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55화 (55/263)

< 55 :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4) >

월요일 밤, ck enm의 주차장.

주차장에서 한록을 덮친 오과장과 그의 등 뒤에서 나온 검은 실.

오과장의 검은 실이 목을 졸라오는 순간 한록은 생각했다.

-이걸 이용할 수 있겠다.

'처음으로 실이 보이게 되었을 때. 실이 연결된 사람만 내 편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정부장과 최대리가 완전한 신뢰가 없어도 한 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줬고, 한록은 지금 정부장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한록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꼭 내 사람만 내 편이 되는 건 아니야.'

사람을 옭아매는 오과장의 검은 실. 그리고...그 실을 붙잡았으나 떨어진 사람.

오과장이 버린 사람들.

그들을 이용할 때였다.

*

전화기 너머 한록의 계획을 들은 정부장이 미심쩍은 목소리로 말한다.

[구과장이 네 말을 들을까?]

구과장은 오과장 못지 않게 한록과 사이가 나쁜 사람이다. 그런 구과장이 과연 한록을 도울것인지 의심이 든 것이다.

"듣게 만들어야죠."

정부장에게 말한 것처럼 도와달라거나, 유대리에게 한 것처럼 바른 길로 이끄는 것. 그런 건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구과장이 오과장에게 가지는 복수심. 그 부분을 자극해야 한다.

"청문회 날짜를 문자로 보내면 구과장이 알아서 절 찾아올 겁니다."

[네가 시키는 게 아니라 본인이 찾아오게 만든다라. 구과장이 남의 말을 들을 인간이 아니지. 네 말이면 더욱 그렇고.]

"네, 맞습니다. 제가 설득하는 것 보다 알아서 찾아오게 만드는 게 나을 겁니다."

[...]

한록의 대답에 말이 없는 정부장. 그는 한록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었다.

자신이 서울로 왔을 때 처음 만났던 한록. 일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차가운 성격.

일은 잘하지만 큰 쓸모는 없는 부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한록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동료가 생겼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한록을 따르기 시작했다. 부서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

모두가 한록을 좋아하고, 어디서나 한록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심지어 정부장 자신마저 한록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한록. 너는 가시밭길을 걸을거다. 그래도 널 응원하고 싶다.'

꼭 힘든 길을 선택하는 한록이 답답하면서도 그런 한록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구과장님이 증거를 가져오도록 유도할 겁니다. 그냥 제출하는 것보다, 목요일 감사에서 서로 대면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구과장님과 직접 마주친다면 오과장님도 쉽게 발뺌을 할 순 없을테니까요."

치밀하게 계획을 짜는 한록을 보고, 정부장은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또 이한록을 과소 평가하고 있다.'

[이한록, 너 많이 변했다.]

정부장이 놀라움과 약간의 두려움을 담아 한록에게 말했다. 그러자 한록이 웃으며 답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당연히 칭찬이지. 너는 네가 원한다면 무조건 이뤄낼 사람이다. 오과장이 상대를 잘못 골랐군.]

정부장의 말에 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한록이 가장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제게 한 짓들, 전부 돌려 받을겁니다."

오과장을 끝내는 것이었다.

*

"...구철웅."

구과장이 나타나자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오과장.

"그래, 오과장. 나다."

"당장 나가."

"당신이 나한테 명령할 상황이야? 아직도 니가 내 상사인줄 아나보지?"

반말로 오과장에게 대답하는 구과장.

"구철웅. 여긴 네가 설칠 곳이 아냐."

'여기서 입을 놀리면 너도 위험해질 거다'라는 속내를 담은 오과장의 말.

그걸 구과장 역시 모르는 게 아니었다.

"아, 씨발. 내가 받아 쳐먹은 거?"

구과장의 말에 모두가 놀라 구과장을 바라본다.

"구과장님. 그 발언은-"

"그래, 나도 많이 해먹었다. 이 새끼가 시켰거든."

오과장을 손가락질하는 구과장.

그건 구과장이 이미 영화 업계를 떠나기로 마음먹었기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청주로의 지방발령. 그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리에 엮인 구과장에게는 아무런 일도 주어지지 않았고, 구과장은 그저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 상황이 한달쯤 지속되자 구과장은 깨달았다.

