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 후크 선장 (4)
배와 거의 1대1 크기를 자랑하는 거포(巨砲).
그 거포가 내뿜는 화력에 올리버는 균형을 잃으며, 바다 위로 떨어졌다.
첨벙!
바다에 빠진 올리버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바닷물이 생각보다 많이 짜다는 거였고.
두 번째는 후크가 꽤 특이한 방식의 흑마법을 쓴다는 거였다.
부글부글부글부글.
특기인 창조계열 흑마법으로 선원을 만들고, 배를 강화한 건 줄 알았건만 아니었다.
후크는 배에 창조계열 흑마법을 덧씌우는 걸 넘어, 배 자체를 재료 삼아 아예 새로운 배를 재창조한 거였다.
두 개로 쩍 갈라진 갑판과 물리적으로 실을 수 없는 크기의 거포(巨砲)가 그 증거.
고작 덧씌우는 것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즉, 요약하자면 지금 저 바다 위에 있는 건 단순한 배가 아닌, 거대한 크리처. 더 나아가 후크의 작은 세상이라 해도 무방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있는 잠자는 숲과 같은.
비록, 그 규모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으나, 바다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도움이 필요하겠어.’
물속에 있는 올리버가 판단했다. 최소한 발판은 있어야 했으니.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올리버의 눈에 녹색 물고기 하나가 들어왔다.
올리버는 자기를 보자마자 도망치는 물고기를 향해 타겟팅을 사용해 끌어당겨 붙잡았다.
‘이거로는······. 부족하겠어.’
물고기를 살펴본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그리 판단하며, 품 안에서 시험관을 하나 꺼냈다.
시험관에는 붉은 색깔의 살점이 들어 있었다.
다름 아닌 백조 교단의 왕자 후보가 소환한 소환수의 살점으로, 연구를 위해 챙긴 것인데.
올리버는 그저 직감에 의존해 시험관을 열어 안에 든 살점을 물고기에게 먹인 후, 창조계열 흑마법을 발동했다.
[미믹-피쉬 맨(Mimic-Fish Man)]
***
살아있는 물고기.
소환체 살점.
팬의 크리처(물고기 인간)를 흉내 낸 창조계열 흑마법.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지자 놀라운 결과가 발생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라 확언하긴 어려웠으나, 살점을 먹은 물고기의 눈빛에 지성이 깃드는가 싶더니, 손과 발이 돋아나고, 골격이 뒤틀리며, 살점이 부글부글 끓어 이윽고 폭발하듯 성장한 것이다.
물고기를 베이스로 한 거인으로.
기이이이이이이이잉━━━!!
거대한 물기둥과 함께 나타난 물고기 거인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물갈퀴가 달린 양손으로 웬디 호를 붙잡았다.
그 여파로 균형을 잃고 요동치는 웬디 호.
거인의 머리 위에 올라탄 올리버는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후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배 정말 대단하네요.”
조금의 거짓도 없는 진심.
그러나 후크는 대꾸하지 않고 레이피어를 휘둘러 선원들에게 근엄하게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해치워라.”
명이 떨어지자마자 후크의 선원들은 요동치는 배 위에서 재빠르게 균형을 회복, 각각 화기(火器)를 겨눴다.
평범한 권총에서, 기관단총, 소총, 의수에 달린 핸드 캐논, 대포 등. 그 종류가 다양했는데.
당연히 해당 무기 역시 선원들과 같은 크리처였기에 비상식적인 위력을 발휘할 게 뻔했다.
올리버는 그 점을 고려해 물고기 거인에게 신호를 내렸다.
“부탁드립니다.”
기이이이이잉━!!
물고기 거인은 공기가 요동치는 초음파 같은 소리를 지르며 배를 붙잡은 팔 중 하나를 들어 좌에서 우로, 갑판 위를 훑듯이 후려쳤다.
콰과과광!!
단단한 비늘을 두른 거대한 팔로 후려치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갑판 위 대다수 선원이 바다 위로 떨어졌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위력적인 물리력.
물고기 거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팔을 번쩍 들어 붉은 제복을 입은 후크를 내리치려 하였는데.
휘릭!
갑판 바닥과 돛대, 기둥, 배 측면 등 웬디 호 곳곳에 있는 밧줄이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여 이를 방해했다.
기이이잉······.
손목과 팔, 어깨, 목, 얼굴 등. 몸 곳곳이 밧줄에 묶인 물고기 거인이 불만 가득한 울음을 내며 발버둥 쳤다.
보통의 밧줄이라면 진작에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크리처의 일부인 밧줄은 끊어지긴커녕 더더욱 강하게 물고기 거인을 옭아맸다.
쾅! 쾅! 쾅!
뒤이어 울리는 대포 소리.
후크가 배의 측면에 달린 대포를 이용해 물고기 거인의 복부를 강타한 거였다.
다행히 물고기 거인의 단단한 비늘을 뚫지 못해 치명상을 주진 못했지만, 엄청난 통증을 선사해줬고.
