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84화 (584/633)

584. 웬디 (3)

“생각하신 대로입니다. 망각의 해가 망각의 해로 불린 건 대략 30년 전입니다. 그리고 그때쯤 네버랜드가 만들어졌죠.”

흥미로운 이야기에 올리버가 해도(海圖)에서 눈을 떼 후크를 바라봤다.

팬의 근거지인 네버랜드가 30년 전 세워졌다니. 어쩌면 꽤 유용한 정보일지도 몰랐다.

허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후크가 이에 관해 잘 알고 있다는 점.

올리버가 이에 관해 묻기도 전 후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참고로, 30년 전 팬이 네버랜드를 만들 때 저도 거기 있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아이와 섬을 재료로 팬은 자신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었죠······. 웬디 호는 그걸 흉내 낸 겁니다.”

올리버는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했다.

웬디 호는 거대한 범선과 셀 수 없이 많은 감정과 생명력, 마력, 거기에 술사인 후크의 기억과 애정, 의지가 합쳐져 재창조된 크리처.

그 말은 즉, 네버랜드 역시 근본적으로는 웬디 호와 똑같다는 거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규모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거죠.”

후크가 갈고리로 3, 40년 전 제작된 해도(海圖)의 정중앙을 가리켰다.

그곳엔 여러 개의 섬에 둘러싸인 커다란 섬이 하나 있었다.

섬에는 연합 왕국의 식민 도시라는 표시는 있었으나, 도시의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

“이 섬이 네버랜드(Neverland)일 겁니다.”

후크가 추측과 확신을 빛냈다.

“확실히 배에 비해서는 크네요······. 그런데 어떻게 확신하시는 거죠? 네버랜드의 위치는 대략적으로 아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이 외의 섬은 모조리 수색해 봤거든요. 소거법에 따라 남은 곳은 여기 하나뿐입니다.”

후크가 확신을 가지며 망각의 해 중앙을 다시 갈고리로 톡톡 두들겼다.

올리버가 감탄했다.

“오······. 대단하시네요. 이 넓은 곳을 일일이 수색했다니요.”

“시간만 충분하면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겸손이 아닌 진심이었으나, 올리버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수색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닐뿐더러, 또, 망각의 해는 위험한 곳이지 않습니까?”

“저는 경우가 다릅니다.”

“예?”

“망각의 해는 위험한 건 맞지만, 또 제겐 그렇게 위험하진 않거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음······. 뭐랄까? 최근에 문득 든 생각인데, 어째 팬이 저만큼은 죽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뭐죠?”

“제가 안 죽고 살아있으니까요.”

후크가 단호히 말했다.

“제가 네버랜드에서 도망쳐 자립하는 데 거의 10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후 20년은 네버랜드를 찾는 데 썼죠. 헌데 아직까지 살아있습니다.”

“후크 선장님 실력 덕분 아닐까요?”

“웬디 호가 강한 건 인정합니다. 어지간한 군함은 한 번에 10척 20척이 와도 자신 있고, 종군마법사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후크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저었다.

“허나, 그렇다 해도 무적은 아닙니다. 망각의 해에 있는 크리처의 규모라면, 절 제압하기엔 충분하죠. 그런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한 번도요?”

“위험한 적이 몇 번 있긴 했으나 그 이상을 넘긴 적은 없습니다. 20년 가까이 이러고 있는데 말이죠. 절 봐주고 있는 게 아니면 말이 안 되죠.”

후크의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곧이어 확신은 의문을 낳았다.

“20년 동안 자신을 쫓는데 봐주다니······. 데이브 씨께서는 혹시 아시겠습니까? 팬이 절 죽이지 않고 놔두는 이유요?”

올리버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후크의 감정을 살펴봤다.

그의 진지하고, 비통한 감정을 빛냈다.

“음······. 글쎄요. 개인적인 추측은 있으나, 확실한 건 아닙니다.”

“판단은 제가 할 테니, 말씀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몹시도 정중한 태도. 그만큼 후크에게 중요한 사실인 듯했다.

올리버는 자신을 도와주는 후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입을 열었다.

“일종의 조건이 아닐까 합니다.”

“조건이요?”

“예, 저도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규칙을 부여해 흑마법의 위력을 배가시키는 방법이 있거든요. 가령, 낚시 아귀 같은 거요.”

“뭔지 압니다. 대상을 속여 원래보다 더 강력한 흑마법을 내는 팬의 기술이죠.”

팬을 아는 후크는 바로 알아들었다.

“그럼, 데이브 씨 말씀은 제가 그 조건 중 하나라는 겁니까?”

