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9. 뒤틀린 설득 (2)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굽히지 않는 무릎이 시체를 통해 올리버에게 제안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올리버는 고개를 옆으로 갸웃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절······. 만나는 게 목적이었군요.”
란다에서의 생활 탓인지, 아니면 근래 겪은 여러 차례의 사건 탓인지 올리버는 아주 빠르게 눈치챘다.
어쩌면 올리버가 보는 세상에 비로소 올리버가 포함돼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구체적으로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비교적 최근까지 올리버에게 있어 세상은 자신과 구분되는 별개의 존재였으니까.
어쨌건 올리버는 온몸이 얼룩덜룩 탈색되고, 한쪽 다리가 살덩어리로 변한 새로운 왕자 후보 굽히지 않는 무릎을 보며 자신의 추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해보았다.
불행히도 올리버의 추측은 사실이었다.
굽히지 않는 무릎이 침묵과 감정을 통해 대답을 해줬다.
“음······.”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침음성을 냈다. 이에 굽히지 않는 무릎이 손을 움직였다.
수화(手話)를 하는 것.
말을 못 하나 싶었는데, 그제야 올리버는 왕자 후보가 말을 제대로 못 한다는 걸 떠올렸다.
올리버는 사과하며 수화(手話)를 할 줄 모른다고 말했고, 굽히지 않는 무릎은 다시 반지와 시체를 이용해 대신 말을 전했다.
“의외. 입니까?”
의외냐는 질문.
올리버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섣불리 입을 여는 대신 굽히지 않는 무릎을 살펴봤다.
의외냐라. 솔직히 말해 부정하긴 힘들었다.
바다 넘어 신대륙 식민 도시 퍼스트 스텝에서 만난 홍인 흑마법사를, 이곳 구대륙 외국에서 만나는 건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아니, 그 이전에 솔직히 굽히지 않는 무릎이 살아 있을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그의 부족은 팬과 함께 악마를 소환하려다 모조리 목숨을 잃었으니.
아직도 생생히 기억났다.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작처럼 불타는 광경이.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북을 치고 춤을 추던 홍인들이.
죽음을 출산하던 홍인 소녀의 비명이.
그 수많은 희생 위에 탄생한 불타버린 자가.
너무나 다급한 상황이라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지만, 올리버는 그때 홍인들이 전부 다 죽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허나, 전부 다는 아니었는지, 지금 올리버의 눈앞에 한 명이 있었다.
그 형태가 백조 교단의 왕자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형태이긴 했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긴 침묵이 어느새 주변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침묵은 흙처럼 밀도가 높아 쉽사리 입을 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그러한 법칙은 올리버에겐 예외인지 쉽게 입을 열 수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려 의외긴 합니다. 새로운 왕자 후보가 굽히지 않는 무릎 씨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또, 여기서 만날 줄도 몰랐거든요. 무엇보다······.”
올리버가 한 박자 쉬고 다시 말했다.
“······제게 거래를 제안할 줄 더더욱 몰랐습니다.”
진심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굽히지 않는 무릎의 감정 상태 때문.
그는 올리버를 증오하고 있었다.
단순히 뒷골목 항쟁에서 적을 마주하는 걸 넘어, 원수를 보듯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증오를 빛냈다.
하긴, 그를 만난 시간을 짧았지만, 필립 중장을 습격했던 때라든가, 악마 소환을 했던 때라든가 올리버가 적잖게 방해했으니.
“······저도. 예상. 못 했습. 니다. 하지만. 이젠. 알겠. 습니다.”
“무슨 뜻이죠?”
마지막 부분이 신경 쓰인 올리버가 질문했다.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죄송. 하지만. 시간. 부족. 합니다.”
자잘한 이야기까지 나누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굽히지 않는 무릎이 말했다.
지금 이곳을 향해 빈 시티의 도시 경비대가 오고 있었으니까.
