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23화 (23/263)

이한록 한 번 믿어보시겠습니까?(2)

[이런 상사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지구 특공대 마케팅 직원,jpg]

유선이 보여준 것은 한록의 사진이 올라와있는 게시글.

사진은 지구특공대 gv의 모습이었다.

‘아이고.’

사진을 보니 대충 어떤 상황인지 기억이 난다.

gv가 한참 진행중일 때 장감독이 한록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여러분, 다들 예고편 보셨죠?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지구특공대 예고

편 엄청 유명하잖아요. 저기 이대리님이 기획해 주신 겁니다. 대리님한테 절

한번 할게요. 저 살려주신 분입니다.’

그러면서 한록을 향해 크게 인사를 한 장감독.

한록 역시 얼떨결에 같이 인사를 했는데, 그 모습이 사진에 찍혀 기사로 나온

것이다. 그리고 gv를 본 관객들이 그 사진을 영화 사이트에 가져왔다.

[gv에서 감독님이 예고편 잠깐 언급하셨는데 원래는 1차처럼 코미디로 갈 거

였대요. 감독님도 이제 망했다 생각했는데 중간에 이분이 책임지고 싹 갈아엎

은 거라고 함. 그때 잠깐 나와서 인사하셨는데 잘생기심....ㅎ]

[1차 예고편이랑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중간에 엎은거군요 몰랐네요]

[잘생겼다는게 중요한 거군요ㅋㅋㅋ]

[오 예고편에 그런 비하인드가]

[예고편 좋았는데...]

[어쩐지 포스터도 중간에 바뀌었더라]

[그래서 지구특공대 gv를 보고 왔다는 자랑이군요]

[저도 보고왔습니다 ㅋ]

[익스트림씨네에 지구특공대 gv못 본 분도 계신가요? 설마...]

[ㄴ와 이건 좀]

한록과 예고편에 대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

연예계 주위에서 일하는 회사원에겐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난다. pd가 방송을

타서 유명해지거나, 방송국 사장이 예능에 출연하는 등의 일.

하지만 한록 자신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대리. 기분이 어때? 이러다 스타 되는거 아니야? 회사 때려치고, 유튜브

하나 열고. 어?”

현과장이 한록을 놀리듯 말한다. 한록은 그저 헛기침을 할 뿐이었다.

“그냥...좀 민망하네요.”

ck enm의 거의 모든 직원이 하루에 세 번씩은 들어가는 사이트. 그 사이트에

자기 사진이 올라와있다. 다른 감정보다는 일단 민망했다.

‘그래도 신기한 경험이네.’

사실 영화계에서 일한다는 게 어지간해서는 빛을 보기 어려운 일이다.

영화는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의 사람이 만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배우와 감독이 전부. 영화에 아주 관심이 많은

사람 정도나 작가와 촬영감독 등을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관계자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게 내

가 이 영화에 참여했다고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이는 한록 역시 마

찬가지였다.

[예고편은 감독이 만드는 거 아닌가요?]

[ㄴ저도 몰랐는데 보통 마케팅 대행사에서 기획해서 예고편 제작사로 외주준

대요!]

[아 예고편 만드는데 감독 권한이 없군요 그건 몰랐네요]

[예고편도 지구특공대 답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아니라 저 분이 만드신거

군요]

[예고편 좋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록이 만든 예고편을 알아주고, 한록의 능력을

칭찬하고 있다.

참 색다르고 고마운 경험인 것 만은 분명했다.

다만...

“이야, 이대리! 싸인 한번 해주라~”

“어, 이대리님. 사이트 보셨어요?”

“대리님! 또 댓글 달렸어요!”

...당분간은 회사를 조용히 다녀야 할 것 같다.

*

마케팅부의 작은 소동이 지나간 후. 한록이 유선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유선씨.”

“헉, 대리님!”

영화사이트에서 한록에 대한 반응을 구경중이던 유선. 유선이 황급히 인터넷

창을 껐다.

“...너무 자주 보진 마세요. 민망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하지면 여전히 미소를 숨기지 못하는 유선.

