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61화 (61/263)

< 61 : 회장님이 오십니다(1) >

"매니저님. 야외 개봉에 반대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죠.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정말 그 이유 때문입니까?"

[그럼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저와의 불화 때문에 일부러 트집을 잡으시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제가 개인 감정으로 때문에 일을 망치려는 사람 같습니까?]

한록의 말에 김준이 크게 화를 냈다.

[이과장님. 굉장히 무례하시네요. 원래 이런 분인 건 알았지만 그래도 상대는 가려가면서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ck 측이 저희한테 이렇게 나올 입장이 아닐 텐데요?]

말이 길어지는 김준. 거기에 갑을 관계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유는 뻔했다.

'찔렸군.'

'개인 감정 때문에 트집을 잡는다'는 부분에서 본인도 찔린 것이다.

"네, 그러면 야외 개봉이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하면 반대하지 않으시겠네요."

[당연하죠. 또 삼일의 삶 얘기를 하실 겁니까? 그 관객 백만 짜리 영화요? 고작 부산영화제에서 성공한 거 가지고 어지간히 자랑하고 싶으신가 봅니다. 미국에서 부산 영화제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 거 같습니까?]

"글쎄요. 최소한 알렉산드로 로게즈 감독은 알 것 같습니다. 삼일의 삶이 대단한 영화라고 극찬했고요."

[....]

알렉산드로 로게즈의 이름이 나오자 입을 다무는 김준.

실제로 알렉산드로 감독이 부산영화제에 극찬을 했다는 건 영화계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알렉산드로 로게즈.

'아무도 삼일의 삶과 당신의 마케팅을 모른다'고 조롱하기엔 너무나 대단한 이름.

"이과장. 진정 좀..."

계속 되는 언쟁에 옆자리에 앉은 현차장이 한록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나 한록은 고개를 저었다. 한록이 수화기를 손으로 가린 후 말했다.

"현차장님. 지금 잡고 가야지 일하기 편합니다."

그 말에 현차장이 불안한 눈으로 정부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부장은 팔짱을 끼고 한록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래, 네가 대체 어떤 놈이 길래 본부장님이 그렇게 아끼시는지 보자.' 라는 태도의 정부장.

결국 현차장은 조용히 한록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한록이 김준에게 말했다.

"매니저님. <스카이 라인> <아메리칸 솔져> 모두 '더 필름'의 영화들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 그 얘기가 왜-]

"맞습니까, 아닙니까?"

[제가 이 말에 왜 대답해야 합니까?]

강하게 나오는 김준.

"본인 회사가 다루는 작품이 뭔지도 모르십니까. 그럼 할 말 없군요. 오히려 저야말로 담당자 변경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냥 넘기기엔 한록의 도발이 너무나 뛰어났다. 김준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예, 맞습니다. 갑자기 딴 얘기를 꺼내시네요. 할 말이 없으십니까?]

"<스카이 라인>. 98년 2월 17일에 군부대에서 개봉을 했군요. <아메리칸 솔져>는 메모리얼 박물관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

계속 날카롭게 반응하던 김준이 말을 멈췄다. 한록이 놓치지 않고 말했다.

"상영관이 아닌 곳에서 개봉하는 건 더 필름 측에서도 진행한 적 있는 이벤트입니다. 이 영화들, 관객 수가 어떻게 됐습니까."

[....]

"왜 대답이 없으십니까? 할 말이 없습니까?"

[...세계적으로 성공했습니다.]

한층 잦아 든 김준의 목소리.

김준 스스로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 잘못 걸렸다.'

한록이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네. 야외 상영을 했고, 세계적으로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더 필름 측에서 진행한 마케팅이죠. 그런데 왜 <퀸>만 반대하십니까?"

김준의 반박을 모두 막아버리는 한록의 말.

[그건...]

"매니저님. 왜 반대하시는지 납득가게 설명해주시면 저도 수용하겠습니다."

[그건 미국에서 진행한 마케팅입니다. 한국에서 이게 통할 것 같진 않습니다. 몇 명이나 그걸 보러올...]