“예, 정확히는 네버랜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제 생각에는요······. 후크 씨가 말씀하시길 네버랜드는 아이들을 위한 꿈의 섬인 거 같던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초콜릿 금화가 곳곳에 묻혀있고, 요정이 살며, 인어가 노래하고, 유니콘이 뛰놀며, 매일 홍인과 전쟁놀이를 할 수 있는 꿈과 모험의 섬이죠······. 최소한 겉보기에는요.”

“그만한 섬을 유지하려면 단순히 재료가 많은 것만으로는 부족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종의 조건을 부여해 섬을 유지한 거죠. 가령, 아이들의 섬이니, 아이들과 반대되는 어른이 계속 찾는다는 조건 같은걸요.”

애매하기 그지없는 설명. 그러나 올리버는 오히려 확신을 가졌다.

흑마법은 그림과 같아 어떤 식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의외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성능을 발휘하는 흑마법 아이템도 그 일례.

거기다 아무리 크리처라 해도 이토록 거대하고 섬세한 흑마법을 장기간 유지 시키기 위해서는 장치가 필요했다.

아니, 오히려 크리처라 더더욱 필요할 터였다.

아무런 장치도 하지 않으면 그 거대한 크리처는 술사의 통제를 벗어나려 할 테니.

올리버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지, 설명을 들은 후크는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군요.”

“확실한 건 아닙니다.”

“아뇨, 저도 충분히 생각하고 말한 겁니다.”

진심.

“생각해 보면 제가 네버랜드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부터가 말이 안 되거든요. 아무리 네버랜드가 불안정한 초창기 상태에, 벨이 도와줬다지만 이상합니다.”

벨이란 단어에 후크의 품 안에서 요정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전 제가 네버랜드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게 벨과 기적 덕분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팬이 일부러 놓아준 걸지도 모르겠군요. 네버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요.”

후크는 올리버의 추측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올리버 역시 이쪽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네버랜드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던 당시 상황과 그 타이밍을 이용한 후크의 탈출, 이후, 계속해 네버랜드를 찾음에도 후크를 내버려 둔 정황 등. 그 외에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다만, 올리버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었다.

어떻게 팬은 후크가 계속해 네버랜드를 찾을지 확신했냐는 거였다.

그렇지 않은가?

후크가 네버랜드를 떠난 삼십 년 중, 십 년은 자신의 배를 얻는 데 쓰고, 나머지 이십 년은 망각의 해를 드나들며 탐색하는 데 썼다.

이는 올리버가 생각해도 엄청난 일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처음 십 년에서 제풀에 지쳐 포기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게 보통이니까.

그런데 후크는 아직까지 네버랜드를 찾고 있었다.

흑마법사로든, 해적으로든 대성해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 수 있는 그가.

올리버는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것도 몹시.

“후크 선장님······.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사항이지만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죠.”

“네버랜드를 계속해 찾으시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단순한 개인적 욕망 탓은 아닌 듯한데요.”

올리버는 후크와의 협상 도중 그가 빛낸 감정을 떠올렸다. 타인에 의해 발현된 이타적인 욕망.

질문을 들은 후크는 침묵했다.

“아······. 제가 무신경하게 굴었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정보를 모으고 싶은 욕심에. 말씀하시기 곤란하시다면-”

“-부탁받았습니다.”

올리버의 말을 후크가 끊었다.

“부탁이요?”

“예, 웬디에게 부탁받았습니다.”

네버랜드의 웬디, 후크의 웬디 호, 거기에 또다시 나온 웬디.

올리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대체 그 웬디라는 게 뭐죠?”

후크도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는지 입을 열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선장님! 망각의 해에 진입합니다!”

웬디 호에 귀속된 후크의 선원이 유창하게 보고했다. 그와 함께 멋대로 부는 바람과 해류가 웬디 호를 뒤흔들었다.

망각의 해의 특성. 후크는 바로 키를 잡으며 대화를 종결시켰다.

“이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죠.”

“예, 좋습니다. 어차피 저도 준비해야 하니까요.”

올리버는 그리 말함과 동시에 먹보주머니를 꺼내 송장인형-바토리와 듀란스를 꺼내, 각각 차일드-퍼스트와 세컨드를 집어넣었다.

차일드가 들어가자 생명을 얻으며 움직이는 바토리와 듀란스.

올리버는 그 안에 들어간 차일드에게 말했다.

“배 호위 부탁드립니다.”

“좋아.”

“아아······.”

차일드들은 제각기 몸을 풀며 답했다.

***

“여기서부터는 식인귀와 인면조(人面鳥)가 동시 공격합니다!”

