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 : 이게 이한록이다(1) >
마케팅 부서는 회의장 하나를 빌렸고, 그 곳에 전 세계의 바이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제롬 앤더슨. 헐리웃의 권위자.
엘리스 킹스벨. 27살의 최연소 매니저.
웨이 싱. 중국 최대 관객수를 기록한 제작자.
레오 엔시나스. 스페인 영화계의 아버지.
20개국의 바이어들이 오직 <부산 열차>를 사기 위해 이 곳 회의장에 모였다.
한록은 나라별로 가장 고액을 제시한 바이어들을 프레젠테이션에 불렀다. 그들이 평균적으로 제시한 금액은 55만 달러. 한국 돈으로 7억.
자신의 판단으로 영화 하나에 7억을 쓸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이런 말이 쓰여져 있었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 제안을 하는지 지켜보겠다.'
그리고 그들 앞에 선 한록.
'아, 어떡해...'
유선이 회의실 앞에 선 한록을 보며 생각했다.
제롬. 웨이 싱. 레오 엔시나스. TV에서나 보던 사람들이 자신의 앞에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긴장이 되는데 한록은 그들에게 제로아워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
유선이 최대리에게 말했다.
"제가 너무 무리한 제안을 했나봐요. 과장님 너무 긴장 되실 것 같아요..."
자신은 제안을 하면 끝이지만 한록은 그걸 현실화 시켜야 했다.
세계적인 바이어들이 눈앞에 앉아있고, 한록이 조금의 실수라도 하면 가격을 깎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게 뻔한 상황.
'리스크가 너무 크다'라는 한록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갈 것 같았다.
그러나 최대리는 유선과 생각이 다른 듯 했다. 한록을 바라보는 최대리.
세계 최고의 바이어들. 그들 앞에 선 한록의 눈빛은-
"유선씨.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네?"
"과장님 표정 봐 봐요."
"어..."
"즐거워 보이지 않아요?"
기대로 빛나고 있었다.
*
단상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한록.
자신을 바라보는 모두의 얼굴에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짜증과, '대체 뭘 할 거냐'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판권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20명의 사람들. 그들에게 선택받은 영화만이 세상에 알려질 기회를 가진다.
'한국 좀비 영화를 누가 사가냐'고 자신을 무시하던, 그리고 여전히 제로아워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계의 심판들이 눈 앞에 있다. 그들의 앞에 서 있자니-
'즐겁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릿함이 느껴졌다.
'왜 본부장님이 나를 이곳에 보내셨는지 알 것 같다.'
한록이 앞으로 담당할 영화들. <부산열차>, <식물> 3부작, 그리고 세계에 알려질 <삼일의 삶>.
좋은 영화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합쳐지자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세상은 이렇게나 넓고, 내 무대는 이곳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부산 열차> 제로아워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기분 좋은 설렘과 함께 한록이 발표를 시작했다.
*
[우리 CK는 <부산 열차>에 제로아워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한록이 회의실 앞에 서서 제로 아워에 대한 화제를 꺼냈다.
찌푸린 얼굴로 한록의 얘기를 듣는 바이어들. 아직 제로아워에 대한 흥미가 크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 중 스웨덴, 중국은 한록의 말에 대놓고 혀를 찼다. 제로아워를 도입했다가 크게 실패한 국가들이었다.
[목표는 첫날 최대한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겁니다. 개봉 전부터 관객들에게 제로아워에 대해 어필할 거고, 안내방송에 대한 얘기도 미리 언급할 예정입니다. 셀링 포인트는 '이 열차 속에 내가 함께 타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바이어들 모두가 상영부스에서 느꼈던 감정이다. 한록의 말에 몇 명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첫날 목표 관객에 도달하면 그 후의 흥행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겁니다. 안내방송을 경험한 사람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릴 거고,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경험을 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공할 겁니다.]
엄청난 자신감을 가진 한록의 말. 그러나 바이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바이어들의 표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랬다.
'그걸 어떻게 믿어?'
