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 하룻밤이 지나고 (1)
대륙 중부에 있는 한 깊은 숲.
그곳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숲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동물의 울음소리도, 벌레 소리도, 하물며 풀잎이 스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누군가 일부러 소리를 거세한 느낌마저 들었다.
소리가 죽은 땅.
그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린 방향에는 열댓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쓰러져 있었으며, 그 앞엔 한 중년 사내가 서 있었다.
아이들은 며칠이라도 굶은 듯 피골이 상접한 데 반해 중년 사내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잘 차려입었다.
당장 대도시에 가도 멋쟁이 대접 받을 수준.
굶주림, 탈수, 병마에 시달려 쓰러진 아이 중, 품 안에 아기를 안은 소년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 도움을 청했다.
“도······. 도와주세요. 나으리······.”
“······.”
“어, 엄마가 보고 싶어요······.”
“······.”
“아니면······. 우베라도 제발······.”
우베가 누군지 중년 남자는 몰랐으나, 경험과 직감으로 소년이 품 안에 안고 있는 작은 살덩어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신기했다. 일어날 힘도 없는 주제에 아기는 끝까지 안고 있다니. 심지어 죽었는데도.
처음 보는 경우는 아니나, 볼 때마다 흥미롭긴 했다.
그렇게 중년 사내······. 퍼펫은 말없이 아이를 내려다봤다.
그의 눈에는 동정이나 연민, 슬픔 따위는 없었고, 대신,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부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랬다. 수백 년이란, 국가의 역사와 맞먹는 삶을 살고, 그 와중 수많은 흑마법사를 키우고 후원하며, 막대한 재산과 영향력을 구축한 전설적인 흑마법사는 지금 굶어 죽어가고 있는 소년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모습. 허나, 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건 아니었다.
부러움이란 결국 가지지 못한, 결핍에서 나오는 거니까.
남들이 찬양하는 모든 걸 가졌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퍼펫은 그런 감정을 곱씹으며 도움을 청하는 아이들을 말없이 바라봤고, 잠시 후.
쌔액······. 쌔액······. 쌔······.
실낱같이 이어지던 소년의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여긴 어쩐 일이지.”
소년이 숨을 멈추자 퍼펫의 등 뒤로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숲. 더 나아가 대륙 중앙의 주인이라 해도 무방한 피리 부는 사나이였다.
역대 최강의 흑마법사, 국가도, 파테르교 심지어 그 아카이브마저도 꺾지 못한 괴물 중의 괴물.
그는 퍼펫조차 인기척을 느낄 새도 없이 나타났다.
인지했을 때는 목소리가 들렸을 때로.
보통의 술사라면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수백 년이란 세월 동안 흑마법뿐 아니라, 마법, 드루이드의 주술, 파테르교의 성법 등 닥치는 대로 공부하고 연구한 퍼펫은 대충 원리를 파악했다.
술식이란 개념을 넘는 다른 개념을 이용한 거였다. 그래서 공간을 넘을 때 발생하는 술식을 감지하지 못한 거였고.
즉, 자신의 신체 부위를 다루듯 자연스럽게 공간을 넘은 거였다.
술식보다는 권능.
그 권능을 다룰 줄 아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퍼펫을 지나쳐 바닥에 쓰러진 아이들을 살펴봤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이들은 피골이 상접했고, 입술을 부르텄으며, 낯빛은 흙빛으로 어두웠다.
그중 몇몇은 진짜 흙을 집어 먹기까지 했다. 배고픔과 두려움으로 미쳐버린 것.
피리 부는 사나이는 그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아······.”
그 탄성에는 개운함이 깃들어 있었다. 막히던 숨통이 살짝이나마 트이는 듯한 개운함이.
피리 부는 사나이는 그 감각을 잠시 음미하더니 고개를 한쪽으로 꺾어 목을 풀었다.
우두둑.
“일을 못 해서 따지러 왔나? 기껏 주박(呪縛)을 풀어줬는데?”
목을 푼 피리 부는 사나이가 한쪽 손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한때, 저 손목에는 어지간한 술사는 보이지 않는 강대한 술식이 둘려져 있었다.
그 술식은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이동 범위와 행동을 제약하는 일종의 구속구로.
덕분에 수백 년이란 긴 세월 동안 피리 부는 사나이의 행동반경은 대륙 중앙으로 제한됐고, 한 번에 납치할 수 있는 아이들의 수 역시 제한됐다.
얼핏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었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실로 대단한 거였다.
분노에 가득 찬 피리 부는 사나이의 행동을 제약했으니.
대홍수를 국지적인 그냥 홍수로 바꾼 격이었다.