'난 어차피 이곳에 남을 수 없다.'

"그러면 너라도 데려가야지. 안 그래?"

"그만하세요."

거의 주먹질을 하기 직전인 구과장과 오과장. 한록이 구과장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책상에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파일에서 종이 여러 장이 나와 흩어진다.

[차장님. K필름한테서 받은 사례 입금했습니다.]

구과장과 오과장의 문자 내역. 구과장이 업체들로부터 돈을 입금받은 내역. 그걸 다시 오과장에게 보낸 내역들.

'오과장님과 연락한 내용을 가져오세요.'

한록이 지시해서 구과장이 준비한 것들이었다.

'야, 내가 니 말을 들을 거 같아?'

'안 들으실거면 문자는 왜 보내셨습니까?'

'씨발...'

어차피 오과장을 보내기로 결정한 상황. 한록의 명령을 듣는 건 자존심은 좀상하지만, 본인이 보기에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구과장은 한록의 말에 따라 모든 증거를 인쇄해왔다.

한록이 던진 파일을 빠르게 훑어본 오과장. 오과장이 감사팀장을 보고 말한다.

"구과장 개인의 독단입니다. 저는 지시한 적 없습니다. 돈은 모두 돌려줬습니다. 입금내역도 있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K필름 측에 몇 번 돈을 넣어둔 오과장. 한록 못지않게 치밀한 행동이었다.

그러자 구과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웃더니 한록에게 말한다.

"진짜 이러네? 이한록. 좀 한다?"

화요일 밤, 한록과 구과장과 했던 대화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입금내역만으로는 오과장님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해요.'

'그게 뭔데?'

'지금 오과장님 소지품 중에서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업체에 반납하지 않고 본인이 가지고 있단 증거가 될 겁니다.'

그 말에 답이 없던 구과장이 한참 후 대답한다.

'그 시계.'

*

"오과장님."

오과장의 앞에 사진 하나를 던지는 한록.

[구과장님. 오과장님께 전달 부탁드립니다.]

K필름이 구과장에게 보낸 문자. 그 문자에 담겨있는 시계의 사진.

그리고 지금 오과장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

"이제 뭐라고 하실겁니까?"

한록의 말에 오과장이 손을 부들부들 떤다. 그리고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을 낚아채려했다. 하지만 한록의 행동이 더 빨랐다.

사진을 가져간 한록을 보고 오과장이 낮게 말했다.

"전부 이 녀석이 꾸민 짓입니다."

"아까는 유대리님이 꾸민 짓이라고 하셨죠."

그러나 지지않고 답하는 한록.

한록의 말에 오과장이 날카롭게 답했다.

"작정하고 증거를 모아온 거 안 보입니까? 셋이 작당하고 절 협박하려는 겁니다."

"협박은 본인이 잘못한 게 없을 때 쓰는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녹취록을 가리키는 한록. 오과장이 한록과 현과장에게 협박을 했던 내용이었다.

"저런 게 협박이죠."

한록의 말에 오과장이 이를 악물었다. 말 한마디 할 때마다 그간 자신의 행동이 발목을 잡아오고 있었다.

오과장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저 사진 하나로 제가 시계를 받았단 증거가 될 순 없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한록의 답변.

"사진의 일련번호를 확인해보세요. 과장님의 시계와 똑같을 겁니다."

그 말에 감사팀이 오과장의 손목을 잡아 시계를 벗긴다.

오과장에 대한 생각이 의심이 아닌 확신으로 바뀌었다는 태도.

감사팀은 이제 더 이상 오과장을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구과장에게 물었다.

"구과장님. 지금 하신 말씀 전부 진실입니까?"

"당연하지. 이거 보고도 안 믿어?"

"K필름 및 관련인을 소환해서 감사 일정을 다시 잡겠습니다."

어찌됐든 외부인인 K필름을 소환한다. 사실상 오과장의 혐의가 전부 인정됐다는 뜻이다.