이리 준비까지 해서 말을 건 것으로 볼 땐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거였고, 이쪽 역시 궁금한 게 있는 올리버는 따지지 않고 순순히 대화의 흐름에 맞추고자 했다.
“무슨 거래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
이리 은밀하고 번거롭게 부른 연유가 뭔지 올리버가 물었다.
근래 여러 일을 겪어 예민해진 탓인지, 상당히 신경 쓰였고, 보답하듯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저희를. 방해. 하지. 말아. 주십시오.”
방해하지 말라니. 너무 광범위하고 두루뭉술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줬다.
“백조 교단의 일. 관여하시지. 말아. 주십시오. 이제부터. 조용히. 지낼 테니. 요.”
시체의 성대를 쥐어짜는 듯한 끔찍한 소리와 함께 유일하게 남은 왕자 후보의 뜻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 뜻을 들은 올리버는 하고 싶은 말이 참으로 많았다. 가령. 왜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올리버 역시 적대행위는 한 적이 없었는데.
허나, 올리버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했다.
질문 자체가 답이라 해도 무방한.
“무슨 일을 하시려고 방해하지 말라는 겁니까?”
그랬다.
굽히지 않는 무릎의 요구는 모순적이기 이를 데 없었다.
조용히 지낼 테니, 백조 교단 일에 관여하지 말라니.
그 말 자체가 조용히 지낼 생각이 없다는 걸 뜻했다. 조용히 지낸다면 구태여 이런 말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
거기다 다른 왕자 후보를 살해해 한 명에게 힘을 몰아주고 있는 작금의 사태도 이미 조용히 지내는 것과 상당히 동떨어진 행동이었다.
시장인 잭을 필두로 말단인 도시 경비대조차 도시의 안보를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백조 교단 자체가 종말과 악마를 숭배하는 집단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도저히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거기다 굽히지 않는 무릎 씨도 악마 소환을 한 전적이 있지.’
손가락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운 흑마법 사회.
조용히 지내다 갑자기 왕성히 활동하는 백조 교단.
악마를 불러내는 데 일조한 굽히지 않는 무릎 등.
올리버는 우연과 필연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지금의 상황을 보며 묘한 불안감을 느꼈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설마, 종말이라도 일으킬 셈입니까?”
“예.”
***
예.
세상을 종말시키겠다는 질문에 굽히지 않는 무릎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망설임이 없는 수준을 넘어 기다린 수준으로 대답이 빨리 나왔는데, 이는 올리버도 당황스러운 수준이었다.
분명, 굽히지 않은 무릎이 퍼스트 스텝에서 악마를 소환해 도시를 통째로 불태우려 했던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종말과는 그 크기와 의미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최소한 이렇게 대답할 사안은 아니었다.
“이유가 뭡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유가. 중요. 합니까?”
손가락이 뜯긴 전(前) 왕자 후보의 시체가 올리버의 말을 잘랐다.
“······중요하지 않을까요? 종말이지 않습니까?”
올리버가 종말의 무게를 언급했다.
종말(終末). 언어의 축복 덕분에 한 단어로 쉽게 내뱉을 수 있었지만, 사실은 그리 쉽게 내뱉을 수도, 내뱉어서도 안 되는 단어였다.
말 그대로 모든 게 끝나는 거였으니. 좀 더 쉽게 푼다면 모든 인간이 죽는다는 걸 의미했다.
남자, 여자, 젊은이, 노인, 몸이 불편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뭐가 뭔지 모르는 아이는 물론, 아직 태어나지 않는 뱃속의 생명까지 모두 죽는 걸 의미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지도 못한 채.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산책하는 아이의 머리에 냅다 총알을 박는 거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부모가 보는 앞에서.
그건 올리버가 생각하기에도 좀 그런 것이었고, 그래서 퍼스트 스텝에서 불타버린 자를 막기 위해 애쓴 것이었다.