이 상황이 신기하고 재밌는 모양이었다.

“아무튼...뭐 부탁할거 있다면서요. 무슨 일이에요?”

“아! 혹시 대리님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요?”

“네!<지구 특공대> 얘기를 올려야하는데 슬슬 콘텐츠가 떨어져서요. 익스트림

씨네에서 영화 예고편 얘기 나왔잖아요. 다들 재밌어 하시는거 같아서, 예고

편 제작에 대한 얘기를 올리면 어떨까 해서요.”

유선은 SNS마케터. 보통은 영화 관련 콘텐츠를 SNS에 업데이트 하는 일을 한다.

하루에도 세네개씩 게시글을 올려야하는 일이라서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찾

기 마련인데, 오늘 한록의 일이 눈에 띈 것이다.

“음...”

익스트림 씨네에서 얼굴이 팔린 상황에서 인터뷰라.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화제가 되는 이슈로 콘텐츠를 올리고자 하는 유선의 마음도 이해

가 간다.

“이게 영화 하나로 상영이 끝날때까지 컨텐츠를 올려야 하는거니까...지금처

럼 상영 중후반부로 가면 콘텐츠로 다룰만한게 떨어져서요.”

“알죠.”

많은 콘텐츠 마케터들의 고민이다. 하루에도 수십개씩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

야 한다는 것.

“마침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이슈가 나타났는데 놓치기는 좀 아쉬워서요.”

조심스럽게, 그러나 끈질기게 한록을 설득하는 유선.

이럴때보면 마케터로서의 강단과 고집이 보인다.

“유선씨, 똑똑하네요. 제가 <지구특공대> 마케팅 담당잔데 이 제안을 어떻게

거절하겠어요.”

“그럼 해주시는 건가요?!”

“네,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30분 정도요!”

“전 지금이 좋아요. 유선씨는요?”

“저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인터뷰가 체결 되었고, 둘은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회의실에 앉은 유선이 한록에게 물었다.

“그러니까...퇴사하신 권대리님의 기획안을 대리님이 전부 수정하신거죠?”

“네. 그래도 그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요. 장감독님은 몰라도,

우리는 회사 관계자니까. 괜히 밖에 언급할 필요 없는 일이죠.”

“아...네! 그 생각은 못했네요.”

그러더니 타자를 열심히 두드리는 유선. 그 짧은 시간동안 질문을 얼마나 만

들어온건지, 권대리의 이전 기획과 관련된 질문을 죽죽 지워낸다.

‘확실히 재능이 있다. 글도 잘쓰고, 얘기도 잘 만들어내. 무엇보다 감각이 젊

어서 좋네.’

본인은 잘 모르지만, 유선은 확실히 능력있는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기본적인

부분만 잘 잡아주고 경험이 쌓인다면 실력 있는 인재로 자랄게 분명했다.

‘같이 일하기 즐거운 사람이다.’

능력있고, 열정있는 사람. 자기 일에 프라이드와 목표가 명확한 사람.

오차장, 구과장과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다. 심지어 정부장과도.

유선과 함께 일하다보면 한록이 늘 생각하던 ‘아무 걱정없이 일만 할 수 있는

회사’의 미래가 그려지고는 했다.

모두가 탐내는 부하 한록. 그러나 정작 지금 한록의 눈에 비치는 건 유선이다.

만약 한록이 부하를 고를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사람을 관리하게 되는 위치

가 된다면...

‘내 다음은 유선씨다.’

한록의 생각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유선이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예고편의 엔딩 부분이요. 주인공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비를 맞는 부분있

잖아요. 그 부분에서 갑자기 흑백화면으로 전환되는게 충격적이라는 의견이

많았어요. 이건 의도하신 부분인가요?”

“네. 앞의 밝은 부분과 강한 대비를 주고 싶었어요.”

“영화에선 아주 짧은 장면인데 길이를 늘려서 사용하신 이유도 있을까요?”

