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96화 (596/633)

596. 방문객 (2)

“눈이 더 좋아졌구만, 그래.”

투명화 마법이 간파당한 멀린이 탁자 앞에 앉으며 감탄했다.

재밌는 점은 올리버 쪽이 아닌 전혀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점.

허나, 올리버는 이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 올리버 역시 멀린을 보지 않았으니까.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본 채 둘은 대화를 이어갔다.

“······팬 님과의 싸움 탓인지 눈이 약간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젊은이의 성장 속도란 무섭군. 이러다 시커먼 내 속이 훤히 꿰뚫어 보겠어?”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럼, 다행이고. 속마음을 들키는 건 부끄럽거든.”

멀린은 노인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탁자 앞에 놓인 커피를 따라 마셨다.

“음, 좋은 원두를 썼군. 자네도 마시겠나?”

“네······. 제인 아가씨는 란다에 잘 도착하셨습니까?”

올리버가 멀린이 따라준 커피잔을 받으며 물었다.

“그래, 잘 도착했지······. 애들도 데려갔네. 팬의 아이들.”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도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가는 길에 겸사겸사 데려다준 건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용감한 아가씨는 앞으로 꽤 바빠질 거야.”

멀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올리버는 대충 이해했다.

팬의 아이들. 분명, 아이들이었지만, 동시에 손가락 중 하나의 팬의 부하이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란다로 가는 것만으로 적잖은 위험을 안은 셈.

제인은 그 위험을 덜기 위해 아이들에게 새 신분을 주고, 도시 생활을 가르쳐주는 등. 적잖은 신경을 써야 할 터였다. 그것만으로 꽤 바쁠 거고.

“내가 말한 것엔 그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

“다른 이유요?”

“아, 자넨 모를 수도 있겠구만. 자네가 란다를 비운 사이 제법 일이 있었거든. 그중 하나가 시스터후드 사이에서 일어난 소송이야.”

멀린은 제인이 납치돼 행방불명된 후, 얼마 가지 않아 미란다 여사가 제인의 사업을 이양받으려 했던 일을 언급했다.

딱히 놀라진 않았다. 에디스가 이미 그에 관해 말해준 바가 있어. 같은 이치로 다음에 나온 말에도 놀라지 않았다.

“계약대로 미란다 여사가 제인의 사업을 이양받으려는 찰나, 엘리자베스라는 여자가 이의 신청했다더군.”

엘리자베스. 마마라 불리는 천사의 집 주인으로, 올리버와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노년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기품이 있던 그녀는 모든 직원이 엄마처럼 따르는 인망과 가게를 운영하는 수완, 에디스를 견디는 인내심, 무례한 손님들로부터 직원들을 지키는 용기를 두루 갖춘 사람이었다.

“법정 후견인을 자처해 제인의 사업을 지키려고 말이야. 덕분에 란다가 제법 시끌벅적했지.”

엘리자베스가 법정 후견인을 자처해 제인의 사업을 지켜줬다라.

올리버는 그 뒤에 에디스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런데 시끌벅적할 이유가 있나요?”

“넘치지.”

멀린이 단호히 대답하곤, 검지를 들어 보였다.

“첫 번째, 자네 친구 제인 아가씨는 란다에서 제법 유명한 투자자야. 아니 상당히 유명한 투자자지. 갈로스 재건 사업 초창기에 참여해 엄청난 성과를 얻었으니. 그런 여자가 관련된 것만으로 충분히 관심 가질 만한 일이야.”

“이해했습니다.”

멀린이 중지를 들어 보였다.

“두 번째, 시스터후드 사이에서 일어난 소송이란 점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야. 시스터후드는 비밀이 많은 여느 조직답게 내부 일은 바깥에 잘 안 알리거든. 그런데 소송이라니? 그것만으로 온갖 소문이 퍼지고,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기 충분하지.”

“소문이란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너무 많아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어. 란다잖아? ······그래도 굳이 하나 언급하라면 미란다가 급성장한 제인을 견제하려고 일부러 납치를 사주했다는 걸 들 수 있지.”

“말도 안 되는 소문이군요.”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미란다가 제인의 사업을 가져가려 한 것은 못마땅했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주를 한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제법 그럴듯하다는 거지. 그 상태로 제인의 후견인인 엘리자베스가 소송까지 걸었고······. 왜 시끌벅적한지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뭐, 자네 친구분이 돌아갔으니 이젠 다 옛날이야기겠지만······. 그 아가씨가 잘 선택한 거야. 엘리자베스라는 여자가 좋은 변호사를 고용한 걸 사실이지만, 조금만 더 있었으면 패소할 뻔했거든.”

멀린은 제인이 서둘러 란다로 돌아간 사실을 칭찬했고, 올리버도 고개를 끄덕였다.

