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 하룻밤이 지나고 (3)
피리 부는 사나이 덕분에 올리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멀쩡한 곳이 없었다.
얼마나 멀쩡하지 않았냐면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수준.
그래서 자신이 왜 기절했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병문안이란 단어를 듣고 나서야 자신이 깨어난 곳이 병원인 걸 인지했으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왜 모였는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중 최고의 실수는 다름 아닌 로스번을 알아보지 못한 거였다.
“괜찮아요! 전혀 신경 안 쓰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올리버가 사과하자 로스번이 양손을 빠르게 저으며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로스번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한 것 같았다.
“헤헤,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요.”
“그렇군요.”
“아! 다른 애들도 오고 싶어 했어요! 근데, 지금 마법 수련 중이라 오지 못했어요.”
로스번이 올리버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하다 말고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 다급히 설명했다.
누구를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았다.
로스번과 함께 마텔에서 탈출한 아이들로, 그들 역시 멀린의 도움을 받아 마탑의 한 지부에서 지내고 있었다.
과거 받은 편지에서 말하길 그곳에서 마법과 관련한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하였는데, 아무래도 순조로운 것 같았다.
“예! 다들 잘 지내고 있고, 마법도 잘 배우고 있어요. 대신 편지 전해 달라고 했어요.”
로스번이 품 안에서 꼭꼭 숨겨온 편지뭉치를 꺼내 올리버에게 내밀었다.
올리버는 자연스럽게 편지를 받아 들더니 잠시 바라보곤 금붙이처럼 소중히 챙겼다.
올리버에게 있어 금붙이보다 더 가치 있는 거였으니까. 특히, 지금은 더.
“직접 오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로스번. 편지 전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요.”
평소와 같은 무덤덤한 말투. 그러나 로스번을 포함, 주변의 모든 사람은 멈칫했다.
뭐라고 할까? 그냥 기분 탓일 수 있었으나, 아주 살짝 올리버가 미소 지은 것처럼 보였다.
표정 변화가 너무 미세해 확실한 건 아니나 그렇다고 단순 느낌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올리버의 모습을 본 모두 말없이 눈을 마주쳐 의견을 교환했기에. ‘나만 웃는 거처럼 보였어?’라고.
낯설다 못해 생경하기까지 한 광경.
허나, 한편으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안도 되는 모습이었다.
무슨 마법처럼.
그런 사람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올리버는 곧바로 자기 페이스로 돌아왔다.
“그런데 로스번은 여기 어떻게 온 거죠? 다른 분들이 수련 중이면 로스번도 같이 수련 중이어야 하지 않나요?”
“놀랍군. 와줘서 고맙다고 하더니, 바로 무안을 주고.”
멀렌이 올리버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로스번이 미소 지었다.
“걱정 마세요. 저는 이미 끝마쳤으니까요.”
“끝마쳤다고요?”
“예!”
로스번은 힘차게 대답함과 동시에 몸 안의 마력을 끌어올려 손끝에 미세한 전류를 방출. 완벽히 통제해 안정적인 전류의 흐름을 구축했다.
전격 마법의 기본이지만, 많은 사람이 고꾸라지기도 하는 구간.
그런 구간을 로스번이 성공했다.
고아로 태어나 여관에서 심부름꾼으로 살고, 마텔의 인체 실험 과정에서 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되었으나, 보통의 경우보다 입문이 늦어, 그 멀린 마저 제대로 마법을 배울 수 있을지 우려를 표했건만.
한데, 로스번은 그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늦은 나이임에도 착실히 기초를 다졌다.
실로, 엄청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대단하네요.”
올리버가 담담하지만,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칭찬을 들은 로스번 역시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요······. 아! 어르신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병문안을 올 수 있었어요! 저희가 있는 곳은 외부 정보가 제한된 곳인데, 어르신께서 알려주셨거든요. 또, 원칙상 나가지 못하는데 어르신께서 힘써주셔서 나올 수 있었고요.”
어르신. 로스번의 말에 올리버는 바로 멀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들반들한 정수리가 눈에 들어왔다.
