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42화 (42/263)

다크호스라고 해야하나(1)

일주일 후, ck 마케팅부서는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굳어있었다.

바로 한 시간 전의 일 때문이었다.

“구과장. 잠깐 와 봐.”

출근하자마자 구과장을 회의실로 부른 정부장.

“오늘 당장 짐 싸서 청주로 내려가.”

지방발령.

전형적인 해고 수법이다.

정부장의 말을 들은 구과장이 악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바로 보내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오늘 당

장이라뇨!”

“그제 미리 말해뒀잖아. 오늘까지 버틴 건 너지.”

“이게 말이 됩니까! 저 서울 지부에만 15년 있었습니다. 갑자기 청주에 어떻

게 내려갑니까? 이한록 그 자식 말 하나 때문에-”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가?”

어쨌든 ck에서 오래 근무한 구과장.

그런 구과장에게 약간의 예의를 갖춰주려던 정부장이 한록의 이름이 나오자

표정을 바꾼다.

“넌 지금 당장 잘리지 않은 거에 감사해야해. 그런데 누구 이름을 들먹이는

거야?”

“부장님도 그 새끼 편을 드시는-”

“구철웅. 나는 너랑 이 새끼 저 새끼 할 사람이 아냐.”

구과장의 말을 딱 자르는 정부장.

“넌 지금 비리 때문에 좌천당하는 상황이야. 이 회사에 네가 그 새끼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정부장의 정확한 지적에 구과장이 입을 다물고 씩씩거렸다.

“그만 나가. 더 할 말 없으니까.”

그리고 정부장이 차갑게 명령했다.

*

그게 오늘 아침의 일.

사람들이 굳은 얼굴로 구과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뻘개진 얼굴의 구과장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짐을 싸고 있는 것이다.

‘올 게 왔구나.’

모두가 생각했다.

k필름과의 대치 이후 부쩍 발언권이 적어진 오차장. 그리고 쥐죽은 듯이 조용

히 지내는 구과장.

한록의 고발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구과장님 진짜 청주로 가는거야? 애들 지금 고3이라던데...]

[자기 발로 알아서 나가란 거지.]

[얼마 못 버티겠다.]

반면, 한록과 gv팀 역시 간단히 짐을 싸고 있었다.

[저긴 또 왜?]

[영화제 2주 밖에 안 남았잖아. 영화제까지는 부산에서 주로 있을 거래.]

[와...저긴 승진하러 가는 거네.]

사람들의 숨죽인 타자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구과장이 이를 악물었다.

청주로 좌천을 당한 자신.

개최 직전인 영화제를 위해 부산으로 떠나는 한록.

그냥 회사를 떠나는 것보다 더욱 수치스러운 상황이었다.

‘오차장, 이 개새끼!’

속으로 천번도 더 욕을 했다. 아니, 오차장 앞에서 대놓고 욕을 했다.

‘차장님, 왜 제가 나갑니까? 이건 차장님이 하신 일이잖아요!’

‘때가 되면 다시 부를 거야.’

‘말이 됩니까? 청주가서 돌아온 사람 한 명도 못 봤습니다! 그럼 차장님이 가

시든가요!’

‘입 조심 해.’

‘그 놈의 입조심! 당신이나 입조심 해! 내가 죄다 찌르면 너도 끝이야!!!’

오차장 앞에 설 때면 바들바들 떨던 구과장. 그가 악에 받혀서 소리를 쳤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오차장.

‘여전히 생각이 짧군. 날 고발한다면 네가 한 일들도 똑같이 알려지는 거야.

퇴사만이 아니라 다시는 이 바닥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되겠지. 하고 싶으면

해.’

‘이 개자식아!!!’

회와 반찬이 놓인 책상을 쓸어버리는 구과장.

그러나 오차장은 눈도 깜짝 하지 않았다.

‘개 같은 새끼야, 너도 끝이고 나도 끝이야!’

구과장은 소리를 지르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

하지만 결과는 바로 이것.

구과장은 지금 아무 말도 없이 짐을 싸고 있었다.

오차장과 엮인 게 너무 많기에, 그저 조용히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씨발!”

짐을 싸던 구과장이 욕설을 뱉는다.

짐이 하도 많아서 배정받은 상자가 터져버린 것이다.

구과장이 ck에서 보낸 15년.

비리와 갑질, 폭언으로 이뤄진 15년이지만, 어쨌든 상자 하나가 부족할 정도

로 오랜 시간이었다.

