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608화 (608/633)

608. 오염구역 (1)

에르제베트 언너.

그녀는 올리버의 손에 죽은 마더 바토리의 제자이자 수양딸이자, 현 바토리 패밀리의 주인이었다.

이곳 란다로 오게 된 배경은 피난 겸 복수였으나, 여러 사건을 통해 현재는 마탑 생명학파 산하인 혈마법 소학파에 소속돼 있었다.

그녀는 혈마법의 원조(元祖)인 바토리 패밀리의 주인답게 상대적으로 혈마법 지식이 부족한 혈마법 소학파에 혈마법 지식을 전수해줘, 현재 마탑 내 입지를 다지는 중이었고, 고맙게도 그 입지를 올리버를 위해 써줬다.

“언너란 분 말씀이 사실이었군요.”

차량 뒷좌석. 올리버 바로 옆. 셔츠와 바지, 멜빵 그 위에 망토를 두른 마리가 말했다.

“정말 오염구역을 데이브 님께 떠넘겼군요.”

마리의 목소리는 얼핏 담담했으나, 올리버는 그 담담함 아래 분노가 내재 된 걸 알 수 있었다.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F구역의 오염구역은 여러 이유가 있긴 했으나, 결론적으론 마탑과 시(市)조차 손을 놓을 정도로 골치 아픈 곳이었다.

그런데 마탑은 올리버에게 그 오염구역을 청소하라고 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청소란 정기적으로 행하는 청소가 아닌, 영구적인 청소. 즉, 오염구역에 있는 좀비와 돌연변이, 오염생물체 그리고 그곳에 숨어 사는 불법 거주민을 몰아내 다시 마탑의 품에 돌려주라는 걸 의미했다.

갑자기 이런 일을 맡긴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언너는 올리버를 적대하는 세력이 술수를 부린 거라 추측했다.

“소문이 퍼진 모양인 거 같더군요.”

“데이브 님께서 마탑 내 학파를 세운다는 것 말씀입니까?”

“예, 행정부장님께서 말씀하시길 그거 때문에 마탑 내부가 혼란스럽다더군요. 흑마법이란 학문을 마탑에 편입시키는 게 옳을지, 저를 마탑 내 정식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옳을지 등을 두고요.”

‘오만하군요.’

마리는 말을 아꼈지만, 감정으로 그리 말했다. 그녀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할 수 있었다.

란다에서 마탑의 위상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제 올리버의 위상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해결사 중에서는 최고라 해도 무방했고, 한 구역을 통째로 지배하는 사업체의 실질적 주인이었으며, 일부 흑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손가락이라 불리기까지 했다.

그 외에도 올리버는 시(市)와 비공식동맹이었으며, 크라임 펌과 밀리유, 빈 시티와 같은 뒷세계에도 인맥이 넓었고, 심지어 추기사제와 거래하고 있기까지 했다.

그런 올리버가 마탑에 테스트 당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억울함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정작 올리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저는 오히려 고맙습니다. 뭐가 됐건, 제가 학파를 세운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고민해 준다는 거지 않습니까?”

올리버는 자신이 세운 업적에도 불구하고 소시민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사람에 따라 답답할 수도 있는 모습이었으나, 이미 익숙해진 마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아쉬울 뿐. 그래서 확인했다.

“데이브 님. 그럼, 오염구역을 정리하면 학파를 세울 수 있는 겁니까?”

“아뇨, 못 세웁니다.”

“예?”

“행정부장님께서 그거 한 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하셨거든요.”

그랬다. 정식으로 마탑에 오염구역 청소를 의뢰받았을 때. 마탑의 행정부장인 버크 포스트는 오염구역 청소에 성공한다 해도 학파를 세울 순 없을 거라고 하였다.

그는 올리버가 묻기도 전에 사실대로 이야기해줬다.

‘학파를 세우는 건 마법 사회에서도 엄청난 일이야. 그래서 일 하나를 해결했다고 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니지. 물론, 그 일이라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건 알지만.’

버크는 오염구역을 재탈환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고 있음에도, 그거 하나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란 허황된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저 올리버를 설득할 뿐이었다.

