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지 않으십니까?(2)
현과장은 쉽사리 답을 할 수 없었다.
“과장님.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저 말이 단순히 GV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 아닌 것을 안다.
한록은 지금 자신에게 손을 잡자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장, 부장. 그리고 그 너머.
안다. 이한록이면 그걸 전부 이뤄낼 수 있으리란걸.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에게 제안을 한다.
‘같이 가자’고.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제안.
하지만 현과장은...
‘두렵다.’
두려웠다.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고작 대리인 한록.
최경준의 총애를 받는 오차장.
차장이 넘어가면 시작될 전쟁터.
그 모든게 두렵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몇 번이나 입을 달싹이는 현과장.
한록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현과장이 드디어 한록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아주 잠깐 빛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그 빛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대리. 나는 못하겠다.”
얼굴을 가리고 말하는 현과장.
“나는 여기까진가보다.”
초라한 자기 자신에 대한 고통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세월이 가져가버린 자신감과 열정들.
그리고 어느새 가장이 되어버린 남자.
“괜찮습니다, 과장님.”
그 앞에서 한록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일주일 후, 삼일의 삶 개봉 당일.
“이한록. 재개봉 반응 볼거냐?”
삼일의 삶 첫 개봉 시간은 8시. 퇴근을 하고 영화관으로 향하려는 한록에게
정부장이 물었다.
“네, 지금 씨네하우스로 갈 예정입니다.”
“현과장. 같이 가.”
“부장님, 저 와이프한테 일찍 간다고...”
“가. 지금 반응 최고니까 사진이라도 찍어서 기자들한테 돌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짐을 챙기는 현과장.
현과장은 이미 며칠 전 정부장에게 GV를 맡지 못하겠다고 말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과장님을 데려가라고 하신 건...한번 설득할 기회라도 만들
어보란 거지.’
그날. 한록이 ‘저는 부장님이랑 일하는게 즐겁다’고 말한 밤.
그 날 이후로 정부장은 부쩍 한록의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그 전에도 정부장은 한록을 전폭적으로 지원했지만,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예전에는 그저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더...
‘날 아끼시는 것 같다.’
애정이란 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이대리, 가자.”
한록의 눈을 피하며 말하는 현과장.
한록은 정부장에게 살짝 목례를 하고 현과장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
현과장과 함께 영화관에 도착하니, 윤감독이 먼저 와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한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자리 어디야?”
“중간쯤.”
“30분 남았네.”
영화관의 사람들은 대부분 <삼일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윤감독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이구, 윤감독님 긴장하셨나보다. 청심환이라도 드릴까요?”
윤감독이 긴장할 걸 알고 미리 청심환을 준비해온 현과장. 그러나 윤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윤감독을 보다못한 한록이 물었다.
“감독님, 몸이 안 좋으신가요?”
“대리님, 그게...”
그때 윤감독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아, 표 잡느라 진짜 힘들었다.”
“되팔이 8만원까지 갔지?”
“미쳤지. 이게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8만원이야.”
“우리도 그냥 보지 말고 팔 걸 그랬다.”
그 목소리에 윤감독의 표정이 시시각각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 대화를 듣고 나니 이제 사람들의 반응이 하나하나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걸로 익스트림 씨네 싸움 났지?”
“어. 나도 얼마나 재밌는지 궁금하더라.”
“근데 재미없어 보이지 않냐?”
“아, 안돼! 나 반차내고 온 거야. 재미없으면 큰일나!”
젊은 여자 둘의 대화.
“이거 재밌을까? 난 다큐 싫어하는데.”
“재미없을 걸?”
“니가 보자며?”
“난 보고 욕하려고 온 건데?”
커플의 대화.
“ck 다녀온 사람들 반응 보셨죠? 지구특공대보다 재밌대요.”
“아, 봤죠. 저 지구특공대 덕후인데 좀 빈정 상했어요.”
“사실 저도요.”
영화 팬들의 대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니 아차, 싶어지는게 있었다.
“...대리님. 제 영화가...대리님 마케팅을 못 따라갈 것 같습니다. 사람들 기
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 같아요.”