왜 가기 싫음에도 서둘러 떠나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이런 사태를 예상했기 때문일 터.

존경스러웠다. 팬에게 납치되고, 아이들을 돌보는 등 정신이 없었을 텐데, 이런 것도 놓치지 않다니.

사람의 강함이란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는 듯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도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할 것 같네.”

올리버가 생각을 정리하던 중 멀린이 대뜸 말했다.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운 탓에 마탑 업무가 꽤 밀렸거든. 이 이상 더 농땡이 치면 잔소리를 들을 거야. 난 잔소리 듣기엔 너무 늙었고.”

멀린이 농담하며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올리버는 자리에서 일어나 멀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욱신거리는 옆구리 탓에 자세가 다소 어정쩡했으나, 그럼에도 감사한 마음은 담을 수 있었다.

“······제 일방적인 억지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진지한 그 모습에 멀린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시 스승이라 해도 스승이니까. 뭣보다 나중에 몇 배로 돌려받을 거니 너무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그보다 여긴 얼마나 있을 텐가?”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며칠은 더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약속한 것도 있고, 차일드들도 며칠 더 있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요.”

올리버가 잭과 약속한 먹보주머니 수송부대 건과 축제를 즐기는 차일드를 언급했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혹시,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니, 문제까지는······. 다만, 란다로 오면 다소 정신이 없을 거야. 이번 일은 내가 완전히 덮을 수준을 넘었거든. 망각의 해가 소멸하고, 팬을 쓰러트린 데 자네 이름도 언급될 거야.”

“예, 알겠습니다.”

“허······. 놀라지 않는구만? 어떻게든 빼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후크 선장님께 어느 정도 들었거든요. 자세한 건 란다로 돌아간 후 들어도 되겠습니까?”

“좋아. 나도 섣불리 어떻게 될 거라 말하기 힘드니. 상황을 봐가며 어떻게 할 건지 보자고.”

“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분한 올리버의 태도. 멀린은 그런 올리버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마치, 눈 너머의 생각을 읽는 듯.

잠시 후, 멀린이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혹시, 란다로 돌아오면 뭘 할지 생각한 건 있나?”

“아직 구체적으론 없습니다. 생각이 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뭔가를 숨기는 듯한 대답이었으나, 멀린은 구태여 캐묻지 않았다.

바다 괴물과 칠성장어의 아가리로 변한 네버랜드, 그 네버랜드를 먹어 치운 올리버의 그림자 등. 짧지만 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에.

그래서 멀린은 간단한 인사말로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이만 가볼 테니, 자네도 그만 쉬게. 고생 많았네.”

그렇게 떠나려는 멀린. 그때, 올리버가 말을 걸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음?”

“운이 좋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운 좋게 네버랜드의 위치를 아는 후크 선장님의 도움을 받았고, 또, 운 좋게 어르신께서 도와주셔서 바다 괴물을 맡길 수 있었죠······. 제가 네버랜드에서 약간 활약하긴 했지만, 그것 역시 제가 운 좋게 재능을 타고났고, 악마의 힘이 깃든 오른팔을 얻었으며, 인육 요리사의 힘이 깃든 그림자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으십니까?”

그저 자신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 말하는 올리버.

기이하게도 그 모습은 정말 묻는다기보다는 동의를 구하는 것 같았다.

평소 무감각하고 어떤 상황이든 그냥 받아들이는 올리버치고는 보기 드문 모습.

그 모습에 멀린이 대답했고.

“동의하네.”

올리버는 그 말이 거짓임을 볼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

멀린이 떠난 후 올리버는 홀로 남게 됐다.

원래는 잠시 쉬다 잠자리에 들 예정이었으나, 쑤시는 옆구리 탓인지, 아니면 멀린과 나눈 대화 탓인지 올리버는 좀처럼 잠이 들지 못했다.

머리가 좀 복잡하다고 할까?

그래서 올리버는 잠자기를 포기. 머리를 식힐 겸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빈 시티를 둘러보려고 했다.

때마침 차일드들과 빅마우스가 어찌 보내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다행히 그러한 욕구는 얼마 가지 않아 해소할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앆······! 빵야!!”

“뺭아라고 외치지 말고 돈을 가져오라고 빌어먹을!”

“맞아! 소리 지른다고 돈을 깎아주지 않아, 또, 이미 깎아 줬잖아?!”

“그러니까 소리 그만 질러! 무섭단 말이야!”

올리버가 처음 방문한 곳은 빈 시티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축제 중 가장 요란한 거인의 대가리 항구로.

때마침 그곳에서 송장인형-듀란스에 들어간 세컨드가 해적들과 사소한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그 흥정이라는 게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며 소리를 지르는 거였지만.

“빵야!!! 내놔! 죽인다!! 빵야!!”