“야, 상자 새로 가져와!”

소리를 지르는 구과장.

그러나 사무실은 여전히 조용했다.

“유대리!”

이름을 불렀지만 외면하는 유대리.

“야, 김철민!”

화들짝 놀라 밖으로 나가버리는 김철민 사원.

지방발령을 지시 받은 구과장의 마지막.

하나쯤은 구과장을 도울 법한데, 아무도 구과장의 말을 듣지 않는다.

‘구과장님 말을 누가 들어?’

그간 구과장이 해 온 행동이 그대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야, 어디가. 야!”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구과장.

말 그대로 비참한 말로였다.

“과장님, 제 상자 쓰세요.”

그걸 보다 못한 유선이 자신의 상자를 비우고 구과장에게 내밀었다.

유선을 노려보는 구과장.

“야, 장난해?”

한록에 의해 지방발령을 받은 구과장. 그리고 한록의 친한 후배인 유선.

“내가 너한테 이거 받겠어? 야, 너 계약 끝나고 쫓겨날 때나 써.”

구과장이 유선의 상자를 받더니 바닥에 내팽개친다.

“너는 몇 달이나 갈 거 같아? 이한록 믿고 까불지마. 걔가 너 정직원으로 만

들어 줄 수 있을거 같아?”

구과장이 유선의 앞에 서더니 윽박을 지르기 시작한다.

구과장이 늘 그랬던 것처럼 만만한 사람을 하나 붙잡아 괴롭히는 것이다.

‘어떡해. 하필 현과장님 없을 때...’

마침 유선의 상사인 현과장은 자리를 비운 상황.

모두가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시작했다.

“저는 과장님을 도와드리려 한 건데요.”

그러나 이번엔 유선도 만만치 않았다.

이제 더 이상 구과장 때문에 화장실에서 울던 유선이 아니다.

유선은 눈물을 보이기는커녕, 구과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과장님은 저한테 화풀이를 하시네요.”

“계약직 년이!”

그리고 구과장이 유선에게 손을 울린 순간, 한록이 구과장의 손을 잡아냈다.

“작작하세요.”

“이, 씨발...!”

구과장이 손을 빼내려했지만, 한록이 강하게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회사에서 욕설에, 폭력에, 사내 괴롭힘에. 이것도 당장 보고 드릴까요.”

“너 이 개새끼야! 너 내가 기억할거야. 뼈도 못 추리게 만들 거라고!”

“구과장님. 욕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욕? 씨발, 회사 밖에서 만났으면 넌 나한테 말도 못 붙여. 얻어맞고 살려달

라고 빌기나 할 걸?”

구과장을 빤히 바라보던 한록의 말.

“나도 회사 밖에서 만났으면 당신 같은 인간한테 존댓말 안 해.”

한록의 거친 말에 모두가 숨을 멈췄다. 구과장 역시 얼어붙어 한록을 바라보

았다.

한록이 성격이 강하고, 말이 쎄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그러나 회사 동료에게 문제가 되는 언행을 한 적은 없었다.

지금 한록의 모습은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아셨죠. 자존심 지키고 싶으면 여기서 끝내세요.”

다시 존대를 쓰지만, 여전히 살벌한 한록의 말. 구과장이 이를 악물고 씩씩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결국 손에 힘을 빼는 구과장.

그러나 한록은 여전히 구과장을 놓아주지 않았다.

“기억하세요. 제 팀원 건드리면 이렇게 됩니다.”

구과장은 한록을 노려보았고-

“...알겠으니까 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날 점심.

한록과 gv팀은 다 함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구내식당으로 가는 길, 그리고 식탁에 앉아서까지.

수천명이 근무하는 ck enm. 그 곳의 모든 사람들이 한록과 gv팀을 바라보았다.

바로 점심 직전 인트라넷에 올라온 공지 때문이었다.

[징계 결과 공고]

[오OO 차장, 비위행위로 인한 징계결과 공지]

[과장으로 강등 및 6개월 감봉.]

마케팅부서의 명장이었던 오수창.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그의 권세가 꺾였고, 그걸 만든 사람이 바로 이한록이다.

‘이거 오차장님 맞지?’

‘아니면 누구겠어.’

‘오차장님이 마케팅부 실세 아니었어?’

‘마케팅부에 요즘 일 엄청 많아. 이제 아니래.’

‘오차장님 최경준 본부장 라인이잖아?’

‘그것도 이제 애매해.’