한록의 엄청난 마케팅으로 순식간에 영화계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삼일의 삶.
초보 감독 윤감독은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대리님. 저 가봐야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윤감독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옷과 가방
을 챙기기 시작했다.
“감독님, 안 보고 가시는 겁니까?”
“못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욕할 거예요. 그걸 어떻게 봅니까. 대리님, 정말
죄송합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윤감독은 한록과 현과장에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큰일인데.’
윤감독은 지금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한록이 얼른 현과장에게
속삭였다.
“현과장님, 윤감독님 좀 설득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러지 말자, 이대리.”
“과장님. 이건 GV일과는 별개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아니야. 나 윤감독님 걱정돼서 그런다.”
현과장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진짜 반응 안 좋으면...앞으로 윤감독님 절대 영화 못 찍는다.”
현과장의 말은 정답이었다. 윤감독은 과거 삼일의 삶이 실패하고 심각한 우울
증을 얻어 잠적했으니까.
“이대리. 오늘 반응은 그냥 우리끼리 보자. 잘되면 말씀드리면 되는거잖아.”
“아뇨.”
그러나 한록은 단호하게 답했다.
“이 영화는 명작이 될 겁니다.”
한록의 단호한 말에 현과장이 숨을 들이켰다.
한록이 저런 식으로 말할 때면 현과장은 늘 심장이 뛰곤 했다.
‘앞으로 어떤 끝내주는 일이 벌어질까.’
‘이 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갈까.’
‘나는.’
‘나는 이 녀석과 어디까지 가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기대는 결국 사람들이 한록의 말에 설득되도록 만들었다.
“...알았어.”
망설이다가 대답한 현과장이 윤감독의 뒤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한록 역시
현과장을 따랐다.
“윤감독님!”
간신히 윤감독을 잡은 현과장.
“과장님, 저는 못하겠-”
“에헤이, 우리 윤감독님. 긴장하셨네. 진짜 감독 다 되셨네!”
심각한 상황과는 다르게 아주 가벼운 현과장의 말투.
그 말에 윤감독이 벙찐 얼굴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감독님들이 원래 긴장 많이 해요. 내가 누구라고 말은 안하겠는데 말이야.
영화 경력이 10년도 넘은 분이 계시거든요? 그 분은 맨날 개봉 때 손 좀 잡아
달라 그래요. ”
윤감독의 긴장과 불안이 정말 당연하고, 별것도 아니라는 듯 말해주는 현과장.
윤감독의 얼굴이 살짝 풀어진다.
“감독님. 저 딸 있는거 아시죠?”
“네. 은서...”
“제가 2년 전에 회사일 때문에 은서 학예회를 못 갔어요. 근데 그게 아직도
후회가 돼요.”
“...알죠. 저도 일하느라 아들 생일을 못 챙겼는데...그냥 그게 가끔 생각이
납니다.”
가족 얘기가 나오자 윤감독이 고개를 끄덕인다. 윤감독은 어느새 현과장의 말
에 집중하고 있었다.
“감독님. 감독님들한테 영화는 자식이죠. 그쵸.”
“그렇죠.”
“그러면, 내 새끼 입학하는 거는 봐야죠. 그게 아빠죠.”
그렇게 말하면서 현과장이 윤감독의 손을 잡는다.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고,
아주 천연덕스러운 행동이었다.
“감독님 이거 안보면 평생 후회합니다. 제가 손이라도 잡아드릴게요. 같이 봐
요.”
현과장과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윤감독.
침묵이 길어지다가, 윤감독이 한록에게 물었다.
“대리님. 정말 괜찮을까요?”
“네, 걱정마세요.”
한록의 든든한 말. 언제나 확신과 기대를 주는 말.
그 말에 윤감독이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겠습니다.”
*
한록과 현과장, 윤감독은 영화관 1열의 가장 왼쪽 좌석에 앉았다.
“1열이라 다행이네. 그나마 반응이 안 보이니까.”
