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 : 회귀자 특전(1) >
오후 5시. 미국 로스앤젤러스의 한 건물.
우드 엔터터인먼트의 아시아 배급팀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디렉터 캐서린이 스티브에게 물었다.
*디렉터: 미국에서 한 팀을 관리하는 직급. 한국의 부장 위치.
[<부산 열차>는 어떻게 되고 있지?]
[문제 없어요. 제로아워 일정도 잡혔고, 대행사에 광고도 의뢰했습니다.]
[한국에서 따로 온 연락은?]
제롬이 CK ENM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걸 잘 아는 캐서린. 캐서린의 질문에 스티브가 비웃음을 지었다.
[일정 조절을 해달라고 연락이 오긴 했어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일정 조절? 왜?]
[자기네들이 우리 광고를 만들어주겠대요.]
스티브의 말에 회의실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한록에 대한 말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CK가 우리 광고를 한다고?]
[CK가 어디더라?]
[한국에서 제일 큰 배급사. 윤일이 옮겨간 곳이잖아.]
[아, 기억났다. 어딘가 했네.]
[거기가 아마 광고 회사랑 관계가 있을 거예요. 그 광고 회사에서 한다는 거예요?]
[아뇨. 본인들이 아이디어를 주겠다던데요.]
[본인들이? 무슨 자격으로?]
거의 대부분이 한록의 의견에 대해 비웃는 얘기들이었다.
[미국에 대해서 뭘 알기나 하나?]
[그럴 리가 없죠. 얘기 들어보니까 윤일 빼고는 다 한국 출신이던데.]
다른 나라. 그것도 미국의 광고를 만들어주겠다는 한록의 제안.
우드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가 한록의 말을 '주제넘다'고 비웃는 상황.
그러나 디렉터 캐서린은 제롬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한국을 잘 지켜봐.'
예산의 두 배를 들여서 <부산 열차>를 사 온 제롬. 게다가 제롬은 직원들에게 한국과 최대한 협업해 일을 진행하라고 지시를 내린 적도 있었다.
'그쪽. 정확히는 이한록이 제안하는 건 최대한 수용해.'
그리고 한록에 대한 극찬까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캐서린이 스티브에게 말했다.
[스티브.]
[네, 디렉터.]
[내가 분명 한국에서 오는 요청은 최대한 반영하라고 말했을 텐데?]
[...그치만 일정 변경은 너무 무리한 요청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미국용 광고 아이디어를 내겠단 것도 말이 안 되고요.]
캐서린의 말에 뜨끔한 표정을 지은 스티브가 얼른 변명을 했다. 그러자 캐서린이 스티브의 말을 자르고 답했다.
[말이 되고 안 되고를 판단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지.]
[...죄송합니다, 디렉터.]
[다음부턴 주의해. 일정이 변경 될 수도 있으니 다들 기억해두고.]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확인했습니다.]
CK를 비웃던 사람들이 캐서린의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회의가 끝나자 캐서린은 제롬을 찾아 보고를 시작했다.
[아시아 배급 일정 모두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CK측에서 광고 송출 시기를 조율해달라고 합니다.]
[왜지?]
[광고 제작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쪽에게 광고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싶다는군요. 그걸 다듬으려면 일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아이디어를 주겠다라.]
제롬은 캐서린의 얘기를 듣고 한록과의 통화를 떠올렸다.
확실히 한록이 통화를 끊기 전 '미국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전달하겠다'고 말한 기억이 있었다.
[일단 나가봐.]
[네, 감사합니다.]
캐서린이 나가고 제롬은 혼자 생각에 잠겼다.
'일정을 미루면 광고기간이 너무 줄어들 텐데.'
<부산 열차>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평소보다 광고기간을 길게 잡아 둔 제롬. 한록의 요청사항을 들어주려면 그 기간을 전부 변경해야했다.
거기에 이런 의문도 따라왔다.