"매니저님도 말하셨죠. 이미 부산 영화제에서 삼일의 삶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무료로 푼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 관객 수를 다 놓칠 생각입니까?]

"그건 저희 ck가 손실을 보는 거지 이미 상영권을 판매한 더 필름측이 손실을 보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꽤 많은 관객이 빠지는 건데-]

"아까는 야외상영을 보러올 사람이 없다고 하셨으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보러 올까봐 걱정이라고 하시네요."

말을 바꾸는 김준과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한록.

[하...]

수화기 너머로 김준이 앓는 소리를 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 김준도 그걸 알아차린 것이다.

[...이과장님, 적당히 합시다. 이쯤에서 그냥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마케팅 방안은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적당히 넘어가자.'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겠다는 말을 돌려 말한 김준. 드디어 김준이 패배선언을 한 것이다.

"이과장. 최고다, 최고."

그 말에 현차장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한록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본부장님 말씀이 맞다. 이 녀석이 어디 가서 질 녀석은 아니지.'

그리고 최경준과의 대화를 회상하는 정부장.

한록에 대한 최경준의 전적인 신뢰가 어디서 나오는 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자신감과 그걸 뒷받침하는 뛰어난 능력. 거기에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가는 추진력까지.

'더 필름의 반대가 클 거라고 예상했는데 벌써 잠재웠군.'

여전히 한록의 계획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정도라면 '지켜볼만한' 정도라는 것은 확실했다.

"이한록, 수고했다."

정부장이 나름의 칭찬을 건넸고, 모두가 이로써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록은 여기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생길 거다.'

"매니저님.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방법이 있으신가 봅니다."

[네?]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은 김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준이 당황해서 물었다.

[다른 방법이요?]

"계속 제 마케팅 방안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셔서 말입니다. 생각하시는 다른 방안이 있으시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게 아니라-]

"대체 어떤 방법을 생각하시 길래 본인 회사에서도 하셨던 마케팅에 반대하시는지 알고 싶네요.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처음 들었을 때 딱 납득이 가지 않아서 말씀 드린 겁니다. 꼭 대안이 있어야 반대할 수 있는 겁니까?]

"네, 그렇죠."

[저도 이 영화의 책임자인데-]

"하지만 그 말은 더 필름 측에서 할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어진 한록의 말.

"더 필름측이 왜 우리한테 마케팅방안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겁니까?"

"헉!"

깜짝 놀라 볼펜을 떨어뜨린 현차장. 현차장만이 아니라 모두가 한록을 바라보았다.

"더 필름은 CK에 상영권을 팔았습니다. 그 안에는 마케팅에 대한 결정권까지 포함되어 있죠."

이미 해외 상영권을 판 상태. 그 상황에서 이뤄지는 더 필름의 개입.

마케팅부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슈퍼 갑인 더 필름이 저렇게 나오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했던 문제였다.

'그래, 우리가 마케팅 대행을 하는 게 아니고 아예 상영권을 사 온 거잖아.'

'왜 우리보고 지랄이야? 우리가 지네 부하야?'

모두가 해오던 생각이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낼 용기가 없었다. 그걸 언급하는 순간 본인이 총대를 메야하는 일이니까.

지금 한록은 그 부분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한록이 또 재밌는 일 하나 하는구나.'

그런 생각으로 흥미진진하게 한록을 바라보던 사람들. 그들의 표정이 이제 조금 바뀌었다.

이제 그들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었다.

'이과장님. 제발 더 필름 좀 잡아주세요.'

불합리한 행태를 지적하는 한록에 대한 간절한 바람.

어느새 모두가 한록의 반격을 응원하고 있었다.

김준이 한록의 지적에 발끈해서 말했다.

[상영권 팔았다고 영화에 신경을 끄란 겁니까? 마케팅 방안에 협의하는 것 정도는 다른 회사도 하는 거 아닙니까?]

"네, 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럼 됐네요. 왜 이걸 물고 늘어지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한록. 드디어 할 말이 생겼다 생각한 김준.

"그런데 그건 저보다 괜찮은 방법을 가져오셨을 때 말이죠."

