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본부장의 '라인'이란 거구나(3)
순식간에 한록을 뒤덮는 최경준의 실.
밧줄처럼 굵은 실이 한록을 최경준에게로 끌어당긴다. 한록은 넘어질 것 같은
기분에 발로 몸을 지탱했다.
그러나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최경준의 실이 다시 최경준에게로 돌아간다.
아직 ‘실’이 완전히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이게...본부장의 ‘실’이란 거구나.’
정부장, 오차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람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버리는 강한
실.
오늘 한록은 최경준의 신뢰가 무엇인지 경험한 것이었다.
‘만약 이 실이 이어지는 날이 온다면...’
최경준은 능력, 정치력, 인맥 할 것 없이 회사의 정점인 인물이었다.
오늘은 잠깐 연이 닿는 것에서 끝났지만, 언젠가 정말 한록과 최경준의 실이
이어진다면.
‘최경준이 나를 완전히 신뢰하는 날이 온다면...’
회사생활이 이전과 달라질 것만은 분명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록은 최경준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자신이 도달할 남자.
-혹은 뛰어넘을 남자.
그가 한록을 보고.
‘잘했어.’
입모양과 함께 미소지었다.
*
“회의 끝났습니다. 최경준 본부장님, 잠깐 얘기 좀 해야겠습니다.”
하정엽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수고했다거나, 노력해보라거나 하는 말도 없이 단호한 모습.
본부장들이 모두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인사를 한다. 그 와중에 하정엽을 따
라 나서는 최경준.
그가 이 자리의 승리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회의실을 나서려던 하정엽이 걸음을 멈춘다. 하정엽을 따라나서던 최경
준과 비서들이 모두 함께 자리에 멈춰섰다.
본부장들이 긴장한 기색으로 하정엽을 바라본다.
“이한록이라고 했습니까.”
그러나 하정엽이 지목한 것은 한록이었다.
“네, 맞습니다.”
“이름이 특이하군요. 기억하기 좋겠어요.”
그리고 이어진 말.
“부산 영화제에도 참여합니까?”
부산 영화제. 곧 있을 ck 최초의 영화제이자, 하정엽이 추진한 사업이었다.
“네. 마케팅으로 참여합니다.”
“그렇군요.”
“지켜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사무실 밖으로 향하는 하정엽.
한록은 모두의 시선을 느끼고는 천천히 회의실을 바라보았다.
그 자리의 모든 임원들이 한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악, 공연, 홈쇼핑, 방송...
말 한마디에 한국 문화계가 움직이는 한국 문화계의 실세.
‘이한록이라고 했습니까,’
‘지켜보겠습니다.’
그들이 수십년동안 이뤄온 성과.
한록은 그걸 하루만에 이뤄낸 것이다.
한록을 바라보는 본부장들의 눈빛. 영도의 동경이나, 마케팅 부서 사람들의
질투와는 차원이 다른 무게다.
그러나 한록은 짧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할 뿐이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한록의 말에 대답한 것은 문오석이었다. 문오석이 먼 테이블에서 한록을 바라
보다가 말했다.
“나도 자네를 지켜보지.”
문오석은 비서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
회의가 끝나고, 정부장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가는 한록.
엘리베이터에서 문득 바라보니 손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곁에 있던 정부장이 한록에게 물었다.
“너도 긴장을 하냐?”
“네. 오늘은 좀 한 것 같습니다.”
“허, 본부장들이랑 사장님이 앞에 있는데 좀 했다라.”
기가 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는 정부장.
그러고보니, 정부장은 아직까지 한록의 발표에 대해 여타 감상이 없었다.
하정엽과 최경준은 분명 gv에 완전히 만족한 것 같았다. 기쁜 일인데도 불구
하고 내색을 하지 않는 정부장.
그러나 정부장의 실은 이제 끝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
었다.
괜히 장난기가 생긴 한록이 정부장에게 물었다.
“오늘 어땠습니까?”
“알면서 뭘 물어.”
말과는 다르게 조금 더 노란색으로 물드는 정부장의 실.
그 사실을 발견한 한록이 겨우 웃음을 참았다.
“대리님!”
“이대리!”
사무실에 도착하자, 현과장과 유선이 뛰어나온다.
한록이 언제 도착하나 내내 문을 보고 있던게 분명했다.
“대리님! 고생하셨어요!”
“이대리! 엄청 멋있더라. 완전 멋있더라. 진짜 멋있던데?!”
“과장님도 회의실에 계셨나요?”
“어, 프린트 부족하다길래 후다닥 가져다놨지!”
그러고보니 프레젠테이션 중 누군가 회의실로 들어왔고, 잠시 얼쩡거리다가
최경준의 비서에게 쫓겨났다. 그게 누군가 했는데 현과장이던 모양이었다.
