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50화 (50/263)

이게 바로 영화 아닌가(1)

바닷바람과 함께 삼일의 삶이 시작된다.

회사원과 어부의 일상을 3일마다 교차해서 촬영한 영화 삼일의 삶.

지훈과 오성이 스크린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화면이 보인다.

‘하정엽. 왜 이걸 보라고 데려 온 거지?’

얼굴을 약간 찌푸리고 생각에 잠긴 알렉산드로 감독.

출근하고,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회사원의 모습. 그물을 걷고 배를 정비하

는 어부의 모습.

아무 특징 없이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런 내용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래도 바다가 나오는 건 괜찮은

데...영화가 아쉽군.’

다만, 지금 이 상황.

부산 바다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아니라 본인이 만든 프로젝트를 자랑하려는 건가. 그렇다면 성공적이

군.’

입구에서 나눠주던 슬리퍼나, 영화가 시작할 때 불어오던 바람. 숨죽이고 영

화에 몰입하는 사람들.

그런 것들을 보면 확실히 ck가 좋은 기획을 짰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재밌는 기획을 했어. 담당자가 누구지? 부산영화제는 원래 바다에서 상영을

하나?’

다른 생각을 하며 비프랜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알렉산드로 감독.

영화보다는 영화제에 집중한 알렉산드로 감독의 모습. 무대 뒤편에 서 있던

하대리가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어떡하지. 재미가 없나 봐요...”

“아니야. 조금만 기다려보자. 나도 처음엔 집중을 못했어.”

하대리를 다독이는 현과장.

그러나 본인도 긴장한 건지 얼굴이 창백했다.

“만약에, 영화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그럼 마음에 안 드는 거지, 뭐. 그런다고 우릴 죽이겠어?”

“죽이진 않겠죠.”

다만 제 발로 회사에서 나가야 할 것이다.

거기까지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gv팀에 불안과 긴장

이 감돈다.

그 때 한록이 하대리에게 말을 걸었다.

“하대리님.”

“네.”

“삼일의 삶, 재밌지 않습니까.”

“...네. 재밌죠.”

“그럼 조금만 기다립시다.”

그 말에 망설이던 하대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대리도 안다. 삼일의 삶이 좋은 영화라는 것을.

그러나 하대리가 믿는 것은 자신의 안목과 삼일의 삶 보다는 이한록이라는 사

람 그 자체였다.

시계를 보고, 하늘을 한번 바라보더니 말하는 한록. 불안이나 망설임 따위는

조금도 없이 오히려 기대하는 듯한 태도.

“20분만 지나면 누구도 우리 팀을 우습게 보지 못할 겁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을까.

*

시간은 7시 23분.

‘지훈씨는 꿈이 뭐였습니까?’

‘...이제 모르겠습니다.’

회의감에 빠진 지훈.

‘전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성의 답.

“5분 뒤에 가림막 걷어주세요.”

햇빛을 가리기 위해 야외무대 옆면을 둘러싸고 있던 가림막. 한록이 무전으로

가림막을 걷으라고 지시한다.

가림막을 걷기 위해 움직이는 ck 직원들. 그 모습에 알렉산드로 감독이 의자

에 등을 기댔다.

‘시끄럽군. 기본이 안 돼 있어.’

그리고 잠시 후.

‘제가 기형도를 좋아하지요.’

모두가 기다리던 그 장면이 시작된다.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봉투가 떨어진다.]

[나는 허리를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스크린 속, 노년에 가까워진 남자가 읊는 낯선 외국의 시.

그리고...

“지금이에요. 걷으세요.”

갑자기 트인 시야로 들어오는 바닷가의 붉은 노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쏟아지는 붉은 빛과...

[나는 불행하다.]

[나는 인생을 다 살아버렸다.]

누군가의 진솔한 목소리.

그 순간, 알렉산드로 감독은 번쩍 고개를 들고 주위를 바라보았다.

숨을 멈춘 채 노을을 바라보는 관객들.

이 순간, 이 공간에 위치한 모든 사람이 노을을 바라보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

아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목격한 순간 알렉산드로 감독은 생각했다.