아마 오과장뿐만 아니라 CK를 상대로 거짓말을 한 K필름에도 큰 여파가 미칠 것이다.

그러나 한록은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관련인을 소환할 때, 이 사람들도 조사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품에서 녹음기를 꺼내 재생하는 한록.

[김현조. 우정택. 최철민. 박선양. 기병욱.]

[네 놈을 죽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야.]

"...이게 뭡니까?"

"오과장님의 편에 서서 이 일을 덮으려 한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오과장님이 직접 얘기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하는 한록.

"김현조. 우정택. 최철민. 박선양. 기병욱."

"뇌물 수수 은폐에 가담한 사람들입니다."

한록을 그렇게나 미워하던 TF팀 팀장들. 그리고 오과장의 마지막 끈.

그들이 한록의 살생부에 오른 것이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감사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내에서 단단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일에 대거 얽혀있다.

아마 이 일은 하정엽이 직접 관리하게 될 것이었다.

감사팀장이 한록을 보고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이대리님은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한록이 문을 향해 걸었고, 구과장, 유대리, 오과장이 한록을 바라보았다.

이 곳에서 유일하게 결백한 한록. 한록만이 회의실을 나설 수 있다.

회의실을 나가기 직전, 한록이 오과장을 돌아보았다.

아무 말도 못하고 한록을 노려보는 오과장. 그리고 오과장이 도망이라도 칠까봐 오과장의 뒤에 바로 붙어있는 감사팀.

회귀 전 자신과 똑같은 모습. 지금에서야 그 대가를 돌려받는 오과장.

오과장을 바라보고 한록이 말했다.

"오과장님, 그간 수고하셨습니다."

*

다음날 오후.

오과장은 빈 회의실을 끊임없이 배회하며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원증마저 압수당해 경비에게 부탁해 겨우 출근을 했다. 그런데 사무실에 도착하니 오과장의 책상은 싹 비워져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아무도 오과장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때 오과장에게 다가온 정부장이 한 말.

'오늘부터 1304호로 출근해.'

그 말이 의미하는 것.

-네게는 책상 하나도 줄 수 없다.

모든 상황이 밝혀질때까지 그 곳에 갇혀 있어라.

회의실에 도착한 오과장은 즉시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김현조. 우정택. 최철민. 박선양. 기병욱. 오과장과 함께 한록을 치기로 결정한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오과장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아니, 받을 수 없었다.

그들 역시 감사팀에게 끌려가 오과장과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었으니까.

'이번 일에 엮인 사람들입니다. 오과장님이 직접 말해주셨습니다.'

한록에게 한 협박이 그대로 패착으로 돌아온 상황. 이제 오과장은 손발이 모두 잘리고, 오과장을 도울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단 한명-

"오과장님. 본부장님의 호출입니다."

최경준을 제외하고는.

*

본부장실로 향한 오과장. 최경준은 앉으라는 말도 없이, 오과장을 문앞에 세워두고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감사팀에게 조사를 당하고, 상사에게 호출당한 상황.

회귀 전 오과장과 한록이 겪었던 일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 오과장은 한록을 짓밟는 상황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제 회사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완전히 뒤바뀐 입장에 선 오과장.

"감사가 끝났어."

최경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K필름, 유대리, 구과장. 모두 네 짓이라고 증언하더군."

"본부장님."

"입 닫고 들어."

최경준이 오과장의 입을 막는다.

"김현조. 우정택. 최철민. 박선양. 기병욱."

최경준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들.

"이 녀석들도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거야. 이한록이 아무도 도망갈 수 없는 판을 짜왔지. 자네는 멍청하게 거기에 걸려들었고."

영화사업본부의 전설이었던 오과장. 그리고 그의 편에 선 영화사업본부의 실세들.

끝까지 GV팀을 무시하던 엘리트들. 그들 한번에 잡아버린 한록의 고발.

"너 하나 때문에 영화사업본부 전체가 휘청이게 생겼군."

"본부장님. 제가 아니라 이한록 때문입니다. 그 녀석이 모두를 위험하게 만든겁니다."

"하하."

오과장의 말에 최경준이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에 오과장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저번에 회의실에 호출 됐을 때, 최경준의 태도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오늘 최경준의 태도는...