한록의 말에 모두가 귀를 기울이던 CK에서의 발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것이 상대는 한국 영화계를 무시하는 영화계의 권위자들이다. 그들은 그나마 상영 부스에서의 경험 때문에, 그리고 <부산 열차>를 구매하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와주기라도 한 것이다.
'바이어들은 한국 영화계에 신뢰가 없어요. 특히 유럽이나 북미 쪽은 우릴 완전 무시하죠. 과장님은 영어가 원어민도 아니니까 더 그럴 거예요.'
프레젠테이션 최대리가 미리 했던 경고였고, 그 말은 벌써 사실이 되었다.
다리를 꼬고 삐딱하게 앉아 한록을 바라보는 웨이 싱.
한록의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레오.
-한국 영화를 무시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어떻게 그들을 설득할 것인가.
어떻게 그들에게 제로아워를 도입해달라고 부탁할 것인가.
그게 오늘 한록이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그 마케팅이 의미가 있으려면 주요 국가가 모두 제로아워에 참여해야 합니다. 현실성이 있는 얘깁니까?]
스웨덴 바이어의 질문. 그 말은 한 마디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냐'였다. 스웨덴 바이어 뿐만 아니라 모든 바이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이게 현실성이 있는 얘기인가.'
'제로아워에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가.'
'과연 제로아워가 효과가 있을 것인가.'
삐딱하게 앉아 한록을 바라보는 바이어들.
한록이 스웨덴의 바이어에게 답했다.
[미국의 참여는 확정되었습니다. 또한 여기 계신 제롬 앤더슨이 제로아워를 비롯한 마케팅을 구매하는 비용으로 20만 달러를 지불하였습니다.]
'날 사용해도 좋다'는 제롬의 말을 한껏 활용하는 한록.
제롬 앤더슨과 20만 달러란 말에 바이어들의 눈이 번쩍 뜨인다.
'제롬 앤더슨이 20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제롬,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스웨덴 바이어의 질문에 대답하는 제롬.
'일단 미국이 참여했다. 거기에 마케팅 비용도 지불했어. 가능성이 있단 얘기야.'
이제 그런 생각이 바이어들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지금 개봉작이 뭐가 남았지?'
'일정 조율이 가능한가?'
'비용이 얼마나 들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보기 시작하는 바이어들.
제로아워를 도입한다는 건 앞으로 상영할 영화 전체의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건 바이어들도 나름의 모험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바이어들은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이걸 빌미로 판권료를 낮춘다.'
제로아워를 가져가고, 판권료도 낮출 수 있는 전략. CK가 처음 준비했던 전략이었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록이 입을 열었다.
[제로아워는 <부산 열차>를 위한 최고의 마케팅입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께...]
'그래. 제로 아워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해라.'
'그럼 바로 협상에 들어간다.'
바이어들 사이에서 긴장이 흐른다. 한록이 '제로 아워에 참여해달라'는 말을 하자마자 판권료 얘기를 꺼내려는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한록의 말을 기다리는 상황. 그리고 한록은-
[특별히 제로아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가격은 2만 달러입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말을 했다.
*
[...]
한록의 말에 침묵에 잠긴 회의장. 아무도 한록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잠시 후, 웨이싱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보고 제로아워에 참여하기 위해 돈을 내라는 말인가?]
한국 영화계를 무시하는 사람들. 한록이 어떤 말을 하든 믿지 않을 사람들.
그들에게 한록이 내놓은 전략.
[네. 참여를 원한다면 비용을 지불하세요.]
'이 영화는 엄청난 영화고, 이 마케팅은 반드시 성공한다.'
'그러니 참여하고 싶다면 성의를 보여라.'
CK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다.
[돈을 내고 제로아워에 참여하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심기가 불편해진 웨이싱이 거친 말투로 한록에게 물었다. 그러나 한록은 웨이싱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2만 달러는 오늘 결정을 내리는 국가들에게만 제안하는 가격입니다. 전 세계가 함께 일정을 맞춰야 하는 일이니, 늦게 참여하는 국가들은 그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헛소리!]
