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4. 모든 걸 삼키는 괴물 (9)
거······어억······어어어어······거······.
전체적으로 악어를 닮은 바다 괴물 레비아탄.
온몸이 청옥색으로 뒤덮인 그 거대한 괴물은 머리, 상반신 하반신으로 뜯긴 채 공기 빠지는 소리를 냈다.
뜯긴 신체는 각각 구름과 대기, 바다, 심해 속 바위로 이뤄진 거신(巨神)들이 들고 있었으며,
거신들이 몸을 담근 바다는 끔찍할 정도로 선명한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무리 레비아탄이 상식을 초월한 규격 외 크리처라 해도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크리처는 진짜 생물이 아닌, 감정을 바탕으로 인간의 손에 창조된 유사 생명체.
얼핏 생명체처럼 보였어도, 진짜 생명체는 아니었다.
기능을 다하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그 일례.
그런데, 레비아탄은 연기처럼 사라지는 대신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대량의 선혈과 내장을 흘리고, 사체 역시 사라지지 않고 멀린이 만든 거신(巨神)의 손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진짜 생명체라도 되는 듯.
‘악마의 힘인가?’
멀린은 레비아탄이 탄생하는 데 악마의 힘이 개입했을 거란 스승의 추론과 레비아탄을 조종했던 그림자-크리처의 기운을 떠올리며 추측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악마의 힘은 파테르교에서 말하는 것 이상이었으니.
그래서 멀린은 놀라거나 당황하는 대신 허공에서 책을 꺼냈다.
바로, 자신의 책이었다.
파라라라락.
멀린이 책을 쥐자 책은 스스로 페이지를 넘겨 한 빈 페이지를 펼쳤다.
멀린이 채워야 하는 역사.
멀린은 자신과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한 하늘 거인과 바다 거인, 대지 거인에게 각각 쥐고 있는 레비아탄의 사체를 내밀 것을 명했다.
하늘 거인은 뇌운 창에 꽂힌 레비아탄의 머리를 내밀었고,
바다 거인은 삼지창에 꽂힌 레비아탄의 상체를 내밀었으며,
대지 거인은 바위 창에 꽂힌 레비아탄의 하체를 내밀었다.
꼬치 요리처럼 변한 레비아탄의 눈에는 광택이 사라졌고, 혀는 빼꼼 내밀었으며, 폭포수처럼 피와 내장을 쏟아내고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려면 몇 세기도 부족해 보일 수준.
멀린은 레비아탄의 사체가 있는 공간 그 자체를 장악. 통제권을 행사해 자신이 들고 있는 책 안에 넣었다.
표현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거대한 레비아탄의 사체가 치즈처럼 늘어지며 자그마한 책 속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마법의 시대인 지금조차 믿기지 않은 광경이었으나, 다음에 펼쳐질 광경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멀린은 마치 귀찮은 일을 한꺼번에 정리하듯 수평선 너머까지 퍼져나가는 레비아탄의 핏물을 마력으로 잡아, 피에 물든 바닷물과 함께 책 안에 집어넣었다.
마법보다는 기적에 가까운 모습. 허나, 멀린은 자신이 행한 일에 그렇다 할 만족도, 기쁨도, 우월감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 저 멀리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하면 이건 그저 귀찮은 일에 불과했기에.
━━━━━━━━━━━━━━━━━!
멀린은 저 멀리 떨어진. 거의 수평선에 걸친 섬을 보았다.
이곳 망각의 해 중심에 있는 섬으로.
그 섬에서는 멀린조차 뭐라 평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때, 연합 왕국의 경유지로 쓰였던 식민 도시는 섬을 넘어 칠성장어와 같은 거대한 아가리로 변해있었고,
그 안에서는 주변의 모든 색을 무(無)로 돌려보내는 새하얀 화염과 그 화염도 견디는 검은 그림자가 날뛰고 있었다.
꽃봉오리처럼 여러 개의 턱이 달린 칠성장어의 아가리는 자신의 몸에 깃든 불타버린 자의 기운과 셀 수도 없이 많은 아이의 영혼을 소모해 백염(白炎)과 그림자에 저항. 안에 든 무엇인가를 삼키려 했다.