“어우, 이대리가 본부장님들 앞에서 기 하나도 안 죽고 팍! 하고 딱! 하고
착! 말하는데. 엄청 멋있더라.이런거 녹화해서 팔면 천만관객 나온다고!”
현과장의 호들갑에 사람들이 피식 미소를 짓는다.
어느새 부서의 모두가 한록의 복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
멀리서 화가나서 한록을 노려보는 구과장과 무표정한 오차장의 얼굴이 보인다.
“부장님은 다 보셨죠?”
“그래, 다 봤지.”
“본부장님들 반응은 어때요?”
“다 알면서 물어봐. 좋았지.”
호들갑을 떠는 현과장과, 현과장을 말리지 않는 정부장.
평소라면 ‘가서 일이나 해’라고 말할 법 한데, 웬일로 현과장을 받아주고 있
었다.
“크으. 그치. 이거지. 본부장님도 인정하는 우리 이대리.”
“본부장님 뿐이냐. 사장님도 좋다 하셨다. 지켜본다고 하셨어.”
“사장님이?! 사장님이 이대리 지켜보겠다고 하셨다고요?!”
사장이란 소리에 깜짝 놀란 마케팅부.
“방금 들었어?”
“와, 사장님이...”
“이대리 멋있네.”
주위에서 속삭이는 소리에 머쓱해진 한록이 헛기침을 몇 번 했다. 그러나 현
과장은 멈출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끝내주네, 진짜! 이대리 잘했죠? 그쵸, 부장님?”
“현과장님. 이제 그만하세요.”
쑥쓰러워진 한록이 이제 현과장을 말리기 시작했다.
정부장은 애초에 사람들 앞에서 누군가를 칭찬하는 타입이 아니다. 여기서 더
해봤자 칭찬은 들을수도 없고, 그저 한록만 민망해질 뿐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미처 한록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일어났다.
평소와 같은 무표정으로 정부장이 입을 연 정부장.
“어. 잘했다.”
“내가 본 프레젠테이션 중 제일 좋았다.”
그 담담하지만 큰 칭찬에 한록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아, 이대리 덕분에 업무시간에 외출도 하고. 요즘 이대리 덕분에 회사 다닐
맛 난다니까.”
오후 2시. 한록과 현과장, 유선은 옥루각에 있었다.
이들이 근무시간에 옥루각에 있을 수 있는 이유.
‘이대리, 프레젠테이션 때문에 점심도 못 먹었지? 빵 사놨어!’
프레젠테이션 때문에 점심을 거른 한록. 사람들은 모르지만, 사실 어제 저녁
부터 프레젠테이션 준비 때문에 밥을 거른 상황이었다.
그런 한록을 위해 유선과 현과장이 빵을 사온 것이다.
‘내 건?’
‘예? 부장님 꺼요?’
‘제가 그걸 왜?’라는 듯한 얼굴의 현과장에 정부장이 졌다는 듯 한숨을 푹 쉰다.
‘셋이 밥 먹으러 다녀와.’
그렇게 말하며 법인카드를 내미는 정부장.
그 덕분에 한록과 유선, 현과장은 회사 근처 최고의 맛집인 옥루각에 방문한
것이다.
“그 정부장님이 근무시간에 밥 먹고 오라고 하다니...정부장님 인생 최초의
일일걸?”
“아까 여태 정부장님이 본 프레젠테이션 중 제일 좋았다고 하셨잖아요. 대리
님이 최초 기록 여러번 세우시네요!”
한껏 들뜬 모습의 유선과 현과장.
그 모습에 한록 역시 기분 좋게 냉면을 먹기 시작했다.
“이대리. 분위기 어땠어? 본부장님이 뭐래? 응?”
“분위기는 좋았어요. 본부장님은 잘했다고 하셨구요.”
“크으으. 이거지.”
마치 든든한 국물이라도 먹은 것처럼 깊은 소리를 내는 현과장.
“처음 gv 맡았을 땐 부장님 진짜 나한테 왜 이러나 했는데. 이제 감사하기까
지 하네. 아니, 이대리한테 고마워 해야하는건가?”
“그땐 진짜 힘들었죠. 사람도 없는데, 처음하는 프로젝트고...”
“그니까. 난 gv망할 줄 알았어. 근데 이대리가 이걸 살리네. 이대리. 생일이
언제야? 선물 뭐 받고 싶어?”
“천만 관객이요. 베니스 영화제 수상도.”
“...그걸 내가 만들어줄 수 있나...?”
현과장, 유선과 밥을 먹으며 장난을 치는 한록.
이전에도 프레젠테이션을 성공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즐겁진 않았다.
‘프레젠테이션 수고하셨어요.’