“제가 그 장면을 넣은 이유가...관객분들이 주인공과 눈이 마주치는 걸 의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길이를 늘렸습니다.”

“눈이 마주친다구요?”

“네. 주인공과 눈이 마주치고, 관객분들은 주인공의 눈에서 감정을 읽는거죠.

슬픔이나 분노, 두려움 같은 것들이요. 예고편이다보니 영화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아요. 그럼 관객분들은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주인공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상상을 하시게 되겠죠.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요. 저는 관객

분들이 그렇게 주인공한테 몰입한채로 영화를 보러 오시길 바랬어요.”

“와...대리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세요?”

“이것도 질문이에요?”

“아뇨, 아니에요. 그럼 다음 질문!”

씩씩하게 인터뷰를 이어나가는 유선의 모습에 한록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

리고 다시 열심히 유선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됐어요?”

“네! 오늘 안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인터뷰 내용 정리하고 가보겠

습니다.”

“네. 수고가 많아요.”

인터뷰가 끝났고, 한록은 유선에게 인사를 한 후 먼저 사무실로 향했다.

“이한록.”

자리에 앉으려는 한록을 정부장이 불러세운다.

“영화관 사업부랑 얘기해놨다. 지구특공대 QNA는 씨네하우스에서 해라.”

정부장 역시 사진에 대한 얘기를 할까봐 움찔했지만, 다행히 아니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록이 안심하는 모습을 본 정부장이 딱딱한 얼굴로 말했다.

“이한록.”

“네, 부장님.”

진지한 목소리. 굳은 얼굴의 정부장의...

“사진 잘 나왔더라.”

한 방.

*

[형! 나 익스트림 씨네 봤어!]

“이대리 이러다 연예인 하는 거 아니야?”

“이대리님이 잘생기시긴 했죠.”

“저런 놈이 뭐가 잘생겼다고...”

영도. 2팀 사람들. 구과장.

하루종일 회사에서는 영화 사이트에 올라온 한록의 사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오후가 되자 한록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미 피곤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최경준의 ‘숙제’가 있었고, 2주 안에 브랜드 로열티를 마련해내라는

정부장의 지시가 있는 상황.

한록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

“대리님! 인터뷰 반응 엄청 좋아요!”

회의실에 도착하자 먼저 자리해있던 유선이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추천이 평소의 두배 정도예요. 댓글도 엄청 좋구요. 이거 보세요!”

유선이 내민 노트북의 댓글들.

[오...예고편 좋다했더니 저런 의도가 있었군요]

[저도 그 장면 보는 순간 어? 했어요. 무슨 일이지. 누가 죽나? 했는데...제

경험을 투여한게 맞네요. 소름 돋았습니다.]

[예고편도 꼭 하나의 영화 같네요.]

[이분이 아까 올라온 마케팅 직원이시죠?]

사람들이 한록의 인터뷰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또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예고편 얘기를 좋아하네요. 몰랐어요.”

“네. 저도 놀랐어요. 그래서 다른 분들 인터뷰도 좀 해봤는데...생각보다 건

질게 없더라구요.”

“음, 지구특공대는 이대리가 워낙 드라마틱하게 연출을 하니까 가능한거고.

마케팅에서 얘깃거리를 뽑기가 쉽지 않지.”

현과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한록과 유선.

마케팅은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다보니, 마케팅 자체로 이슈를 끄는 것

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튼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브랜드 로열티 얘기부터 해보자. 이대리가 할

말 있다며?”

“네. 일단 이것부터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현과장이 상황을 정리하자 한록이 가져온 서류를 내밀었다. 그러자 현과장이

서류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흐음. 그러니까...브랜드 로열티를 위해 임플로이언서를 넣겠다고?”

한록의 서류를 읽은 현과장이 잠시 생각에 잠긴다.

“네. 마침 사회자가 필요하단 의견도 있었으니, 우리 회사 직원을 사회자로

투입할 예정입니다.”