망각의 해에 들어선 지 언 몇 시간.

바람과 해류가 멋대로 휘몰아치는 섬과 섬 사이를 지나며 후크가 소리쳤다.

그의 말대로 허름한 민가가 세워진 작은 섬에서는 괴상한 가면을 쓴 식인귀가 갑자기 튀어나와 이쪽을 향해 투창과 화살을 쏘아댔고,

반대편 섬에서는 새의 몸뚱이에 여성의 얼굴, 벌레의 날개를 한 인면조(人面鳥)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웬디 호를 위에서 아래로 노렸다.

꺄아아아아아악!!

측면과 하늘 위에서 이뤄지는 공격.

꽤나 위협적인 포지션이었는지만, 올리버는 미리 준비한 감정을 추출해 웬디 호를 뒤덮는 거대한 장막을 만들어 날아오는 투사체와 인면조를 모조리 막아냈다.

타다닥!

멈칫.

검은빛 장막에 튕겨 나가는 화살과 투창. 멈추는 인면조.

바로, 그 타이밍에 맞춰 올리버가 불렀다.

“퍼스트, 세컨드.”

올리버의 부름에 맞춰 검은빛 장막이 사라졌고, 송장인형-바토리와 듀란스가 움직였다.

먼저 움직인 것은 바토리에 들어간 퍼스트로.

퍼스트는 붉은 피로 만든 박쥐 날개를 등에 둘러 단숨에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혈복도(血蝠刀)]

바토리가 날개를 휘두르자 대량의 혈액이 박쥐로 변해 하늘 위에 있는 인면조 수십 마리를 대부분 베어냈다.

크고 날카로운 정육칼로 고깃덩어리를 단숨에 내리친 것과 비슷.

퍼스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피를 이용해 거대한 낫을 만들어 남아있는 인면조들을 단숨에 베어내 바다 아래로 추락시켰다.

“캬하하하하하하핫!!”

뒤이어 송장인형-듀란스에 들어간 세컨드도 움직였다.

세컨드는 듀란스의 특기인 신체 조작을 이용, 한쪽 팔을 저격총과 기관총의 복합 형태로 바꾸더니 대량의 납탄을 쏘아댔다.

세컨드가 급료로 사서 읽은 총기 서적을 참고한 듯했는데, 독서가 힘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송장인형-듀란스는 지금까지와 확연히 다른 화력을 선보였다.

퍼버버버벙-!

납탄은 식인귀들의 몸을 꿰뚫다 못해 터트려버렸으며,

대부분 탄환이 식인귀에게 적중했고,

수백 마리의 식인귀가 쏘는 투사체를 압도해버렸다.

위력, 적중률, 연사율. 모든 부분에서 송장인형-듀란스는 식인귀 떼를 압살했다. 거기다-

“우가! 우가! 우가!”

“우가차차! 우가차!!”

“우가각! 우가각!!”

동료를 방패 삼아 도항을 시도, 거리를 좁힌 식인귀들에게 재빠르게 몸 안에 숨긴 소드 오프 샷건을 겨눠 쏴 그들을 떨궈버렸다.

퇑━! 퇑━!

단 두 구의 송장인형이 수백 마리의 크리처를 제압했다.

그러는 사이 후크와 그 선원들도 자기 일을 했다.

후크의 선원들은 혹시 모를 또 다른 크리처를 감시하며 배를 돛을 움직이고, 노를 저어 웬디 호의 속도를 최대로 유지했고,

후크는 해류와 바람에 흔들리는 웬디 호를 안정시키며, 정면으로 다가오는 물고기 인간들을 상대했다.

“맛있게 구워주지.”

후크가 키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철컥.

후크가 버튼을 누르자 웬디 호 정면 하단에 구멍이 열리며, 그 사이로 밀도가 느껴지는 강렬한 불이 뿜어져 나와 다가오는 물고기 인간들을 그대로 구워버렸다.

전방에 갑자기 생긴 거대한 화염의 파도.

웬디 호는 그 화염의 파도를 홍해처럼 가로질러 식인귀와 인면조가 있는 섬 사이를 빠져나왔다.

“함정의 섬을 이로써 빠져나왔습니다. 덕분에 빨리 갈 수 있겠군요.”

후크는 하늘 위에서 내려와 착지한 바토리와 수백 마리의 식인귀를 막아낸 듀란스, 올리버를 보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게, 함정의 섬은 지름길이긴 하나 험한 지형과 사나운 해류, 수많은 크리처로 인해 일부러 가지 않은 항로였으니.