하긴, 아카이브의 비기와 목숨을 사용해 걸었던 마지막 발악이니, 납득되긴 했지만.
물론, 그 강대한 술식은 불과 얼마 전 퍼펫이 풀어주었다. 아카이브의 시체를 송장인형으로 가공해서.
“설마.”
퍼펫이 피리 부는 사나이의 말을 부정했다.
“도움을 청한 건 내가 맞지만, 왕자에게 위해를 가해 란다와 충돌하겠다는 멍청한 계획은 내가 생각한 게 아니야. 그러니 실패를 추궁한 생각도 없네. 다만.”
퍼펫이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여기서부터 본론이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궁금하긴 하군······. 왜 봐 준 건지.”
뭘 봐준 건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피리 부는 사나이는 대충 뭔지 알 것 같았다.
애당초 피리 부는 사나이가 자비를 베푸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으니까.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그렇기에 피리 부는 사나이는 애당초 저런 말을 꺼낸 저의 역시 알고 있었다.
한때, 세상을 유랑한 덕분에 많은 것을 보고 배웠으니까. 길고 긴 세월이 지났지만, 그 식견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미, 어느 정도 다 알 텐데.”
퍼펫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괜히 날 귀찮게 하지 마. 그런 거 신경 안 쓰기로 했으니까.”
“내가 자유를 돌려줬으니, 좀 귀찮게 해도 문제없지 않겠나?”
“이미, 그 대가는 지불했지. 란다에 내가 등장한 것만으로, 모든 시선이 그쪽에 쏠릴 테니, 왕국에서 장난질하기 더 편해진 거 아닌가?”
“허, 세상사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없어. 그저 바람과 비, 나무가 알려줄 뿐이지.”
자연 그 자체가 알려줬다고 피리 부는 사나이가 말했다.
세상 어디서도 듣지 못한 허세에 가까운 경지. 그러나 허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반은 사람이었지만, 반은 아니었으니. 퍼펫과 다른 의미로 말이다.
“난 네가 뭘 하려는지 관심 없어. 네 목표를 위해 검은손을 만들든, 인체실험을 하든, 전쟁을 부추기든, 왕가를 뒤흔들든······. 난 조금도 관심 없어.”
퍼펫은 흑마법사의 눈을 쓰지 않았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분노 탓에 감정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저 말이 진심이라는 것도 알았기에.
“그러니 이 이상 날 귀찮게 하지 마. 애당초, 네놈이 아니었으면 그냥 죽여버렸을 거니까.”
진심이라는 걸 아는 퍼펫은 침묵으로 동의했다.
이야기가 얼추 끝나자 피리 부는 사나이는 새로운 아이들을 납치하기 위해 떠나려 했는데, 그때, 퍼펫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을 걸었다.
퍼펫의 부름을 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는 미소를 잃어버린 딱딱한 얼굴로 바라봤다.
참아주는 건 여기까지라는 뜻.
“성기사들이 움직일 거네. 그대가 란다에 출몰했으니,”
“그들이 제대로 일하는 이들이라면 내가 탄생했겠나? 그리고, 여태 살아있을 수 있겠나?”
“아니, 다만, 퍼테르교는 데이브와 거래하고 있네.”
“알아.”
“자네를 상대하기 위해 보낼 수도 있어.”
“상관없어. 못 올 테니까.”
“그런가?”
“그래······. 설사 온다 해도 소용없어. 껍데기도 깨지 못한 지금 상태에서는 말이지.”
***
날이 밝자마자 란다 시의회는 예정에 없던 긴급 소집을 가졌다.
근래 몇 주 동안 란다를 방문한 왕자와 그를 따라온 대규모의 수행원단을 대접하느라 업무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반갑지 않을 상황.
허나, 소집에 참석한 열여덟 명의 시의원과 각 부서의 장관 중 누구 하나 불만을 토로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단 하룻밤 만에 란다 역사상 손꼽히는 피해가 발생했으니.
단 하룻밤 만에!
질 나쁜 농담처럼 들릴 수 있었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아니, 어쩌면 농담일지도. 갑자기 란다 곳곳에서 쥐새끼들이 출몰하고, 영안실과 뒷골목의 시체들이 되살아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게 어찌 농담이 아닐 수 있겠는가?
문제는 농담이 현실로 이뤄졌다는 것뿐.
덕분에 란다는 당장 집계조차 불가능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경제적 피해는 산출조차 되지 않았다.
허나, 그중 가장 끔찍한 사실은 피해가 란다 하류층이 아닌, 상류층, 중류층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했다는 점.
그 대표적 예시로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한 시의원은 열여덟 명밖에 안 됐다.