그리고 김준의 자신감을 한순간에 잘라 버리는 한록의 말.

"제 마케팅 방안이 왜 마음에 안 드는지. 더 나은 방법은 어떤 게 있는지. 아니, 최소한 본인 회사에서 어떤 마케팅을 진행했는지. 그 정도는 들고 오셔야 반대를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한록의 말에 김준은 차마 반박을 하지 못했다. 본인도 알지 못했던 <스카이 라인>과 <아메리칸 솔져>의 야외 상영. 한록이 그 부분을 가져왔을 때부터 이미 느꼈던 감정.

'이 녀석 뭐지?'

생각보다 훨씬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의 당황.

그 당황이 이제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

"매니저님, 대답해보십시오. 제가 제안한 것보다 나은 방법 있습니까?"

한록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는 김준.

계속 기다려도 김준이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하자 한록이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그런 게 없이 지적을 하셨던 거면..."

"그간 CK를 상대로 업무협조가 아니라 갑질을 하셨던 거군요."

'그래, 이거지!'

한록의 통쾌한 지적에 마케팅부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쥔다. 오과장이 없을 때 CK를 담당했던 박과장은 아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상황.

[이봐요, 이한록씨!!!]

그리고 마케팅부 모두가 통쾌해하는 만큼, 김준의 반발 역시 컸다.

[이한록씨. 지금 나랑 장난합니까? 마케팅에 지적 한 번 했다고 이렇게 인신공격을 합니까?]

갑질이란 얘기가 나오자 발끈해서 쏘아붙이는 김준.

[이 일은 정식으로 컴플레인 걸겠습니다!]

그러나 한록 역시 물러나지 않았다.

"컴플레인 거십시오. 저도 똑같이 걸겠습니다. 매니저님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마케팅을 반대했고, 지속적으로 갑질을 해왔다고 말하겠습니다. 아, 본인 회사에서 진행했던 마케팅이 뭔지도 모른다고도 전하겠습니다."

[이한록!]

"거래처를 상대로 반말을 했다는 것도 추가하겠습니다."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그럼 끊겠습니다, 김준씨."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린 한록.

'이 정도면 최소한 <퀸>을 진행할 때는 가만히 있겠군.'

김준을 완전히 꺾어버린 것 치고 한록의 태도는 담담했다.

외국의 대기업. 연예인. 연예인의 매니저, 그리고 대중들까지.

영화 업계에서 일을 한다는 건 하루에도 수십명의 갑을 마주친다는 뜻이었다.

'그런 사람들한테 전부 진지하게 화 낼 순 없지.'

다만 초반에 기선제압을 해서 앞으로 헛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려는 의도였을 뿐이다.

"이과장!!!"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은 한록과 다른 듯 했다.

"이과장! 잘했다, 진짜 잘했다!"

한록이 전화를 끊자마자 달려와서 어깨를 두드리는 박과장. 박과장은 엄청나게 흥분한 상태였다.

"내가 씨, 김준 그 새끼 꼭 죽인다고 생각했는데! 이과장이 대신 해버렸네! 아까워 죽겠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싱글벙글 웃고 있는 박과장.

자신은 몇 년이 지나도 절대 김준한테 한마디 못했으리란 걸 본인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한록이 김준과 붙자마자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해줬다.

몇 년에 걸친 김준의 갑질을 끝낸 한록의 전화 한통.

게다가 그냥 끝낸 것도 아니고, 김준이 말한 마디 못할 정도로 속 시원하게 끝냈다.

"이과장. 고생 많았어."

"난 요즘 이과장이 거래처랑 전화할 때만 기다린다."

"다음엔 오은아네 매니저한테 해주면 안 돼?"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게 좋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니! 안 돼! 다 저리가! 이과장한테 일 맡기지마! 이과장은 우리 꺼야!"

사람들을 물리치는 현차장. 자신의 부하가 거래처랑 대판 싸웠지만, 그의 표정 역시 활짝 피어있었다.

반면 정부장은 미묘한 표정으로 한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이 정도 하니까 본부장님이 신뢰하는구나.'