학파를 세우는 건 그저 마탑의 권력자 몇 명이 동의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차근차근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거라고 말이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어. 노력을 했으면 성취가 있어야 하고, 돈을 내면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게 세상 이치라지만, 때때로 그렇지 못한 것도 세상 이치니까. 강요하진 않겠네. 실패하면 리스크는 크겠지만, 성공한다 해도 큰 리턴을 약속할 수 없네. 깎아내리는 사람은 반드시 있을 테니까. 그래도 수락하겠나?’

“그런데도 수락하신 건가요?”

올리버의 입을 통해 행정부장의 말을 들은 마리가 물었다.

“예, 수락마저 안 하면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 해도 이는 공평하지 않군요.”

마리가 불평했다. 허나, 이는 마리가 자기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선택받은 사람을 운영했을 때도, 선택하는 사람들을 운영했을 때도 마리는 불평을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핍박받고, 조셉 패밀리에서 6년간 임시 제자로 지낸 그녀의 인내심은 이 정도에 무너질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리가 이리 말한 이유는 올리버 대신 억울함을 토로한 거였다.

눈이 한층 좋아진 올리버는 그런 마리의 감정을 볼 수 있었고, 위로해줬다.

“긍정적인 점도 있습니다. 우선, 행정부장님께선 절 좋은 쪽으로 봐주시거든요. 거짓말을 안 하고 사실대로 알려준 이유는 제가 감정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제게 사실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감정으로 제가 봤거든요.”

의심하던 마리가 의심을 거뒀다. 란다의 상류층인 마법사는 믿을 수 없어도, 올리버의 눈은 믿을 수 있었으니까.

“또, 시험을 준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제 말 자체를 무시할 생각은 없다는 거니 이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솔직히 하나의 학파를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거든요.”

사실이었다. 제대로 된 학파를 세우는 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엄청난 일이었다.

당연히 어지간한 사람은 시도조차 못 하고, 시도해도 비웃음조차 받지 못했다.

그런데 마탑 내에서 논란이 있다? 그것만으로 이는 엄청난 성과였다.

잘만하면 학파는 세우지 못해도, 마탑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것만 돼도 나쁘지 않았다. 애당초 학파를 세우려고 한 이유가 다름 아닌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러니 너무 멀리 보지도, 너무 많이 생각하지도 말고.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도록 하죠.”

올리버가 차량 창문을 통해 보이는 F구역의 풍경을 보며 말했다.

상류층 거주지인 G구역과 인접한 F구역은 수많은 연구시설이 모여있는 연구 허브답게 특색이 넘치는 건물들이 즐비해 있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일 뿐, 오염구역 인근에 다가갈수록 그러한 특색은 사라지고, 대신, 콘크리트 방벽과 철조망, 개인 화기로 무장한 군인 등 회색 풍경이 늘어갔다.

세상이 완전히 회색으로 물들 때쯤.

똑. 똑.

차가 멈췄고, 총을 든 군인이 창문을 두들겼다.

지이잉 소리와 함께 자동차 창문이 열렸고, 군인은 올리버의 얼굴을 확인했다.

“공문 받았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제논 브라이트 씨.”

군인의 인사를 받으며 올리버가 탄 차량과 그 뒤를 따라오던 다섯 대의 차량이 검문소를 안으로 진입했다.

오염구역이었다.

***

F구역의 오염구역은 시(市)에서 통제하는 폐쇄구역으로, 그 탄생 비화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마법 실험의 실패 때문이라 했고, 또 누구는 대재앙의 흔적을 미처 다 못 지운 증거라 하였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오염구역이 시(市)에서 통제해야 할 만큼 위험한 곳이라는 점이었다.

그도 그럴 게, 오염구역에서는 주기적으로 오염생물체와 좀비 떼가 급증해 주변에 피해를 줬으니까.

이는 수많은 불법 투기업체가 이곳에 시체와 폐기된 실험체,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으로, 위험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실상 시(市)도 손땐 곳이라 수많은 범죄자나, 난민이 숨은 곳이기도 했다.

“즉, Y구역과 Z구역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오염구역을 둘러싼 장벽 내부에 마련된 공간. 그 안에서 올리버가 마리와 조. 그리고 그들을 따라온 부하들을 보며 말했다.

총원 서른으로, 선택하는 사람과 파이터 크루 사람들이 각각 열다섯씩 있었다. 모두 흑마법사였다.

대부분 올리버와 안면이 있었으며, 그중 몇몇은 더욱 안면이 있었다.

