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팀원과 외근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오던 공연사업본부의 주과장.
신호를 기다리던 주과장이 빌딩 외벽에 걸린 광고를 보고 혼잣말을 했다.
“광고가 변했네?”
“네? 뭐가요? 어...해바라기 광고 없어졌네요?”
주과장의 말에 팀원이 전광판을 보더니 말했다.
팀원의 말처럼, 해바라기 광고가 걸려있던 전광판은 텅 비어 있었다.
“너도 저 광고 알아?”
“누가 몰라요. 유권호 때문에 요새 인터넷에서 다 저 얘기만 하는데.”
유권호의 주도로 사람들 사이에서 꽤나 화제가 된 [해바라기는 생각하지 마세요] 광고.
주과장 역시 퇴근길에 그 광고를 발견했고, 유권호의 라디오에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근데 왜 없어졌을까요?”
그런데 그 광고가 걸려있던 전광판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까만 화면이었다.
“음. 광고가 끝났나?”
유과장이 말하는 순간, 전광판에 하얀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전광판에선 영상이 하나 재생되었다.
“...과장님 말 때문에 시작된 거 아니겠죠?”
“그게 말이 되냐.”
마치 주과장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하는 듯한 타이밍에 시작된 흑백 영상.
영상에 나오는 건 어떤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어. 최슬아다.”
광고를 보던 팀원이 중얼거렸다.
불이 모두 꺼진 어두운 복도를 걷는 최슬아.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긴장되는 장면이었다.
최슬아는 문 앞에 도착했고,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최슬아가 문을 여는 순간 보이는 창문. 그 너머로 보이는 시든 해바라기 하나.
그 해바라기를 보자 떠오른 생각.
‘고흐의 그림체다.’
그리고 최슬아가 문안으로 한발자국 들어가는 순간, 그 해바라기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싱그럽게 피어났다.
해바라기가 피어나는 장면부터 흑백이었던 영상은 서서히 컬러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영상이 완전히 컬러로 변했을 때, 이런 글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D-14.]
[해바라기를 기억하세요.]
광고가 끝났음에도 멍하니 전광판을 올려보고 있는 주과장.
그는 며칠 전 식당에서 만났던 한록과의 대화를 떠올리는 중이었다.
‘주과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우리야 락 페스티벌이 끝났으니 한가하죠. 이과장님은 <부산 열차>말고 요즘 무슨 영화하세요?’
그 말에 한록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었다.
‘고흐에 대한 영화를 하나 담당했습니다.’
사람들 모두가 얘기하는 광고. 영화처럼 아름다운 화면. 그리고 고흐의 해바라기.
이런 광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하나뿐이다.
“하, 또 넘어갔네.”
“과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팀원의 질문에 주과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때 좋은 기억을 만들어줬던 사람의 활약. 다른 본부 사람이라 그런지, 배가 아프거나 열등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저-
“조만간 재밌는 영화 하나 나오겠다.”
기대가 될 뿐이었다.
*
최슬아가 나오는 두 번째 광고는 첫 번째만큼이나 큰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첫 번째 광고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첫 번째만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그러나 정보가 조금 더 담겨있는 두 번째 광고.
[해바라기 광고 봄? 그거 바뀜.]
[D-14이면 그때 뭐 시작한다는 거 같은데. 브랜드 런칭인가?]
사람들은 두 번째 광고에 큰 호기심을 가졌고,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광고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재밌는 건, 사람들마다 광고를 해석하는 방향이 달랐다는 것이었다.
“최슬아 <스타의 하루> 출연한다던데 그거 광고 아닐까? 날짜가 딱 맞아.”
[그 광고 후반부에 그림 보셨나요? 고흐 해바라기였네요. 고흐전 홍보인 것 같아요.]
[저 영상 <러빙 고흐> 영상인데? 드디어 한국에서 개봉하나?]
최슬아의 방송 출연. 더 서울의 고흐전. 그리고 <러빙 고흐>의 개봉까지. 이번에는 정보가 많아서 오히려 답을 알 수 없게 된 <러빙 고흐>의 정체.
사람들은 각자의 추리를 얘기하기 시작했으며...
[D-14란 글자를 보면 최슬아랑 <스타의 하루> 광고가 맞는 것 같습니다. 영화나 전시회는 일정에 맞는 게 없네요.]