멀린은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
너무나도 잘.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레비아탄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칠성장어의 아가리는 점차 입을 닫으려 하였으나,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칠성장어의 아가리를 꿰뚫으며 뱀처럼 휘감아 뜯어버렸다.
[가······아!············가아아······아아아아······악!]
칠성장어의 아가리가 전음으로 비명을 질렀고, 동시에 바다가 갈라지고 뒤틀리며, 하늘에는 검은 먹구름이 형성됐다.
단순한 자연 현상도, 물리적인 힘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 설명하기 힘들고, 고차원적인 현상이었다.
천년의 지식과 지혜를 가진 아카이브조차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콰과과과과과각······!!!
대지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리며 칠성장어의 입이 또 뜯겨나갔다.
거대한 그림자는 뜯어낸 부위를 새하얀 화염과 함께 게걸스레 먹어 치워 자신의 양분으로 삼았다.
먹어도 먹어도 부족하듯.
멀린은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광경을 보며, 자기 손에 들린 낡은 시계를 보았다.
레비아탄의 배 속에 있던 시계로, 방금까지 멈춰있던 시계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째깍······.
“허허······.”
천천히 움직이는 시계를 보며 멀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너무 무섭고 절망적이니,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인간의 몸이란 참으로 훌륭하면서도 끔찍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웃음이 나오니 긴장이 조금이나마 해소됐으나, 한편으로는 더욱 절망적이었다.
웃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어떻게든 종말을 피하고 뒤틀어보고자 일부러 나서기까지 했건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발버둥조차 하나의 장치가 되어 되돌아올 뿐이었다.
마치 비웃는 거 같았다. 너희의 죄가 이 정도로 벗어날 수 있는 거 같냐고 말이다.
“······하아.”
이로써 멀린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완전히 버릴 수 있었다.
자신 대는 아니지 않나 라는.
어쩌면 종말을 뒤틀어 피할 수 있지 않겠냐 라는.
단 1퍼센트조차 되지 않는 희망을 버릴 수 있었다.
역시, 종말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그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사실을 새삼 확인하자 멀린은 조용하고, 차분한 공포를 느꼈다.
모든 아카이브를 절망에 빠트린 공포를.
분명 자신은 받아들이고, 각오도 다졌다고 생각했건만.
막상 마주하니 그러한 감정은 사라지고 대신 두 가지 감정이 새로이 피어올랐다.
하나는 억울함이었다. 모든 걸 다 알고 달관했다고 생각했건만, 왜 하필 자신 때라는 유치하고 무책임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두 번째는 어리석은 희망이었다. 만약······. 아주 만약 종말론의 가장 핵심을 없앤다면, 종말론을 없애버리거나, 최소한 뒤로 미룰 수 있지 않겠느냐는.
놀랍게도 멀린은 스스로가 어리석다는 걸 알아도 그 두 번째 감정에 점점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제법 진지하게.
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옳지 않은 걸 알아도 인지를 초월하는 공포는 좀 더 편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강요하게끔 했다.
여느 보통의 사람들처럼.
천년의 지식과 지혜를 축적해,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초월했다고 생각했건만, 결국, 아카이브 역시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한 셈이었다.
“하아아······.”
숨을 깊게 내쉬며 생각을 정리한 멀린.
멀린은 시계를 품 안에 넣으며 목을 뚜둑 풀었다. 그런 다음-
“-어르신?!!”
한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망각의 해 한가운데서 웬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나이 탓에 잘못 들었나 싶었으나 아니었다. 저 멀리서 웬 날도마뱀이 날아오는가 싶더니, 곧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검붉은 날도마뱀 위에 탄 여성이.
심상치 않은 기운에 하늘 거인과 바다 거인, 대지 거인이 움직였으나,
멀린은 손을 들어 그들을 멈춘 다음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냈다.
바다 거인은 물거품으로 변해 바닷속으로 돌아갔고.
하늘 거인은 구름과 대기로 나뉘어 하늘 위로 되돌아갔으며.
대지 거인은 몸을 이루는 거대한 바위가 해체돼 저 심해로 되돌아갔다.
각각의 거인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은 보통 사람이 보면 정신을 놓을 정도로 엄청난 광경이었으나, 분홍빛 머리의 여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멀린만을 바라봤다.
