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86화 (586/633)

586. 모든 걸 삼키는 괴물 (1)

웬디 호가 안개를 빠져나오자 처음으로 반겨준 것은 바다 위로 우뚝 솟은 산이었다.

정확히는 산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팔로, 가만 살펴보니 팔에는 옥색으로 빛나는 비석 같은 비늘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바람 한 점 통하기 힘들 정도로.

마치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광경.

하지만 그보다 더 비현실적인 것은 그 거대한 크기였다.

해수면을 시작으로 하늘까지 닿는 그 거대하고 압도적인 크기.

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히는 그것은, 신화 속 용사조차 주춤거리게 할 만한 것이었다.

그 증거로 제멋대로 부는 바람과 거친 해류, 수많은 크리처에도 굴하지 않고 키를 잡던 후크는 하던 말을 마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숨마저 쉬는 걸 까먹었고,

호전적인 크리처들 마저 전의가 꺾이며 입을 벌린 채 고개를 쳐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일순간 사고를 멈춘 것.

유일하게 올리버만이 정신을 놓지 않았다.

갈로스에서 이미 한번 본 경험과 머릿속에서 울리는 이명, 뒤이어 들린 환청 덕분이었다.

‘레비아탄. 후려쳐.’

눈앞에서 제인이 납치당한 그날의 기억.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환청이 들리자, 산인 줄 알았던 바다 괴물의 팔이 움찔거리더니, 이윽고 웬디 호를 덮쳐왔다.

공기가 부서지고, 으깨지며, 찢어지는 소리가 바다 한가운데 퍼지며, 옥색으로 빛나던 바다 괴물의 팔이 해수면 위로 떨어졌다.

━━━━콱과과과과과하하하하하하하핫!!!!!

대지가 갈라지듯 바다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바다 괴물의 팔이 웬디 호를 직격하지 않고 옆으로 빗겨나갔다는 것인데, 이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 번째는, 처음 올리버를 공격했을 때처럼 바다 괴물의 팔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거였다.

누군가의 조종이라도 받듯 바다 괴물의 팔은 부자연스럽고, 느리며, 부정확했고,

올리버는 그 빈틈을 노려 대량의 감정을 추출해 웬디 호에 흑마법 블레스(Bless)을 걸어 배 자체를 움직여 공격을 회피했다.

비록, 완벽하진 않았지만.

쿠후후후후후후후후후훙!!!!

강력한 힘에 의해 두 개로 쪼개진 바다가 다시 합쳐지자, 해일과 같은 높은 파도가 쳤고, 웬디 호는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 위로 튕겨 나가 거꾸로 뒤집힌 채 바다 위로 추락했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물방울과 함께 선원 중 일부가 바다 위로 떨어지며, 퍼스트와 세컨드는 각각 피와 신체 변형을 이용해 웬디 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애썼다.

올리버만이 블레스(Bless)를 이용해 웬디 호를 지키려고 하였으나, 그만 몸이 붕 뜨고 말았다.

그때, 뒤늦게 후크가 정신을 차리며 레이피어를 뽑아 웬디 호에 명을 내렸다.

“붙잡아라!”

그러자 웬디 호에 있는 수많은 밧줄이 뱀처럼 움직여 후크와 울리버를 붙잡아 갑판에 고정해줬다.

후크가 외쳤다.

“제가 잡을 테니 신경 쓰지 마시고 하던 거 하십시오!!”

배의 선장이 객(客)에게 통제권을 넘겨주겠다고 선언.

그 말에 웬디 호가 반응한 건지, 아니면, 올리버의 거리낌이 사라진 것인지, 올리버는 아까 전보다 더욱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해 웬디 호, 그 자체를 움직였다.

놀랍게도 거대한 파도에 튕겨 바다 위로 추락 중이던 웬디 호는 일순간 허공에서 멈추더니, 거꾸로 몸을 돌려 요동치는 파도 위에 안착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보살펴주듯.

후크는 방금 본인이 겪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올리버를 바라봤다.

보통의 흑마법과 어딘가 궤를 달리하는 흑마법.

그러나 후크는 뭔지 구태여 묻지 않았다.

다사다난한 유년 시절과 넓은 바다를 통해 후크는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게 얼마나 많은지 이미 알았기에.

