV 역시 투표 없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하나.

-과장님. 진짜 이렇게 갈 거예요?

-네.

바로 한록이 담당한 <도착지>였다.

*

무대 위에 선 한록. 한록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장과장.

한록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최경준.

자신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는 현차장.

여전히 자리에 남아 촬영장을 지켜보고 있는 하정엽.

그리고 여전히 예선전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사람들까지.

지금 이 순간, 예선전은 그 어느것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다.’

이제야말로.

“도착지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자신이 준비한 걸 보여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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