용을 타 그런지 겁이 없었다······. 아니면, 그만큼 각오를 다진 것이 거나. 뭐, 곧 알 수 있겠지만.
“어르신 맞으시죠?!! 데이브가 모셔왔다는?!!”
멀린 앞에 검붉은 용이 멈춰 서자마자 여성이 큰 소리로 물었다.
척 봐도 상당한 교육을 받은 여성인 듯했으나, 그렇다 해도 육체 자체는 일반인.
그런데도 그녀는 바다 괴물을 쓰러트린 멀린에게 겁먹긴커녕 오히려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 관찰했다.
“흐음······. 그렇소. 제인 아가씨.”
제인은 용 위에 서서 정중히 인사했다.
불안전한 발판과 강풍에도 불구, 그녀의 자세에는 예의와 각오가 엿보였다.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닌, 두려움을 이기는 각오를 지닌 것.
멀린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정확히는, 올리버의 두 번째 친구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안녕하십니까. 위대한 아카이브를 만나 무한한 영광입니다.”
“날 아시는구려?”
“시스터후드는 통해 마탑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 괴물을 단신으로 쓰러트릴 존재는 이 세상에 오직 한 분이지요.”
육체는 평범할지 모르나 심장은 강철인지 제인은 두려움을 억누르며 차분히 예를 갖춰 말했다.
“죄송하지만,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무슨 도움이 필요하오?”
제인은 망설임 없이 네버랜드를 가리켰다.
칠성장어의 아가리는 반쯤 사라지고, 대신 그보다 커진 그림자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레비아탄과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이 본다면 정신이 나갈 광경.
제인은 그곳을 가리키며 부탁했다.
“데이브를 도와주세요.”
“······아가씨의 도움이 필요한데 가능하겠소?”
“물론입니다.”
제인의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
“······끄윽.”
새하얀 백염(白炎)과 칠흑 같은 그림자가 날뛰는 그 중심부.
올리버는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림자의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큭······!”
그러나 모두 헛수고였다.
그림자를 직접 통제하는 것도, 오른팔에 깃든 화염도 통하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이 조종하듯 그림자는 올리버의 통제에서 벗어나 무한히 자신의 크기를 확장. 칠성장어처럼 변한 네버랜드를 먹어 치울 뿐이었다.
팬의 그림자와 팬, 네버랜드를 이루는 수많은 아이를 말이다.
올리버가 가장 원치 않던 상황.
올리버는 백염(白炎)을 이용해 그림자를 직접 공격해 막아보려 했으나, 그림자는 피해를 입긴 커녕 백염(白炎)마저 집어삼키고 말았다.
“······.”
이치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인육 요리사의 감정과 생명력, 마력이 깃들고, 올리버의 술식이 합쳐지며, 팬의 크리처를 적잖게 먹어 치웠다 해도 올리버의 그림자는 결국 크리처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찌해 불타버린 자의 화염마저 무시하고 먹어 치우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림자에 깃든 힘이 크다 해도, 불타버린 자의 화염과는 엄연히 격(格)의 차이가 존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설명하기 힘든 기현상······. 이를 설득할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림자 자체가-
“-아냐.”
올리버가 자신의 사고를 멈췄다. 왜냐면 아니니까. 자기가 아니라고 정했으니까.
그렇게 올리버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상을 부정하며, 혹시 모르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 계속해 그림자를 통제하려 애썼다.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소용없었지만.
“제 통제에 따르십시오······.”
올리버는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그림자를 보며, 처음 불타버린 자를 마주했을 때 느낀 무력감을 맛봤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거기에 절망감과 두려움, 분노, 억울함도 맛봤다. 노력해도 결코 피할 수 없는 부조리한 상황에.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모습을······. 아.
올리버는 속으로 탄성을 냈다.
다급한 상황 탓에 멀린이 근처에 있다는 걸 이제야 떠올린 것.
그 멀린이 바다 괴물에게 당할 리 없을 테니, 필시 이 모습을 보고 있을 터.
생각이 거기 미치자 올리버는 궁금해졌다.
멀린이 이 광경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또, 그 생각은 그에게 어떠한 행동을 강요할지.
생각하기 무섭게 갑자기 하늘에서 방대한 마력과 복잡한 술식이 느껴졌다.