퍼스트 스텝이 죄악 위에 세워진 도시인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갑자기 도시가 불타올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불타 죽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심지어 그 불에는 피해자인 홍인들도 있을 텐데?
그건 그냥 파괴였다. 분명, 즐겁긴 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뭔가를 더 나아지게 하겠다는 생산적인 일이 아닌, 그저 충동에 맡긴 파괴 행위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는 별로였고.
그런데 그보다 훨씬 큰 종말을 일으키겠다는데 이유가 중요하냐니. 좀 많이 그랬다.
“증오라고. 하죠.”
마음을 읽은 건지 올리버가 말하지 않았음에도 굽히지 않는 무릎이 덧붙여 설명했다.
“난. 모든 걸. 잃었. 습니다. 우리 부족. 피는. 끊어. 졌고요.”
불타버린 자가 소환됐던 현장이 올리버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모두가 죽은 의식의 현장을.
“이런데. 제가. 종말을. 바라지. 않을 이유가. 무엇. 있습니까?”
모든 걸 잃었기에 모든 걸 없애버리겠다고 굽히지 않는 무릎이 주장했다.
너무나도 단순한 이유였지만, 그렇기에 뭐라 반박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그가 빛내는 감정 때문일지도.
너무나도 선명하고 강렬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 감정.
올리버로서는 그 감정 자체를 부정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뜻은 알겠으나, 제가 왜 그런 제안을 받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받을. 테니. 까요.”
확신, 그 이상의 대답에 올리버가 멈칫했다. 받을 거라니.
“저도. 처음엔. 이해. 못 했습. 니다. 당신께. 이리. 말하면. 설득. 될 거라니.”
설득될 거라니. 아무래도 굽히지 않는 무릎 뒤에 누군가 있는 거 같았다.
올리버의 머릿속에 반사적으로 퍼펫이 떠올랐다.
올리버와 싸우던 왕자 후보를 데려간 게 다름 아닌 그였으니까.
올리버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퍼펫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을 거라 확신한 건지. 그리고 왜 굽히지 않는 무릎도 확신한 건지.
“직접. 보니. 알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올리버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올리버는 그림자에게 명을 내려 자신의 감정과 함께 진정시켰다.
아주아주 조심히. 그때, 굽히지 않는 무릎이 선언했다.
“난. 왕자. 될 것입니다. 종말론에. 나오는. 왕자가. 될. 것입니다.”
“······.”
“악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내 손으로. 벌할. 겁니다. 세상이. 잊기 전에. 내가. 지옥의 문. 열어. 끝내. 버릴. 겁니다. 설사. 권위를. 훔쳐. 억지로. 몸에. 두른다. 해도. 말입니다!”
시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이내 차갑게 식은 피와 살점이 튀어나왔다.
퍽 끔찍한 광경. 그러나 올리버는 그 끔찍한 모습에서 뇌를 때리는 듯한 놀라움과 강렬한 유혹을 느꼈다.
“종말론. 나오는 왕자. 오직. 한 명! 내가. 그 왕자.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컥!!”
점점 커지는 목소리. 한계에 다다른 성대. 이 두 가지 요소가 합쳐지자 아까 전보다 더 많은 피와 살점이 바닥 위로 쏟아졌고, 전 왕자 후보의 목은 너덜너덜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다행히 굽히지 않는 무릎이 바라는 바가 뭔지는 다 들은 후였지만.
그 증거로 굽히지 않는 무릎은 더 이상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수화도, 새로운 시체를 가져오지도 않은 채 올리버를 바라볼 뿐.
다시 무겁고 밀도 높은 침묵이 주변을 짓눌렀다.
아까 전과 차이가 있다면 올리버도 그 무게와 밀도를 느낀다는 점.
그만큼 올리버에게. 아니, 올리버였기에 중요한 제안이라는 거였다.
째깍. 째깍. 째깍.