그래서 억지로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받아들이는 게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당장 눈앞에 더 급한 사안이 있었고.

“오, 신이시여······.”

방금 웬디 호와 함께 수장될 뻔한 후크는 신을 찾았다. 해적이 된 이후부터 단 한 번도 찾지 않은 신을.

후크도 양심은 있었으니.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후크는 저도 모르게 다시 신을 찾고 말았다.

시야가 닿는 수평선 전체에서 허연 물거품을 일으키며 무엇인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단순하지만 거대한 움직임에 해류가 뒤엉키고, 작은 섬이 무너지는 등, 바다가 요동쳤다.

당연히 백여 명의 선원을 태운 거대한 웬디 호도 조각배처럼 흔들거렸다.

망망대해 위에서는 웬디 호든 조각배든 별 차이가 없다는 듯.

그 거대함에 모두가 얼이 빠졌을 때 퍼스트가 소리쳤다.

“땅이라도 솟아나냐?!!”

이에 후크가 답했다.

“비슷한 겁니다.”

“비슷!?”

“예, 바다 괴물······. 땅처럼 거대하거든요.”

‘바다 괴물.’

올리버가 그 이름을 되뇌자마자, 솟구쳐 오른 바닷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고, 그 틈새 사이로 바다 괴물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모습이 드러났다는 건 어폐가 있을지도.

바다 괴물이 수면 위로 드러낸 건 신체의 극히 일부, 눈과 머리 윗부분에 불과했으니.

“어어······어······.”

“아······. 으으······.”

“그으············윽.”

허나, 그것만으로 웬디 호의 선원들과 퍼스트, 세컨드를 경악시키긴 충분했다.

눈과 머리 윗부분만 해도 거대한 섬을 연상시킬 정도로 컸기에.

농담이 아니라 바다 괴물의 몸 전체는 작은 대륙과 맞먹을지도 몰랐다.

“저걸 팬 님이 만들었다고요?”

“예······. 어째 더 커진 것 같네요.”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리던 후크가 올리버의 물음에 힘겹게 답했다. 그는 갈고리 팔이 아픈지 품에 꼭 끌어안았다.

부릅!!

섬만 한 머리를 가진 바다 괴물이 눈을 부릅뜨며 웬디 호를 노려봤다.

눈알 하나조차 웬디 호보다 거대했기에, 바라보는 대상은 그 눈을 보는 것만으로 정신력이 깎여나갔다.

무슨 특수한 힘은 아니었다.

그저 높은 곳에서 공포를 느끼듯, 생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그런 공포였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설명할 필요도 없는 근본적이고 압도적인 공포.

그 공포는 사람인 후크도, 인공생명체인 크리처도 예외가 아니었다.

모두의 몸이 돌처럼 굳으려 했다.

올리버가 말을 하기 전까진.

“다들 정신 차리세요.”

보이지 않는 공포라는 손에 몸을 붙잡힌 후크와 크리처들이 올리버의 그 한마디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 모습에 놀란 건 바다 괴물도 마찬가지였는지 파충류 특유의 세로 동공이 좁아졌다.

‘아니, 정확히는 바다 괴물을 조종하는 크리처가 놀란 건가?’

올리버는 바다 괴물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는 불타버린 자의 기운과 어딘가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를 보며, 후크에게 도망쳐야 한다고 소리쳤다.

도망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는 의문이었으나, 후크는 별말 하지 않은 채 키를 붙잡아 배를 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올리버는 프타스 어시스턴트(Ptah's Assistant)와 블랙 슈트를 합쳐 거대한 검은 손을 만들었다.

그리곤 방금 지나쳐 온 안개에 추출을 사용해 막대한 원념과 생에 대한 집착을 손안에 넣었다.

검은 손은 거대한 크기만큼 놀라운 출력을 발휘해 대량의 감정을 추출했고, 올리버는 그 대량의 감정을 손에 쥐곤, 바다 괴물 바라봤다.

저 거대한 크리처의 작은 움직임조차 위협적으로 다가왔기에.

그런 올리버의 생각에 보답하는 바다 괴물이 움직였다.

해수면 위로 솟구친 눈알과 머리 윗부분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은 것.

