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605화 (605/633)

605. 빨간 책 (1)

에드워드 10세.

그는 연합 왕국의 왕세자로, 아마 연합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일 터였다.

허나, 이는 그가 단순히 왕세자라 그런 게 아니었다.

그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그가 왕세자이기 이전에 왕실의 이슈 메이커였기 때문이었다.

지구 반대편 왕족을 보고 고급 원숭이라고 말하는 언변,

불쾌한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냅다 주먹을 날리는 행동력,

이미 남자가 있는 유부녀와도 잠자리를 가질 포용력,

그러다 남편에게 들켜 알몸으로 도망치는 결단력 등. 그는 매일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왕실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십에 굶주린 란다의 신문사와 라디오 채널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매주 에드워드 10세에 관한 기사는 실었고, 왕실에 대해 잘 모르는 란다 사람조차 에드워드 10세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에드워드 10세의 인기가 생각보다 높다는 점이었다. ‘사랑받는’이란 이명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당연히 가십을 좋아하는 란다의 언론은 그 이유를 분석해 봤고, 대학 교육을 마친 한 여성 학자가 가장 그럴듯한 이유를 추론했다.

‘잘 생겼잖아요?’

어처구니없으면서도 가장 그럴듯한 주장.

올리버는 바다 건너 외국에서 그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 그대가 데이브인가?”

아르망 추기사제가 있는 대신전 복도. 그 복도를 지나던 중 올리버는 맞은편에서 오던 한 미남과 마주쳤고, 그는 올리버를 향해 손을 내밀며 먼저 다가왔다.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상황인지라 올리버는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연합 왕국(란다)에서도 만나질 못하던 왕세자를 바다 건너 외국에서 만났으니, 아마, 이게 자연스러운 반응일 터였다.

허나, 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근엄한 인상의 왕실 비서가 올리버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감히, 무슨 무례요? 왕자님께서 인사하시지 않소.”

“에헤이, 왜 그래?”

왕실의 이슈 메이커 에드워드 10세는 비서를 친근하게 타박하더니 올리버에게 사과했다.

“내가 대신 사과하지. 비서가 날 너무 좋아해서 그래. 갑자기 인사해서 당황한 것 같구만.”

“아닙니다, 왕자님.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올리버가 사과하며 왕자에게 예를 갖춰 인사했다.

“괜찮아. 괜찮아. 허리 펴, 허리.”

에드워드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허물없이 올리버의 어깨를 얹었다. 참고로 처음 만나는 사이였다.

“어쨌건 만나서 반가워. 얼굴 한번 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그댈 보는구만.”

“저를 아시는지요?”

“당연히 알다마다! 란다에서 지금 가장 유명한 해결사잖아? 사실 내가 그런 소문을 꽤 좋아하거든.”

에드워드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은은히 퍼지는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 로망이 넘치잖아? 뭣보다 내 동생을 도와주기도 했고.”

에드워드가 어깨를 으쓱였고, 올리버는 누굴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에드워드의 동생이라 하면, 연합 왕국의 제2위 왕위 계승자인 알버트를 뜻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역시 바다 건너 신대륙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녀석이 나한테 그대 이야기를 했었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래서 내가 뭐랬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왕자님.”

“해결사는 미친놈이고, 흑마법사는 개미친놈이니 헛소리하지 말라 그랬어. 근데, 아무래도 내가 실수했던 거 같아. 그대는 나빠 보이지 않네.”

“칭찬 감사합니다?”

“하! 유머도 있네. 소문이랑 다르게.”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유머가 있었다.

“동생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한 게 아쉬웠는데, 지금 더 아쉬워졌어.”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그런 말 들으려고 하는 말 아니야. 난 이해해. 솔직히 나 같아도 그랬을 거 같거든. 이미 자유도시에서 충분히 잘 나가고 있는데 굳이 답답한 왕실과 엮일 필요가 뭐 있겠어?”

“그 정도는 아닙니다. 왕자님.”

“에이······. 겸손은. 어지간한 귀족도 만나기 힘든 아르망을 만나러 온 게 아니면, 뭐가 잘난 거겠어?”

한없이 가벼운 태도를 보이며 나불거리던 에드워드는 갑자기 이채를 빛내며 올리버가 이곳에 온 이유를 꿰뚫어 봤다.

“놀랄 것 없어. 말했잖아? 내가 뒷골목 소문 같은 걸 좋아한다고. 란다의 대표 흑마법사가 성기사와 손을 잡고, 흑마법사를 때려잡는 것도 당연히 알 수밖에 없지. 사실 이미 소문 다 나서 알 놈들은 다 알고. 그런 흑마법사가 신전에 온 이유야 뻔하고·····. 내 예리한 추리에 놀랐어?”