“저 외모로 빵야, 빵야 거리니 존나 무섭네.”

“후크 선장 불러와! 빵야 거리는 년이 우릴 죽이려고 한다고. 심지어 무섭다고.”

노획한 것으로 보이는 최신식 총기와 골동품으로 보이는 총을 두고 세컨드와 해적들이 서로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 올리버가 다가갔다.

“저기······.”

“뭐야, 바빠. 꺼-”

올리버가 조심히 말을 걸자, 세컨드와 대치 중이던 우락부락한 해적 중 하나가 소리를 지르다 말고 멈칫했다.

아니, 소리를 지르려던 해적뿐 아니라, 세컨드와 주변의 해적, 협상을 재밌게 구경하던 구경꾼들까지 모두 멈칫했다.

하나같이 동공이 커지고, 하던 말을 멈추며, 행동의 정지 하는 등 흡사 시간이 멈춘 것 같았는데.

이게 올리버가 저택에 나오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제인과 아이들을 구출하고 돌아온 후부터, 올리버를 본 사람들은 모두 이런 반응을 보였다.

가만히 잘 있다가도 올리버를 인지한 순간부터 묘한 압박감을 받으며 멈칫거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평범하게 대해주긴 했으나, 이 짧은 반응 자체가 달갑지 않아 올리버는 바깥 외출을 자제했다.

‘그래도 지금은 잘 나온 거 같네.’

달갑지 않은 주변의 반응에도 불구. 서로 대치하는 세컨드와 해적들을 보며 올리버가 생각했다.

“안녕하십니까?”

“아······. 안녕하십니까?”

올리버가 인사하자, 해적 중 리더 격으로 보이는 대머리 사내가 인사했다.

“혹시, 무슨 일인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그게······. 이분? 이 송장인형?”

“세컨드다. 대머리.”

“끙······. 이 세컨드가 계속 터무니없는 돈을 주고 우리 노획물을 가져가려고 해 아주 약간의 언쟁이 있었습니다. 이건 곤란하죠.”

대머리 사내가 탁자 위에 올려진 지폐 쪼가리를 가리켰다.

탁자 위에 쌓인 여러 정의 총무더니 바로 옆에 있어 가뜩이나 부족한 돈이 더욱 부족해 보였다.

올리버가 세컨드 말했다.

“세컨드······. 억지 부리면 안 되죠. 곤란해하시잖아요.”

“곤란한 건 내 급여다. 하루 열여섯에서 열여덟 시간 일하지만. 총 하나 못 산다. 이거 잘못되고도 단단히 잘못됐다.”

세컨드가 담담히 자신의 불만을 말했고, 올리버는 고개를 갸웃댔다.

뭐가 문제라는 것일까? 분명, 법정 근로시간과 최저임금을 맞춰줬건만.

“잠깐 열여덟 시간?”

“좀 자세히 알려주시겠습니까?”

“세상에 맙소사.”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해적들은 올리버에게 차일드들의 근무 환경에 관해 물었고, 올리버는 란다 근로법을 준수한 노동환경을 자랑스럽게 설명해 줬다. 설명을 들은 해적들은-

“총 그냥 가져가라······.”

“바다 괴물로부터 이 도시를 구해준 보답이라고 할게, 젠장.”

“이것도 가져가라.”

-놀랍게도 측은지심을 빛내며 세컨드에게 총을 공짜로 선물해 주기 시작했다.

강제성이 없는 순수한 호의. 왜 이러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뜻밖의 횡재에 올리버가 세컨드를 축하해줬다.

“잘됐네요. 세컨드.”

“씨발.”

차일드 세컨드가 자괴감이 뒤섞인 욕을 내뱉으며, 최신식 군용 총기와 골동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높은 총을 챙겼다.

놀랍게도 다른 곳에서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밀수업자들의 구역인 신용의 거리에서 씨앗과 오지의 식물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써드(Third)는 공짜로 받지는 못했지만, 원하는 물품을 할인받고, 올리버에게 가불까지 받아 간신히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가면을 쓴 채 검은 작업장의 흑마법사들과 교류하던 퍼스트(First)와 포스(Fourth)의 경우. 송장인형 제작에 필요한 도구와 시체 몇 구, 작업 도구 등을 선물 받을 수 있었다.

일부 흑마법사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참으로 친절한 도시라 할 수 있었다.

비록, 그 친절을 받은 차일드들의 반응은 썩 좋지 못했지만.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죠.”

빈 시티 지하, 임의로 설치된 격투장 고독(蠱毒).

그곳에서 빅마우스와 먹보주머니의 경기를 주최하던 시장 잭에게 올리버가 말했다.

“차일드들이 왜 자괴감에 빠지는 건지요. 분명, 선물도 받았는데요.”