“근데 꼭 우리 직원으로 할 필요가 있나? 인지도 있는 연예인이나 평론가 하

나 넣어서 진행하면 그 사람으로 GV 이미지가 딱 잡혀서 카피는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연예인 누구누구가 진행하는 ck의 감독 gv 프로그램. 이렇게

말이야. 라디오 같고 좋지 않아?”

“그렇게 되면 GV 기획의도와 완전히 어긋나게 됩니다. 저희 gv는 다른 사람이

아닌 감독의 얘기를 듣는다는 게 차별성이 있는데, 유명한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 그 사람이 주최하는 토크쇼로 기획의도가 변질 될 겁니다. 예산도 쓸데

없이 지출하게 되고요.”

유명인을 넣어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쉽고 즉각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gv를 한 번 팔리고 마는 ‘상품’이 아닌 오래 이어갈 ‘프로그램’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한록의 말에 현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건 그래. 이건 그냥 마케팅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사업 하나를 만드

는 거니까. 일반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가 중심이 되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이거지.”

“네. 따지자면 라디오가 아니라 전시회 마케팅과 비슷합니다. 유명한 사람은

필요없어요. ck의 특색을 드러내고, 영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람이 필요합

니다.”

“어우, 엄청 까다로운데...사회자가 진행만 하는건 아니지?”

“진행과 함께 감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감독님들한테 설문지를 돌

렸는데, 자유 형식의 gv면 토론이나 대담을 하고 싶단 분들이 많으시더라구

요. 이때 감독님들의 대화 상대가 필요합니다.”

“사회자 역할이 꽤 크네. 그 자리에 우리 회사 사람을 넣으면 확실히 이건 ck

에서 시작한거라고 도장 찍는 거긴 하다.”

한록의 말에 수긍하는 현과장. 그러나 잠시 후 반박이 이어진다.

“근데 브랜드 로열티라는게 그냥 ‘우리가 만들었다’로는 부족하잖아. 그 투입

된 직원이 제대로 역할을 해줘서 ‘ck enm의 GV가 제일 재밌다’가 돼야지. 그

게 아니면 그냥 우리 회사 직원 한명이 사회보러 들어간거야.”

현과장의 정확한 지적.

브랜드 로열티라는 건 단순히 제품에 회사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에서 끝나

는 게 아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를 인식하고, 가장 선호하는 수준

까지 이어져야지 의미가 생긴다.

“그래서 투입되는 사람이 누군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

에 대한 이해가 높아서 GV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연예인

정도로 유명하면 독이지만, 인지도가 적당히 있는 정도면 나쁘지 않죠. 뜬금

없이 회사 직원이 나오는걸로 보이지는 않을테니까요.”

“으음, 그건 그렇지. 임플로이언서라. 그 사람이 제대로 역할만 해주면 진짜

좋은 기획이긴 한데...”

현과장이 한록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자유로운 형식, 자유로운 주제로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GV. 획기적인 시도지

만 회사의 개입이 없기에 카피당하기 쉬운 프로젝트다.

그리고 한록의 방안은 다른 회사가 카피를 시도할 수조차 없도록 아예 ck enm

의 직원을 투입하자는 것.

과감하고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가 있었다.

“그걸 누가하지?”

그 중요한 역할을 맡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건 한록이 맞닿은 문제이기도 했다.

감독을 도와 gv를 보조할 인물.

ck enm을 대표할 인물.

영화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와 더불어 마케팅에 대해 잘 아는 사람.

매 gv마다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준비할 시간이 있는 사람.

너무 유명하지 않되, 관객들이 호감을 가질만한 사람.

이 모든 걸 충족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게 바로 기업들이 임플로이언서

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이유였다.

“조건이 너무 많은데. 아무리 영화를 잘 분석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gv 때마다

시간을 뺄 수는 없을거야.”

“네. 해당 부서와도 조율이 돼야 하구요.”

“그래. 찾으려면 마케팅 부서 안에서 찾는게 좋겠는데...음, 구과장. 오차장

님. 유대리...”

마케팅 부서 사람들을 생각하던 현과장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브랜드 로열티는 무슨. 관객들 다 도망가겠다. 이대리는 생각나는 사람 있어?”

