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8화 (8/263)

이번 건 잘했어.(3)

*

어젯밤. 한록은 한서의 병원에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정부장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과거에는 해결하지 못한 질문이다.

‘마케팅 방안을 수정하면 예산이 초과된다.’

정부장의 거절 이유. 그래서 한록은 최대한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가져갔

다. 그러나 정부장은 거절했다.

‘그 뒤에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가.’

그리고 지금 한록이 짐작하는 것은...

‘내 기를 죽이려는 거다.’

정부장은 카리스마가 대단하고, 그만큼 냉철하고, 실력도 좋은 사람이다. 한

마디로, ‘엘리트’.

그런 그에게 단점이 하나 있다면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크다는 것.

그래서 자기 말이 모두 정답인 줄 안다는 것이다.

-발령난지 3개월 된 부장.

그 부장이 결정한 사안에 다시 반박하는 대리.

속칭 ‘길들이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장은 어떤 식으로든 수정안을 거부할거다.’

그렇다면 정부장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록이 선택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충격 요법.’

*

“갑자기 그 영화 얘기가 왜 나오지?”

정부장이 한록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몸을 움츠릴 정도로 서늘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한록은 태연히 말했다.

“부장님도 ‘동화 속 미로’에 참여해보셔서 아시지 않습니까. 잔인한 내용을

숨기고 홍보하는 건 역효과 밖에 안 됩니다.”

‘동화 속 미로’는 헐리웃 제작 영화로, ck enm이 미국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투자에 참여한 영화이다.

파시즘과 전쟁에 대한 영화. 거기에 눈이 없는 크리쳐가 나오기도 하는 영화.

그런데 ‘어린 여자애가 나오는 판타지 장르’란 이유로 당시 마케팅 책임자는

그걸 아동영화로 홍보했다.

사실 ‘영화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성숙되기 전까지 가끔 있었던 일들이다.

영화의 내용은 알 바 없고, 그냥 한탕 하고 끝나면 그만이라는 담당자들.

당시에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영화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었으

니 거기에 업혀가겠다는 전략이다.

당연히 한국에서 이 영화는 크게 망했다.

‘그냥 망하기만 하면 다행이었지.’

가족이 다 같이, 어린애들을 데리고 보러 간 영화에서 징그러운 크리쳐가 나

온다. 심지어 전쟁의 비극에 대해 고발한다.

‘그때 회사로 엄청나게 항의가 들어왔다고 했지.’

그리고 사업 책임자들은 전부 좌천.

그 중 한명이던 정부장 역시 문책을 받아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이게 바로

회사에서 날고 기던 정부장이 지방으로 좌천된 이유였다.

그렇게 ‘동화 속 미로’는 이제 영화사업본부에서 금기어가 되었다.

그런데 한록이 지금 그 얘기를 꺼낸 것이다.

‘이대리님..진짜 미쳤나봐.... 요즘 왜 저래..?’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오히려 정부장의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그리고 다들 정부장의 눈치를 보느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때. 드디어 정부

장이 입을 열었다.

“준비를 많이 해왔네. 이대리 말도 일리가 있어.”

생각외로 차분한 정부장의 반응.

‘화가...안 나신건가?’

그 모습에 유선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그런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건 일에 관한 거니까 괜찮은건가..?’

‘그래도 이대리님이나 되니까 넘어가는거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지만, 차장들이나 눈치빠른 몇몇은 상황을 바로

알아차렸다.

“이대리, 수고했어. 꽤 하네.”

조금도 변화가 없는 얼굴과, 아이패드를 정리하는 정부장의 손.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 다들 내려가.”

그러니까, 지금 정부장의 태도는 이거다.

‘이한록. 꽤 하네.’

‘그런데.’

‘너는 나랑 싸울 급이 안 된다.’

부장이 잘했다고, 회의는 여기서 끝내자고 한다.

거기서 대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화 한번 내지 않는 완벽한 기선제압이다.

‘이대리..제대로 찍혔군.’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몇 명은 혀를 차고, 몇 명은 고소해하며 한록을 지나쳤다.

그러나 한록을 제외하고 여기 있는 모두가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회의실에 정부장과 둘이 남자 한록이 정부장의 앞에 섰다. 그리고 말했다.

“부장님.”

“그래. 더 할 말 있어?”

“네, 있습니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 하나.

바로 한록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왔다는 것.

그리고...

“뭔데?”

“영화는 보셨습니까?”