윤감독이 화장실을 간 사이 현과장이 한록에게 속삭였다.
그러나 한록은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반응을 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과장님.”
그렇게 말하며 스크린을 바라보는 한록의 모습.
확신에 찬 눈빛과, 당당한 태도.
‘...나도 한때는 저런 때가 있었다.’
이제는 현과장 자신과는 너무 멀어진 모습이었다.
“그, 저기...”
그때 누군가가 한록에게 말을 걸었다.
“그...ck분 맞으시죠? 지구특공대 GV재밌었어요. 혹시 다음 GV는 없나요?”
한록에게 말을 건 사람은 안경을 쓴 여성. 대학생인 듯 어려보이는 얼굴이었다.
누가 한록을 유심히 쳐다본다 했더니, 얼굴을 확인한 모양이었다. 아마 지구
특공대의 gv에 왔던 사람 같았다.
“아...안녕하세요. 자세한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곧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
을 것 같습니다.”
“헉, 감사해요! 그리고...”
“네. 말씀하세요.”
“진짜 잘생기셨어요!”
그렇게 말하고 친구에게 뛰어가는 여자. 둘이 한록을 보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민망한지 얼굴을 가리고 헛기침을 하는 한록. 그리고 한록을 바라보는 몇몇의
사람들.
벌써 한록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야, 주훈아. 넌 꿈이 뭐냐?’
‘마케팅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그건 불가능해. 마케팅은 뒤에서 일하는 직종이야.’
신입시절 자신이 했던 말.
한록은 그걸 이뤄낸 것이다.
‘이대리, 연예인 다 됐네!’
자신이 장난 스럽게 했던 말을 더 이상 쉽게 뱉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한록이 재수없다거나, 짜증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한록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현과장은 한록을 좋아했다.
‘기분이 좀...’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왜 마음이 아프지?'
기분이 이상했다.
*
“...죄송합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잠시 후 화장실에 갔던 윤감독이 돌아왔다. 얼굴이 젖은걸 보니, 아마 긴장을
풀기 위해 세수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
[대피로는 화살표 방향이니, 비상시에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광고가 끝나고 나오는 비상대피 영상.
그리고-
[제작. ck enm]
ck의 로고와, 시작되는 화면.
얼굴이 다 젖은 윤감독.
고개를 숙인 현과장.
그리고.
“감독님. 오늘을 꼭 기억하세요.”
윤감독에게 말하는 한록.
그들을 사이에 두고, <삼일의 삶>이 시작되었다.
*
삼일의 삶은 30대 회사원과 50대 어부의 삶을 교차로 보여주는 영화.
현과장이 <삼일의 삶>을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음...재미없나?’
입사 3년차의 회사원이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꾸만 다른 생각이 났다.
‘아니, 재미 없는게 아니다.’
‘내 생각이 난다.’
처음 대학에 들어간 스무살.
대학을 졸업하며 참 많은 꿈을 꾸던 이십대.
당당히 ck enm에 취직한 이십대 후반.
‘주훈아. 넌 목표가 뭐냐?’
누군가 물었을 때.
‘저는 마케팅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라고 답하던 시절.
그러나 그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3년.
그 3년이 지나자 놀랍도록 많은게 변했다.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거였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딱 화면 속 회사원의 나이대였다.
영화 속 회사원의 우울한 얼굴이 스크린에 가득 비춰진다.
상사에게 크게 혼이 나고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온 회사원.
그는 냉장고를 열어보다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누워서 미동이 없는 회사원에게 윤감독이 질문을 던졌다.
[무슨 생각해요?]
[...이런 걸 바란 건 아니라는 생각이요.]
[그럼 뭘 바랬나요?]
[저는...]
[제 꿈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회사원은 한참 뒤에야 겨우 말을 이었다.
[이제 모르겠습니다.]
‘나도.’
‘나도 그랬다.’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 패배의 기억들이 현과장의 머릿속에 가득찬다.
그리고 교차되는 장면.
이번엔 바다에서 배를 타고 있는 어부의 모습이 보인다.
어부에게 질문을 던지는 윤감독.