'이한록의 광고가 그걸 감수할 가치가 있을까?
제롬은 한록의 마케팅은 믿는다. 하지만 마케팅과 광고는 다르고, 또 한국과 미국은 공략해야할 포인트도 다르다.
해외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 확실히 한록의 전문분야는 아니었다.
'이한록은 마케터지, 광고 디렉터가 아니야.'
결국 거절하기로 마음 먹은 제롬. 제롬은 한록에게 직접 얘기해주기 위해 메일함을 켰다.
그리고 한록의 메일이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제롬 엔더슨에게.]
그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한록의 메일. 제롬은 천천히 메일을 읽어 내려갔다.
제로아워가 잘 진행되고 있고, 한국에서 내부 반응이 좋다는 내용. 한록의 메일은 그저 평범한 업무 메일이었다.
'왜 이런 걸 보낸 거지?'
그리고 제롬의 의문은 마지막 문장에서 해결 되었다.
[...하여 추가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평범한 내용의 메일. 그 뒤로 이어진 말.
[저는 우드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20만 달러짜리 광고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우드 엔터테인먼트가 제 마케팅에 20만 달러를 지불했으니까요.
다만. 일정이 맞지 않아 광고는 넘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광고에 대한 어필. 그리고...
[광고 아이디어를 원하는 다른 회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광고를 판매하려 합니다. 계약조건에 위배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으나, 제롬에게 양해를 구하고 싶어 메일을 보냅니다.]
약간의 협박.
[괜찮나요?]
마지막으로 예의상 건네는 질문까지.
[왜 이런 메일을 보냈는지 알겠군.]
한록의 메일을 모두 읽은 제롬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 광고를 요구했다는 건 사실이겠지.'
그만큼 한록의 마케팅은 매력적이었으니까.
아마 다른 회사들도 광고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탐을 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회사에 광고를 팔겠다는 한록의 말은 거짓말임이 분명했다.
계약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회사 간의 예의란 게 있으니까.
사실 한록이 보낸 메일 자체도 제롬이 트집을 잡는다면 문제 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한록이 이런 메일을 보낸 이유. 이 메일에 담긴 속 뜻.
'이걸 놓치면 후회할 텐데?'
이게 바로 한록이 원하는 말이었다.
한록의 마음을 읽어낸 제롬이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제롬의 얼굴에 처음으로 걸린 미소.
[정말 보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나보군.]
한록이 제롬을 상대로 수를 쓰고 있다는 것도, 다소 무례한 짓을 했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한록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으로 참아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다면 참아줘야지.]
이렇게까지 해서 보내고 싶은 광고가 뭔지 알고 싶었다.
[캐서린. CK에 맞게 일정 조절해.]
제롬이 캐서린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그리고 한록의 메일을 다시 한 번 읽으며 생각했다.
'당신을 미끼로 다른 국가를 제로아워에 참여 시키겠다'던 모습. 그리고 지금 다른 국가를 언급하며 블러핑을 하는 모습.
건방지고, 무례하고,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는 사람. 이한록.
배짱이 좋고, 정말 젊다는 생각. 그리고...
알면 알수록 마음에 드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
그날 저녁 한국. CK ENM에서는 임원회의가 열리는 중이었다.
"방송국이 CK 기획이 아니라 우리 ENM으로 넘어오는 것이 확정됐습니다."
하정엽이 며칠 전 CK그룹 회의에서 나온 소식을 전했다.
회귀 전 CK기획으로 넘어갔던 방송국. 그러나 이번엔 음악사업본부, 그리고 한록의 활약으로 ENM이 방송국을 가져왔다.
"모두 사장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방송국이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리 전해들었던 얘기인 만큼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회의실에는 묘한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정엽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다들 예상하는 것처럼, 본부장님들 중 한 분이 방송국의 주인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 방송국의 주인이 ENM의 진정한 실세가 될 것이다.
'그 자리는 내 자리다.'
