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9화 (9/263)

이번 건 잘했어.(4)

손목의 실이 정부장의 ‘선’을 넘는다.

그리고 마치 뱀처럼 정부장의 손목을 휘감았다.

정부장의 손목에 연결된 실.

한록은 그 순간 정부장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이건 된다.’

영도와 유선과는 다른 검은 색의 선이 한록과 정부장을 연결시켰다.

그 선에 담긴 의미는 아마 ‘욕망’ 일까.

한록의 능력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겠다는 의미 같았다.

“이대로 해봐.”

정부장이 담담한 어조로 한록에게 말했다.

언제나 그렇듯, 속내를 알기 어려운 사람이다.

정부장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록. 그런 한록에게 정부장이 지

나가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이한록.”

“네.”

“이번 건 잘했어.”

이게 칭찬인지, 질책인지 알 수 없는 차가운 말투.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번 계속 지켜보지.”

한록의 실이 정부장의 손목에 단단히 묶여있었다는 것이다.

*

정부장은 한록을 보고 생각했다.

‘이거, 괜찮다.’

한록이 말한 마케팅 방안.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한 1차 마케팅 방안을 활

용해서, 오히려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거기다가...1차 홍보와 2차 홍보가 다르다는 것 자체가 영화랑 잘 어울려.’

게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퀄리티이다. 단순히 이슈만 얻는게 아니다.

한록의 마케팅 방안은 지구특공대 자체를 설명하는 본질이기도 하다.

‘실수를 기회로 만드는 쪽이군.’

스스로 동남풍을 불러올 줄 아는 사람.

마치 삼국지의 제갈량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좋아, 이한록. 이번에는 나쁘지 않았다.’

정부장이 한록의 자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

자리로 돌아온 한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부장은 어려운 상사다.

지금 당장은 정부장의 ‘선’을 넘었다. 그러나 정부장은 쉽게 곁을 내주지 않

는 성격이다. 아마 지금의 이 가는 실은 며칠 후면 사라질 게 분명했다.

부하가 기어오르는 건 놔두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을 설득할 수 있다면 ‘선’을 넘게 해준다.

‘이 사람도 꽤 이상한 사람이야.’

하지만, 어렵더라도 해볼만한 상대다.

최소한 실력을 보여주면 말은 통한다는 거니까.

그때 현과장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대리. 어제 부장님이 유선씨 불러갔다며?]

‘아차. 실수했군.’

현과장은 김유선이 속한 3팀의 팀장이다. 어쨌든 김유선을 관리하는 상황.

정부장이 김유선을 불렀을 때 미리 말을 전했어야 했는데, 손목의 실과 지구

특공대 때문에 잊어버렸다.

상하관계를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때 이대리가 잘 조언해줬다며. 고마워.]

그러나 현과장은 한록에게 주의를 주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 대신 유선을 챙겨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는 현과장.

‘역시 좋은 분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현과장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났다.

“이대리,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되나?”

“무슨 부탁이요?”

“유선씨 좀 잘 챙겨주라.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 줘. 유선씨가 엄청 고마워 해.”

“네, 알겠습니다. 별 것도 아닌 걸요. ”

한록이 순순히 대답하자 현과장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가 웬만하면 이런 부탁 안 하는데...이대리니까 하는거야.”

“저라서요?”

“유선씨가 이대리 엄청 존경하거든. 시간만 나면 이대리가 한 마케팅들 보고

있더라. ‘탈출’ 마케팅이 제일 좋았대.”

최고 아이돌이 나오는 영화 ‘탈출’. 재난 영화답지 않게 밝은 분위기에 귀여

운 내용의 영화로, 아깝게 천만에 실패했다.

다들 ‘재난 영화인데 이렇게 찌질한 포스터는 아니다’라고 만류했지만, 한록

이 홍보를 강행했다. 그리고 ‘찰떡같은 마케팅’이라고 호평을 받았다. 개봉을

조금만 길게 했으면 천만도 달았을거다.

“그건 몰랐습니다. 고맙네요.”

한록이 진심으로 말하자 현과장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흐음. 이대리 요즘 좀 변한거 같아.”

“그런가요?”