[캐나다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스웨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록의 강한 태도에 몇몇 국가들이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제로아워가 제대로 도입된다면 분명 2만달러 이상의 관객을 가져올 수 있다.'
'CK에서 괜히 저렇게 나오는 게 아니야. 저 정도의 자신감이라면 확신이 있는 거다.'
반면 한록의 말에 흔들리기 시작하는 바이어들.
'제로아워에 참여해야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들을 위해 한록은 약간의 장치를 준비했다.
프레젠테이션 전, 한록은 최대리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최대리님. 해외를 상대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은 한국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죠.'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합니까?'
'나라마다 다르긴 한데...서양쪽은 잘 먹히는 요소가 있어요.'
'어떤 겁니까?'
한록의 말을 들은 최대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연극적 요소가 있으면 좋아요.'
한록은 그 말에 무언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일어났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엘리스. CK의 한입니다.'
UK 픽쳐스의 엘리스였다.
*
망설이는 바이어들. 그리고 한록이 그들을 위해 준비한 장치.
[제로 아워에 참여하는 첫 나라는 비용을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고민하는 바이어들 사이에 던져진 한록의 제안. 그리고-
[참여하겠습니다.]
한록의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든 누군가.
[영국, UK 픽쳐스입니다.]
엘리스였다.
[영국이 제로아워에 참여합니다. 곧 프레젠테이션을 종료하겠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국가는 지금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망설이던 바이어들 사이에서 기회를 가져간 엘리스.
[필름마켓 종료 후 의사를 밝히실 경우 참여비용은 5만 달러입니다.]
그리고 바이어들에게 도착한 데드라인. 남은 시간은 단 3일. 바이어들은 그 안에 결정을 내려야했다.
[이 자리에서 결정을 하신다면 1만 달러로 낮춰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한록의 말에 또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프랑스 참여하겠습니다.]
프랑스 살롱파리의 참여.
'영국과 프랑스가 참여했다.'
그렇다면, 더 볼 것도 없다.
그렇게 판단한 바이어들이 연이어 손을 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참여하겠습니다.]
[일본 참여합니다.]
[러시아 참여 원합니다.]
[태국 참여합니다.]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참여 의사를 밝히는 바이어들.
모두가 하루 빨리 제로아워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이제 회의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대의사를 보이는 몇몇 국가들. 중국, 호주, 캐나다, 그리고 스웨덴과 독일.
[우리가 비용을 지불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들은 제로아워 자체보다, 자신들이 CK의 밑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호주의 바이어가 한록에게 말했다.
[제로 아워가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적어요. 그건 알고나 있습니까?]
그리고 그 말에 한록은...
[제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십니까?]
미소를 지었다.
"저런. 잘못 걸렸네요."
유선에게 속삭이는 최대리.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유선.
"뭐...뭐예요?"
한록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경험이 많지 않은 강대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최대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보면 알아요."
최대리가 답했고,
'이제부턴 내 시간이다.'
한록이 생각했다.
*
[질문해주신 분이 호주의 툴리 엔터테인먼트 분이시군요. 그럼 툴리 엔터테인먼트를 예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슨...]
[호주의 툴리 엔터테인먼트. 제로아워를 3회 진행한 경험이 있군요. 그 중 2번은 헐리웃의 제안이었고, 1회는 툴리 엔터테인먼트 자체에서 진행했습니다. 맞습니까?]
[...]
대답을 하지 못하는 호주의 바이어. 자기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몇 번 진행했는가. 그걸 모두 외우고 있는 회사원은 없을 것이고, 호주의 바이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3번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제로아워에 참여하시려면 알아두시는 게 좋겠군요.]
'이한록, 이 미친새끼! 대체 어쩌려고 저러는 거야!'
한록의 말에 고부장이 이를 악물었다.
[3회 모두 그해 개봉한 영화들의 평균 관객수보다 30% 많은 관객수를 기록했습니다. 제로아워가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하셨죠.]
[...네.]
[최소한 호주에서는 틀린 말이군요.]
