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우리 이제 라이벌이니까.
회의실에 하태준이 나타났고, 본부장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태준이 모두에게 말했다.
“앉아.”
자연스럽게 테이블 중앙의 가장 상석에 앉는 하태준.
하태준의 등장에 본부장들 사이에선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태준이 본부장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있군.”
하태준은 가끔 ENM에 찾아왔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하정엽 개인을 만나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하태준이 회사에, 그것도 임원회의에 찾아온 상황.
‘이건 사장님이 ENM에 오신 후로 처음 일어난 일이다. 분명 용건이 있는 거야.’
당연히 하태준이 이 곳에 찾아온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무슨 일이시지?’
모두가 그 이유를 궁금해 하는 상황.
그러나 최경준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회의가 있기 얼마 전, 한록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는 최경준.
‘본부장님. <도착지>와 <수면>이 연말 시상식 대상 자리를 두고 다투게 만들겠습니다.’
한록은 자신있게 말하며 이 말을 덧붙였다.
‘저는 사장님께서 이 소식을 일찍 전해들으셨으면 합니다.’
대상을 두고 CK의 영화 두개가 다투게 된다.
그 말은 즉 연말시상식이 완전히 CK의 판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록은 하정엽이 그걸 마음에 들어하리란 걸 알고 있는 것이었다.
‘사장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 인수전에 큰 힘이 될 겁니다. 또한 <수면>과 <도착지>에도 많은 지원이 있을 겁니다.’
사장의 눈에 들겠다. 그래서 영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겠다.
최경준은 이럴 때마저 일 생각을 하는 한록이 참 대단하단 생각을 했었다.
최경준이 한록을 보고 말했다.
‘머리를 좀 쓰는군.’
그에 대한 한록의 답.
‘이제 그럴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부산 열차>와 필름마켓을 거치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알게 된 한록. 한록의 전략은 꽤나 훌륭했다.
그리고 지금 사장이 아니라 회장이 최경준의 눈앞에 도착했다.
‘그래. 이한록이 원하는대로 한 번 해볼까.’
최경준은 한록이 짠 판에 회장을 끌어들이기로 마음먹었다.
*
“보고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 임원회의. 홈쇼핑본부가 다시 보고를 시작했다.
“이번 시즌 매출은 다소 부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재고가 아울렛까지 유통 된다면 적자는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홈쇼핑 본부장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보고를 들은 하태준이 입을 열었다.
“주본부장. 오래 일하고 싶으면 지금부터 뭐라도 해야 할 거야.”
그 말에 홈쇼핑 본부장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임원이란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평범한 정직원보다 더욱 불안한 위치의 존재.
홈쇼핑 본부장은 이제 인수전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내년에 회사에 남아있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다음.”
하태준의 말에 본부장들이 차례로 일어나 보고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제 음악사업본부장 문오석의 차례가 되었다.
“CK 뮤직 어워드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에도 동시 송출을 승인 받았습니다.”
연말 음악 시상식에 대해 얘기하는 문오석. 음악사업본부 역시 영화사업본부처럼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잘하고 있어.”
문오석의 보고에 하태준이 짧게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나온 첫 칭찬이었다.
그러나 문오석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하태준이 이 회의에 나오게 된 이유.
“다음. 최경준.”
최경준의 보고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태준의 부름에 최경준이 여유로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이번 분기 영화사업본부의 성과는...”
잠시 생각하던 최경준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 알지 않느냐.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그런 자신감이 느껴지는 최경준의 말. 그러나 그 자신감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부산 영화제의 성공. <퀸>의 천만 돌파. 그리고 <부산 열차>의 세계적인 흥행.
굳이 보고하지 않아도 이미 뉴스로 알 수 있는 소식들이었다.
“회장이 왔는데 성의가 없군.”
하태준도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최경준을 나무라는 태도는 아니었다.
아니, 하태준은 오히려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태준이 의자에 기대고 있던 몸을 약간 일으키며 말했다.
“그 광고, 꽤 괜찮더군.”
그 말에 모두가 바짝 긴장해 하태준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본론이 시작된다.’
그 사실을 모두 알아차린 것이었다.
하태준이 최경준에게 물었다.
“지금 <부산 열차> 미국 성적이 어떻게 되지?”
“1억 달러입니다.”
“미국에서 3억 달러 달성하면 광고 한 번 더 올려.”
하태준이 오늘 회의에 참여한 목적은 바로-
“타임스퀘어에. 소리가 안 나오니까 영상으로.”
<부산 열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위해서였다.
고작 15분에 2천 만원 정도의 예산이 드는 타임스퀘어 광고.
광고 기간이 길어진다면 <부산 열차>의 수익보다 더 큰 비용이 나갈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회장님. 기간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십니까?”
타임스퀘어란 말에 놀란 하정엽이 하태준에게 물었다.
“일주일은 걸어야지.”