과거에 한 번 경험해 본 적 있는 이질적인 힘.
올리버는 하늘을 보았고, 자신이 느낀 감각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듯 하늘 높이 자라 네버랜드를 잡아먹던 그림자가 그림처럼 멈춰 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림자 너머, 저 하늘 높이 멀린이 보였다.
열 개의 책을 허공에 펼쳐 공간 채 그림자를 붙잡은 멀린이.
사람이 점처럼 보일 정도로 거리가 떨어져 있었으나, 올리버는 멀린이 하는 말을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실례하지.”
“····부탁드립니다.”
올리버가 대답과 동시에 그림자 대신 오른팔에 신경을 집중해 무분별하게 퍼지는 백염(白炎)을 꺼트렸다.
이제는 방해만 될 터이니.
다행히 오른팔은 올리버의 뜻에 따라주었다.
움찔.
불타버린 오른팔을 진정시키려는 그 찰나 올리버는 불길한 감각을 느꼈다.
멀린의 힘에 묶인 그림자가 아주 조금씩 움직인 것.
놀랍게도 불타버린 자의 화염을 견뎌내듯, 올리버의 그림자는 공간째 구속하는 멀린의 힘에도 저항하기 시작한 거였다.
전부는 아니나 일부 몇 가닥이 점차 움찔거렸고, 이윽고 느리게나마 육체의 자유를 되찾아 멀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딱.
그 모습을 지켜본 멀린은 그 자리에 서서 손가락을 튕겼고.
그 소리에 맞춰 공간과 공간에 포함되어 있던 올리버의 그림자, 칠성장어 아가리로 변한 네버랜드가 유리처럼 산산이 부서져 허공에 가루가 돼 흩어졌다.
그림자의 힘이 크게 깎여나갔고, 칠성장어의 아가리로 변한 네버랜드는 충격의 여파가 몸 전체에 퍼져 허공에서 바스라지 듯 사라졌다.
올리버는 안도했다. 비록, 그 감정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남은 올리버의 그림자가 요동치기 시작했지만.
방해받아 분노한 그림자는 다시 한번 멀린을 향해 그 손을 뻗었으나, 멀린이 펼친 책 중 하나에서 번쩍이는 번개가 내리쳐 그림자를 요격.
백염(白炎)도 버틴 그림자는 연기를 뿜으며 그 기세가 움츠러들었다.
힘이 확실히 약해진 거였다.
‘그런데 왜 내 통제는 따르지 않는 거지?’
통제에서 벗어난 자기 그림자를 보며 올리버가 생각했다.
큰 위기를 벗어났지만, 그렇다 해도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대로는 소모전만 지속할 뿐.
올리버가 그림자를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데이브!!”
올리버가 바닥을 내려다보며 어떻게든 그림자를 통제하고자 애쓰던 중 하늘 위에서 누군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들자 제인이 보였다. 하늘 위에서 뛰어내린 제인이.
“데이브!!”
다시 한번 올리버를 부르는 제인.
‘안 돼.’
올리버는 속으로 말했다.
힘이 크게 깎여나가고, 네버랜드까지 사라진 지금 그림자는 새로운 양분을 찾았다.
불길한 생각은 빗나가지 않았고, 멀린의 힘에 기세가 꺾인 그림자는 목표를 바꿔 제인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 순간 올리버는 시간이 멈추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의 시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 듯.
그림자는 제인을 삼키기 위해 사방에서 천천히 뻗어나갔으며, 제인은 그 광경을 정면에서 봄에도 올리버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떨어졌다.
목숨을 건 각오를 빛내며.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 그림자와 제인의 거리는 점차 좁혀졌고, 올리버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그림자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제인이 먹히고 말 거라는 걸.
자신의 두 번째 친구가.
“······내 명에 따르십시오!!”
***
뇌를 거치지 않고 본능적으로 뛰어나온 말.
그 말이 나오자 올리버의 시간은 다시 세상과 같이 흐르기 시작했고.
갈라지고 뒤틀린 바다는 평온을 되찾으며, 하늘 위에 맺혀 있던 먹구름도 사라졌다.
먹구름이 사라지자 하늘 위에서 햇볕이 내리쬈고, 그 햇볕은 올리버와 제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은 거 같습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제인이 눈물을 흘린 채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