[고흐 해바라기 그림 못 보셨나요? 당연히 고흐전 얘기겠죠...]
[그러니까 그 그림이 <러빙 고흐> 영상이라고요]
[아니 D-14 안 보이냐고요 ㅋㅋ영화랑 전시회랑은 전혀 안 겹치잖아요]
[그쪽이야말로 그림이 안 보이는 것 같은데?]
[말 다 했음?]
[ㅇㅇ 다 했는데 어쩔?]
서로 자기의 주장이 맞다고 싸우기 시작했다.
바이럴 마케팅을 위한 제 1법칙.
-관심을 받고 싶다면 싸움을 일으켜라.
“과장님, 반응 좋습니다!”
그 임무를 완수한 유선이 승리의 포즈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방금 전에도 한 사이트를 싸움판으로 만든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밝은 미소였다.
서로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싸우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인 [해바라기 추리 카페]까지.
“이래도 괜찮나?”
2차 광고의 반응이 좋을수록, 현차장의 불안도 점점 커져갔다.
“이게 <러빙 고흐> 광고인 게 밝혀지면 김빠져 할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떡할 거야?”
추리소설이란 원래 범인을 찾아가는 장면이 가장 재밌고, 반전이 밝혀진 뒤에는 흥미가 식기 마련.
현차장은 사람들이 해바라기 광고의 진상을 알게 되고 실망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모두가 만족할 답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한록은 이에 대해 꽤나 괜찮은 대비책을 세워둔 후였다.
그리고 며칠 후. <진하성의 저녁산책> 유튜브 라이브가 긴급 편성되었다.
[진하성의 저녁산책-월요일 특별 게스트. 해바라기 권위자 유권호 작가!]
해바라기 광고에 대해 추리하는 카페까지 생긴 상황.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유권호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던 것이다.
[추리 소설 작가가 현실에서 추리를 한다? 이건 ‘찐’이다.]
[작가님 요즘 행복도 엄청 높아보이심ㅋㅋㅋ]
[그래서 셋 중 뭐가 답인가요?]
라이브에는 유권호의 추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방송 직전이 되자 접속자는 20만명에 도달했다.
[네, 여러분. 다들 결국 이게 궁금하신 거죠. 영화. 예능. 고흐전. 이 셋 중 어느 게 진짜일까.]
그리고 유권호는 자신의 분석을 말하기 시작했다.
[정답은 셋 다예요.]
사람들 앞에서 밝혀진 유권호의 추리와-
[??????]
[?]
[???]
[엥?]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사람들의 반응.
*
”오. 누가 작가 아니랄까 봐. 진짜 맞췄네?“
저녁 6시 반. 마케팅 부서.
유권호의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현차장이 놀란 듯한 얼굴로 말했다. GV팀은 오늘 라디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야근을 하는 중이었다.
[유권호가 그 광고 셋 다라는데?]
[셋 다? 그게 말이 됨? 다른 회사잖아]
[걍 대충 던진 거 같음 추리 소설 작가인데 틀리면 쪽팔리잖아.]
[ㄴㄴ가능성 있는 게 더 서울이랑 ENM 둘 다 CK 그룹]
[헐???]
[그리고 사장이 같음 ㅋㅋㅋ]
[그러니까 결론이 뭔데?]
[고흐전, 영화, 최슬아 광고 다 맞다는 거. 하나로 일타삼피.]
[아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셋 다라고? 생각도 못했네]
[우리 그럼 왜 싸운거냐ㅋㅋㅋㅋ]
“반응 좋다. 어디 광고인지 밝혀지면 바로 식을 줄 알았는데, 반전이 있으니까 다들 좋아하네.”
사람들의 반응을 둘러보던 현차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광고는 대체 셋 중 어느 것에 대한 광고인가?
-전시회와 영화, 예능 세 개 전부.
각자의 추리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그리고 약간의 반전을 주는 한록의 전략.
한록은 일부러 <러빙 고흐>의 영화가 셋 모두를 포괄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다행히 사람들은 한록이 준비한 반전에 크게 만족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과장님. 고흐전 전시 문의가 엄청납니다. 여태 ‘더 서울’에선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에요.]
그 증거로 라디오가 끝난지 1시간 쯤 지나자 백부장이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고흐전 저런 분위기인가 봄? 한번 가 보고 싶네.]