정부장을 노릴 정확한 포인트를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장은 대답이 없었다.

원래 영화를 직접 보는 건 각 영화의 담당자들이나 하는 일이지, 부장들이 하

는 일은 아니다.

다만 일에 있어 철저한 정부장은 본인의 팀이 맡은 영화를 다 챙기는 편이긴

했다.

그런데 부장이 되고나서 그걸 못했다. 그건 정부장 역시 신경쓰고 있는 부분

이었다.

한록은 바로 그 지점을 찌른 것이었다.

“안 봤어. 볼 이유도 없고.”

정부장의 말에 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 같았으면...한번 보고나서 그런 말 하라고 했겠지만. 그럼 정부장의 적

개심만 커질뿐이지.’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줬고, 정부장 역시 찜찜해 하고 있는 부분을 찔러줬다.

‘이제는 물러설 때다.’

“네. 알겠습니다. 실례 많았습니다.”

한록은 정부장에게 목례를 하고 회의실을 나섰다.

*

“야. 이한록!”

구과장이 사무실로 돌아가려는 한록을 복도에 불러세웠다.

“너 내 말이 우스워? 부장님 앞에서 그게 무슨 짓이야?”

구과장이 한록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자신이 능력있는 부하 직원의 말을 무시했다. 그래서 부하 직원이 반발하는걸

컨트롤 하지도 못했다.

그게 온 부서 앞에 까발려진거다.

“야. 너 일부러 그랬지?”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잖아! 이 새끼야!”

소리를 지르던 구과장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더니, 한록에게 말했다.

“너 회의실로 따라와.”

*

“이대리. 이대리는 자기가 최고인 것 같지?”

회의실 안. 구과장이 한록을 세워두고 혼자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구과장을 조금이라도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근데 말이야, 일만 잘하면 뭐해. 회사 사람들이 다 이대리 싫어하는데.”

팀원을 세명이나 퇴사시킨 ’고문시간‘이 시작되었단 것을.

“얼마전에 김대리가 이대리랑 진짜 일 못하겠다고 하더라. 너무 거만하다고.

근데 그게 옆부서에도 소문이 났던데? 투자부 최과장도 이대리 이름을 알아.

뭐라더라. ‘마케팅부 왕따’ 랬나.”

회의실로 단 둘이 불러서,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상대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을

찔러댄다.

그리고 그건 보통 두,세시간 정도 이어진다.

이 일을 몇 달 겪다보면 다들 정신과에 가고, 약을 먹는다. 폭언을 듣다 쓰러

진 사람도 있을 정도.

한록 역시 과거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 시작이군.’

그러나 이제 한록은 그 말을 한귀로 흘릴 뿐이었다.

한록의 머릿속을 채운건 방금 전 정부장과의 대치. 그 대치가 과연 어떤 결과

를 가져올지 였다.

‘정부장이 결정을 하기까진 아마 한시간 정도 걸리겠지.’

“그렇게 싸가지가 없어서 어떻게 사회생활 하겠어. 나 정도 되니까 받아주지.

다른 회사 가면 못 버텨. 한번 봐봐. 회사에 이대리 편이 대체 누가 있어?”

구과장의 헛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한록이 예상한 것처럼 한시간 뒤,

현과장이 한록을 찾아왔다.

“이대리. 잠깐만.”

“현과장, 이대리 바빠. 내가 좋은말 좀 해주고 있거든.”

“좋은 말은 무슨. 또 사람 갈구고 있었으면서.”

현과장이 답지 않게 까칠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구과장도 날카로운 목소리

로 답했다.

“현과장. 우리 팀 일에 신경꺼.”

“어, 난 신경 끌거야. 근데 부장님이 이대리 부르시거든?”

“...급한일이라고 하셨나? 나랑 이대리 얘기 끝나고-”

“급한 일이고, 당장 데려오라고 하셨다. 구과장이 또 이 짓거리 하고 있으면

업무 중에 시간낭비 좀 그만하라 하셨고.”

“.......”

정부장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구과장.

기세등등하던 모습이 정부장이란 말에 갑자기 움츠러든다.

“..부장님이 이대리는 왜 찾으신대?”

“나도 몰라. 얘기 좀 하신다는데.”

그리고 그 말에 구과장과 한록 모두 직감했다.

‘<지구특공대> 때문이다.’

정부장이 결정을 내린 것이다.

*

‘ ‘동화 속 미로’ 정도라고? 정말로?’