알파벳 순서로 구역을 나눈 란다의 시의원은 총 스물넷(Y, Z구역은 시의원이 없다).
그중 여섯 명이 참석하지 않았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어젯밤 재앙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란다의 시의원이 말이다.
단 한 명의 흑마법사로 인해.
“······보시는 영상처럼 피리 부는 사나이로 추정되는 남자에게 란다 방위군이 보유한 화기가 전혀 먹히지 않았습니다.”
란다 방위군 장관이 영상을 틀었다.
군용 기록 장치로, 잉크가 번진 듯 군데군데 노이즈가 껴있어 제대로 보기 힘들었으나, 그나마 건진 게 저것뿐이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
짧은 영상에는 란다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공간이동 대포가 건물 위에서 포탄을 쏟아붓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포탄의 종류는 소이탄과 쇠 탄환 혼합으로, 집중 포격을 받는 지점은 영상 너머로도 오금이 지릴 정도로 끔찍한 피해를 받고 있었다.
셀 수 없이 터지는 불기둥과 흙기둥. 뒤집히는 포장도로, 요동치고 갈라지는 대지 등등.
멈칫.
갑자기 영상이 멈췄다.
멈춘 영상에는 솟구치는 불기둥 사이로 한 인영(人影)이 유유히 서 있는 게 보였다.
폭발로 발생한 역광 탓에 형체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영상 속 남자가 여유로워 보이는 건 척 봐도 알 수 있었다.
방위군 장관이 가져온 게 아니었으면 누가 장난이라도 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현실성이 없는 장면이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란다의 군사력을 동원해도 제압할 수 없는 존재였다.
쾅-!
“이게 말이 되나?! 아무리 초인들이 날뛰는 세상이라지만, 한 개인이······!”
“그 전설이 사실이었나 보군. 수백 년 전 온 나라가 힘을 합쳤음에도 쓰러트리지 못했다는······.”
“손가락 뭐 그런 수준이 아니잖소? 사람이 맞긴 한 거요?!”
재킷에 셔츠, 검소한 양복에 안경, 이버네스에 파이프 담배.
자신의 지역구 성향에 맞게 복장을 달리한 시의원들이 저마다 경악했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보에 머리가 거부반응을 보인 것.
“그런데, 어떻게 피리 부는 사나이가 란다에 나타난 거지? 아니, 그렇잖아. 피리 부는 사나이는 대륙 중앙에서만 활동하잖아.”
“설마, 인육 요리사가 죽었기 때문인가? 그거 때문에 아직까지 혼란스럽잖아?”
“그것도 옛말일세. 갈로스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오히려 시끄럽기는 대륙 중앙이지. 난민이 발생하고 있고, 그 사이에 흑마법사도 끼어 있다더군.”
“내 정보통에 의하면 악마를 숭배하는 집단이 발견됐다고 했소. 아이잔 왕국이라던가?”
“세상이 정말 미쳐 돌아가는군. 설마, 그거랑 피리 부는 사나이랑 무슨 상관이-”
-딱. 딱. 딱.
시의원들이 웅성웅성 질서도, 생산성도 없는 대화를 나누던 와중 한 시의원이 탁자를 기계적으로 두들겼다.
그 특유의 음색에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한 곳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장내에는 침묵이 찾아왔고, 탁자를 두들긴 프록코트를 입은 시의원이 입을 열었다.
“흐음······. 그래도 고무적인 소식이 하나 있소.”
“······.”
“그 난리통 속에서 왕자는 구출했다는 거요.”
아무도 부정하지 못했다.
알버트 왕자. 왕실이 친선을 목적으로 보낸 그가 만약 이번 난리에서 다치거나 죽었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게 뻔했다.
그 최악엔 란다가 사라지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유도시 지위를 잃어버린다든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최악은 피했다고 할 수 있소.”
“맞습니다. 시의원님.”
시의원들의 뒤에서 대기하던 장관 중 하나가 앞으로 나가며 동의의 뜻을 밝혔다.
란다 내무부 장관 폴 카버였다.
그는 근육질의 방위군 장관과 정중히 인사를 교환하곤 자리를 교체했다.
“말씀하신 대로 최악은 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피리 부는 사나이가 왕자를 노린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말입니다.”
“왕자를 노렸다고?”
시의원 중 하나가 물었다.
“예.”
“증거 있나?”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왕자 본인과 피리 부는 사나이를 조우한 수십 명의 생존자들은 그렇게 증언했습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왕자를 내놓지 않으면 도시 전부를 죽여버린다고 협박했다고 말이죠.”
오싹······.
미친놈들이 가득한 란다에서는 흔해 빠진 협박이었지만, 어젯밤 일을 겪은 시의원들은 모두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이유는?”