한록에 대한 인정. 그리고 인정만큼이나 강하게 드는-

'이 놈을 대체 어떻게 다뤄야하는 거지?'

날뛰는 부하를 둔 상사의 불안.

생각을 정리한 정부장이 한록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한록. 잘했다."

일단 칭찬.

"그래도 다음엔 적당히 해라."

그리고 적당한 꾸짖음.

정부장은 정석적인 대처를 했고, 한록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네, 부장님. 주의하겠습니다."

그리고 씩 미소를 짓는 한록. 한록의 미소를 본 정부장은 생각했다.

'이 새끼 또 이러겠구만!'

*

[그럼 끊겠습니다.]

"이한록!!!"

김준이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린 한록.

김준이 전화기를 부서질 듯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한록 이 새끼, 왜 이리 건방져?!"

한국 최고의 영화회사 CK. 그러나 자신은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더 필름'의 소속이다.

CK의 부장, 차장들. 4,50은 훌쩍 넘은 대기업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설설 기는 모습.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학비가 수억에 달하는 미국 대학을 졸업한 자신이 대단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한록은 자신에게 정면으로 도전했고, 말 한마디 못 꺼낼 정도로 자신을 몰아붙였다.

고작 서른. 과장이 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애송이가 CK의 부장도 하지 못한 일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지? 지가 대단한 인간이라도 되는 줄 아나?'

그런 한록을 보고 느껴지는 어렴풋한 질투와 열등감.

그 감정을 참지 못하고 씩씩 거리는 김준에게 옆자리 동료가 말했다.

[준. 그만하고 앉는 게 좋겠어.]

한국어로 화를 내는 김준을 내내 바라보고 있던 동료들.

그들의 따가운 시선에 김준이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이 건방진 새끼! 컴플레인 걸라고? 내가 못할 줄 알아?'

그리고 어디론가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

그날 저녁. 최경준의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와 최경준에게 고개를 숙였다.

"본부장님. 이한록 과장과 업무 중인 '더 필름'측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담당자 변경을 요청한다고 합니다."

"하하. 이한록이 결국 사고를 쳤군."

비서의 말에 최경준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쪽에선 뭐라고 하나?"

"이한록 과장이 '더 필름'측에게 함께 근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합니다."

"헛소리. 이한록이 일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만들 녀석은 아냐."

최경준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준이라고 했나. 이런 일로 CK에게 시비를 걸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겠군."

말을 마친 최경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비서를 보며 말했다.

"사장님께 가도록 하지."

*

사장실에 도착한 최경준. 최경준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

"사장님께 허가를 받아야 할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말해보세요."

"더 필름 측에서 <퀸>의 담당자 교체를 요청했습니다."

"그건 나한테 가져올 문제가 아닙니다."

하정엽이 날카로운 눈으로 최경준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최경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그 담당자가 이한록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한록이란 말에 하정엽의 태도가 변한다. 조금 더 주의 깊게 최경준의 말을 듣는 하정엽.

"마케팅 방안에서 더 필름과 의견차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더 필름은 지속적으로 우리 회사에 간섭을 해왔습니다."

아무리 더 필름이 압도적인 갑이라고 하나, CK 역시 가만히 당하고 있을 상대는 아니었다.

어찌 됐든 CK는 한국 최고의 영화회사. 힘의 우위가 있다고는 해도 더 필름 역시 CK와의 협업에서 더 필름 역시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속적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터진 김준의 컴플레인. 모든 걸 완벽히 대비해온 한록.

지금은 CK가 더 필름 측에 경고를 날릴 상황이었다.

"본부장님 뜻대로 처리하십시오."

거기에 더해진 오너의 허락.

김준은 이 일로 생각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최경준은 하정엽에게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뒤에서 들려오는 하정엽의 말.

"오늘은 퇴근하지 마시고 대기하기 바랍니다."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최경준이 의아한 얼굴로 다시 하정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정엽이 몸을 일으켰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젊은 사장의 얼굴. 그 곳에 스쳐지나가는 긴장과 두려움. 그리고 기대감.

"오늘 회장님이 오십니다."

하정엽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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