“그렇게 되면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지금 예산이 문제야? <부산 열차>가 우리 CK에서 만든 영화란 걸 세상에 알려야할 거 아냐.”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부산 열차>와 그 광고는 CK란 회사 자체의 가치를 올려주는 일이다.
하태준은 한록의 광고를 그렇게 평가한 것이다.
“아직도 돈을 쓸 곳과 안 쓸 곳을 구분하지 못하는군. 광고비가 얼마나 됐든 내보내.”
“네, 알겠습니다.”
하태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하정엽.
처음에는 타임스퀘어란 말에 놀랐으나, 하태준이 <부산 열차>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단 사실을 빠르게 알아챈 것이었다.
“회장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하정엽이 답했고, 이후로도 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하태준은 이제 하정엽에게 회의를 맡기고 본부장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송국 인수에 대한 얘기와 함께 내년 목표 매출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 상황.
‘지금이다.’
그리고 최경준은 지금이 바로 한록의 계획을 실현한 기회라고 판단했다.
하태준이 <부산 열차>에 주목하고 있고, 직접 <부산 열차>를 밀어주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지금은 하태준의 관심을 시상식으로 끌어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더 얘기해야할 부분 있습니까.”
그리고 회의가 끝나기 직전. 상황을 살펴보던 최경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까 미처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보고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하세요.”
하정엽의 허락에 최경준이 <러빙 고흐>와 <수면>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지금 상영중인 <부산 열차>가 끝나면 <수면>과 <러빙고흐>가 개봉합니다. <러빙 고흐>는 <부산 열차>를 맡은 이한록 과장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태준이 최경준의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답했다.
“지금 그 녀석 이름이 왜 나오는 거지. 갑자기 쓸데 없는 소리를 하는군.”
“<러빙 고흐>는 더 서울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니까요. 걱정하실까봐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여기 올라올 이름은 아냐.”
최경준의 말을 칼같이 자르는 하태준. 아직 한록의 몸값이 임원 회의에 언급될 만큼은 아니란 뜻이었다.
그러나 하태준의 표정에는 은근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하정엽 녀석. 사람 보는 눈은 나쁘지 않군.’
하정엽에게 ‘네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던 한록의 이름.
그 이름이 회의에서 들려올 정도로 활약을 하고 있다. 하태준의 입장에선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소식이었다.
“그 녀석이 맡은 게 <러빙고흐>라고.”
“네, 맞습니다. 일주일 후부터 광고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광고라.”
지금은 한록이 광고로 엄청난 성과를 낸 직후다.
그런 상황에서 한록이 또 새로운 광고를 내보낸다니. 구미가 당기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광고도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이 있나?”
“물론입니다. 비록 국내개봉이지만 한국에서만큼은 <부산 열차>만큼의 이슈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한록이 계획 중인 팬덤 마케팅. 그리고 그 시작이 될 <러빙 고흐>의 광고.
잠시 생각하던 하태준이 입을 열었다.
“<러빙 고흐> 예산은?”
“3억입니다.”
“그거 가지고 무슨 광고를 한다고. 두 배로 올려줘.”
하태준의 말에 문오석이 하정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하정엽 역시 하태준의 결정에 동의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회의의 흐름은 완전히 영화사업본부로 넘어왔다. 최경준이 이제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러빙 고흐>가 끝나면 연말 시상식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이번 연말 시상식에선 <수면>과 <도착지>로 라이벌 구도를 구성하려 합니다.”
최경준의 말에 하태준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수면>은 서감독 작품이지. 그런데 <도착지>는 모르는 영환데.”
“<우리집>의 우감독이 만든 영화입니다.”
“우감독이 서감독이랑 라이벌이 된다고?”
<우리집> 이후로 흥행을 만들지 못하고 은퇴를 앞둔 우감독.
하태준은 우감독의 영화가 연말 대상을 노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했다.
“네. 이한록 과장이 <도착지>를 아주 강력한 대상 후보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경준의 입에서 나온 한록의 이름에 하태준의 표정이 약간 바뀌었다.
하태준의 표정에서 읽히는 감정은...
“이한록이 그렇게 생각했다라.”
기대.
‘좋아. 됐다,’
그렇게 판단한 최경준이 조금 더 말을 이었다.
“네. 이한록 과장이 그렇게 나온다면, 저 역시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핏덩이 같이 어린 놈을 추켜세워 주는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태준은 상당히 흥미로워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태준이 최경준에게 물었다.
“그럼 <수면>은 누가 가져가지?”
최경준 역시 한록에게 물었던 말이었다. 최경준은 한록의 답을 떠올렸다.
‘<수면> 역시 좋은 팀이 붙어야 합니다. <수면>이 이슈가 될수록 라이벌 구도인 <도착지>도 함께 관심을 받게 될 테니까요.’
‘저는 수면에 강한 상대가 붙을수록 좋습니다. 제가 원하는 사람은...’
한록은 <수면> 역시 큰 주목을 받고, 상대와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서 이기는 것을 원했다.
그런 이유로 한록이 지목한 사람. CK 최고의 스타. 그리고 하태준이 아끼는 인재인-
“최윤일 대리입니다.”