“얼굴을 봐야지, 두피를 보면 안 되지 않을까?”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로스번을 데려와 줘서 고맙다고 올리버가 인사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멀린은 구태여 대답하지 않았다. 애당초 감사 인사를 들으려고 데려온 것도 아니었으니까.
멀린이 로스번을 데려온 건 순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뿐이었다.
로스번과의 대화를 어느 정도 끝마치자, 올리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옮겨졌다.
양옆에 있는 마리와 제인. 맞은편에 있는 포레스트, 알, 조, 폴 카버, 케빈과 야렐리, 언너, 데릭 등등.
그들 모두 올리버의 부상을 걱정하고 있었으며, 또, 깨어나 기뻐하고 있었다.
이에 올리버가 화답했다.
“다들 여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씨벌 거. 온도 차이 왜 이래?”
팔짱을 끼고 듣고 있던 데릭이 대표해 말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두들겨 맞고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하는 말치고는 너무나도 심한 폭언이었으나, 다들 비슷한 감정을 빛냈다.
올리버 역시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으며 정정했다.
“아, 죄송합니다. 몸이 온전치 못해 잠시 실언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
“다들 제 병문안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들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씨벌 거, 진짜.”
데릭이 다시 한번 포효했다. 그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듯 몇몇 사람이 입 밖으로 소리 냈다.
“데이브······.”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니, 다들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진짜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나도 확신할 순 없습니다. 심란하니까 이 이상 따지지 마시죠.”
제인, 포레스트, 카버 등이 제각기 그리 반응했다.
그 모습을 본 올리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란다에서 그동안 익힌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눈치 빠르게 한발 먼저 배려한 것인데.
설명을 듣자, 시(市) 내무부 장관 폴 카버가 되물었다.
“며칠 동안 데이브 씨가 깨어나길 바라며 기다린 사람들에게 그게 배려한 거라고요?”
카버의 말투는 ‘네 양심에 귀 기울여 봐, 리슨.’ 같은 어투였다.
“말투가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장관 일로 바쁘신 카버 씨께서 며칠 동안 제가 깨어나길 기다리셨다면 급한 용무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돼서요.”
“제가 그 정도 인간미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습니까?”
“아뇨. 카버 씨께서는 친절한 분이니 절 걱정해 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나, 장관으로서는 공적인 일은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니, 절 기다렸다면 그만한 일이 있을 것 같아서요.”
정확히 꿰뚫어 본 말에 카버는 한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허······. 방금 막 깨어나신 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네요. 예, 맞습니다. 죄송하지만 볼일이 있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걱정한 척 생색내려 했는데 민망하네요.”
“민망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점 개인적으로 존경합니다.”
진심이 담긴 올리버의 화답에 카버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카버는 올리버에게 이전보다 한층 강해진 신뢰를 보였으며 동시에 희망도 빛냈다.
희망이라니. 이상했다.
“많이 피곤하실 테니, 서론은 넘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카버가 시 공무원 특유의 자세로 돌아갔다. 꽤 중요한 이야긴 듯했다.
“말씀하십시오.”
“데이브 씨께선 란다를 구한 영웅으로 등극하셨습니다.”
“······예?”
***
올리버가 ‘······예?’라고 한 박자 늦게, 멍청히 되물었다.
그만큼 어이없다는 소리였다. 마치, 올리버가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냈다는 말처럼.
그런데 공교롭게도 카버가 말한 내용과 피리 부는 사나이를 내쫓았다는 말은 연결된 부분이 있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내쫓아 왕자를 구하고, 란다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면 영웅이 맞겠죠.”
아까 전 포레스트와 나눈 대화와 비슷했다. 당연히 대화의 흐름 또한 비슷하게 흘러갔다.
“누가 피리 부는 사나이님을 내쫓았습니까?”
“란다 T구역의 해결사 나무꾼 데이브가요. 아닙니까?”
“예, 아닙니다. 내쫓았다는 게 제가 기억하는 개념이라면요.”
내쫓다. ‘밖으로 몰아내다.’ 혹은 ‘있던 자리에서 강제로 나가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 말.