콰와아아앙!!

비교적 얌전히 들어갔음에도, 그 거대한 크기와 무게 탓에 허연 물보라가 일며 비산한 바닷물이 비처럼 떨어지고, 거대한 파도가 쳤다.

그 파도를 보며 후크가 소리쳤다.

“꽉 잡으십시오!!”

올리버는 선장이 시키는 대로 검은 손으로 배를 붙잡았고, 퍼스트와 세컨드는 올리버를 껴안았다.

“······.”

“왜? 뭐?”

올리버가 말없이 바라보자 퍼스트가 그리 말했고, 곧이어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 웬디 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우지지직! 우지지직!

거대한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 웬디 호가 비명을 질렀다.

“괜찮은 거 맞습니까?”

피부로 느껴지는 웬디 호의 진동에 올리버가 묻자, 후크가 소리치며 답했다.

“이 정도는 버틸만합니다!! 최소한 바다 괴물을 상대하는 것보단!!”

후크는 진심이었다. 아무리 거친 파도라 해도 바다 괴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나마 이게 낫습니다! ······다행히, 아직도 팬이 바다 괴물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예?”

“바다 괴물······. 레이비탄! 팬이 만든 건 맞지만 팬이 통제하는 크리처는 아닙니다! 다시 활동을 시작해 걱정했는데, 역시나 아직 통제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후크가 진심으로 안도했다.

바다 괴물은 팬이 만든 괴물 중에서도 괴물이었다. 술사도 통제하지 못하는.

그렇기에 여기서 마주칠 것을 예상도 못 했고, 예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마주치면 절망뿐인 데다, 마주칠 걸 안다고 해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

다행히 팬은 아직 그 괴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그냥 보내줄 리가 없었다.

후크가 그 기쁜 사실을 올리버에게 공유했다.

정작, 올리버는 초 치는 소리를 했지만.

“바다 괴물 씨는 저희를 놓아주실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

팬의 보물을 훔치고 도망치던 중 레이비탄에 한쪽 손을 잃은 후크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올리버가 무슨 말인지 추가 설명을 채 하기도 전에 후크는 올리버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정면에서 거대한 용오름이 일어나, 물기둥을 여덟 개 생성했다. 그 물기둥이 웬디 호를 노렸다.

명백히 악의를 가진 공격.

거대한 물기둥은 한 대만 스쳐도 웬디 호를 박살 낼 수준이었고, 올리버는 아까 전 안개에서 추출한 감정을 모조리 사용해 흑마법을 발동했다.

[인면망(人面蠎)]

창조계열 흑마법으로, 올리버는 안개가 머금고 있던 대량의 원념과 생에 대한 집착을 이용해 여성의 얼굴에 뱀의 몸뚱이를 한 크리처를 다수 만들었다.

올리버는 사용한 감정을 뒤틀어 크리처로 하여금 날아오는 물기둥을 요격하고, 웬디 호 대신 맞게 했다.

파바바바박!!

그러나 그런 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대한 물기둥은 원념으로 만든 올리버의 크리처를 가볍게 찢어버릴 뿐이었다.

퐈화화화화황!!

크리처의 희생으로 얻은 성과라고는 간신히 궤도만 틀었다는 것뿐으로, 웬디 호는 간신히 직격을 면할 수 있었다.

대신, 빗나간 물기둥은 웬디 호가 탄 거대한 파도를 붕괴시켜, 웬디 호를 다시 공중에 띄워버렸다.

[블레스(Bless)]

올리버는 이번에도 블레스를 사용해 배 자체를 조종. 바다 위에 안착하려 했다.

올리버는 웬디 호가 해수면에 닿자 후크와 힘을 합쳐 최대 속도로 도망쳐볼까 했으나,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바닷속으로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기더니 웬디 호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흡사, 물을 가득 채운 욕조의 마개를 뺀 듯.

그 소용돌이 중심에는 바다 괴물이 거대한 눈을 내밀고 있었다.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처음부터 이것을 노린 거였다.

위험에 대비해서든, 재미를 위해서든. 혹시 모를 도주에 대비해서든.

소용돌이에 들어간 올리버는 후크와 힘을 합쳐 빠져나가 보려 애썼으나, 거대한 바다의 흐름을 이길 수 없는지 웬디 호는 점점 소용돌이 중심으로 끌려갈 뿐이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일지도.