‘아.’

‘이게 바로 영화 아닌가.’

이런 순간을 위해 영화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

늙은 어부의 시. 그리고 부산의 노을.

오성의 낭독 장면이후로 현장의 분위기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조금씩 소곤거리던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졌고, 들리는 것은 파도소리 뿐.

모두가 삼일의 삶에 엄청나게 몰입하고 있었다.

아까와 똑같이 지훈과 오성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

그러나 이전까지와는 다르다.

영화 속 사람들의 삶이 자신의 삶이 되어버렸으니까.

지훈이 퇴근 후 이직할 곳을 알아보는 모습.

‘내 얘기다.’

오성이 이번 달 수입을 보고 한숨을 쉬는 모습.

‘내 얘기다.’

그럼에도 다음날 다시 일터로 나가는 둘의 모습.

‘그래, 우리 얘기다.’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자신의 삶.

영화는 이제 후반부로 넘어가 있었다.

[이직을 하려고 해요. 코딩을 배우려고요.]

[배가 고장 났습니다. 너무 오래 써서 새 걸 사는 게 더 쌀 거라고 하네요.]

퇴사를 결정한 지훈과, 한평생 함께한 배를 바꿔야하는 상황에 마주한 오성.

[...제가 잘못 생각한 걸까요? 그냥 지금 회사가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은 걸

까요?]

[자식들이 이제 고생하지 말고 서울 와서 함께 살자고 하네요.]

각자의 도전에 마주친 지훈, 그리고 오성.

알렉산드로 감독은 마치 오래 사귄 친구의 이야기를 듣듯이 영화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미 영화를 만드는 감독 혹은 평론가로의 입장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윤감독이 지훈에게 말한다.

[지훈씨, 오성 선생님이 일주일째 바다에 못 나가고 계세요.]

노트북에 이력서를 띄워놓고 노려보던 지훈.

그가 윤감독의 얘기에 깜짝 놀라 묻는다.

[왜요? 어디 아프세요?]

[배가 고장 나셨대요. 고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하네요. 일을 그만 두

실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그 말에 지훈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간간히 소식을 전해듣던 오성에 대한 얘기.

지훈과 오성의 삶에 흠뻑 빠져든 관객만큼이나, 지훈 역시 오성의 삶에 애정

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먼 곳에서 사는 지훈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치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런 것처럼.

[...그렇군요.]

다시 노트북을 바라보는 지훈.

지훈의 표정에선 쓸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

그렇게 전환되는 화면. 오성이 누군가와 전화를 하더니 끊는 모습이 보인다.

전화를 마치고 술병 채로 소주를 한번 마시더니 자리에 눕는 오성.

[선생님. 어디로 전화 하신 거예요?]

윤감독의 질문에 오성이 등을 돌린 채 답한다.

[배 고치지 말고 버리라고 얘기했습니다.]

[새로운 배를 사시려고요?]

[몰라요. 아들놈 말처럼 서울로 올라갈 수도 있고요.]

담담하게 말하지만 많은 고민이 담긴 오성의 말.

오성이 시인의 꿈을 접고 평생을 바쳐온 바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을 함께한

배.

오성은 지금 그 모든 걸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니야. 포기하지 마라.’

‘여기서 끝날 때가 아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들의 삶에 녹아든 알렉산드로 감독. 그리고 관객들.

[선생님.]

그들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윤감독이 말한다.

[지훈씨 알죠. 같이 영화 찍는 젊은 친구요. 그 친구가 선생님한테 선물을 보

냈어요.]

[나한테요?]

[네.]

윤감독의 말에 몸을 일으키는 오성. 그리고 상자를 내미는 윤감독.

[왜 보낸 겁니까?]

[제가 지훈씨한테 선생님 얘기를 했어요. 배가 크게 고장나서 출항을 못 하고

계신다고. 배를 팔 생각을 하고 계시다고 했어요.]

[...]

[지훈씨가 그거 듣고 며칠 뒤에 이걸 선생님한테 전해달라고 했어요.]