회의실에 혼자 남은 정부장은 생각에 잠겼다.

완벽한 한록의 프레젠테이션.

감히 부장의 치부를 찌르는 발언.

그리고 ‘동화 속 미로’.

정부장은 ‘지구 특공대’에 대해 보고만 받았으니,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영화는 보셨습니까?’

그리고 한록은 그 점을 제대로 찔렀다.

정부장은 그저 결재나 하고, 실무는 부하들에게 미루고, 임원들의 등산모임이

나 따라다니는 부장들을 경멸했다.

‘부서의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통제한다.’

그것이 부장이라 생각했다.

그런데...지금 대리 하나가 자기 손을 벗어나서 날뛴다.

거기에 자신이 보지 않은 영화를 가지고.

‘영화를 안 본건 내 실수다.’

부장. 가끔 실무를 진행하는 사원과 괴리가 생기는 자리.

그 괴리를 줄이는 방법은 한가지다.

‘일단 봐야겠군.’

직접 실무를 하는 것.

정부장은 ‘지구 특공대’를 보기 위해 시사회실로 향했다.

*

정부장의 자리에 도착한 한록.

“이한록.”

“네, 부장님.”

정부장이 굳은 얼굴로 한록을 부르자, 모두가 곁눈질로 한록을 바라본다.

‘이대리님 까였나보다. 그 이대리도 부장님한텐 안 되네.’

‘부장님 표정 무서워 죽겠다...’

‘또 한바탕 하려나?’

‘제발 점심 전에 끝나게 해주세요...’

그리고 모두가 지켜보는 중, 정부장의 말은-

“꽤 하네, 이한록.”

“이번엔 네가 맞았다.”

짧은 인정.

“네 말이 맞아. 권대리 마케팅 방안은 쓰레기야.”

정부장이 책상 위 권대리의 서류를 쓰레기통에 던지며 말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한 깔끔한 인정이다.

“그래서, 예산을 최대로 줄여서 바꾸는 방법이 뭔데?”

하지만 정부장의 태도는 여전히 ‘한번 들어보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록 역시 차가운 목소리로 정부장에게 물었다.

“마케팅 방안을 바꾸실 생각이십니까?”

“들어봐야 알지.”

“그럼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한록은 말처럼 바로 노트북을 가져왔다.

한록은 노트북을 열고 화면을 띄웠다. 정부장이 노트북을 보더니 물었다.

“...포스터를 만들어왔군?”

“초안입니다. 예고편도 만들어왔습니다.”

어제 한서의 병원에서 열심히 만들던 것들이다.

마케팅팀 9년차. 이제 어지간한 포스터 예고편은 흉내는 낼 수 있다.

‘...대충 준비한게 아니군.’

한록의 노트북에 떠 있는 자료들을 보던 정부장이 입을 열었다.

“회의실로 옮겨서 얘기하지.”

*

한록은 정부장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정부장이 먼저 회의실에 들어갔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한록이 뒤따라 들어가 회의실의 불을 켜려는 순간.

그 순간 한록은 정부장의 주위에 무수한 선들을 발견했다.

여기저기서 뻗어나와있는 선.

‘정부장에게 ’라인‘을 대려는 사람들이군.’

본부장이 특별히 데려온 부장.

마케팅부 전체가, 아니, 다른 부서 부장들까지 정부장에게 연줄을 대려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줄들은 정부장에게 단 하나도 이어지지 못했다.

‘어째서지?’

한록이 궁금해하는 순간, 정부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얼핏 보니, 화며에는

‘회계부장 정원석’이라고 적혀있엇다.

전화벨 소리와 함께 회색 선 하나가 정부장에게 슬금슬금 다가간다.

‘대충 알겠군. 저 선은 회계부 부장의 선이야.’

대강 상황이 짐작이 간다.

아마 회계부 부장이 ‘끝나고 술이나 한잔 하자’식의 용건으로 전화를 건 모양

이었다. 당연히 목적은 정부장과 친분을 만들려는 것이고.

“이한록. 시작해.”

그러나 정부장은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더니 한록에게 말했다.

“전화 받고 오시면 시작하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정부장의 단호한 답.

그리고 정부장의 발밑으로 뻗어나가던 그 실은..

“쓸데 없는 전화야.”

정부장의 한마디에 싹둑 잘려버렸다.

*

마치 눈앞에 작두라도 있는것마냥, 회계부 부장의 선이 맥없이 잘려나간다.