희열을 느끼는 음악사업본부장 문오석.
'하필 이런 시기에...지금 홈쇼핑은 위험하다.'
홈쇼핑의 성장세가 둔화된 시기에 위협을 느끼는 홈쇼핑사업본부장 지철욱.
그리고 차분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최경준.
"전달사항은 여기까지입니다. 보고하세요."
하정엽의 말에 각 본부장들이 사업 현황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음악사업본부의 발표가 끝났고, 이제 최경준의 차례가 되었다.
"영화사업본부는 <부산열차>와 <수면>을 준비 중입니다. 제로아워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제로아워가 끝나면 곧바로 <수면>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리고 <러빙 고흐>는 더 서울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경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홈쇼핑사업본부장 지철욱이 입을 열었다.
"잠시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지철욱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하정엽. 지철욱이 '기회를 잡았다'는 표정으로 최경준을 바라보았다.
"더 서울과의 협업에 대한 얘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
"곧 개봉할 <러빙고흐>를 위해 더 서울의 반 고흐 전시회와 함께할 예정입니다."
"'더 서울'은 한국 최고의 미술관 중 한 곳입니다. 거기에 반 고흐 전시회는 '더 서울'에서 엄청난 비용을 들인 전시회라고 알고 있습니다. 고작 영화 하나를 위해서 '더 서울'의 브랜드를 이용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위기에 빠진 홈쇼핑사업본부. 그리고 인수전의 떠오르는 다크호스 영화사업본부. 지철욱은 지금 최경준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지철욱의 지적에 스포츠사업 본부장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네, 동의합니다. 영화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더 서울'의 브랜드 가치도 훼손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회사끼리의 협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러빙 고흐>라는 영화는 들어 본 적도 없는데...더 서울에 피해를 끼칠까 우려됩니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더 서울'과의 협업에 대한 반대 의견. 그 와중에 오로지 문오석만이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최경준은 여러 질타 속에서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러빙 고흐>는 마케팅 부서 이한록 과장의 사업이라 들었습니다. 이번엔 이한록 과장이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바로 지적 속에서 언급 되는 한록의 이름 때문이었다.
인수전. 그리고 임원회의.
그 곳에서 한록의 이름이 처음 언급되었다.
의도는 뻔했다. 영화사업본부의 핵심인물인 한록을 깎아내리기 위한 발언이었다.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임원들이 한록에게 긴장을 느끼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한록은 임원회의에서 언급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한록은 인수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최본부장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철욱의 재촉에 최경준이 여유롭게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네, 설명 드리겠습니다."
다른 본부장들에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이 일은 하정엽의 허가를 받은 일이었다.
'사장이 허락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오히려 협업에 트집을 잡은 다른 본부장들의 상황이 애매해질 것이다.
'이상한 건...문오석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거군.'
다만 신경쓰이는 게 하나 있다면, 문오석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혼자서 속사정을 알고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래도 나중에 확인을 해봐야겠어.'
그렇게 판단한 최경준. 지철욱이 다시 최경준을 재촉했다.
"최본부장님."
"네. 다른 본부장님들의 우려는 이해합니다. 다만 이 부분은..."
최경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사장님께서 허가하신 부분입니다."
하정엽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 회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사장이 내린 결정에 반대했다.'
그 사실에 모두가 하정엽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네. 이미 얘기가 끝난 부분입니다."
하정엽의 말에 이제 시선을 피하기 시작하는 본부장들.
"나는 <러빙 고흐>에 꽤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본부장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분한 표정으로 책상을 노려보았다.
사장이 저렇게 나온다. 그런데 본부장들이 뭐라고 더 입을 열겠는가.
"이번 <러빙 고흐>는 회사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획안이라 판단했습니다. 이런 기획안이 있다면 나한테 가져오세요."
최경준에게 비판을 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입을 꾹 다문 본부장들.
하정엽이 영화사업본부, 그리고 한록에게 호의적인 게 본인들에게도 느껴진 것이었다.