실망시키긴 미안하지만, 올리버는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강제력을 발휘할 수준이 못 됐다.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허나, 카버는 실망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희가 들은 바에 따르면 피리 부는 사나이는 왕자님을 납치하려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를 상대로 끝까지 막아선 건 데이브 씨뿐이고요. 조 씨는 왕자를 데리고 도주했고, 아서 요원을 포함한 다른 생존자들은 후퇴했으니까요. 아닙니까?”
“그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데이브 씨께서 내쫓은 게 아니라고요? 혹시, 저희가 모르는 누가 도와준 겁니까?”
다시 밀려오는 두통.
올리버는 두통을 억누르며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도와주신 분은 없습니다.”
“그럼 데이브 씨가 내쫓은 게 맞군요.”
“그거는 아닙니다. 제가 시간을 끌긴 했지만, 피리 부는 사나이 님을 막진 못했습니다.”
“그럼 피리 부는 사나이가 왜 물러난 거죠?”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도중에 기절해서요.”
올리버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어쩔 수 없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와 거래해 돌려보냈다고 설명하긴 문제가 많았으니까.
그래서 올리버는 시간을 끌고 기절했다고만 말하고, 피리 부는 사나이가 왜 물러났는지는 모른다고 둘러댔다.
카버의 말을 들어봤을 때, 시(市)도 증언만 들어 상황을 파악한 거 같으니, 둘러대도 모를 터였다.
애당초 다른 수단으로 정황을 파악했다면 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을 테니.
‘또, 아주 틀린 말도 아니고.’
올리버가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그러는 사이 카버 역시 머리를 굴려 생각을 정리하였다. 그도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을 테니.
해결사 데이브가 어떠한 비책으로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냈으리라 믿었는데.
‘아니, 오히려 이게 말이 되나?’
카버가 문득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상대는 피리 부는 사나이.
단신으로 포격을 견디고, 셀 수 없는 쥐 떼를 소환해 란다에 막대한 피해를 주며, 괴담에 가까운 악명을 가진 그는 두 발 달린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데이브라도 막기 어려웠을 터였다. 시의원들도 이를 지적했고.
그때, 올리버가 한마디 했다.
“하나 짚이는 게 있습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 님. 무슨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이곳에 온 건 아닙니다. 그저,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온 것뿐이죠.”
새로운 정보에 카버는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고작 의뢰를 받아 그런 재앙을 일으키다니. 더 큰 문제는 이를 사주한 다른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믿기도 싫은 끔찍한 사실이었으나, 그와 별개로 카버는 올리버의 말 자체는 의심하지 않았다. 이게 란다에서 올리버가 살아오며 쌓은 신용이었다.
어떤 미친 소리를 해도 믿을 수 있는. 하긴, 의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3조 1,302억 5,500만 란다란 천문학적인 금액을 고스란히 넘겨준 인간이었으니.
최소한 속세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말도 안 되는 신용을 보유한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카버는 이 새로운 정보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대신, 받아들여 어떻게든 이해하고, 지금 상황에 적용하려는 좀 더 생산적인 행동을 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뭐가 됐건, 데이브 씨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막은 건 사실이니까요. 무엇보다 이미 발표했습니다.”
“발표라니요?”
“직접 보시죠.”
백문이 불여일견. 카버는 설명하는 대신 신문 다발을 내밀었다.
[충격! 검은손의 손가락. 왕자를 납치하려 하다!]
[정도를 모르고 날뛰는 흑마법사. 세상의 평화는?!]
[왕자를 구해낸 영웅. 마탑의 흑마법 학파의 창시자 제논 브라이트?!]
[손가락의 진격을 막아낸 흑마법사! 흑마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
[흑마법. 학문이 아닌 사람이 문제다!!]
[진보, 개방, 포용의 란다. 흑마법의 새로운 시야 조명. 파테르교 동의하다?!]
<더 토커(The Talker)>, <노 크레딧(NO Credit)>. <라이어(Liar)>, <지브리쉬(Gibberish)>, <뷰글러(bugler)>, <트릭스터(Trickster)> 등. 란다의 대표 신문사들이 온갖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대문짝만하게 박아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들인지. 올리버는 머리가 더 아파지는 기분이었다.
“이게 뭡니까?”
