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 방해꾼 (1)
늦은 저녁 시간.
란다의 노동자 계층 거주지 U구역엔 때아닌 소란이 일어났다.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초인들이 술래잡기를 하는 것.
보통의 술래잡기와 다른 점이라면 그냥 달리는 걸 넘어 건물을 뛰어넘고, 번쩍번쩍 빛이 나는 술식을 발동시키며, 무엇보다 서로의 목숨을 노린다는 점이었다.
그 증거로 도망치는 측의 최후미를 맡은 켈 자유독립군의 지휘관 윌레스는 허공에 머리통만 한 불덩어리를 만들어 추격해 오는 드루이드 스무 명을 향해 화염구를 투척했다.
화르르르륵!!
공기를 불태우는 흉흉한 소리가 울리며 어둠 위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위력적이지만 단순한 공격에 추격하던 드루이드들은 피식 웃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한 거였으니까.
“터져라.”
윌레스가 술식을 발동하며 외치자 날아가던 화염 덩어리가 허공에서 폭발.
수십 개의 작은 불 파편으로 나뉘어 회피하려던 드루이드를 덮쳤다.
“크아악!!”
“빌어억을!!”
최소한의 동작으로 화염구를 피하려던 드루이드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화염을 뒤집어쓰며 비명과 욕설을 질러댔다.
시뻘건 불이 드루이드에게 들러붙어 그 영역을 확장해 갔고, 드루이드들은 술식을 발동해 불을 끄려고 했다.
“이, 이게 뭐야?!”
“안 꺼져! 씨발 안 꺼진다고!!”
“도와줘! 도와······!”
그런데 이건 웬걸? 불은 꺼지긴커녕 더욱 커져 드루이드를 삼켜버렸다.
자연의 힘을 썼음에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드루이드들은 당황했으나,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윌레스가 날린 화염은 자연의 힘을 스스로 흡수해 그 몸집을 키우도록 설계된 화염이었으니까.
며칠 전 올리버가 윌레스의 마법 수련을 약간 도와줄 때 만든 술식으로,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윌레스의 시그니처 술식인 ‘술사가 아닌, 화염이 주체가 된 화염마법’을 조금만 손보면 됐으니까.
마력을 흡수하는 화염에서, 자연의 힘을 흡수하는 화염으로.
조금만 생각하면 별거 아닌 아주 간단한 거였다. 그 증거로 윌레스는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그러니까, 내 술식을 본 것만으로 흉내 내고, 지금 임시로 마력이 아닌 자연의 힘을 흡수하게 술식을 개량한 것도 모자라 내게 가르쳐주겠다고?’
‘예, 별거 아니죠?’
‘미친놈.’
소통에 뭔가 문제는 있었으나, 어쨌건 올리버는 개량된 술식을 윌레스에게 가르쳐줬고, 윌레스 역시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자연의 힘을 스스로 흡수해 화력을 키우는 화염은 드루이드에게 있어 천적이나 다름없었으니.
이를 증명하듯 윌레스가 날린 화염을 피하지 못한 드루이드 일부가 결국 시커멓게 불타버렸다.
“젠장, 어떻게 이런 힘을 숨긴 거야?!”
추격 중이던 드루이드 하나가 소리쳤다. 실로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여기 드루이드 중 일부는 윌레스와 싸워봤고, 그 전력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
강적이긴 하나 자신들(드루이드)이 협공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잠시 못 본 사이, 알 수 없는 화염을 이용해 도망치는 중에도 동료들을 살해하기까지 했다.
드루이드 입장에선 당황스럽고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다 잡은 물고기가, 구석에 몰아넣은 쥐새끼가 반항했으니.
화르르륵!!
다시 한번 윌레스가 화염구를 생성, 추격하는 드루이드를 향해 날렸다.
처음 날린 것의 두 배. 당연히 중간에 폭발해 파편도 두 배가 됐다.
닿기만 해도 불타 죽는 죽음의 화망(火網)이 다시 펼쳐졌으나, 이미 한번 경험한 드루이드들은 대장인 피어스의 호령에 따라 크게 움직여 피하거나, 건물을 부숴 그 시멘트 덩어리로 화염 세례를 막아냈다.
화염이 몸(자연의 힘)에 직접 닿지 않으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걸 단숨에 꿰뚫어 본 것.
드루이드 역시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촤악━!
“끄아아아악!”
뻔하디뻔한 두 번째 공격을 피하고 추격을 재개하려던 찰나,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마치, 날카로운 칼에 몸이 잘린 듯한 울부짖음이었다. 왜냐면 정말로 칼에 베였으니까.