“응. 옛날 같았으면 회사에서 이런 부탁 하지 말라고 했을 것 같은데. 나도

말할 때 혼날까봐 긴장했어.”

그래, 확실히 그랬을 것 같다.

그때는 회사라면 다 지긋지긋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에게 보답하고, 또 작은 호의 하나에

몇 번이나 고맙다는 얘기를 듣는 삶.

이게 별로 싫지 않았다.

“유선씨도 그런 얘기 하던데요. 별론가요?”

“아니? 엄청 좋지. 완전 멋진 상사지. 나도 입사할 때 이대리 같은 상사 있었

으면 좋았을텐데.”

현과장이 그렇게 말하며, 지금은 없는 오차장의 자리를 바라본다.

“암튼 이대리, 요즘 고마워. 이건 뇌물이다?”

그러면서 비타오백 하나를 두고 사라진 현과장.

현과장의 무기는 바로 이런 친근함이다.

지금은 승진이 막힌 말년 과장에, 과거에는 ‘영화제’의 일로 회사를 나가기까

지 했다.

하지만 한록은 현과장의 포텐셜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좋은 사람이다.’

한록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게 있다면 바로 팀이동.

현과장은 한록 같은 상사와 일을 하고 싶다 했지만, 그건 오히려 한록이 할

말이었다.

한록은 팀이동을 한다면 꼭 현과장의 팀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팀 이동이란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나 오차장이 실적을 위해 한록

을 데리고 있는 경우기에 더욱 그러했다.

‘지켜보다가 기회가 온다면...반드시 잡는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록은 손에 쥔 비타오백을 한번에 마셨다.

*

잠시 후 한록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ck enm 이한록 대리입니다.”

“네, 대리님 안녕하세요.”

한록의 말에 상대가 반갑게 답했다. 상대는 ck enm이 영화 예고편을 외주 맡

기는 ‘윤 프로덕션’의 조 디렉터.

조 디렉터는 이미 한록과 여러번 일을 한 사이였다.

“<지구특공대> 예고편을 수정해야 할 것 같아 전화드렸습니다.”

“어떤 수정이죠? 아시다시피, 이게 거의 편집이 끝나가는 상황인데...마감 일

정에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큰 수정은 아니에요. 마지막에 그냥 컷 하나만 붙여주시면 됩니다. 음향이

랑, 색감 손 봐도 한시간 정도면 끝날겁니다. 저희가 제작팀에 연락해서 필름

도 보내드릴거구요.”

영화 마케팅을 한지 9년차. 이제 웬만한 작업 정도는 한록도 다 할 줄 알았

다. 조 디렉터 역시 긍정적인 목소리로 답했다.

“아, 이대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맞겠죠. 정확히 어떤 수정인가요? 마지막

에 다같이 웃는 장면 하나 넣을까요?”

“아뇨. 주인공이 바닥에 쓰러져서 비를 맞는 장면 있잖아요. 그걸 마지막에

넣었으면 합니다. 흑백으로 처리해서요.”

“그럼 앞부분이랑 너무 달라지지 않나요? 포스터랑도 안 맞는 것 같고..관객

들 놀랄 것 같은데요.”

“그걸 노리는겁니다.”

“네? 아...아! 아!”

한록의 말에, 전화기 너머에서 답이 없다가 이윽고 탄성이 터진다.

“아! 반전 식으로 넣자는 말씀이시죠? 그거 좋네요!”

조 디렉터가 진심으로 말했다.

“이대리님이 바꾸자고 하신거죠?”

“네, 맞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사실 전에 예고편은 영화랑 좀 안 맞았거든요. 이 대

리님이 이 영화 살렸네요. 이 대리님이 까칠해도 영화는 진짜 잘보신다니까

요. 아휴, 나도 살았네. 나도 살았어!”

누군가는 다소 무례하다고 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한록은 조 디렉터

의 이런 솔직한 모습을 좋아했다.

“세시까지 추가장면 필름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추가 비용도 필요없어요.”

“그래도 지급을...”

“아니, 이거는 우리도 돈 받기 민망해요.”

“아닙니다. 그래도 견적서 다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어휴, 알겠어요. 이대리님은 일을 진짜 깔끔하게 하신다니까. 난 이대리님이

랑만 일하고 싶다.”