마리 쪽에는 로렌스로, 로렌스는 마리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이자, 마리를 짝사랑하는 사람이었고.

파이터 크루 쪽에는 쌍권총 샘과 쇠몽둥이 오언이 있었다. 이 둘은 올리버와 같이 일한 경험도 있었다.

모두 조직 내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들.

올리버는 자신을 도와주러 온 사람들을 살펴보곤 다시 말을 이었다.

“당연히 Y구역과 Z구역답게 위험한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도망자나 범죄자, 난민, 흑마법사 등요.”

설명을 듣는 사람들은 아무도 동요하지 않았다.

올리버의 설명을 가벼이 듣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알 만큼 알았다. 란다 뒷세계에 살면 오염구역에 대해 알 수밖에 없었으니. 그럼에도 이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그만큼 자신 있다는 증거였다.

선택하는 사람들은 란다로 이주해 와 성기사에게 입은 피해를 회복할 뿐 아니라, 힘을 길렀고.

파이터 크루 역시 올리버의 지옥 훈련을 통해 힘을 길러 란다 내에서 하나의 무력 집단으로 인정받았으니까.

심지어 이 두 조직은 올리버의 영향력 아래 재개발 연합이라는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 전력이 더욱 보강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Y, Z구역의 열화판인 오염구역에 딱히 겁먹지 않았다.

정작 이들 자신감의 근원인 올리버는 그 태도를 좋게 보지 않았지만.

“자신감에 찬 태도는 보기 좋지만, 그래도 조심해주십시오.”

모두 움찔했다. 선택하는 사람들과 파이터 크루를 만든 게 올리버는 아니었으나, 그 영향력은 만든 사람 이상이었으니까.

“좀비, 오염생물체, 불법 거주민 외에도 전염병이나, 오염 물질 등. 오염구역에는 위험한 게 많습니다. 거기다, 한때 퍼펫 님께서 둥지를 틀었던 곳이기도 하고요.”

올리버가 조와 쌍권총 샘을 봤고, 낯빛이 어두워진 그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올리버와 같이 퍼펫의 좀비 군대에 공격을 받고, 포위당해 죽을 뻔했으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시(市) 방위군이 탐색해 퍼펫 님이 사라졌다고 결론 내렸지만, 갑자기 사라졌듯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으니 다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필요에 의해 여러분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러분이 다치는 건 원치 않습니다.”

마탑의 요구에 따라 오염구역을 청소하지만, 지원은 받지 못한 올리버가 말했다.

조가 손을 들었다.

“대표님. 작게 보면 이건 마탑 일이지만, 크게 보면 저희 재개발 연합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여기 온 이들 모두 자원해 온 거고요.”

조는 진심을 말했고, 마리를 포함한 모두 동의의 감정을 빛냈다.

“그러니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시고. 목표에만 집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조직의 수장으로도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조의 충언. 확실히 맞는 말이라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이며 정신을 다잡았다.

“말씀 감사합니다······. 저희가 오늘 이곳에 방문한 목적은, 기억하시죠?”

“척후입니다.”

올리버가 다시 한번 확인했고, 다들 기억하고 있었다.

마탑에서 오염구역을 청소하란 미션을 주긴 했으나, 구체적인 기간은 주지 않았다. 그래서 올리버는 이를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해결하기로 했다.

물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는 게 여러모로 좋긴 했으나, 오염구역의 규모와 그 안에 자리 잡은 세력이 많았기에 그러지 않기로 했다.

서두르면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저희는 오염구역을 둘러봐 지리를 익히고, 불법 거주민과 오염생물체, 범죄자, 흑마법사 패밀리 등 내부 세력을 파악하는 걸 첫 번째 목표로 할 겁니다. 다들 지도 받으셨지요?”

올리버의 물음에 다들 품 안에서 오염구역 지도를 꺼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지역은 꽤 상세히 기록한 지도로, 다름 아닌 이브(Eve)가 작성해 준 지도였다.

오염구역 청소 의뢰를 받고 부탁한 것으로, 이브(Eve)는 세계수의 시야가 닿는 부분 한정으로 지형을 파악해 지도를 작성, 올리버에게 넘겨줬다.

“아마, 불법 투기업체나 마탑 관련자들을 만날 수도 있는데, 적대는 하지 마세요.”