잭이 솔직한 자기 심정을 말했다.

“진심으로 모르시는 것 같아, 진심으로 무섭네요.”

“이유가 뭔지 아시겠나요?”

“글쎄요? 너무 란다인다운 사고방식이라 제가 말해준다고 의미가 있을까 싶네요. 정녕,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습니까?”

“예.”

법정 근로 시간을 준수할 줄 아는 올리버가 당당히 대답했다.

총체적 난국과 같은 올리버의 태도에 잭이 뭐라 말하려는 찰나, 갑자기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아아아아앗!!”

“이야······. 이건 장담 못 한다!”

“이번엔 저쪽에 돈 건다!!”

지하 격투장 고독(蠱毒)에 모인 구경꾼들이 새로운 빅마우스의 상대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게 그 상대란 먹보주머니를 여러 개 합친 듯한 기괴한 형태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

마치, 여러 개의 시체를 이어 붙인 시체 골렘을 연상케 했다.

올리버가 물었다.

“빅마우스가 싸우는 이유는 빈 시티를 위한 수송부대를 만들기 위해서인데, 저런 먹보주머니를 쓸 수 있나요?”

“뭐, 비활성화된 상태면 접을 수 있으니까요. 뭣보다 똑같은 형태의 먹보주머니와 싸우게 하면 흥행도 안 되고요.”

잭의 말을 증명하듯 빅마우스의 연전연승으로 열기가 식던 도박판은 새로운 상대가 등장함에 따라 다시 후끈해졌다.

쌓여가는 판돈.

놀라운 건 그 열기에 선수로 뛰는 빅마우스도 돈을 걸었다는 거였다.

“빅마우스. 올인.”

아주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빅마우스가 자신에게 돈을 걸었다. 뒤이어 차일드들도 자신들이 평생 모은 돈을 빅마우스에게 걸었다.

참고로 가불까지 한 써드는 도박장 내 있는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걸었다.

“믿는다.”

“이겨줘.”

“제발.”

“부탁한다.”

“꾸루룩!!”

결연해 보이기까지 한 대화.

뒤이어 경기가 시작했고, 다섯 개의 먹보주머니를 한데 합친 듯한 골렘-먹보주머니와 빅마우스가 맞부딪쳤다.

“쿠룰루루루룩!!!”

[해잇 불릿(Hate Bullet)]

거대한 골렘-먹보주머니의 주먹과 빅마우스의 증오의 탄환이 교차. 경기장에는 흙먼지가 일었다.

그 모습에 빈 시티의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빅마우스에게 패해 충성을 맹세한 강화 먹보주머니들은 주먹을 하늘 위로 올리버 빅마우스를 응원했다.

“꾸룩(빅마)!”

“꾸룩(빅마)!”

“꾸룩(빅마)!”

“꾸룩(빅마)!”

넘치는 활기와 탐욕. 복잡했던 올리버의 머리마저 가벼워지는 듯한 그때, 빈 시티 시청에서 일하는 웬 공무원이 잭에게 다가와 귓속말했다.

심상치 않은 감정을 빛내는 잭.

눈을 마주친 올리버가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어······. 백조 교단의 왕자 후보가 저희 도시로 망명하고 싶다고 하네요?”

***

터벅. 터벅. 터벅.

완전히 타버린 듯 사방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는 한 시골 농가.

그 위를 퍼펫이 걷고 있었다.

퍼펫의 손에는 붉은빛이 도는 단검이 들려 있었고, 퍼펫은 그 단검을 얻은 것에 상당한 만족을 한 눈치였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듯 굽히지 않는 무릎이 수화로 물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살점 형태로 이뤄진 송곳 형태의 칼을 앞에 둔 굽히지 않는 무릎의 모습은 상당한 위압감을 내뿜었지만, 퍼펫은 평범히 대답할 뿐이었다.

“의도치 않게 귀한 물건을 얻어서.”

수백 년을 살며 온갖 것을 접해본 퍼펫이 귀하다고 평할 물건이라······. 궁금하긴 했으나, 굽히지 않는 무릎은 그보다 더 궁금한 걸 물었다.

[왜 놓아주라 한 겁니까?]

다 타버린 농가를 배경으로 굽히지 않는 무릎이 물었다.

[제가 왕자가 되려면 왕자 후보 여섯 전부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랬다. 이 농가는 원래 왕자 후보가 있었던 곳으로, 다른 다섯 명의 왕자처럼 그 직위를 빼앗기 위해 습격한 것이었다.

그런데, 굽히지 않은 무릎은 마지막 왕자를 일부러 놓아주었다.

퍼펫의 요청에 따라.

“이번 일을 마무리하기 전에 마법을 걸어야 하거든.”

[마법?]

“그래,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 가장 큰 방해물에게 마법을 걸어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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