에드워드가 장난스럽게 질문했다. 올리버는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왕자님.”

“이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인데? 불쾌해졌어.”

“왕자님께서 얼마나 똑똑한 분인지 신문을 통해 봐서 놀라지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놀랍게도 이는 어느 정도 진심이었다.

에드워드는 분명 왕실의 이슈 메이커로,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켰지만, 동시에 그가 최근에 놀라운 행보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에드워드는 연합 왕국의 지방을 방문해 왕실에 대한 지지도를 손수 끌어올렸으며, 무너지고 있는 귀족들을 지원해 귀족 사회를 다시 다잡고, 그린랜드를 직접 찾아가 드루이드와 왕실의 관계를 개선하였다.

유부녀랑 낮에 붙어먹다 남편에게 들켜 알몸으로 도망친 왕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약.

그리고 그게 근래 에드워드 10세의 인기가 늘어나고 있는 주요 이유이기도 했다. 자고로 사고뭉치가 예쁜 짓을 하면 더 이쁜 법이었으니까.

오죽하면 연합 왕국의 살아 있는 상징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현 빅토리 여왕의 건강 이상 설이 돎에도,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았다.

사고뭉치 왕세자가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희망이 됐다고 말이다.

왕국의 새로운 희망이 말했다.

“오······! 뒷골목에서 가장 뜨거운 친구가 날 그렇게 좋게 봐주다니 어째 기분이 좋은데? 인사치레로 하는 말 아니야?”

“인사치레가 아닌 진심입니다. 신문에서도 왕자님이 보통 분이 아니라 칭송했고, 제가 보기에도 왕자님은 보통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말 역시 진심이었다. 왜냐면 에드워드 10세의 감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마법에도, 흑마법에도 조예가 없고, 그렇다 할 아이템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올리버는 에드워드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아마 그 이유는 그가 악마 숭배자이기 때문일 터였다.

“캬햐햐햐햐햐·····!! 이거 기분 좋은데? 이렇게 내 엉덩이를 핥아줄 줄이야. 어때? 나랑 같이 한잔하는 건? 때마침 술친구가 필요했거든.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 난 여기 있는 개구리 같은 놈들 싫어해. 웃는 게 존나 개구리 같거든?”

깔끔한 복장과 달리 에드워드는 걸쭉한 입담과 능숙한 손짓으로 제안했다.

감정을 읽을 수 없어, 그가 보이는 감정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속셈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느 쪽이든 대답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죄송하지만, 선약이 있어 힘들 것 같습니다. 왕자님.”

“감히-”

왕실 비서가 버럭 화를 내려 했지만, 에드워드 10세는 손을 들어 막았다.

“그럼, 어쩔 수 없고. 새치기는 나쁜 거니까. 대신, 다른 부탁 해도 될까? 너 마탑 직원이기도 하지?”

“예, 왕자님.”

“몇 달 후 왕실에서 마법 박람회를 주최할 예정인데, 너도 그때와.”

“알겠습니다. 왕자님.”

“오, 진짜?”

“예.”

“시원해서 마음에 드네. 더더욱 술을 같이 마시고 싶어.”

“죄송합니다.”

“농담이야. 그래도 친해지고 싶으니 떠나기 전 내가 충고하나 해줄까?”

에드워드의 눈빛이 올리버가 이곳을 방문한 이유를 알아맞혔을 때처럼 빛났다.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테르교 너무 믿지 마.”

에드워드는 파테르교의 대신전 안에서 파테르교를 믿지 말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딱히, 놀랍진 않았다. 아까 전 아르망 추기사제를 언급할 때도 경칭을 붙이지 않고 그냥 아르망이라고만 불렀으니까. 다만, 이유가 궁금하긴 했다.

“별거 없어. 사기꾼이기 때문이야. 사기꾼을 믿으라 할 순 없잖아?”

“사기꾼요?”

“그래. 그 증거로 내가 재밌는 비밀을 알려 줄까?”

에드워드가 한결같은 가벼운 태도로 말했다. 그 내용은 가볍지 않았지만.

“성기사들이 신의 힘이라고 씨불이는 성법이란 거 말이야. 사실 다 거짓부렁이야. 신이 준 게 아니야. 신은 아무것도 안 줬어.”

올리버는 침묵했다. 이미, 불타버린 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였기에. 오히려, 에드워드가 어떻게 아는지 궁금했다.

“어째 놀란 것 같지 않은데?”

“아뇨, 놀랐습니다·····. 그럼, 성법의 힘은 누가 준 건지 아십니까? 왕자님.”