‘다들 일해.’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던 예전. 지금 같은 뒷풀이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정
부장 역시 칭찬 한마디 없었고, 한록의 성공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베니스 영화제는 어렵고. 현과장 영화제 수상으로 가자! 올해의 팀원, 이대리!”
“저도요! 올해의 상사, 이대리님!”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한록과 함께 기뻐하며, 한록의 수고를 고마워한다.
한록마저 즐거워지는 경험이었다.
“그럼 저는 올해의 팀원으로 유선씨랑 현과장님 선정할게요.”
“나? 나...나 뭐했지?”
“자료조사 도와주셨잖아요. 대본도 같이 써주셨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음악, 공연, 홈쇼핑 할 것 없이 본부장들을 경악시킨 한록의 발표.
모두 유선과 현과장이 같이 노력해준 것이었다. 며칠 밤을 새던 영도 역시 마
찬가지.
사람들은 모두 한록의 성공만을 바라봤지만, 그들이 없으면 이 정도로 발표가
완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 사장님 앞에서 어떻게 그렇게 발표를 하지? 이대리 사실 50살이고, 알
고보니 부장이고, 뭐 그런거 아냐?”
“사실 35살이고 차장이에요.”
“35살이 어떻게 그렇게 발표를 하냐? 50은 돼야지!”
한록의 진실이 섞인 장난에 핀잔을 주는 현과장. 진실을 말할수도 없고, 한록
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한록의 미소에 현과장이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
“이대리는 가능하려나? 나는 50이어도 못할텐데. 솔직히 부장님이 gv시킬 때
그냥 대충 진행하려고 했거든.”
“그쵸. 다들 영화제 출장나가서 사람도 없고...”
“근데 이대리는 바로 지구특공대 추진하더니, 사업기획까지 했잖아. 난 죽었
다 깨나도 그렇겐 못하지.”
현과장의 자신감이 땅에 떨어진 듯한 말. 한록이 고개를 저으며 현과장에게
대답했다.
“제가 아니어도 잘 하셨을 거예요.”
“그랬으면 내가 지금 과장이 아니지 않을까? 이러다 이대리가 나보다 빨리 차
장되겠다.”
부하가 자신보다 빨리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 상사들이 회사 생활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일 중 하나다.
그러나 현과장은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다. 이미 너무 많이 겪어본 일인 것
이다.
“유선씨. 이대리한테 많이 배워봐. 유선씨도 최연소 대리, 최단기 과장. 남일
이 아니라니까?”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아직 정규직도 못 됐는데...”
“그럼요.”
유선의 말에 바로 대답하는 한록. 그러자 유선이 결심하는 듯한 얼굴로 고개
를 끄덕였다.
“그래, 잘 될 거야. 유선씨 젊잖아. 자, 건배나 하자!”
“네!”
콜라를 들고 한록을 바라보는 둘.
한록이 마찬가지로 콜라를 컵에 담아 손을 들자 현과장이 잔을 부딪히며 외친다.
“우리의 희망, 이대리를 위하여!”
그 말과 함께 콜라를 원샷하는 현과장과, 현과장을 따라 콜라를 원샷하는 유선.
한록은 둘은 차분히 바라보았다.
만년 과장 현과장.
계약직 사원 유선.
회사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한록은 이들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진행될 gv. 사회자를 맡을 자신. 그리고...자신과 함께 발전할 둘.
“곧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그 미래를 생각하며 한록이 미소를 지었다.
*
한록이 점심을 먹는 사이, 사장실에선 하정엽과 최경준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름이 이한록이라고 했었죠.”
“네, 사장님.”
gv 보고서를 넘겨보던 하정엽이 한록에 대해 묻자 최경준이 고개를 숙인다.
하정엽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최경준에게 묻는다.
“대리로 승진한지 얼마나 됐습니까?”
“1년입니다. 입사 2년차만에 대리가 됐습니다.”
한록의 파격적인 승진 과정. 그러나 하정엽은 그 과정을 묻기는커녕, 당연하
다는 듯 대답했다.
“과장이 되기엔 너무 빠르군요. 시간이 좀 지나야합니다.”
“네.”
“그리고...마케팅 부서라고 했던가.”
“네. 정민석 부장이 있는 곳입니다.”
하정엽은 정부장을 떠올렸다.
이전에도 몇 번 봤겠지만,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없다.
하정엽은 ck enm만이 아니라 ck그룹의 수많은 회사를 책임지는 위치. 일개 부
장따위 기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정민석이라. 잘도 대리를 프레젠테이션에 올렸군요.”
하지만 오늘 정부장은 하정엽의 기억에 똑똑히 남았다.
“본부장님.”
“예.”
“gv 예산 세배로 올리겠습니다. 제가 전략실에 말해둘테니 예산처리 해두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민석, 이한록한테 gv를 최우선으로 신경쓰라고 지시하세요.”