그때, 소용돌이 중심부에 있는 바다 괴물이 고개를 쳐들며 그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입과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빨.

아르망에게서 들은 대로, 바다 괴물의 아가리는 몹시도 흉흉하고 거대했다. 왜 모든 것을 삼키는 괴물이란 이명(異名)이 붙었는지 알 것 같았다.

‘째깍째깍. 세상 끝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는 그 순간 시계가 움직인다. 땅에서 검은 태양이 뜨고, 서쪽 바다에 모든 걸 삼키는 괴물이 태동하며, 거짓된 문지기에게서 열쇠를 가져오며, 방황하는 아이는 소년이 된다.’

올리버는 인육 요리사의 금고에서 얻은 서적 사이에 끼어 있던 종이의 문구를 떠올렸다.

세상 끝에 생긴 거대한 구멍.

‘얼음의 땅.’

땅에서 뜨는 검은 태양.

‘인육 요리사.’

서쪽 바다에서 태동하는 모든 걸 삼키는 괴물.

‘바다 괴물.’

올리버는 끔찍이도 부정하고 싶은 우연을 연속해 마주했다.

그것이 몹시도 싫었다. 마치, 이 우연이 우연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해.

엎친 데 덮친 격인지, 올리버의 그림자가 요동치고, 불타버린 오른팔은 욱신거려 왔다.

마치, 자신들을 쓰라는 듯.

그러는 사이 웬디 호와 바다 괴물은 더욱 가까워졌다. 당장이라도 닿을 듯.

올리버가 서글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무섭네요.”

올리버는 품 안에서 막대기를 꺼냈다.

멀린에게서 받은 조난용 불꽃신호기로, 올리버는 왼손의 악력만으로 막대기를 부쉈고, 그러자 불꽃신호기 안에 저장된 방대한 마력이 섬세한 술식과 같이 분출됐다.

올리버를 중심으로 허공에 복잡한 술식이 수놓아지며 찬란한 마력이 거대한 구 형태로 확장해, 거친 소용돌이와 섬조차 씹어 삼킬 바다 괴물의 아가리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곽!!!

바다 괴물이 갑작스러운 마력에 반응. 소용돌이와 거대한 아가리를 이용해 부수려 했다.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아가리가 마력구를 씹었고, 소용돌이는 송곳처럼 솟아올라 마력구를 사방에서 찔러댔다.

수많은 술식이 뒤엉킨 마력구는 잠시 멈칫하며 수축했으나, 이윽고 폭발하듯 강렬한 마력광을 번뜩였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육안도, 흑마법사의 눈도 한순간 멀게 만든 마력광.

올리버가 눈을 뜨자 어느새 소용돌이는 사라졌고, 대신 바닷물로 이뤄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력광이 번뜩이면서 바닷물이 하늘 위로 비산해 떨어지는 것으로, 그 빗속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멀린이었다.

“나 보고 싶었나?”

농담조로 말을 건네는 멀린.

올리버는 그런 멀린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예······. 죄송하지만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올리버는 빈 시티로 떠나기 전 한 부탁을 다시 꺼냈다.

자기 대신 바다 괴물과 싸워달라는.

지금 생각해도 무리한 부탁이었으나, 당사자인 멀린은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어서 가.”

부탁한 일에 비해 너무나도 심심한 반응이었으나, 올리버와 멀린 둘에겐 그거면 충분했다.

올리버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후크에게 웬디 호를 움직여달라고 부탁했다.

그 모습을 본 바다 괴물이 올리버를 추격하려 하였으나, 그때, 파르르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울리며 방대한 마력이 하늘을 덮고, 바다가 두 개로 나뉘었다.

힘이 아닌 누군가의 명을 받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바다 괴물이 바다 밖으로 나왔다.

당황해 멈칫하는 바다 괴물. 그 바다 괴물 앞으로 멀린이 다가왔다.

“너 나랑 놀자. 도롱뇽 새끼야.”

멀린이 턱을 시작으로 머리까지 손을 쓸어 올렸다.

손이 지나가자 패인 주름은 사라지고, 머리 역시 새로이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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