통화를 끊고 얼마 후 윤프로덕션이 다시 견적서를 보내왔다.

한록이 예상한 금액보다도 훨씬 적은 금액의 견적서였다.

이후 한록은 포스터 제작사에도 연락을 돌렸고, 포스터는 원래 저렴하기 때문

에 큰 문제가 없었다.

‘예산을 원래 계획보다도 더 아낄 수 있겠군.’

그렇게 생각하자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영화는, 딱 어울리는 마케팅이 있는데...’

그러나 정부장이 건 조건은 ‘최저 예산으로 마케팅을 수정해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마케팅 때문에 망한 영화’ 타이틀은 벗을 수 있겠어.’

한록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

그리고 두시간 후.

“구과장님. 새로 바뀐 지구특공대 마케팅 방안과 견적서입니다. 잠시 설명드

려도 되겠습니까?”

한록은 그 사이에 새 예산과 마케팅 방안을 완성해서 구과장에게 가져갔다.

구과장이 잔뜩 찡그린 얼굴로 한록의 손에서 서류를 뺏어갔다.

한록이 자기를 건너뛰고 정부장에게 보고를 했고, 정부장이 그런 한록의 제안

을 받아들였다.

구과장의 입장에서 보면 물 먹인 것이나 마찬가지이긴 했다.

아마 구과장은 또 쥐잡듯이 한록을 잡아댈 것이었다.

‘또 쓸데없는 걸로 트집을 잡겠군.’

“야, 이한록. 너 이거-”

한록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구과장의 폭언을 기다렸다.

“구과장.”

그러나 정부장이 구과장의 말을 잘랐다.

“구과장. 이한록. 내 자리로 와.”

그리고 한록과 구과장을 호출했다.

“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지구 특공대 예산. 내 앞에서 발표해.”

그러나 정부장은 구과장에게는 대답도 하지 않고 한록에게 말했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부장은 구과장을 건너 뛰고 보고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구과장의 얼굴이 벌겋다 못해 터지기 직전이었다.

쪽팔리고, 또 화가 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구과장의 기분 따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한록은 정부장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이번 마케팅 타겟층은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시네필입니다. 시네필의 *바

이럴을 노릴 예정입니다. 블로그 후기, 평론 이벤트 등도 같이 해보겠습니다.”

*시네필: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광팬.

“그냥 대충 방문자 많은 블로그 글 뽑지 말고, 제대로 된 후기로 뽑아. 한번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야. 후기로 더 유명해질 수도 있어. 인플루언서는?”

“관련 블로거와 유튜버들한테 예매권 돌리겠습니다. 따로 광고를 넣지는 않겠

습니다. 이번 마케팅의 핵심은 입소문이지, 광고가 아니니까요.”

“그래. 대충 예상 수익은 어느정도지?”

“사회비판에, b급, sf 영화니 입소문을 타도 크게 흥행은 어려울 겁니다. 손

익분기점은 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래도 흥행보다는 작품성으로 시상식

쪽을 노리는게 좋아보입니다.”

“이 감독 고작 세 번째 작품이잖아. 그게 가능하겠어?”

“작품성만 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 부분은 나중에 반응 보고 결정해. 이대로 진행시켜.”

한록이 준비해온 방법들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치는 정부장.

‘내 말을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과 일을 하고 있다.’

한록은 오랜만에 속이 시원한 기분을 느꼈다.

“구과장.”

“네, 부장님.”

그리고 정부장이 드디어 구과장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보고 느끼는게 없나?”

“무슨...”

“나는 책임감을 느꼈어. 나는 예산을 안 바꾸려고 쓰레기 같은 마케팅을 하려

했는데, 이한록은 제대로 된 방법을 가져왔잖아.”

그 말에 구과장이 몸을 움찔했다.

‘쓰레기 같은 마케팅.’

이쯤 되면 구과장도 정부장이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죄송합니다.”

‘쓰레기 같은 마케팅’을 통과시킨 구과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결국 최종적으로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건 정부장. 어쩌면 부당하

게 느껴질수도 있는 말이다.

“죄송할건 없어. 방안을 바꾸지 말자고 한 건 나니까. 이건 내 실수지. 이한

록이 잘한 거야.”