“보는 그대로입니다. 데이브 씨가 피리 부는 사나이로부터 알버트 왕자님을 구해냈다는 내용이죠. 해결사 신분보다는 마탑 신분인 게 더 나을 것 같아, 데이브란 이름 대신 제논이란 이름을 쓰긴 했지만요.”
데이브가 제논인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지만, 올리버는 따지지 않았다. 그 외에도 따질 건 많았으니까.
“제 말뜻은 그게 아니라-”
“-압니다. 왜 멋대로 이런 기사를 썼냐는 거겠죠?”
멈칫.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에 빠진 도시의 안정을 위해서입니다.”
“······.”
“역사상 유례가 없는 거대 도시가 단 하룻밤, 흑마법사 한 명에게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와중 도시의 귀빈으로 온 왕자님도 위험할 뻔했고요. 때문에 숨길 수도 없게 됐습니다······. 이 총체적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영웅이 필요했습니다.”
“영웅요?”
“예, 영웅. 상징적인 존재가요.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에게 힘과 희망이 되어주는.”
“하아······.”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올리버에게 영웅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어떤 영웅이 흑마법사와 거래하고, 거짓말을 할까?
그런 올리버의 모습에 시(市) 내무부 장관 카버가 다급히 말했다.
“내키지 않는 건 이해합니다. 멋대로 이런 일을 벌인 것도 죄송하게 생각하고요. 다만, 그만큼 란다의 상황이 심각했고, 빠른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부디 이 점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데이브 씨께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막아 왕자와 란다를 구했다고 발표하지 않았다면 이 도시는 큰 혼란에 빠졌을 겁니다.”
무슨 말인지 대충은 이해했다.
한 개인에 의해 도시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다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와 혼란을 유발할 테니.
올리버의 입장에선 이러한 상황이 내키진 않았으나, 세상사 다양한 입장이 있는 법. 카버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카버는 이 도시를 누구보다 사랑했으니까. 목숨과 목숨보다 소중한 공무원 연금을 판돈에 올릴 정도로.
“물론, 공짜로 데이브 씨의 이름을 쓸 생각은 아닙니다. 그건 란다의 방식이 아니니까요.”
“······?”
“데이브 씨께서 흑마법 학파를 세우고 싶어 하신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거 시(市)와 마탑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카버가 말을 끝마치며 마탑 인사들. 케빈과 야렐리, 데릭, 언너를 바라봤다. 그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입니까?”
“예, 이미 마탑과 이야기는 끝마쳤습니다. 파테르교와도 이야기를 진행 중이고요. 자금, 인력, 협력체계, 혜택, 장비 그 외 기타 인프라······. 최대한 지원해 드릴 겁니다.”
카버의 감정 상태는 그의 말처럼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으나, 올리버가 누워있는 동안 무슨 합의가 있었던 듯했다.
올리버는 반사적으로 포레스트를 바라봤고, 포레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미 물이 엎질러진 상태에서는 이게 최선이라는 의미.
뭐, 올리버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였다. 싫다고 해 봤자, 이미 신문 기사는 나갔으니. 거기다. 선택하는 사람들을 비호하는 문제와 재개발 연합 등 올리버 역시 란다에 신세 지는 게 있었다.
결국,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여 수용의 의사를 밝혔다. 예상한 사태는 아니나 감당 못 할 건 아니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흑마법 학파에 관해서는 포레스트 씨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몸이 회복된 이후 피리 부는 사나이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란다를 구해주신 점 란다의 시민으로서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합니다.”
카버는 업무를 마치자 한 개인으로서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용건을 마친 그는 올리버가 쉴 수 있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며 떠나려는 찰나 올리버가 그를 불러 세웠다.
“카버 씨. 괜찮으시다면 저도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왕자님은 무사하십니까?”
“아, 알버트 왕자님은-”
-똑. 똑.
카버가 병실 문 앞에 멈춰서 카버가 대답하려는 찰나, 문 두들기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고.
끼익-
문이 열렸다.
“깨어났다 소리를 들었는데······. 사실이군.”
왕실 비서와 함께 들어온 알버트 왕자가 올리버를 보며 말했다.
근엄함을 흉내 낸 그의 얼굴 이면에는 감사와 안도가 깃들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왕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