“먼저 공격해 오면 어떻게 합니까?”

누군가 물었다.

“범죄자나 흑마법사, 오염생물체인 경우 이길 수 있다고 판단되면 상대하고, 힘들다 싶으면 후퇴, 혹은 지원을 요청해주십시오. 수색 범위를 중심으로 캠프를 설치할 테니, 바로 지원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올리버가 뒤를 받쳐준다고 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불법으로 거주하는 난민인 경우는 어떻게 하지요?”

“음, 일단, 지켜보기로 하죠. 어차피 둘러보는 게 목표였으니까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임무에 관해 다시 확인한 올리버와 마리, 조 외 서른 명의 인원은 오염구역 안으로 진입했다.

오염구역 안은 몇 년 전 올리버가 방문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폐허가 된 란다의 모습.

곳곳에 파손된 도로와 도보가 널브러져 있었으며, 간신히 형체만 유지한 건물이 보였다. 낮임에도 황량하기 이를 데가 없었는데, 말 그대로 버림받은 곳이라 할 수 있었다.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 단순히 풍경만 그런 게 아니었다. 분위기에서도 기시감이 느껴졌다.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황량한 분위기.

이상했다. 오염구역이 버림받은 곳인 것도 맞고, 황량한 풍경을 가진 곳도 맞았으나,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왜냐면 골목과 건물 안, 심지어 땅 밑에도 란다의 삶을 버티지 못한 이들이 둥지를 틀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퍼펫이 방문한 후 기존 세력이 쓸려나간 건 맞았으나, 퍼펫이 사라진 후 다시 새로운 이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는데, 그 점을 고려하면 참 이상했다.

마치, 또 다른 외부세력이 오염구역을 점거한 것처럼.

올리버는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발걸음을 뗐고, 얼마 가지 않아 예감은 사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밑에서 외지인들이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소. 우리도 간신히 도망쳤소.”

***

오염구역 지하 아래.

마치 광산이라도 되는 듯 뚜깡뚜깡 곡괭이질 소리가 울렸다.

이러한 소리가 울리는 건 실제로 곡괭이질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특이한 점은 광물이 아닌 벽을 통째로 캐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이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곡괭이질을 하는 이들은 아이나, 노예가 아닌 우드랜드 패턴이 박힌 바지를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라는 점도 있었다.

이들 모두 한때 란다에서 살았던 비소속 갱단으로, 현재는 란다 인근 소도시에서 군벌화를 이룬 이들이었다.

나름대로 위세가 대단한 이들이라는 것.

그런데 지금은 햇볕 하나 들지 않는 지하에서 노예처럼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핑크빛 정장을 입은 남자들의 감시 아래에서.

핑크빛 정장을 입은 한 사내가 한 노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노인 역시 핑크빛 정장을 입은 상태였다.

“원마스터.”

“은퇴했다니까. 지금은 부장이라고 불러.”

“죄송합니다. 부장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뭐야?”

“지상 위에 외부인이 왔다고 합니다.”

“외부인? 누가?”

“데이브입니다. 란다에서 가장 시끄러운.”

노인은 그가 누군지 알았다. 전통 학파에 소속돼 자신의 성취에만 집중하던 때에도 그 이름을 한번 들었으니까.

“새로운 손가락이라고 불리는?”

“예, 웃기는 일이죠······. 어떻게 하겠습니까?”

노인은 잠시 고민했다. 비록 길진 않았지만.

“냅둬. 우리 임무는 여기 연구기록을 가져가는 거니까. 지하로 오지 않는 한 관심 끊어.”

목표를 명확히 인지한 지시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물러났고, 노인은 오래되고 날카로운 마력을 가볍게 터트리며 곡괭이 질을 하는 남자들을 다그쳤다.

“젊은 친구들은 서두르지. 조금이라도 더 지원받고 싶거든.”

고압적인 태도. 그러나 땀을 뻘뻘 흘리며 곡괭이질을 하는 남성들은 인상조차 쓰지 못했다.

노인의 힘을 한번 봤기에. 그렇게 남성들은 의문만 삭힌 채 곡괭이질 속도를 올릴 뿐이었다.

다들 궁금했다. 기괴한 문양이 새겨진 이 벽이 도대체 뭐길래 이 지랄을 떠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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