[선생님, 선생님은 꿈이 어떻게 되셨나요?]
[아픈 질문을 하시네요.]
쓴 웃음을 지은 어부가 윤감독에게 답했다.
[저는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럼 한편 읊어주세요.]
윤감독의 말에 어부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열었다.
[제가 기형도를 좋아하지요.]
그리고 어부는 기형도의 진눈깨비를 각색해 읊기 시작한다.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봉투가 떨어진다]
[나는 허리를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나는 인생을 다 살아버렸다.]
중년의 어부는 꿈꾸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진 자신.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어
떤 꿈도 없는 자신을 노래했다.
그리고 그건.
[내가 바란 삶은 이런 게 아니었다.]
‘내 모습이다.’
현과장 자신의 모습이었다.
많은 꿈을 꿨다.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 아니, 뭐라도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싶었다. 한록처럼 살고 싶었다.
이한록 처럼 되고 싶었다. 이한록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직도 그렇다.
‘못 보겠다.’
더는 못 보겠다. 이제는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현과장은 윤감독이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향했다.
“!”
“감독님, 괜찮습니다.”
불안해하는 윤감독에게 한록이 속삭였다.
“현과장님은 시간이 필요하실 겁니다. 감독님은 그냥 지켜보시면 됩니다.”
그 말에 안절부절 못하던 윤감독이 겨우 진정했다. 아니, 진정한 것은 아니었
다. 윤감독은 이제 영화를 보지 못하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제발 영화가 재미없어서 나간 것만은 아니기를.’
아마 그런 기도였음이 분명했다.
*
한시간 후.
영화가 끝났고, 사람들이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관객의 반응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재밌다, 감동적이다, 그런 말이 단 한마디도 들려오지 않았다.
‘망했다.’
‘망했어.’
‘망했어. 망했어. 정훈아. 정은아. 정민아. 아빠가 미안하다. 미안해. 미안해.’
윤감독이 절망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한록은 미소를 지었다.
*
“감독님.”
한록이 머리를 쥐어뜯는 윤감독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윤감독
의 몸을 돌려주며 말했다.
"제가 이 영화는 명작이 될 거라 말씀드렸죠.“
한록의 말에 고개를 든 윤감독. 영화가 끝나고 켜진 조명 때문에 윤감독은 눈
을 찌푸렸다.
잠시후 빛에 적응이 된 윤감독이 겨우 눈을 떴다. 눈부신 조명과 꽉 찬 객석.
그리고 그곳에는-
침묵 속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관객들.
그러나,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객석에서 박수를 치는 사람들.
300명의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
멍하니 일어나 사람들을 바라보는 윤감독.
관객들은 단 한명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엔딩 크레딧이 끝날때까지 박수를
쳤다.
손바닥이 벌개질 정도로 박수를 친 관객들이 엔딩 크레딧이 끝났음에도 한참
이나 자리에 머물러있었다.
누군가 자리를 뜨자, 관객들은 한명 한명 자리를 나서기 시작했다.
이제 계단을 내려오는 관객들.
그들이 영화가 시작하기 전 그랬던 것처럼 윤감독을 스쳐지나가며 말했다.
“이거 극장 상영 못 할뻔 한 거 알아?”
“알지.”
"개봉해서 진짜 다행이다."
한록이 만들어낸 결과.
“응, 이거 엄청 유명해질 거 같아."
한록이 바꾼 미래.
그리고...
"이 사람 영화 다음에도 보러오자."
한록에게만 보이는, 윤감독에게 이어진 300명의 실.
"이대리님."
그리고 윤감독과 자신의 실.
작가의말
[삼일의 삶의 장면은 다큐멘터리 3일-동해시 묵호항 얼음공장 편의 장면
을 모티브로 작성하였습니다.
삼일의 삶은 다큐멘터리 3일의 구로역 편과 얼음공장 편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지금까지 글에 소개된 내용은 영화의 전반부 부분이며, 후에 후반부도 언
급됩니다.
인용된 시는 기형도 시인의 진눈깨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