깔끔하게 인정하는 정부장.

“그러니까, 이한록 잘 도와서 이번 일 제대로 끝내.”

그리고 이어지는 말.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이건 결국 ‘쓸데없이 일 망치지 말고 이한록이나 도와라’라는 경고였다.

정부장은 구과장이 <오셀로>의 결재를 해주지 않은 것. 그리고 <지구특공대>

의 수정안에 트집을 잡으려 했던 걸 모두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 유선에게 했던 것처럼 정보를 얻었겠지.

‘역시 무서운 사람이다.’

발령난지 3개월만에 어느새 부서를 장악하고 있는 정부장.

한록은 그의 카리스마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네...명심하겠습니다. 이대리 잘 돕겠습니다.”

구과장이 한록에게 씩씩거리던 것은 언제였냐는 듯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정부장이 대답도 없이 한록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한록. 그래서 예산은?”

“견적서 받아왔습니다. 포스터, 예고편, 그 외 모두 합쳐서 230만원입니다.”

“예상보다 더 적네?”

“네. 예고편 제작에서 상당히 절감되었습니다.”

“흠..”

한록의 말에 정부장이 말없이 견적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록에게 말했다.

“이한록. 내가 고작 이 정도로 해오라고 잘 해보라고 했겠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눈치가 없군.”

그리고 이어진 정부장의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지구 특공대로 더 하고 싶은거 없냐고. 한번 해 봐.”

‘이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 했다.

하고싶은 것. 당연히 있다. <지구 특공대>에 꼭 맞는 마케팅 방안이 있었다.

“있습니다. 지구특공대로 *gv를 하고 싶습니다.”

*gv: 영화 관련자를 초대해서 인터뷰 하는 것.

“gv? 이 감독이 유명한 감독도 아닌데.”

“대신 영화가 좋습니다. 열성 팬도 많이 생길거고, 얘깃거리도 많습니다. 그

런 영화면 gv가 딱입니다.”

한록이 지구특공대로 하고싶었던 것. 바로 정부장이 얼마 전 영화관사업부에

서 뺏어온 gv.

“지구특공대로 gv라...그렇게 되면 우리 부서 첫 gv가 되겠군.”

정부장은 잠깐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지구 특공대> gv가 별로면 영화관 사업부로 사업 다시 넘어갈 수 있어. 제

대로 컨트롤 할 자신있어?”

정부장의 질문에 한록은 자신 있게 답했다.

“네, 당연합니다.”

그러자 굵어지는 정부장의 손목의 실.

그리고..

“그래, 한 번 해봐.”

허락.

정부장의 허락에 한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곧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평범한 gv는 말고, 조금 특별하게 진행하고 싶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뭐든 일단 가져와 봐.”

“감사합니다.”

“그럼 예산은...”

“초과돼도 괜찮아. gv 비용으로 배정된 예산있으니, 거기서 얼마든지 가져와

서 써.”

파격적인 제안이다. 그만큼 정부장도 한록의 마케팅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었다.

‘드디어 내 ‘계획’을 시도해볼 차례다.’

그리고 한록은 아주 오랫동안 구상해왔던 gv를 시도해 볼 예정이었다.

아주 특이한, 단 한번뿐인..그러나 어쩌면 ck enm 영화 마케팅의 중요한 부분

이 될 수도 있는 gv 프로그램.

“특이한 거라. 한 번 제대로 해 봐. 괜찮으면 다른 영화들에도 적용시킬거니까.”

그리고 정부장은 놀랍게도, 한록과 어느정도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았다.

‘좋아. 출발이 좋다.’

그러나 들뜬 것도 잠시. 이어지는 정부장의 말에 한록의 얼굴이 굳었다.

“gv는 혼자 준비하기 어렵겠네. 사람 하나 필요하지?”

‘설마 구과장이랑 같이 하란 건가?’

하지만 정부장이 얘기한 사람은 전혀 예상 외의 인물.

“구과장은 gv 해본 적 없어서 도움이 안 될 거고. gv가 3팀 관할이니까...”

‘3팀이면, 설마-’

“현과장이랑 같이 해 봐.”

바로 한록이 그토록 원하던 현과장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