그런데, 올리버와 퍼스트, 세컨드 덕분에 지날 수 있었다.

엄청난 시간을 아낀 셈.

“이제 이대로 쭉 가면 망각의 해 중심부에 다다를 겁니다.”

“음······.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죠.”

“후크 선장님께선 소거법에 따라 네버랜드가 있는 섬을 알아내셨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하셨잖습니까?”

“예.”

“제가 아주 타이밍 좋게 방문한 겁니까?”

올리버는 아주 합리적인 의문을 제시했다.

후크가 말하길 본인은 지난 20년 동안 망각의 해를 수색해 전부 직접 방문했다고 하였다.

딱 하나 네버랜드로 추정되는 망각의 해 정중앙에 있는 섬을 제외하고 말이다.

딱 하나만 남은 후보. 올리버는 왜 진작에 방문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올리버가 오기 전 방문할 수 있었을 텐데.

이에 후크가 앞을 가리켰다.

“제가 저기를 넘지 못해 그렇습니다.”

올리버는 후크의 손가락을 따라 앞을 봤다.

그곳에는 자욱한 안개가 있었다. 정확히는 원귀와 같은 짙은 원한과 집착, 원망, 질투가 뒤섞인 안개가.

“······보통 안개가 아니군요.”

수백, 수천, 어쩌면 수만 명에 달하는 감정을 보며 올리버가 말했다.

그 압도적인 규모는 크리처인 웬디 호의 선원들과 차일드 마저 움찔거릴 정도였다.

“망각의 해 중심부를 두른 안개이자, 네버랜드로 가지 못하게 막는 방벽입니다. 네버랜드로 추정되는 섬을 찾았음에도 가지 못한 건 제가 저기를 넘지 못해서죠. 일직선으로 가도 어느새 밖으로 나오거든요.”

“공간 술식 같은 겁니까?”

“아뇨, 짙은 안개가 모든 시야와 방향감각을 마비시켜 바깥으로 내보내는 겁니다.”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눈을 떠 저 앞에 있는 안개를 살펴봤다.

확실히 공간 술식은 없었다.

그저 이곳 망각의 해에 좌초돼 죽은 사람들의 억울함과 원망, 생에 대한 집착만 있을 뿐.

저 정도 농도의 감정이면 육안이든, 흑마법사의 눈이든 소용없을 듯했다.

‘그래도 조금 노력하면 될지도?’

올리버가 그리 생각하며 후크에게 물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신 거면 지나가는 방법은 알고 계신 거겠죠?”

“이론적으로는요.”

후크가 웬 나침반을 꺼냈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나침반이었으나, 뚜껑을 열자 곧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나침반에는 조개처럼 작은 눈알이 다닥다닥 박혀있고, 바늘 대신 손가락이 있었다.

“마음의 나침반. 보다시피 흑마법 아이템이죠. 저 안개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입니다.”

“그게 네버랜드로 가는 방향을 알려주나요?”

“정확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물건이죠.”

“아······. 그런데 왜 안개를 넘지 못하셨죠?”

올리버가 묻자 어느새 웬디 호는 안개에 들어섰다.

일부 강력한 감정이 주변의 안개를 뭉쳐 유령의 형상을 이뤘다.

고오오오오오.

후크가 말했다.

“왜냐면 전 이 나침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거든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침반 가운데 달린 손가락이 갑자기 핑그르르르 제자리에서 돌기 시작했다.

짙은 안개 탓에 몇 걸음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침반만큼은 또렷이 보였다.

휙!

후크가 대뜸 나침반을 올리버에게 던졌다.

올리버는 나침반을 잡아챘다.

“그래서 제가 데이브 씨를 안내해드린 겁니다. 친구분을 떠올리십시오. 잡념이 없는 순수한 진심이라면 나침반이 반응할 겁니다.”

올리버는 후크가 시키는 대로 나침반을 든 채 제인을 떠올렸다.

잠시 후, 방향을 잃은 듯 제자리에서 돌기만 하던 손가락이 멈추더니 좌측을 가리켰다.

“진심이군요. 저와 다르게.”

나침반을 확인한 후크가 담담히 감탄하며 키를 움직였다. 웬디 호가 끼익 울며 방향을 틀었다.

“후크 님은 진심이 아니었다는 겁니까?”

후크의 감정을 본 올리버가 물었다. 후크 역시 네버랜드를 찾는 데 진심이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하긴, 제가 네버랜드를 찾는 건 그냥 웬디의 부탁 때문이었으니까요.”

“웬디가 누구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대화. 후크가 답했다.

“제게 처음 자장가를 불러준 소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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