[쓸데 없는 소리를...]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오성이 괜히 윤감독을 타박한다.

그리고 머리를 몇 번 쓰다듬다가, 상자를 자신의 앞으로 끌고 와 뜯어본다.

상자에 들어있는 것은 장갑, 그리고 장화.

오성이 일을 나갈 때 쓰는 장비들.

[이게 뭡니까.]

[저는 모르죠.]

지훈이 보낸 선물을 바라보던 오성이 장갑을 꺼내든다. 그리고 장갑을 쓰다듬

어 보며 생각에 잠기는 오성.

[서울 친구가 내가 쓰는 장갑은 어떻게 알고...장화도 좋은 걸로 보냈네.]

오성도, 윤감독도 알고 있다.

지훈이 말 한마디도 없이 보낸 선물. 오성이 평생을 함께 해 온 장비들. 그

속에 담긴 마음...

‘여기서 그만두지 마세요.’

삼일의 삶을 보는 관객의 마음.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

*

한참이나 장갑을 쓰다듬던 오성이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

더니 말한다.

[박사장. 난데.]

[배 버리지말고 그냥 고쳐봐.]

*

“아..!”

오성의 말에 객석에서 누군가 작게 감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제발 포기하지 말라고 손을 모아 기도하던 관객들. 마치 그 마음이 전해진 것

처럼 마음을 바꾼 오성.

객석 맨 앞줄에 앉아있던 오성이 추억에 잠긴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 앉은 지훈의 손을 잡는다.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 윤감독.

“그래. 이거지.”

그리고 팔짱을 끼고 웃는 현과장.

스크린 속 오성이 바다로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여전히 낡았지만 다시 바다로 돌아온 오성의 배. 그리고 오성의 배에 쓰여진

이름, 시인의 바다.

오성이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윤감독에게 묻는다.

[그 친구는 잘 지냅니까?]

[회사를 그만둔다고 합니다.]

[왜요?]

[다른 직업에 도전해본대요.]

[그래요. 잘하겠죠.]

[많이 힘들어해요. 불안한 것 같더라고요.]

[그럴만하죠.]

한참이나 바다를 바라보던 오성.

그가 윤감독에게 말한다.

[이상 시인에게 동생이 있는걸 아십니까.]

[아뇨, 몰랐습니다.]

[남동생 하나, 여동생 하나가 있습니다. 여동생은 애인이랑 만주로 야반도주

를 했죠.]

[그랬군요.]

[이상이 동생이 떠난 후 보낸 편지가 있습니다.]

오성이 이상이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읊기 시작한다.

[두려워 말아라. 가야 한다. 비록 못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가야 한다.]

지훈에게 하는 말이었다.

[세상은 넓다. 너를 놀라게 할 일도 너를 외롭게 할 일도 많겠지만 그만큼 배

울 것도 많으리라.]

[네 장래를 축복한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오성의 말에 객석에 앉아있던 지훈이 고개를 숙인다.

지훈은 울고 있었다.

지훈만이 아니라 객석의 관객들. 일상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부산영화제에 온

사람들이 다 함께 훌쩍이기 시작한다.

유선과 하대리 역시 눈물이 고여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해주는 오성의 말.

오성이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시인의 꿈을 접고 어부가 된 중년의 남자.

모든 게 잘 될 거란 말도, 꿈은 이뤄질 거란 말도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버린

어른.

세상의 모진 풍파를 거친 그가 고마운 어린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의 어린 친구야. 이토록 이해없는 세상에서...]

[바다만은 언제나 너의 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이상의 편지가 끝나고, 편지에는 없는 말이 이어진다.

[지훈아.]

[네가 어디에 도착하든.]

[나는 네가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어부 배오성이 회사원 지훈에게 하는 말.

오성의 나레이션과 함께 올라가는 엔딩 스크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화면에

서 마치 기도하듯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지훈의 모습.

‘말도 안돼.’

알렉산드로 감독이 중얼거렸다.

*

영화가 끝났지만 객석은 조용했다. 그리고 한록은 알고 있었다. 이 침묵이 무

엇을 의미하는가.