빙긋. 에드워드가 미소 지었다.

“그건 박람회 찾아오면 그때 알려 줄게. 너무 빨리 가르쳐주는 것도 재미없잖아?”

그렇게 에드워드는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남긴 채 그대로 떠나버렸고, 올리버는 딱딱 소리를 내며 아르망이 있는 집무실로 걸어갔다.

***

“성과가 상당하군.”

우연히 만난 연합 왕국의 왕세자와 헤어진 후, 올리버는 아르망이 있는 대신전 집무실에 도착했다.

사실, 갈로스의 재상이라면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있어선 안 됐지만, 추기사제라는 아르망의 직책과 권세가 이를 가능케 해주었다.

“기대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흑마법사들을 정리할 줄은 몰랐어.”

“운이 좋았습니다.”

올리버가 평소처럼 오만인지, 겸손인지 모를 말을 했다.

하지만, 아주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확실히 운이 따라준 게 컸다.

올리버가 이렇게 단기간 내 흑마법사들을 규합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새로운 손가락이라 불릴 정도로 올리버의 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덕분에 올리버는 불필요한 마찰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사실 성기사들이 압도적인 힘과 상성을 가졌음에도 이번에 우후죽순 모여든 흑마법사를 제대로 막지 못한 건 바로 그걸 못했기 때문이었다.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는 것.

물론 이것은 성기사들이 무능해서가 아니었다. 유능과 무능의 문제라기보다는 특성의 문제였다.

성기사들은 흑마법사의 천적과 같은 존재. 그렇기에 우후죽순 모여든 흑마법사들은 성기사가 움직일 때마다 필사적으로 도망쳤고, 도망이 여의찮을 때는 목숨을 걸고 덤벼들어 성기사들의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게 했다.

어차피 성기사면 흑마법사들은 죽은 거나 다름없는 목숨이었으니까.

허나, 흑마법사인 올리버는 아니었다. 올리버에겐 대화라는 선택지가 있어 그 인력과 시간의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들을 찾아와 귀순하는 약소 흑마법사들이 그 증거.

물론, 개중에 도망치는 이들도 있고, 덤비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안 됐다.

그들의 수는 소수였고, 조금만 압박의 수위를 높이며 조직원들이 흩어지는 등 스스로 와해했기 때문이었다.

성기사였다면 더더욱 결집했을 테지만, 더 강한 흑마법사인 올리버가 손을 내밀면 대부분 도망을 포기하고,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덤비는 이들은 더 쉬웠다. 그냥 눌러주면 됐으니까.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어쨌건 가장 중요한 건 흑마법사를 이용해 흑마법사를 통제하는 아르망의 아이디어가 통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올리버에게도 좋은 소식이었다. 파테르교의 후원을 등에 업고 흑마법사를 양지로 편입할 근거가 생겼다는 거니.

그 말은 즉, 마리의 선택하는 사람들과 조의 파이터 크루도 양지로 편입될 수 있다는 거였다. 마탑의 마법사들처럼.

“본격적으로 흑마법이 인정받는 건 언제부터죠?”

“일단, 논의부터 거쳐야 해. 다음 주에 교단을 방문할 테니, 그때, 해당 의제를 올릴 걸세.”

아르망은 믿으라는 말이나 걱정하지 말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올리버도 묻지 않았다. 그의 감정이 진심인 걸 봤으니까.

하루 열여섯 시간 노동할 바에 흑마법을 배우는 게 낫다는 하층민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답다고 할 수 있었다. 설마, 그래서 에드워드가 방문한 걸까?

“무슨 할 말 있나?”

아르망이 올리버의 속마음을 꿰뚫듯 물었다.

“사실, 예 있습니다. 오는 길에 연합 왕국의 왕세자이신 에드워드 왕자님을 만났습니다. 여길 왜 오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나도 궁금하군. 왜 왔는지.”

예상 밖의 대답. 그러나 아르망은 진심이었다.

에드워드 왕세자가 자신을 만나러 왔다고 비밀리에 왔다고 하던데, 막상 만나고도 실없는 소리만 할 뿐이라고 답했다.

“원체 실없는 짓을 잘하시는 분이니, 이상하진 않지만. 근데, 그걸 왜 묻는 거지? 무슨 이야기라도 들었나?”

아르망이 날카롭게 꿰뚫어 물어봤다.

올리버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연합 왕국의 왕자가 악마 숭배자이고, 파테르교를 사기꾼이라 했다고 고자질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친근하게 대하시길래 아르망 전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나 싶어서 여쭤봤습니다.”