[ㅇㅇ광고 거창하게 할만한 듯]
[유권호 말대로면 2주 뒤에 최슬아가 고흐전 다녀온 내용 방송 나오겠네요. 그거 보고 가세요.]
[최슬아는 1인 관람으로 다녀온다고 함 이건 예약 안되고 이벤트만 가능]
[1인 관람??]
백부장의 말처럼 해바라기 광고에 대한 관심은 최슬아와 고흐전에게로 곧장 이어졌다. ‘더 서울’은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은 상황.
다만, ENM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러빙 고흐> 이것도 재밌을 듯.]
[흠 근데 이거 볼 바에는 진짜 고흐 그림 보는 게 낫지 않나?]
바로 <러빙 고흐>에 대한 관심은 그에 비해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큰일이네. 최슬아랑 고흐전에 대한 관심이 <러빙고흐>까지 이어지지가 않아.”
기획 초기 단계부터 우려 했던 일. 바로 광고에 비해 <러빙 고흐>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
그게 지금 발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차장의 걱정스러운 말에도 한록의 얼굴은 여전히 태연해 보였다.
예술영화. 거기에 애니메이션 영화기까지 한 <러빙 고흐>.
‘사람들이 <러빙 고흐>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러나 이 문제는 고흐전에 몰린 관심을 <러빙 고흐>로 이어줄 사람만 있으면 금방 해결될 일이다.
이번 마케팅의 목표는 팬덤 마케팅.
한록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러빙 고흐>에 대해 널리 알리는 것이고, 그건 이미 달성했다.
그럼 이제는 ‘팬’들이 나설 차례였다.
이제 팬들이 나서서 이 영화가 얼마나 아름답고, 고흐의 그림을 얼마나 환상적으로 보여주는지 마케팅을 해줘야 하는 시기가 됐다.
그리고 <러빙 고흐>의 첫 번째 팬이 될 사람은. 아마도...
“안녕하세요. CK ENM의 이한록 과장이라고 합니다. <러빙 고흐>와 관련해서 마케팅을 제안드리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고흐를 사랑하고, 누구보다 <러빙 고흐>의 광고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 누구보다 이 영화를 기다렸을 사람.
“괜찮으신가요, 작가님?”
바로 유권호였다.
한록의 말에 전화기 너머의 유권호가 즐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드디어 연락을 주셨네요. 오래 기다렸습니다.]
*
한록은 유권호에게 두가지를 부탁했다.
“작가님께 제안드리고 싶은 건 다음 두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더 서울’의 고흐전을 1인 관람으로 관람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러빙 고흐>를 관람하시고, 고흐전과 함께 리뷰를 작성해 주시는 겁니다.”
과거 <러빙 고흐>에 대한 아름다운 리뷰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유권호.
유권호가 이렇게 이슈가 된 상황에서 그의 리뷰가 올라온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러빙 고흐>로 옮겨갈 것이 뻔했다.
[하하. 이쯤 되니까 1인 관람 얘기가 나오네요. 안 그래도 1인 관람 시켜 주실까 봐 여기저기서 광고 얘기하고 다녔잖아요.]
유권호는 예상대로 흔쾌히 한록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제 <러빙 고흐>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
“하...이번엔 약간 걱정되네. 우리 손에서 끝나는 일이 아닌 게 너무 많아.”
현차장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지만, 한록은 그 점에서 오히려 <러빙 고흐>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고흐전에 대한 최슬아와 이은솔의 감상.
<러빙 고흐>에 대한 유권호의 리뷰.
그리고 이 모든 걸 본 사람들이 <러빙 고흐>의 ‘팬’이 될지에 대한 가능성.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러빙 고흐> 마케팅 자체에 문제가 생기겠지.’
늘 한록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담당하던 마케팅과 달리, 이번 마케팅은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마케팅이었다.
자신이 만든. 그러나 이제 스스로 성장해나갈 마케팅.
한록이 회귀 전 삶과 지금을 합쳐서 처음으로 도전해보는 분야.
그 결과가 어찌 됐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많은 걸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과장. 왜 그렇게 무섭게 웃는 거야?”
“기분이 좋아서요.”
“난 정말 이과장을 모르겠다...”
그렇게 누구보다 <러빙 고흐>의 개봉을 기다리는 한록.