드루이드들이 화염구를 피하고 방어해 방심한 그 순간, 윌레스는 사방에 흩뿌린 화염을 매개로 공간을 이동해 단숨에 거리를 좁혀 드루이드를 베어버린 거였다.
화염을 두른 강철의 검으로.
두 번째 날린 화염구는 공격이 목적이 아닌 거리를 좁히기 위한 일종의 준비였던 셈.
그 치밀함에 드루이드들의 대응은 한 박자 늦어졌으며, 윌레스는 거리와 타이밍을 장악해 추격해 오는 드루이드 사이로 파고들어 공격을 가했다.
칼에 베인 드루이드는 자상(刺傷)을 중심으로 몸에 화염이 퍼져 불타버렸고.
공격을 성공시킨 윌레스는 화염을 매개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동해 드루이드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베어내고 불태워 버렸다.
드루이드는 자신들의 강점인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채, 사방의 불타오르는 화염을 경계할 뿐이었으나, 그마저도 소용없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신체 능력과 감각, 술식을 보유한 드루이드라 해도 사방에서 불타오르는 화염을 모조리 파악하기란 힘들었으니까.
거기다 그 화염 속에서 튀어나온 게, 검술도 마법도 모두 수준급인 초인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이 자식?”
머리에 작은 뿔이 돋은 드루이드 뒤로 윌레스가 나타나자 경계하던 드루이드가 양손에 나무로 된 건틀릿을 만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나무 건틀릿에 깃든 자연의 힘을 보건대 강철보다 단단할 것으로 예상.
윌레스는 다리에 마력을 집중해 속도를 높여 신기루처럼 사라지더니 건틀릿을 피해 드루이드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기교.
자연의 힘을 먹어 치우는 화염은 올리버가 가르쳐 준 거였지만, 활용 방식과 검술은 윌레스 본연의 것이었는데, 참으로 감탄스러운 수준이었다.
아군이 또 당하자 분노한 드루이드들이 나무창과 뿌리 채찍을 휘둘러 윌레스를 잡으려 했으나, 윌레스는 사방에 흩뿌린 화염을 활용해 방어막을 만들어 회피.
다시 화염 속으로 몸을 던져 이동해 전혀 다른 곳으로 나타나 빈틈을 보이는 드루이드를 족족 베어냈다.
화염으로 드루이드를 산개시킨 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드루이드를 하나하나 제거하다니.
규모, 자원 모두 부족함에도 연합 왕국군을 상대로 선전한 지휘관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스무 명이던 드루이드들의 수가 열 명 이하로 줄어들었을 때, 맹수와 같은 포효가 울렸다.
“커러러러렁!!”
공기가 울리다 못해 때리는 듯한 소리. 곧이어 맹수의 그것으로 골격이 변한 피어스가 윌레스의 머리 위로 뛰어내려 양손을 휘둘렀다.
공기가 찢어지는 충격파가 교차로 흩날리며 윌레스도 같이 찢어버리려 하였으나, 윌레스는 기민하게 이를 회피해 화염을 휘감은 칼날을 일직선으로 찔렀다.
회피와 동시에 이뤄진 반격. 그리고 자연의 힘을 먹이로 삼는 화염.
피어스 역시 맥없이 불탈 줄 알았으나, 피어스를 칼날을 쳐 막아냈다.
“······!!”
몸에 화염이 닿았지만, 불타지도 않았다.
드루이드를 양성하는 드루이드라더니, 아무래도 윌레스의 술식을 파악해 이에 저항한 듯했다.
화염의 압도적인 우위가 사라지자 거구의 피어스는 날카로운 손톱과 송곳니를 이용해 윌레스에게 근접전을 시도했고, 윌레스 역시 섣불리 도망치지 않고 검을 휘둘러 이를 맞상대했다.
자연의 힘이 깃든 녹색 손톱과 화염을 두른 붉은 칼날이 어둠을 어지러이 수놓으며 한 호흡에 수십 번 교차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사이사이 술식도 사용했다는 점으로,
드루이드 피어스는 나무를 깎아 만든 곰과 늑대, 사자 조각에 자연의 힘을 투여해 동물을 만들어 윌레스를 사방에서 공격했고,
윌레스는 주변에 타오르는 화염을 매개로 술식을 발동해 이에 대응했다.
주변의 화염이 폭발하듯 솟구쳐 거대한 나무 맹수들을 불태웠고, 그 가운데서 윌레스와 피어스의 검과 손톱이 수없이 맞부딪혔다.