“그대가 란다 출신이라 그런 걸 수도 있겠군.”

“란다요?”

“그래, 왕실, 특히, 에드워드 왕자께선 란다에 관심이 많거든.”

“그렇습니까?”

올리버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는 란다에서도 몇 번 들었다.

“그래, 원래 란다의 땅 70퍼센트가 왕실의 소유였거든.”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땅을 되찾고 싶은 욕심이 있으시지.”

“어째서이지요?”

“란다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지.”

올리버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란다는 스물여섯 개의 소도시를 합친 듯한 거대도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살인적이었다.

도시 협정에 포함된 범위 밖으로 확장할 수 없었기 때문.

당연히 그런 초거대 도시의 부동산 70퍼센트면 그 액수는 상상을 초월할 터였다.

다만, 그가 정말 금전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건지는 의심스러웠다.

흐음·····. 에드워드를 떠올리자 그가 했던 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파테르교 너무 믿지 마·····. 사기꾼이기 때문이야·····. 신의 힘이라고 씨불이는 성법이란 거 말이야. 사실 다 거짓부렁이야. 신이 준 게 아니야. 신은 아무것도 안 줬어.’

“전하. 하나만 더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딱 하나만.”

“전하께선 왜 성법을 화기나 구속구 등에 부여하는 연구를 하시는 거죠?”

올리버가 갈로스에서 머물며 흑마법사들을 평정하는 사이 알게 된 사실을 물었다.

아르망이 처음 선보인 성법이 담긴 개틀링 기관총은 놀랍게도, 파테르교가 연구한 무기가 아닌 아르망이 자체적으로 연구한 거였다.

일종의 아이템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올리버가 볼 땐 약간 달랐다.

성법이란 힘 그 자체를 모든 사람이 쓸 수 있게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는 별거 아닌 것 같으나 사실 엄청난 거였다.

성법이란, 마법사의 마법, 흑맙법사의 흑마법, 드루이드의 주술처럼 성기사의 최대 무기라 해도 무방했다.

그런데, 아르망의 연구는 그 뿌리를 뒤흔들 수 있는 거였다.

올리버는 성법을 누가 준 건지 궁금한 것 이상으로, 아르망이 왜 그런 연구를 했는지 궁금했다. 자칫 파테르교의 힘을 약화할 수도 있는 연구였는데 말이다.

이에 아르망의 대답은 심플했다.

“그게 더 낫다고 판단되니까.”

“예?”

“이번에 흑마법사들 날뛰는 일을 겪고 나니 성기사들에게만 의지하는 게 위험하고, 취약하다는 판단을 내렸거든. 그래서 성법을 무기에 부여하는 연구를 한 거야. 성기사의 수는 한정되니 차라리 신의 축복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하자고. 성법이란 게 인간을 지키기 위한 거니, 신께서도 기뻐하시겠지.”

아르망은 진심이었다. 솔직히 놀라웠다. 그의 발상이 아니라 생각 그 자체가 놀라웠다.

아르망은 신의 존재를 믿고, 숭배하면서도 신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여기고 있었다. 처음 보는 타입의 성기사이자, 종교인이라 여러 의미에서 그가 놀라웠다.

“그대도 슬슬 이런 고민을 해야겠군.”

아르망이 올리버를 빤히 봤다.

“처음 내 제안을 거절했던 그대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 건 목적이 생겼기 때문이겠지. 귀찮음과 두려움을 무릎 쓸 정도로.”

올리버가 그렇다 할 설명을 해주지 않았음에도 아르망이 날카롭게 꿰뚫어 봤다.

“목적이 생긴 건 좋은 거지만, 가능 방향과 가는 수단은 천차만별일 테니. 깊게 고민해야 할 거야. 방향과 수단에 따라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다를 테니까.”

맞는 말이었다.

올리버가 이 일을 수락한 것은 다름 아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거였고, 그래서 흑마법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마탑에 학파를 세워 세금을 감세 받아, 이를 주변에 일자리로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일자리를 받기 위해서는 사업을 벌여야 했다. 지금 하는 재개발 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

다행히 올리버의 머릿속에 사업 아이템은 여러 가지가 있긴 했다. 문제는 그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모른다는 거였고.

어쩔 수 없었다. 올리버가 사업 자체를 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으니까.

처음에는 차일드와 똑같은 노동환경을 제공하려고 했으나, 차일드를 보니 왠지 그건 아닌 거 같았다.

매일 씨발이라고 외치지 않은가?

그래서 올리버는 란다로 돌아가 진지하게 회의해 봤고, 이에 차일드들이 낫과 망치, 빨간책을 들며 소리쳤다.

“혁명이다!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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