모든 준비가 완료된 채 나흘이 흘렀고, 이제 <러빙 고흐>가 개봉하기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러빙 고흐>의 개봉까지는 일주일.
그리고 최슬아의 1인 관람 예능이 올라오기까지는 10일 남은 이 시점.
한록은...
[실례합니다. 타임스퀘어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미국에 있었다.
*
일주일 전. 한록과 최대리의 대화.
‘과장님. 일주일 뒤 <부산 열차> 타임 스퀘어에 광고 올라온다고 합니다.’
‘네. 좀 일찍 알았으면 보러 갔을 텐데 말이에요.’
‘갑시다.’
‘네?’
‘본부장님이 출장 겸 보내주신다고 합니다. 가요.’
‘아직 <러빙 고흐>가 남아있는데요.’
‘빨리 끝내놓고 가면 되잖아요. 갑시다. 가요. 무조건 가야 해요.’
아주 강력하게 주장하는 최대리. 한록은 끝까지 망설였지만, 최대리의 마지막 말에 마음이 움직여버렸다.
‘내가 맡은 영화가 타임스퀘어에 올라온다구요. 사람들이 그거 보고 <부산 열차> 얘기를 할 거예요. 그리고 광고 얘기도 하겠죠. 저 광고 대체 누가 만들었냐. 너무 잘 만들었다고 칭찬도 할 거고요. 그거 놓치실 거예요?’
-나를 칭찬과 관심으로 유혹하려는 건가!
‘아뇨. 절대 못 놓치죠.’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갑시다. 무조건 갑시다.’
그렇게 한록과 최대리는 결국 타임스퀘어에 도착하게 되었다.
타임스퀘어 정중앙에 선 둘은 커다란 광고판 앞에서 조용히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새로 출시된 아이폰 광고. 유명한 농구선수가 출연하는 나이키 광고. 전기자동차에 대한 광고까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돈이 많은 기업들만이 걸 수 있는 타임스퀘어의 광고.
그곳에...
“과장님. 나왔어요.”
<부산열차>의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3D로 만들어져서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좀비의 모습. 잠시 후 검은색으로 바뀐 화면에 쓰인 큰 글씨.
[아빠!]
[도망쳐!]
-그리고 이어지는 카메라의 셔터소리.
낯선 소리에 한록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한록의 눈에 보인 것은 카메라를 든 스무명 정도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부산 열차>의 광고를 찍고 있었다.
그 모습에 잠시 놀랐다가 이내 상황을 파악한 한록. 그리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한록을 바라보는 최대리. 활짝 미소를 지은 한록이 최대리에게 말했다.
“<부산 열차>의 팬들이에요.”
모두가 바삐 갈 길을 가는 뉴욕. 그 곳에서 카메라까지 들고 와 광고를 찍는 사람들.
바로 <부산 열차>의 팬들이 타임스퀘어에서 상영되는 광고를 보기 위해 직접 이곳을 찾아온 것이었다.
[이게 끝인가?]
[아니야. 다시 나오고 있어.]
[그래, 그래야지. 난 이 광고를 보려고 3시간 동안 운전해서 왔다고.]
[이제 우리 지역에선 이 광고를 안 틀어줘. 아쉬워.]
[여기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재밌는 광고는 본 적이 없는데.]
[그러게. 왜 다른 영화는 이렇게 못 만들지?]
최대리가 말했던 것처럼 <부산 열차>와 <부산 열차>의 광고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
스무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에 길을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도 멈춰서서 광고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사람이 족히 백명은 됐을 때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랜만입니다, 한. 축하인사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롬이었다.
[타임스퀘어에 <부산 열차>의 광고가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네, 지금 타임스퀘어에서 직접 보고 있는 중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이 영상을 보내주고 있죠.]
그 말에 주위를 둘러보는 한록. 그러나 주위에는 온통 카메라와 핸드폰을 든 사람들이어서, 누가 제롬의 직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뉴욕 한복판에서 송출되는 광고. 그리고 백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부산 열차>의 광고를 지켜보는 모습.
[한. 아직도 한국이 좁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제롬이 한록에게 물었다.
[나와 함께 저 곳에 걸 영화를 만들어 봅시다.]
[그 말은...]
[마케팅만이 아니라, 영화의 제작부터 당신에게 맡겨보고 싶다는 말입니다.
]
제롬의 또다른 러브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