“...부서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고민에 빠진 둘.

“아, 안되겠다. 이건 일단 미뤄두자.”

결국 현과장은 포기 선언을 던졌다.

‘...정말 이걸 맡을만한 사람이 없나?’

그리고 한록 역시 미련을 접으려는 순간.

“저기...”

말없이 둘을 지켜보던 유선이 살짝 손을 들었다. 그리고 이해가 안간다는 듯

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기 대리님,”

“네.”

“이거 대리님이 하시면 안 되는건가요?”

“...네?”

“어?”

유선의 말을 들은 현과장과 한록이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래!”

잠시 후, 현과장이 손뼉을 치며 외쳤다.

“그거네. 딱이다! 이대리가 하면 되겠다!”

“...제가요?”

“그래! 마케팅 부서에, gv 담당자에, 영화 잘 아는 사람. 그리고 마케팅 잘

이해하는 사람. 딱 이대린데?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전 이런 거 잘 못합니다. 사람들이 제 얘기를 재밌어 하지도 않을거구요.”

“대리님, 익스트림 씨네에서 반응 엄청 좋으셨잖아요. 사람들이 인터뷰도 재

밌어 했구요.”

한록의 말에 반박하는 유선.

“지금 회사에서 관객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사람하면 대리님이실거 같은데...

대리님이 하시면 안 되는 거예요?”

유선의 말에 한록은 말문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내가 gv를 진행한다고?’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한록. 그런 자신이 gv라니, 한번도 생각

해본적 없는 일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기 위해 gv를 보러

올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gv를 진행하면...gv와 마케팅을 연계하기 쉽겠지.’

그러나 현과장의 말처럼 한록은 조건에 완전히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깊은 고민에 빠진 한록.

“이대리. 진짜 해볼 생각 없어?”

한록이 생각에 잠긴 것을 본 현과장이 물었고, 한록은 고민 속에 입을 열었다.

“이건 테스트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각종 sns에 300만 관객 *공약 영상을 업로드하고, 설문조사를 함께 업로드한

다. 그리고 그 반응을 살핀다.

*공약 영상-특정 관객수를 달성할 시 어떤 이벤트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하는 영상

[<지구특공대>300만 관객 공약 이벤트! 다음 중 여러분이 원하는 300만 관객

공약은?]

[1.나만 못 갔던 ㅠㅠgv 후속작. 정우택 배우와의 QNA 시간! ]

[2.ck enm 직원이 풀어주는 <지구특공대>예고편 이야기! ps.그 잘생긴 분 나

와요!]

[3.지구특공대 전 출연진의 댄스타임~!]

*

한록이 제시한 테스트.

그건 관객들 사이에서 한록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을 파악해 보자는 것이었다.

“유선씨, 이거 인스타그램이랑 페이스북에 올려주세요. 그리고 익스트림 씨네

에 링크 올려주시구요.”

“대리님, 근데 2,3번으로 나오면 1번은 취소 되는건가요?”

“아뇨. 어차피 1번이 제일 많이 나올 거예요.”

사실상 설문조사는 아무 의미가 없다. 어차피 1번으로 정해져있고, 관객들도

1번을 찍을테니까.

하지만 중요한건 중복응답이다.

“중복응답이 가능하게 해놨으니, 1번이나 3번을 찍는 사람도 마음 편하게 2번

도 찍을 수 있어요. 그렇게 이 설문에 참여한 사람 중 몇 명이나 제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지 체크해보는 거죠.”

“아하, 네! 기간은 며칠로 할까요?”

“그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날짜마다 비슷하게 나올테니까 그냥 내일 아침에

확인하면 돼요.”

그렇게 설문조사는 각종 sns와 영화사이트에 업로드되었고, 한록의 ‘테스트’

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현과장, 한록, 유선이 함께 모여 구글 시트를 열었고-

“이대리. 이거 이대리가 해야겠는데?”

테스트 결과가 공개되었다.

작가의말

유선씨가 이대리님의 후계자가 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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