정부장과 한록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하정엽.
‘저는 저를 생각합니다. 그 녀석은 저와 본부장님의 범위를 뛰어넘을 겁니다.’
한록을 하정엽에게 인사시켜서 미래를 도모하려던 정부장의 계획이 바로 성공
한 것이다.
“예,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정부장. 많이 컸군.’
세월의 흐름에 최경준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러나 최경준의 지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부산 영화제에 gv를 넣으세요.”
하정엽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프로젝트. 부산 영화제.
부산 영화제는 하정엽이 ck에 부임한 후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프로젝트나 다
름이 없었다.
하정엽은 지금 자신의 명예를 건 프로젝트에 gv를 넣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최경준이 신중하게 답했다.
“사장님. 이미 영화제 프로그램은 배정이 완료된 상황입니다.”
“상관 없습니다. 시간을 조정하세요. 아니면 쓸데없는 프로그램을 빼세요.”
그러나 하정엽의 태도는 강경했다. 그만큼 gv에 강한 확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최경준이 더 이상의 질문 없이 하정엽에게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가보세요.”
하정엽의 말에 사장실에서 물러난 최경준.
최경준이 사장실에서 나오자 경호원, 비서들이 고개를 숙인다.
최경준은 그들에게 짧게 고개를 숙여주고 자신의 비서들과 함께 자리를 이동
했다.
최경준이 지나갈때마다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거나 도망가는 사원들.
‘이한록.’
그러나 최경준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 프레젠테이션에서 한록의 모습은 당당하기 그지 없었다. 마치 이 곳이
자신의 무대라는 듯한 자신감.
자신과 처음 만났을 때 불편해하던 얼굴은 어느새 사라진지 오래였다.
‘많이 변했군.’
한록의 성장을 가늠해보던 최경준이 미소를 짓는다.
이한록. 그리고 영화제에 배정된 gv.
‘네 최선을 보여봐라.’
사장이 기대를 걸고 있는 영화제에 갑작스럽게 뛰어들게 된 이한록.
영화제는 어쩌면 한록에게 다시 없을 기회가 될 수도 있으며, 동시에 모든 것
을 내려놓아야 할 자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곳에서 성공한다면...
‘영화제에 네 미래가 달려있을테니.’
그 후의 앞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펼쳐질 것이다.
*
2주 후 마케팅 부서 전체 회의 날.
현과장이 죽어가는 눈으로 회의실로 향한다. 그 옆에서 걷는 중인 한록.
“하...이놈의 회의 언제까지 해야하나. 부장님은 아침잠도 없으신가..”
“과장님. 부장님 옆에 지나가세요.”
“어?!”
“농담이에요.”
“이대리!”
한록의 장난에 현과장이 깜짝 놀라고, 유선이 참지못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렇게 회의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은 셋.
정부장은 먼저 도착해 이미 자리에 앉은 상태였다.
사람들이 모두 도착하자 정부장이 입을 연다.
“오늘 회의는 짧게 끝낸다. gv사업 통과됐고, 예산 세배로 올랐다. 그리고 부
산 영화제에 gv가 들어갈거야.”
“부산영화제에요?”
정부장의 말에 모두 놀란 표정을 짓는다.
부산영화제가 하정엽의 파워를 증명하는 프로젝트가 될 거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프로그램이 바뀐다니 당황한 것이다.
“부산영화제 프로그램은 모두 완료됐습니다.”
오차장이 바로 정부장에게 말한다.
오차장은 부산 영화제 tf팀의 팀장 중 한명.
정부장은 서울로 올라온지 얼마 안 된 상황이기에 마케팅 부서에서는 유일하
게 부산영화제의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정부장의 말에 아무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사장님 지시다.”
‘이거 상황이 어떻게 되는 거야?’
‘대박이다. 이대리님 완전 사장님 눈에 들었나 본데?’
‘영화제는 오차장님이 거의 구성하셨다고 들었는데.’
‘와씨. 사장이 우리팀 지켜보는거야?’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생각에 회의실에는 묘한 긴장과 흥분이 감돌기 시작
했다.
“영화제 대비해서 gv팀이 구성될 거다. 기존 팀은 그대로 두고 gv병행하는 방
식일 수도 있고, gv팀 자체가 신설될 수도 있어. 지원하고 싶은 사람은 팀장
하고 상의하고 금요일까지 메신저 보내.”
오늘 회의의 안건이 드디어 등장했다.
gv팀의 구성.
그 말에 현과장, 유선이 고개를 번쩍 든다. 그리고 오차장이 한록을 바라본다.
그들의 표정에서 감도는 비장함, 그리고 결심.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마케팅 부서에는 큰 변화가 올 것이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정부장이 한록을 바라보았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한록. 너는 회의 끝나고 나 보고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