한 발짝만 잘못 디뎌도 목숨을 잃는 팽팽한 접전.
누구의 호흡이 먼저 깨지느냐가 관건이었다.
“피어스를 돕자!”
“오오옷!!”
주변에서 피어스와 윌레스의 싸움을 지켜보던 드루이드들이 뒤늦게 외치며 덤벼들었다.
피어스와 윌레스의 싸움은 분명 엄청나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면 휩쓸릴 뿐이었지만, 드루이드 모두 그 어지간한 실력이 돼 가능한 일.
윌레스 역시 동료가 있었으나, 그들은 모두 드루이드 페델름을 데리고 셈 강 선착장까지 도망치는 와중이라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렇게 윌레스는 사방에서 빈틈을 노리는 드루이드에게 산 채로 찢겨 지려는 찰나 서 있는 지면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정령?!”
드루이드 하나가 파문의 기운을 읽어 외쳤고, 뒤이어 지면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해 드루이드의 발판을 흔들고, 벽을 만들어 윌레스를 보호해 줬다.
올리버가 윌레스에게 빌려준 정령의 힘이었다.
정령이 드루이드를 방해하는 진풍경.
허나, 안타깝게도 윌레스는 이를 감상할 여유 따위 없었다. 그는 이 순간을 즐기는 대신 아군 지원을 믿고 방어 대신 공격에 치중한 피어스를 향해 장검을 휘둘렀다.
단 한 순간에 뒤집힌 상황 탓에 피어스의 목이 자릴 뻔했으나-
-탁!
웬 나무 막대기가 날아와 윌레스의 앞에 꽂혔다.
나무에는 공간 마법 술식이 새겨져 있었고, 곧이어 술식을 이용해 공간을 접어 이동한 올리버가 윌레스 코앞에 나타났다.
올리버의 등장에 윌레스는 공격을 중단하며 도망치려 했으나, 올리버가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공격했다.
비록 정령의 힘에 막히고 말았지만.
그렇게 올리버의 기습은 아슬아슬하게 실패했고, 윌레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활용해 불 속으로 뛰어들어 저 멀리 달아났다.
“괜찮으십니까?”
뒤늦게 따라와 도와준 올리버가 물었다.
피어스와 드루이드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올리버를 바라볼 뿐이었다.
왜 이리 늦었냐는 둥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정작 그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도 그럴 게, 이미 올리버와 사전에 합의했었으니까.
올리버가 피어스에게 받은 의뢰는 란다에 숨어 있는 윌레스를 찾는 거였고, 올리버는 이를 성공했다.
어디 숨어 있는지는 몰라도, 언제 어디로 나타날 건지는 알아맞혔으니까.
‘애당초 그 시간에 도망치라고 윌레스 씨랑 약속한 거긴 하지만. 뭐, 큰 문제는 아니겠지.’
그러니 올리버는 드루이드의 의뢰를 성공한 셈이었고, 여기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버는 피어스의 부탁에 따라 윌레스를 잡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
몸이 삐쩍 마르고, 한쪽 팔에 큰 화상을 입어 빠른 기둥이 불가함에도 말이다.
그렇기에 드루이드들은 뒤늦게 합류한 올리버에게 아무런 투정도 할 수 없었다.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부탁에 따라 도와주고 있었으니.
‘왜 굳이 임무에 맞지도 않는 날 데려왔는지 묻지도 않았고.’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었으나, 올리버는 굳이 꺼내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눈치가 없는 올리버가 생각해도 물을 수 없는 내용이었고, 너무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기에. 또, 나름대로 안전장치도 있고.
올리버는 피어스를 말없이 봤으며, 눈이 마주친 피어스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드루이드들에게 다시 추격을 명했다.
명을 받은 드루이드들은 다시 추격을 재개했으며, 피어스는 치타 나무 조각을 꺼내 자연의 힘을 부여해 올리버에게 제공했다.
“타시오.”
“괜찮습니까?”
“괜찮으니 타시오. 느리지 않소?”
그 말에 올리버는 자연의 힘으로 크기가 커지고, 움직일 수 있게 된 치타 조각상 위에 올라탔다.
치타를 형상화한 덕분인지 올리버는 두 발로 뛰었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일부러 조금 느리게 이동한 거긴 했지만.
“저 화염 무엇인지 아시오?”
피어스가 자연의 힘을 육체와 치타 나무 조각에 때려 박아 최대 속도로 움직이는 와중 물었다.
궁금해서 묻는 거라기보다는 확인하기 위해 묻는 듯한 태도.
올리버가 답했다.