“그거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세계수를 통해 최대한 알아보려 하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모습이 찍힌 영상을 하나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게 가능한가? 세계수는 전부 보고 기억하잖아?”
“그게 맞습니다만, 못 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협조해주고 있는 모이라이 학파 넷 내비게이터(Net Navigator)들 역시 그 탓에 혼란에 빠졌습니다.”
시의원들은 더 이상 따지지 못했다. 세계수에 관해서는 그들이 최고 권위자. 왈가왈부해봤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요점은 피리 부는 사나이가 노리던 왕자를 지켰으니, 결과적으로는 란다는 방어에 성공. 승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란다가 입은 피해를 고려하면 과연 승리라는 단어가 적절할지 의문이었으나, 시의원들은 굳이 따지지 않았다.
이쪽 일을 할 때 중요한 건, 진실보다 보이는 것.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막지 못해 란다의 위신이 추락하는 것보다,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왕자를 지켰다는 게 더 도움이 될 터였다.
아주 거짓말도 아니었고.
카버의 말을 이해한 시의원들은 모두 묵시적으로 동의하며 해당 내용을 발표하기도 결정했다.
이것이 란다의 정치판.
“그런데 그럼 누가 왕자를 지킨 거지? 내가 듣기로 경찰 특수부대는 물론 방위군 심지어 보안국 역시 도망쳤다고 하던데.”
“왕자를 데리고 도망친 것은 뉴젠틀맨의 조라는 흑마법사입니다.”
카버가 기기를 조작하자 영상이 넘어갔다.
해당 영상에는 양복을 입은 조가 찍혀 있었다.
“뉴젠틀맨(New Gentleman)이라면······.”
“예, 왕자를 습격한 미친놈들도 있던 조직입니다. 지금 대부분 구금된 상태인데, 습격자들과 친분이 있던 이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입막음?”
“확실히는 판명 나지 않았으나, 그리 추정되고 있습니다.”
시의원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신(新) 계급이 재수 없는 건 맞았으나, 그와 별개로 이 거친 도시에서 폭력과 수완을 통해 자신을 입증한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하룻밤 만에 전부 입막음 당했다?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이 도시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우려될 정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파이터 크루의 수장이자, 재개발 연합의 이사인 조가 왕자를 데리고 필사적으로 도망친 덕분에 왕자를 지킬 수 있었던 겁니다.”
“재개발 연합이라면······.”
“예, T구역 30번 거리의 해결사 데이브가 공동대표로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막아선 건 다름 아닌 그입니다. 왕자를 조에게 넘겨준 것도 데이브고요······. 사실상 그가 왕자와 란다를 구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내무부 장관 카버는 해결사 데이브가 왕자를 구하고,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막아섰으며, 종국에 쫓아내 란다를 구했다고 발표했다.
“왕자를 구한 것도 이해가 되고, 막아선 것도 이해가 되지만, 쫓아냈다니? 그건 사실인가?”“
“정황상 그렇습니다.”
카버가 추측성 대답을 내놓았다.
장관으로 옳은 태도는 아니나 어쩔 수 없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이들은 데이브의 말에 따라 모두 도망쳐 본 사람이 없었다. 그 덕분에 수백 명 중 몇십 명이나 목숨을 건진 거긴 했지만.
“하지만 확실합니다. 유일하게 남은 건 데이브였고, 그 외에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그 괴물을 혼자서 막아서다니 믿을 수가 없구만.”
“하지만 그 역시 괴물이지 않소? 아카이브의 제자라는 말도 있고, 그를 도와서 바다 괴물도 물리쳤다고 하잖소.”
“거기다 마탑에 흑마법사 학파를 세우려고 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지.”
“좋군! 도와줍시다! 일단, 이 도시에는 영웅이 필요하잖소!”
“그래도 흑마법잖아?”
“파테르교와 거래하는 이야기 알잖소? 거기다 왕자까지 구했고. 판이 바뀌었소.”
“비공식적인 동맹을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최소한 이 난리가 가라앉을 때까진 말입니다”
“저토록 강한 개인에게 그래도 되겠소? 나중에 감당할 수 있겠냐 이 말이야.”
“나중은 미래의 우리가 해결하겠지. 중요한 건 지금이고,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막은 자요!”
장내의 시의원들은 제각기 머리를 굴려 가며 어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때 침묵하던 프록코트를 입은 시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무부 장관.”
“예, 시의원님.”
“란다를 구한 영웅은 지금 어디 있지?”
너무 미래를 보느라 다들 신경 쓰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좋은 질문이라는 듯 카버가 대답했다.
“현재 병원에 혼수상태로 누워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