‘그럼 이제 누가 실센데?’

‘누가 본부장 라인인데?’

‘대체 누가 오차장을 저렇게 만들었는데?’

그에 대한 답.

‘그 사람 있잖아. 마케팅부 천재.’

‘이한록.’

그러나 정작 소문의 당사자인 한록은 개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오늘 너무 설쳤나? 현과장님이 불쾌해 하실려나?’

구과장과 싸운 것은 조금도 후회가 없다. 모두 진심이었으니까.

다만, 자신이 팀장인 것 마냥 군 게 민망했을 뿐이다.

“과장님. 오늘 구과장님이랑 일...”

결국 앞에 앉은 현과장에게 얘기를 꺼내려는 한록. 그때 현과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어허. 죄송하다는 말 금지.”

“...어떻게 아셨어요?”

“나 현주훈이거든.”

그러면서 자랑스럽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는 현과장.

“나 없을 때 이대리가 팀원들 지켜야지, 누가 지켜. 나 없을 땐 이대리가 팀

장이야. 잘했어, 이대리.”

“...감사합니다.”

“그건 내가 할 말이고. 이대리가 있어서 든든하다.”

자신에게 폭언을 일삼던 구과장의 밑에 있던게 불과 몇 달전이다.

그런데 현과장은 언제나 한록을 믿어주고, 한록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 팀에 오길 정말 잘했다.’

“...감사합니다.”

현과장의 말에 한록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

gv팀은 점심을 먹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부산의 호텔에 도착했을 때

이들을 반긴 것은 역시-

“현과장님! 이대리님, 하대리님이랑 유선씨도 안녕하세요.”

역시나 최대리였다.

“최대리. 바쁜 거 아냐? 최대리가 마중을 다 나오네.”

“우리 현과장님 보려고 시간 좀 냈습니다.”

최대리가 능글맞게, 그러나 밉지 않게 현과장에게 넉살을 부렸다.

최대리가 로비에서 무대설치와 관련된 사항을 조율하더니 말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일 TF팀 회의에 오차장님도 오실 거예요.”

내일 10시에 있을 TF팀의 전체 회의. 영화제 직전의 마지막 점검이자, 하정엽

이 참여하는 아주 중요한 회의였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한록이 무뚝뚝하게 대답하자, 최대리가 한록을 보고 말했다.

“그거 알아요? 부산에서도 오차장님 얘기가 자자해요.”

오차장에 대한 얘기에 나름대로 화기애애하던 대화의 분위기가 싹 가라앉는다.

“이대리님이 승부수를 띄우셨네요. 결과가 어떻게 되려나.”

모두가 쉬쉬하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최대리.

“최대리님이 신경 쓰실 얘기는 아닙니다.”

한록이 잘라 말하자, 최대리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죠. 남들 싸우는 거 구경하기만 하는 건 재미없기도 하고.”

그러더니 최대리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한록에게 말했다.

“이대리님. 저도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프로그램 맡는거 아시죠? 제가 무대에

올라가거든요. 이대리님 gv도 그런 방식이라고 들었어요.”

최대리는 한록의 감독gv 역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최대리가 의미심장한 표

정으로 한록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내기 하나 할까요? 둘 다 무대에 올라가니까, 관객수 많이 나온 사람이

이기는걸로 해요. 그리고 진 사람이 술 한번 사요.”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최대리에게 한록이 짧게 말했다.

“이번 gv에서 저는 무대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에이, 그냥 올라와요. 이대리님 인기 많잖아요. 다들 좋아할텐데.”

“최대리님.”

“네?”

“지금 최대리님이랑 장난치고 있을 시간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한록의 단호한 말에 유선이 최대리의 눈치를 본다.

그러나 정작 최대리는 재밌다는 듯 한록을 바라볼 뿐이었다.

최대리가 또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제가 분위기를 망쳤네요. 죄송하니까 술은 제가 사는 걸로 할게요.”

그 말과 함께 최대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모두에게 인사를 한 뒤 방으로 향

했다.

*

밤 12시의 호텔 로비.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선 한록과 GV팀이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한록과 GV팀만이 아니라 몇몇 익숙한 얼굴 역시 로비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2주 밖에 안 남아서 그런가, 내일 사장님이 오셔서 그런가. 사람들이 잠도

안 자고 일을 하네.”

현과장이 로비를 둘러보며 말한다.

영화제를 위해 회사 최고의 야심가들이자 엘리트들이 모인 부산.