충격을 받은 듯한 이감독의 얼굴. 눈물을 훔치는 유선. 차마 고개를 들지 못

하는 지훈. 졌다는 듯한 미소의 최대리.

그리고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의 알렉산드로 감독.

어느새 해가 져버린 바다. 이 고요한 밤바다에서 모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야경과 별빛이 파도 위에서 반짝거리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발밑에서

사각거린다.

그 모든 것을 느끼며, 알렉산드로 감독은 어느 시절을 떠올렸다.

무작정 집을 나왔던 젊은 날의 자신.

그리고 자신을 받아준 바닷가 마을과 비디오 가게.

찌는 듯한 여름바다. 얼어붙은 겨울바다. 별이 반짝이는 새벽의 바다. 그리고

몇 번이고 걸었던 밤바다.

헐리우드에 가기 위해 그 바다를 떠나던 날.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었지

만, 그 날따라 바다는 폭풍이라도 올 듯이 거칠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 들이닥친 엄청난 파도.

‘가야한다. 지금 당장 가야한다.’

마치 등을 떠밀어주는 듯한 거친 파도. 그리고 그 파도를 보며 결심했던 자

신. 자신이 등을 돌린 순간 기적적으로 조용해진 밤바다와-

자신의 발목을 어루만지던 파도.

그날 밤, 기차를 타고 떠난 정든 마을. 마치 자신을 배웅하듯 끝없이 파도치

던 바다. 그걸보고 자신이 했던 생각.

‘나는 떠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어떻게...]

나지막히 중얼거린 알렉산드로 감독. 그가...

[어떻게 그 날들을 잊고 있었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

훌쩍 거리며 감정을 추스리는 관객들.

만족스러운 표정의 하정엽.

그리고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스크린을 바라보는 알렉산드로 감독.

‘됐다.’

최경준이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리고, 야외무대에 있는 모두가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한록은 무대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윤감독, 지훈, 그리고 오성에게 이어지는 수백개의 실과-

발끝부터 시작해 한록의 온몸을 휘감은 최경준의 실.

최경준과 한록의 시선이 마주친다.

몸을 꽉 조여오는 실에도 한록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 실이 의미하는 것이 오과장 같은 위협이 아니란걸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최경준의 시선. 그 시선이 의미하는 건.

‘잘했다, 이한록.’

‘너는 내 사람이다.’

한록에 대한 완벽한 신뢰였다.

*

“이럴 순 없어.”

야외무대 맨 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과장이 중얼거린다.

‘삼일의 삶은 이런 영화가 아니다. 이만큼 박수를 받을 영화가 아니야. 이만

큼 대단한 영화가 아니야.’

삼일의 삶에 <극장 상영 불가> 결정을 내린 장본인, 오과장.

분명 오과장이 봤을 때 삼일의 삶은 지루하고 평범한 다큐멘터리였다. 극장에

상영될 수준도 아니었고, gv에 초대될 정도는 더욱 아니었다.

그래서 한록이 삼일의 삶을 gv로 들고 왔을 땐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분명 한록이 작정하고 무대를 만들어 올 거란 건 예상했지만, 그게 삼일의 삶

자체를 변화시킬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이한록이 자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해운대에 모인 모두가 삼일의 삶을 보고 박수를 치는 지금. 오과장에게 드는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하면 이 녀석을 이길 수 있지?’

절망감이었다.

*

[갑시다.]

박수는 끝나지 않았고, 하정엽이 알렉산드로 감독에게 말했다. 알렉산드로 감

독이 여전히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과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 무대를 만든 사람과도요.]

[알겠습니다. 장비서. GV 잠시 미루고 이한록 데려와.]

하정엽의 말에 최경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감독님. 이 프로그램의 GV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통역도 지원 됩니다.]

[본부장님.]

사장의 말에 반발한 최경준, 그러나 최경준은 조금도 망설이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확신.

최경준에게 한마디를 하려던 하정엽이 입을 다물고 상황을 지켜본다.

최경준의 강한 확신. 그리고 이한록이라는 존재.

그렇다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네, 좋습니다.]

알렉산드로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