그리고 목이 잘린 시체처럼 땅바닥에 널부러졌다.

정부장의 앞에 있는 무수한 ‘선의 시체’들. 그건 아마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어쩌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군.’

한록은 자신의 손목에 있는 선을 바라보았다.

아무색도 없는 하얀색실. 그게 정부장과 조금 멀리 떨어져 정부장을 향하고

있었다.

한록의 방안이 조금이라도 미흡하면 아마 정부장은 아까처럼 이 선을 잘라버

릴 것이다.

선이 잘려진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

‘이 실이 의미하는건 아마, 신뢰나 호감 같은걸텐데. 그런데 선이 잘린다는

것은...’

‘정부장의 눈 밖에 나버렸다는 거겠지.’

지금 한록은 정부장의 실패로 어그로를 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성공한다면, 능력있는 부하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록의 방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마 정부장은 회사 생활 내내

한록을 배척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정부장과 인연이 닿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일 수 있겠군.’

그러나 한록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이미 그런 상황쯤은 다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록이 승부수를 건 것

은...

“화면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 무엇보다 자신의 마케팅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러니까...2차 홍보 그대로 가는데, 예고편에 컷을 추가하자고?”

“네.”

“그것도 딱 5초?”

“네. 딱 한컷만요.”

최대한 예산을 줄이면서 홍보를 수정하는 것.

그건 바로 기존 홍보방안을 내버려두면서, 돈이 덜 드는 방식을 추가하는 것

이다.

“그래, 딱 한컷이면 일정이랑 예산은 괜찮겠는데...그게 무슨 컷인데?”

“여기, 이 컷입니다. 건우가 비 오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장면.”

한록이 노트북으로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주인공 건우가 비오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면을 얼굴만 클로즈업한 컷이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아주 어둡게 바뀐다.

그런만큼 아주 쓸쓸한 장면이었다.

“이건 딱 2초야. 이걸 5초나 보여준다고?”

“네. 흑백처리해서요. 밝은 예고편을 보다가 마지막에 이런 장면이 5초나 들

어간다. 관객들 전부 ‘이 영화가 밝은 코미디 영화만은 아니겠다’라는 걸 알

겁니다.”

“그래. 거기에, 주인공이 왜 이러고 있나 궁금해지기도 할거고...”

정부장이 팔짱을 끼며 노트북을 들여다보았다.

“밝은 분위기로 진행을 하다가, 갑자기 예고편 분위기가 바뀐다. 그러면 *바

이럴이 좀 나올겁니다.”

*바이럴: 사람들의 입소문

“오히려 처음부터 어둡게 가는것보다 더 바이럴이 나올수도 있겠군.”

“네. 영화 커뮤니티만이 아니라, 일반 커뮤니티에서도 흥미를 끌만한 내용입

니다.”

[예고편 분위기 갑자기 바뀐 영화.jpg]

[뭐야 오늘 지구특공대 예고편 보다가 깜짝 놀람;]

[지구 특공대 이거 이런 영화였어?]

커뮤니티에 아마 이런 제목으로 떠돌아다닐 지구특공대의 예고편.

홍보 중 가장 최고이며, 마케터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만들기 어렵다는 ‘입소

문’. 그게 장면 딱 하나로 추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홍보가 끝난 뒤, 메인 포스터도 교체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장면으로요.”

한록은 노트북 화면을 가리켰다.

주인공이 비를 맞고 누워있는 클로즈업 화면이자, 영화 예고편 막바지에 들어

갈 장면.

“사람들은 더 궁금해할겁니다. ‘대체 이 장면이 뭔가.’ ‘대체 이 영화는 뭔

가.’ 궁금해서 안 볼수가 없을 겁니다.”

예고편이 마지막에 삽입될,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그 장면.

정부장은 그 장면이 포스터로 만들어진 것을 상상했다.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간다.’

‘그리고 포스터의 장면부터 분위기가 바뀌는 영화를 보고, ‘이래서 포스터로

쓰였구나!’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포스터를 본다.’

‘영화의 모든 사회비판과 쓸쓸함을 담은 장면을 보고, 영화를 보고 느낌 감상

을 다시 기억한다...’

영화 업계에서 20년간 일한 정부장. 그에게 모든 미래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이한록.’

‘대체 이 녀석은 뭐지?’

그리고 그 순간, 한록의 실이 정부장을 향해 뻗어나갔다.

작가의말

동화 속 미로?

판의 미x인가?

판의 x로인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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