이에 단단히 화가 난 물고기 거인은 생각을 바꿔 배 자체를 뒤집으려 했다.
한쪽으로 기우는 웬디 호. 그때였다.
웬디 호의 선수(船首) 부분을 이루는 판자들이 퍼즐처럼 해체돼 열리더니, 그 사이로 거대한 집게 팔이 튀어나와 물고기 거인을 찔렀다.
푸욱!!
갸아아아앙!!
엄청난 통증에 물고기 거인은 비명을 질렀고, 허공에는 물보라와 물고기 거인의 비늘, 핏방울이 흩날렸다.
갸갸갸각!
물고기 거인을 찌르며 웬디 호의 선수에서 거대한 소라 게가 나와 알 수 없는 울음소리를 냈다.
강렬한 통증에도 불구 물고기 거인은 소라 게를 향해 고함을 질러 위협했고, 소라게 역시 고함을 지르며 맞서 싸웠다.
기이이이이이이이잉━━━!!
갸갸갸갸갸갸갸갸갸갸각!
거대한 두 괴수의 고함이 공명하자 파도가 요동치며, 물갈퀴와 집게 팔이 교차 됐다.
끼이이이잉!!
물고기 거인의 비명만이 울려 퍼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고기 거인의 손톱은 날카롭고, 비늘 역시 대포를 견딜 만큼 단단하였으나, 상대는 소라게.
물고기 거인의 손톱으로는 그 두꺼운 껍데기를 뚫을 수 없었고, 그 육중한 집게 팔을 막을 수도 없었다.
한 마디로 불리한 상성.
그러는 와중 웬디 호의 밧줄은 아까 전보다 더욱 조여들어 왔으며, 소라게의 거미 같은 다리가 양옆으로 물고기 거인을 끌어당겨 더욱 압박했다.
늘어나는 상처, 커지는 출혈량, 수세에 몰리는 전황.
시간이 지날수록 물고기 거인의 패색이 짙어져 가던 중-
-꽝!
살이 떨리다 못해 뼈가 떨리는 굉음이 울렸다.
흡사, 거대한 쇠막대기와 쇠막대기를 부딪치는 듯한 소리.
그 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쿼터스태프에 블랙 아머와 블랙 슈트를 둘러 만든 망치로, 소라게의 다리를 박살 내는 소리였다.
“실례하겠습니다.”
타켓팅으로 물고기 거인에 붙은 올리버가 한쪽 손만으로 해머를 번쩍 들며 말했다.
━━━!!
치켜든 해머가 소라게의 다리를 강타하자 다시 한번 뼈가 떨리는 굉음이 터지며 소라게의 다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절대 부러지지 않는 쿼터스태프에 몇 겹씩 두른 블랙아머와 슈트, 인육 요리사에게서 얻은 괴력이 합친 결과물로,
올리버는 물고기 거인을 발판 삼아 물고기 거인을 찌르고, 자르려 하는 집게 손도 후려쳤다.
━━━━!!
━━━!!
허공에 퍼지는 두 개의 충격파.
그러나 다리보다 몇 배는 두꺼운 집게 손은 박살 나는 대신 금이 가고, 껍데기 일부가 부서지는 선에서 멈췄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연이어지는 고통에 소라게가 움츠러들었기 때문.
후크는 물고기 거인의 완력도 버티는 밧줄을 조종해 올리버를 묶으려 했다.
머리 위, 발아래, 정면, 좌우. 말 그대로 사방에서 덮쳐오는 밧줄들.
올리버는 이에 맞서 허리에 찬 핏빛 단검을 꺼내 크게 휘둘렀다.
촤악━!
올리버가 핏빛 단검을 휘두르자 사방에서 덮쳐오던 밧줄은 물론 물고기 거인을 묶은 밧줄까지 모조리 잘려 나갔다.
“······!!”
눈을 번쩍 뜨며 놀라는 후크. 허나, 진짜 충격은 밧줄이 잘린 단면 사이로 빠르게 질병이 퍼져나갔다는 거였다.
당황한 후크는 질병에 오염된 부분을 잘라버렸고, 자유의 몸을 되찾은 물고기 거인은 다시 한번 배를 잡더니 뒤집어 버리려 했다.
“나의 명에 따르라!!”
웬디 호가 허연 물보라를 일으키며 한쪽으로 기울자 후크는 레이피어로 갑판을 찌르며 외쳤다.
그 근엄한 목소리에 웬디 호의 통제권은 더더욱 공고해지며, 겁에 질려 숨어있던 소라게가 다시 밖으로 나와 금이 간 집게 손으로 물고기 거인의 양팔을 잡아 절단하려 했다.
올리버가 쿼터스태프에 두른 흑추(黑鎚)로 다시 한번 집게 손을 후려치려는 그때, 총성과 대포 소리가 울렸다.
물고기 거인의 공격에 휩쓸려 바다 위로 떨어진 선원들이 후크의 명에 따라 다시 갑판 위로 소환돼 올리버를 견제한 것.