'...본전도 못 찾았군.'
"다만."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할 때 하정엽이 말했다.
"이건 협업이 성공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러빙 고흐>가 흥행에 실패하거나, 협업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더 서울'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성공한다면 잘한 거다. 하지만 리스크가 있을 거다.'란 하정엽의 말.
그 말에 본부장들이 약간의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그래. 실패하면...그땐 정말 '더 서울'을 빌려 가놓고 망한 게 되는 거지.'
<러빙 고흐>의 실패에 기대를 거는 본부장들.
'실패하진 않을 거야. 다만 '더 서울'을 빌려갈 정도의 성공은 아니겠지. 최경준이 지나친 모험을 했군.'
문오석의 냉정하고 차분한 평가.
'이번 일은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문오석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하정엽까지.
사장이 소유한 다른 회사를 마케팅에 이용하겠다. 분명 한록의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영화 하나를 위해 사장인 자신과, 자신이 아끼는 회사 하나를 직접 움직여줬다.
'웬만한 성과로는 날 만족시키기 어려울 거다.'
한록을 위해 여지껏 해본 적 없는 일을 해주었다. 그렇다면 그 평가 기준 역시 높아져야 마땅했다.
한록이 제시한 500만 관객. 거의 수입비용의 100배에 달하는 이익이었고, 하정엽은 그걸 달성하지 못한다면 <러빙 고흐>를 실패했다고 판단할 생각이었다.
'처음으로 이한록이 실패할 수도 있겠군.'
하정엽은 한록이 처음 맛보는 실패에 대체 어떻게 반응할지, 만약 실패한다면 한록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할지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하지만 이한록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한록의 성공을 바랬다.
*
그날 밤. 한록은 퇴근 후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다.
아직 제롬에게서 답장이 도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록은 제롬이 자신의 메일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
다만 아직 답이 도착하지 않았으니, <부산 열차>는 잠시 미뤄두고 <러빙 고흐>에 집중할 때였다.
-팬덤 마케팅? 이과장. 독립 영화로 그게 가능하겠어?
팬덤 마케팅이란 것 자체에 의문을 가지던 현차장.
-이 영화에 팬이 붙을 거란 걸 어떻게 예상해? 네가 신이냐? 아님 미래에서 오기라도 했냐? 확신할 수 있어?
그리고 정부장.
그러나 한록은 팬덤 마케팅이 성공할 거란 확신이 있었고, 그 근거도 가지고 있었다.
'네. 확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회귀 전 <러빙 고흐>가 얼마나 깊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러빙 고흐>는 독립 영화 사이에선 '대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50만을 달성했다.
거기에 많은 평론가들이 <러빙 고흐>를 올해 최고의 작품이라 칭찬했으며,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은 전 세계에서 <러빙 고흐>를 3번째로 많이 본 국가지.'
특히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러빙 고흐>. <러빙 고흐>는 평론가, 시네필들의 극찬을 받은 것은 물론 TV의 영화 분석 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했다.
'난 <러빙 고흐>에 이슈를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사람들이 알아서할 거야.'
한록이 할 것은 <러빙 고흐>의 시작 단계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과 팬덤을 형성하는 것뿐이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러빙 고흐>의 어떤 점에 열광할 건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러빙 고흐>의 팬이 될 건지 파악하는 거다. 그 점을 노려야 해.'
그리고 이건...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지.'
모두가 '어떻게 확신하냐'는 질문을 건네는 상황에서.
'난 미래에서 왔으니까.'
오직 회귀를 경험한 한록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
그리고 다음날. <러빙 고흐>의 마케팅 방안을 완료해 정부장에게 가져간 한록.
"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네."
정부장의 물음에 한록이 당당하게 답했다.
한록의 당당한 말에 말문을 잃은 정부장. 그가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물었다.
"너 진짜 니가 미래에서 왔다고 착각하는 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