이번 영화제로 어떻게든 공을 세워보려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분위기가 엄청

나게 험악하고 열성적이었다.

회귀 전 한록은 그런 분위기가 싫어 영화제에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영화제에 참여했고, 한번 참여한 이상 한록 역시 진검승부를

할 예정이었다.

“좋네. 제대로 싸워볼 수 있겠어.”

그리고 그건 현과장 역시 마찬가지인 듯 했다.

한록은 천천히 팀원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피곤한 얼굴에서 보이는 반짝이는 열정.

얼마 남지 않은 영화제와 새벽을 향해 달리는 시간. 그리고 팀원들의 얼굴에

흐르는 긴장과 기대.

‘새로운 전쟁터에 뛰어든다. 그것도 나 혼자가 아닌 팀과 함께.’

이제껏 해본 적 없는 일에 대한 기대.

“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록은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

다음날 8시 반. ck 부산지사는 모두가 바짝 긴장한 상황이었다.

오늘은 영화제 tf팀의 회의가 있는 날.

그리고 하정엽이 부산에 내려오는 날이었다.

온 회사가 신경쓰는 프로그램이 세상에 공개되기 일보 직전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장이 서울에서 내려온다.

부산지사 모두가 단 하나의 실수라도 해선 안되는 상황.

먼지 한 톨 없는 로비를 각 잡힌 정장 한무리가 지나간다.

‘tf팀 놈들...’

서울에서 내려온 tf팀의 사람들이었다.

부산 지사의 사람들이 tf팀을 보고 생각했다.

‘엘리트들 납셨네.’

ck의 서울본사. 그곳에서도 엘리트만 모인 tf팀.

그들이 빳빳히 고개를 들고 로비를 지나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4명의 사람.

현과장, 하대리, 유선, 그리고 한록.

tf팀은 아니지만 gv를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이들.

‘사장이 특별히 배정한 팀이랬지. 저기는 이한록 빼고는 엘리트보다는...’

‘다크호스라고 해야하나.’

서울에서도 내로라 하는 엘리트들이 모인 tf팀.

그리고 사장이 중간에 직접 투입한 gv팀.

그들이 함께 탄 엘리베이터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는 25층에 도달했고, gv팀과 tf팀이 함께 엘리

베이터에서 내렸다.

회의실 문을 열었을 때 보인 것은 tf팀의 팀장들을 비롯한 15명의 사람.

각 부서 최고의 엘리트들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현과장이 꾸벅 고개를 숙였으나, 아무도 화답을 하지 않는다.

tf팀 모두는 gv팀을, 정확히는 한록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이 직접 지시한.’

‘단 2주 남은 영화제에 끼어든.’

‘새로운 팀.’

사장의 히든카드인 한록에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tf팀.

‘반드시 때려눕힌다.’

‘저 녀석이 영화제를 가져가게 둘 순 없다.’

한록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이 담겨있던 마케팅부의 시선들. tf팀은 그 시선들

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로 한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들이 말해주는 사실은 하나.

‘여기는 내 무대다.’

부산이야말로 진짜 실력자들의 전쟁터라는 사실이었다.

한록은 적군의 시선을 무시하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누군가가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오차장님!”

“오차장님 오셨습니까?”

오차장이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오차장을 보며 하나둘 목례했다.

“차장님 오셨군요.”

현과장도 정중한 투로 인사를 건넸다.

아무리 오차장이 식물을 방해하려 했어도, 예의는 지키겠다는 태도.

그러나 오차장은 현과장을 보지도 않고 한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록의 곁

에 서서 한록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장내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침묵 속에 모두가 둘을 지켜보는 상황.

먼저 그 침묵을 깬 것은 한록이었다.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그리고 이어진-

“오과장님.”

한록의 말.

“!!!”

‘오과장’이란 호칭에 모두가 날카로운 눈으로 한록을 바라본다.

부산. 오차장의 앞마당이자, ck를 움직이는 엘리트들이 모인 곳.

모두가 징계공지를 따르지 않고 오차장의 호칭을 유지할 때, 한록만이 그를

과장으로 불렀다.

“이한록. 서울에선 기고만장했지만, 여기선 네 뜻처럼 되지 않을거야.”

오차장의 나지막한 말에 한록이 간단히 답한다.

“예, 과장님.”

단 네글자. 그러나 오차장의 마지막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네글자.

오과장의 눈에 불꽃이 튄 순간.

“사장님 오십니다.”

그 말과 함께,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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