"이리 멍청해서야."

'내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길거리의 쓰레기를 바라보듯, 오과장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오과장. 자네는 분명 대단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몇 년만에 이렇게 되어 버렸군.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건가."

마치 영화나 소설 속 인물을 보는 것처럼  오과장을 바라보는 최경준. 그건 더 이상 오과장을 자신의 부하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부정하고, 무능하고, 이제 멍청하기까지 하군."

한록에게 들었던 말들. 거기에 섞인 멸시와 비웃음. 16년간 함께한 부하에게 하는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냉정함.

"오과장. 아직도 모르는 것 같아 말해주지. 이게 내가 자네에게 베푸는 마지막 친절이라네."

최경준이 아주 다정한 목소리. 그걸 듣는 순간, 오과장은 최경준이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이 갔다.

"이제 자네의 시대는 끝났어."

그리고 깨달았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

본부장실에서 나온 오과장. 그앞엔 감사팀이 진을 치고 있었다.

"오과장님."

감사팀의 부름을 무시하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오과장. 오과장이 마케팅부서의 층을 누르자, 감사팀이 버튼을 취소하고 1층을 누른다.

"오과장님. 지금 당장 퇴근하십시오."

"짐만 챙기고, 알아서 나갈 겁니다."

최경준은 몰라도, 감사팀 나부랭이들까지 자신한테 명령한다는 걸 참을 수 없던 오과장. 그가 날카롭게 감사팀에게 쏘아붙였다.

그러나 감사팀은 단호했다.

"개인 소지품은 검토 후 저희가 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나가십시오."

"지금 누구한테 명령이야. 언제 나갈지는 내가 결정해."

언제나 그렇듯 강압적이고 서늘한 오과장의 말. 그러나 이제 그 말에 겁을 먹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감사팀이 한숨을 한번 쉬고 오과장에게 말했다.

"과장님. 상황 파악이 안 되시는 것 같습니다."

최경준과 똑같은 말.

"과장님은 지금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모습...

그 모든 것이 부패의 대가.

그리고 한록을 적으로 돌린 대가였다.

'이제 판이 바뀌었습니다.'

최경준에게 소환당했던 첫 번째 날. 그날 이 엘리베이터를 탄 한록이 했던 말.

그 말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정말로 자신의 시대는 끝났고, 한록의 시대가 온 걸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로비가 보인다.

"내리십시오."

감사팀은 끝까지 오과장의 뒤에 따라붙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거, 뇌물..."

감사팀에게 끌려 로비를 지나가는 오과장. 오과장을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

회사원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자, 최고의 수치였다.

한록이 회귀 전 겪었던 일과 똑같은 상황. 이제야 그 일이 진짜 주인을 찾은 것이다.

'마케팅부 오차장님 아냐?.'

'아니야. 이제 오과장님이지'

'오과장님 왜 저러고 계신거야?'

'감사결과 나왔나봐.'

'이렇게 끝나다니. 오과장도 별거 없구만.'

'상대를 잘못 잡은거지. 상대가 이한록이었잖아.'

'진짜 뇌물 받았나보네.'

'오과장말고 박선양도 얽혀있대. 이한록이 다 깠다더라.'

'피바람이 불겠구만.'

'이제 마케팅부는 이한록이 먹겠네.'

자신을 보고 속닥거리는 사람들. 한심해하고, 경멸하고, 즐거워하는 눈빛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자신과 함께 오르내리는 사람이자-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사람. 한록.

"오과장님."

한록이 오과장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

회귀 전 마지막 밤. 그날 한록을 불러낸 오과장.

그리고 지금, 자신이 그랬던것처럼 감사팀에게 이끌려 회사에서 쫓겨나는 오과장. 그리고 자신과 다르게, 그 모든게 자신의 잘못인 오과장.

그런 오과장에게 한록이 할 말은-

"과장님. 정말.."

"멍청하시군요."

'자네는 정말 멍청해.'

자신에게 오과장이 했던 말 그대로였다.

이제 모든 것을 똑같이 돌려줄 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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