한록의 말에 호주의 바이어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자신조차 모르고 있는 회사의 역사를 줄줄 꿰는 한록. 그 앞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다음은 독일입니다.]
이번엔 독일 바이어를 바라보는 한록. 독일 바이어가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올림픽 픽쳐스에선 여태까지 제로아워를 두 번 도입했고, 두 번 모두 실패했군요. 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제로아워 자체가 독일에서 실효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반대하는 겁니다.]
[아뇨. 당시 개봉한 라이벌 영화가 <사자왕>과 <쥬라기 타운> 이어서 그렇습니다. 역대 흥행 10위권 안에 드는 영화들이죠. 어느 영화, 어느 마케팅이 왔어도 실패했을 겁니다.]
사람들에게 말하던 한록이 독일 바이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동의 하십니까?]
[...]
눈을 감은 독일 바이어. 모두의 앞에서 억지를 쓰는 모습을 보일 것이냐. 아니면 한록의 말을 받아들일 것이냐.
[네. 맞는 말이군요.]
그는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중국. 제로아워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지역별로 개봉시간을 다르게 했군요. 이건 제로아워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스웨덴. 3년 전 대규모 영화에 제로아워를 시도했습니다. 제작비는 2억이었고, 전 세계 수익은 7천만 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이건 제로아워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실패입니다.]
제로아워에 반대하던 나라의 사례를 하나하나 반박하는 한록.
정확한 자료. 그리고 완벽한 분석으로 상대의 의견을 완전히 부숴버린다. 전형적인 한록의 프레젠테이션 스타일. 거기에 더해진 최대리의 자료까지.
[제가 제로아워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증명은 됐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만큼은, 그리고 제로아워에서만큼은 한록의 말이 곧 정답이었다.
[제로아워에 대해 더 질문할 분 계십니까.]
한록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럼 여기서-]
[질문이 있네.]
그리고 그때 손을 든 사람. 중국 영화계에서 최고 흥행작을 만들어낸 상해 엔터테인먼트의 웨이 싱.
[제로아워가 좋은 마케팅 방안이란 것도, 당신 능력이 대단하단 것도 알겠어. 그런데, 그래서 이 영화가 잘 될거란 보장은 어디에 있는가.]
그가 정확한 질문을 던졌으며.
[바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한록은 사람들을 가리켰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태국. 인도. 브라질. 우드 엔터테인먼트. UK 픽쳐스. 살롱 파리. 나일 엔터테인먼트.]
한록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던 사람들. 그러나 이어지는 회사의 이름에 사람들은 드디어 한록의 말 뜻을 파악했다.
[<부산 열차>를 구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회사의 이름들입니다.]
오로지 <부산 열차>를 위해 이 자리에 온 사람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영화인들이 선택한 영화, <부산 열차>.
[이 이상 어떤 증거가 필요합니까?]
<부산 열차>의 성공을 증명하기엔 충분한 장면이었다.
이제 회의실은 아무런 반박 없이 조용해진 상황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제롬.
자신이 뭘 보고 있는건지 믿기 어렵다는 얼굴의 고부장.
미소를 짓고 있는 엘리스.
어느새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록의 말에 집중 중인 레오 엔시나스.
[<부산 열차>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제로아워를 망설이시는 거라면 선택은 간단합니다. 제로아워에 참여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저 역시 그런 나라와 협업을 진행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한록의 말을 들은 바이어들의 마음 속에 싹트는 생각.
'참여해야 한다. 이 영화는 반드시 성공한다.'
[프레젠테이션 종료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로아워에 참여하실 분은 손을 들어주시기바랍니다.]
한록이 모두에게 물었고 호주, 캐나다, 스웨덴이 차례로 손을 들기 시작했다.
처음 제로아워에 대해 제안 했을 때 하나같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던 바이어들. 그들이 전부 제로아워에 참여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최대리는 그 광경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그래, 이게 CK다.'
'이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을 든 누군가를 보며 생각했다.
[상해 엔터테인먼트. 웨이 싱.]
[제로아워에 참여하도록 하지.]
'이게 이한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