최대리였다.
“최윤일. 괜찮네.”
하태준이 만족스러운 듯한 말투로 말했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게 마음에 드는 듯한 모습이었다.
“<수면> 예산 올려줘. <도착지>도 마찬가지고.”
<수면>과 <도착지>를 지원하겠다는 하태준. 모든 것이 한록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얼마나 말씀이십니까?”
최경준이 물었고, 하태준이 답했다.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 그 말에 회의실에 앉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더 이상 영화사업본부는 인수전의 2순위 후보나 다크호스가 아니었다.
영화사업본부, 아니 한록은 이제...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고도 전하고.”
회장이 지켜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
“이만 일어나지.”
회의가 끝났고, 하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임원들과 비서, 하정엽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하태준을 기다렸다.
문으로 다가가는 하태준. 하정엽이 먼저 앞서 나가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하태준이 그런 하정엽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올해는 형보다 네가 낫군.”
그 말에 하정엽이 눈을 크게 뜨고 하태준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형과 비교당하던 하정엽이 처음으로 하태준에게 인정받은 순간. 하정엽의 얼굴에 놀라움과 승리의 쾌감이 스쳐지나갔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하정엽은 금방 표정을 지워냈고, 하태준에게 짧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하정엽과 함께 회의실을 나간 하태준.
‘CK의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며 자신의 포지션을 고민하고 있을 때. 그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최경준이었다.
‘이번 회의의 승자는 나다.’라는 마음이 느껴지는 최경준의 표정.
그러나 아무도 그에 대해 반박하지 못했다. 최경준은 오늘 하태준의 마음을 바꾼 사람이었으니까.
“최본부장님.”
최경준이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공연사업본부의 유본부장이 재빠르게 그 뒤를 따라나섰다. 홈쇼핑 사업본부장 역시 눈치를 보다가 최경준의 뒤를 따랐다.
변해가는 CK의 후계 구도. 그리고 그에 맞게 움직이는 본부장들.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문오석이 최경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
임원회의가 진행되는 시간.
한록은 퇴근시간이 지났음에도 마케팅 부서의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과장님. 퇴근 안하세요?”
“8시에 미팅이 있습니다.”
오늘은 <도착지>의 우감독과 첫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과장님. 로비에 도착했습니다.]
한록이 우감독의 문자에 로비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마케팅 부서 이한록 과장입니다.”
“아...안녕하세요. 우정원이라고 합니다.”
첫만남이다보니 둘 사이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둘은 침묵 속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고, 회의실이 있는 18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가 한록을 불렀다.
“아, 이과장님.”
<수면>의 서감독이었다.
회의를 했던 모양인지, 엘리베이터 앞에 정부장과 함께 서 있는 서감독.
서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우감독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야, 선배님. 오랜만이에요.”
평소의 거만한 모습이 아니라 지나치게 친근한 태도를 보이는 서감독.
“어, 오랜만이다. 영화 잘 끝났고?”
“그럼요. 덕분에 잘 끝났죠.”
“영화 좋다며. 늘 그랬지만...”
“선배님 영화만 할까요.”
그리고 한록은 서감독의 미소에서 본심을 읽을 수 있었다.
“<도착지> 말이에요. 여기 이과장님이 올해 대상받을 영화라고 하더라구요. 엄청 대단한 영화인가 봐요.”
한록과 <도착지>를 두고 빈정거리는 서감독.
우감독 역시 서감독의 말투에서 조롱을 느꼈고, 표정이 확 굳었다.
“감독님. 이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죠.”
서감독의 곁에 있던 정부장이 상황을 황급히 마무리했다. 서감독이 정부장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잘해 봐요, 선배님.”
그리고 문이 닫히기 직전, 한록을 보며 말했다.
“우리 이제 라이벌이니까.”
한록과 우감독을 남겨두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
서감독이 떠난 후 우감독과 함께 회의실로 향한 한록.
회의실에 앉은 우감독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세계적인 감독이 된 후배의 조롱. 그에 대해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는 자신.
이것저것 생각이 많을 게 분명했다.
우감독을 바라보고 있던 한록이 입을 열었다.
“감독님. 회의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아, 네. 시작합시다.”
한록의 말에 우감독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한록이 우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도착지>는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을 겁니다.”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요. <수면>이 있잖아요.”
후배를 라이벌로 둔 은퇴를 앞둔 감독. 우감독의 얼굴에선 아무런 자신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뇨, 가능합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거니까요.”
그러나 그건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자신감은 한록 자신에게 있으니까.
한록의 말에 우감독이 망설이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나요?”
그 말에 한록이 자신감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영화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만드는 거. 그게 제가 하는 일이니까요.”
‘저 이한록입니다.’ 이제 한록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말. 그리고-
“감독님. 누가 뭐래도 <도착지>는 좋은 영화입니다.”
“...”
“제가 하는 말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자신과 <도착지>에 대한 믿음이 느껴지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