침묵이 너무 고조돼 환청이라도 들리는 건지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울렸고, 수십 번의 째깍 소리가 울린 후에야 올리버는 입을 열 수 있었다.
“조건이 있습니다.”
굽히지 않는 무릎이 수화로 답했다.
[말하십시오.]
***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빈 시티의 도시 경비대 대위 메로.
작전대로 미끼를 자처해 저주받은 땅의 괴물과 백조 교단의 광신도들을 상대하던 그는 후퇴하는 괴물과 광신도들을 보며 말했다.
둘 모두 위험하기 그지없는 것들이었고, 그를 증명하듯 이쪽에 상당한 피해를 줬다.
가지고 온 군용 차량 중 두 대가 박살 났으며, 부하는 여덟이 당했고, 개중에는 길 안내역을 맡던 백조 교단의 신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톱과 도끼, 말뚝 등에 온몸을 난자당해 끔찍하게 살해되었는데, 흡사, 배신자에게 응징을 가한 듯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메로는 그런 것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았다.
두 가지 의문이 있었기 때문으로, 첫 번째는 왜 저주받은 땅의 괴물들이 이쪽만 공격하고, 백조 교단의 광신도들은 공격하지 않았냐는 거였다.
처음에는 너무 다급해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으나, 이건 기이한 일이었다.
저주받은 땅의 괴물은 빈 시티 사람은 물론 백조 교단 사람 모두 공평하게 공격했다. 그렇기에 국경선의 역할을 한 거였고.
한데, 방금 공격받을 때 괴물들은 광신도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설프게나마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경우에 따라 빈 시티의 존립에 영향을 끼칠 사실.
신경 쓰이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직도 연락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대원 중 하나인 호르헤가 묵묵부답인 통신장치를 보이며 보고했다.
란다의 해결사 데이브에게 준 통신장치와 주파수를 맞춘 통신장치로, 호르헤의 말대로 묵묵부답이었다.
분명, 도착하자마자 무슨 언질을 주기로 했는데 말이다.
망명을 신청한 왕자 후보가 있으면 있다, 없다면 없다고. 그런데 아무런 말도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았다.
그 후크 선장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패대기친 흑마법사가 연락도 못 할 정도로 큰일을 당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아.
다른 데 정신이 팔린 건가 싶었지만, 그 역시 상상하기 힘들었다.
란다에서 들은 해결사 데이브의 신용과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난 잭의 판단을 고려하면 쉽사리 일을 내팽개칠 사람은 아니었다.
애당초 혼자서 고민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같은 생각인 건지 메로 휘하의 부하들은 어찌할 건지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 이대로 후퇴할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확인하러 갈 건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대로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특히, 빈 시티의 안보가 달린 지금 일에서.
메로는 주변을 경계하며 남은 인원을 남은 차량에 태운 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춘 채 앞에 있는 마을로 향했다.
거친 전투 탓에 엔진이 사납게 요동쳤으나, 다행히 마을 앞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최소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 인원은 메로를 필두로 마을에 진입했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은 유령 마을. 그곳에서 메로는 곧 데이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시체 옆 의자에 앉아 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기분 탓일 수 있었으나, 무표정한 얼굴이 어째 미소 짓는 것 같았다.
비겁과 자기 합리가 뒤섞인 뒤틀린 미소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물으려는 찰나, 데이브가 손을 들었다.
“망명을 요청한 왕자 후보 님께선 제가 오기 전 돌아가셨습니다. 저희가 한발 늦었습니다.”
메로는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이토록 허무하게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힘든데, 데이브의 감정이 아무런 반응도 없어 진실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
“대신, 백조 교단의 뜻은 들었습니다.”
“?”
“백조 교단은 빈 시티에 일절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하더군요. 약속했습니다.”
그 순간 메로는 기분 탓인지 무감각한 데이브의 감정을 아주 살짝 엿본 기분이 들었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뒤틀린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