“자연의 힘을 불태워 흡수하는 화염인 것 같습니다.”
“내 눈에도 그리 보이오. 근데, 그게 어찌 가능한 건지 모르겠소.”
좋은 의문이었다.
자연의 힘을 불태워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 화염이라니. 그것은 상식적으로 힘든 일이긴 했다.
자연의 힘과 마법. 서로 다른 학문을 하나로 이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두 학문에 조예가 있어야 가능한 일.
그래서 아까 전 드루이드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절반이나 불타 죽은 거였다.
“지금 윌레스는 자연의 힘과 마법 두 가지 힘을 동시에 사용한 거요. 내가 아는 윌레스는 그런 재주가 없고.”
“납치하신 드루이드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닐까요?”
피어스가 잠시 고민했다. 상식적으로 납치한 드루이드의 도움을 받는 게 말이 안 되는 거긴 했으나, 실제로는 납치된 게 아니었으니.
생각을 마친 피어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럴 리 없소.”
도와줬을 리가 없다는 말이 아닌, 그럴 재주가 없다는 발언이었다.
여성 드루이드 페델름은 세계수가 특기였으니.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피어스가 확신을 가지며 말했다.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 배운 게 틀림없소. 자연의 힘을 스스로 깨우쳤을리는 없으니. 붙잡아 누구에게 배운 건지 물어봐야겠소!”
“잡을 수 있을까요?”
올리버가 동의 대신 의문을 제기했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이었으나,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고 거리까지 벌어졌으니. 이대로라면 놓칠 소지가 다분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준비했으니.”
“준비요?”
“그쪽에 도망칠 날짜와 장소를 듣자마자 비밀리에 합류한 이들에게 미리 대기하라 명했소.”
예상치 못한 소식이었다. 설마, 수행원단 말고도 다른 병력이 몰래 들어 왔을 줄이야.
피어스가 그런 올리버의 마음을 읽었는지 말했다.
“혹시 모를 쥐새끼를 대비한 거지. 윌레스와 그 부하들이 갈 선착장에 이미 매복해 있소. 다행이지 않소?”
피어스가 올리버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올리버가 진심으로 화답했다.
“예, 다행이네요.”
“그렇소······?”
올리버는 예라고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왜냐면 올리버도 미리 도움을 청한 곳이 있었으니까.
***
피어스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U구역 거대 선착장에 도착하자 이미 그곳에선 전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드루이드와 용병으로 보이는 수십 명의 마력사용자가 선착장 주변을 에워싸 통제하며 고군분투하는 윌레스와 그 동료들을 압박했고, 추격하던 드루이드도 이에 합세했다.
재밌는 점은 좀 떨어진 이곳에서 보자니 윌레스가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드루이드 페델름를 보호하는 모양새였고, 오히려 그들이 드루이드를 납치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눈치 없는 올리버가 보기에도 말이다. 의문이었다. 이런 광경을 굳이 보여줘서 좋을 게 없을 텐데 올리버를 굳이 데려오다니.
짚이는 구석이 있으나, 그래도 그건 아니길 바랐다. 좀 그렇지 않은가?
“역시 한계가 오는군.”
피어스가 점점 수세에 몰리는 윌레스를 보며 말했다.
자연의 힘을 장작으로 삼는 화염 덕분에 윌레스는 선전할 수 있었지만, 드루이드들이 셈 강의 물을 끌어다 화염을 꺼버리니 이내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우리도 합세합시다. 윌레스의 저항이 심하니 그쪽이 맡아주시오. 문제없겠지?”
“잠시만요.”
올리버가 피어스의 제안에 멈칫했다. 피어스가 옳다구나 물었다.
“무슨 문제 있소?”
“혹시, 지금 무슨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올리버가 란다를 관통하는 거대한 셈 강을 바라보며 물었다.
피어스는 반사적으로 셈 강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 역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눈치챘다.
“모두-”
━콰아아아앙!!
피어스가 무어라 소리치려고 했으나, 셈 강의 수면이 불룩 솟아오르더니 굉음과 함께 터지며 그 소리가 묻혀버렸다.
수면 아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솟구친 것.
그 여파로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치며, 갈색으로 오염된 센 강의 물방울이 비처럼 주변을 뒤덮었다.
쏴아아아아악-!
냄새가 엄청났는데, 그 냄새의 한가운데에서 누군가 올리버를 향해 소리쳤다.
웬디 호에 올라탄 해적 후크 선장과 올리버가 깜빡하고 빈 시티에 버려두고 온 이완이었다.
“이런 곳으로 부르면 어찌합니까?!”
“야이 나쁜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