흥미롭게도 바다 아래 추락했다 다시 소환된 선원들은 물고기와 갑각류, 조개류와 뒤섞인 생김새로 변했으며, 무기 역시 몸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변한 모습만큼이나 강해진 흑마법의 기운.
그중 일부는 아예 초인적인 몸놀림으로 소라게와 물고기 거인을 발판 삼아 접근전을 시도했다.
이에 올리버는 마력으로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다가오는 선원들을 모조리 휩쓸어 버린 다음, 얼음 마법으로 웬디 호를 얼린 뒤, 고화력의 마법과 흑마법을 사정없이 투사했다.
이에 웬디 호 자체가 열기를 내뿜어 얼음을 녹였고, 얼음에서 해방된 선원들은 칼로 불과 번개를 베고, 갑각류와 같은 껍질에 숨어 방어했다.
뒤엉키는 소라게와 물고기 거인.
선박을 얼린 후 불과 번개, 증오의 탄환을 난사하는 올리버.
열기를 뿜어 얼음을 녹이는 웬디 호와 총과 대포를 쏘고, 칼과 갈고리를 휘두르는 선원들.
그 격동적인 전투의 무대가 된 바다는 요동치며, 자연적인 파도를 압도하는 인위적인 파도가 생성돼 사방에 물보라를 흩뿌려댔다.
그로 인해 주변에 비가 오듯 물방울이 떨어지며, 안개가 생성됐는데.
그 격렬함에 영향을 받은 건지, 아니면 단순히 배가 고픈 건지 올리버의 그림자가 다시 한번 요동쳤다.
하긴, 그림자에겐 후크의 배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을 테니.
그 순간, 올리버의 머릿속에 잠시 잊었던 사실과 좋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올리버는 곧바로 그림자를 진정시키며 그 안에 넣어둔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조끼 형태로 가공된 먹보주머니로, 울창한 숲에서 노획한 아이템이었다.
아이템의 주인은 다름 아닌 폭탄상인.
퍼펫의 제자이자, 클로드의 동료, 시체폭탄을 파는 뒷세계 상인으로, 퍼펫에 의해 죽은 후, 그 시체와 아이템은 올리버가 주웠다.
이제 쓸 때가 된 것.
올리버가 조끼 형태의 먹보주머니를 들어 부탁했다.
“좀 도와주시겠어요?”
예의 바른 올리버의 부탁에 겁에 질린 먹보주머니는 주인이 아님에도 반응해 안에 든 내용물을 꺼내줬다.
수백 구에 달하는 시체폭탄으로, 먹보주머니는 거대한 아가리를 통해 계속해 시체폭탄을 꺼냈다.
올리버는 밖으로 나온 시체폭탄들에 통제력을 행사, 소라게의 집게 손과 선박 쪽으로 달려가게 했다.
“그어어어어어!”
막대한 생명력과 감정을 머금은 시체 폭탄은 올리버의 부탁대로 소라 게의 금이 간 집게 손에 들러붙어 자폭했다.
콰과광━━!!!
거대한 폭발에 금이 가 약해진 집게 손은 그대로 부서졌다.
집게 손에서 벗어난 물고기 거인은 복수심을 빛내며, 공격과 방어 수단을 잃은 소라게의 까만 눈을 잡아 터트려 뽑은 후, 좌우로 갈라진 아가리에 억지로 손을 넣어 벌렸다.
쩌······저저저적쩍!
아가리의 얇은 껍데기가 박살 나며 소라게의 단말마가 파도 소리에 잠겼다.
한쪽으로 기우는 웬디 호. 그렇게 끝이 나는 듯한 괴수들의 대결.
그 여세를 몰아 먹보주머니 조끼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시체폭탄이 물고기 거인을 타고, 웬디 호의 간판 위로 올라가 올리버를 견제하던 선원들을 붙잡으려 했다.
후크의 선원들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시체폭탄들을 쳐내 저항했으나, 시체폭탄은 숫자로 밀어붙여 선원들을 붙잡아 기어이 자폭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다이너마이트를 흩뿌린 듯한 폭발이 웬디 호 전체를 뒤덮었다.
저 멀리 있는 항구에서조차 진동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충격이 퍼졌고, 폭발로 인해 생긴 거대한 연기가 주변 일대를 뒤덮었다.
항구에서 올리버와 후크의 대결을 바라보던 수많은 빈 시티 사람들은 당연히 웬디 호가 산산이 조각나 그 형체도 남지 않으리라 생각하였는데, 그때, 짧고 선명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퉁-!
포경포의 총성으로, 기습적으로 울린 총성과 함께 연기를 꿰뚫으며 거대한 작살이 날아와 물고기 거인의 미간 사이를 정확히 적중시켰다.
밧줄과 소라게의 집게 손, 다리도 버틴 물고기 거인은 그 기습적이고 치명적인 한방에 뒤로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물고기 거인의 머리 위에 있던 올리버는 감정을 추출해 물고기 거인을 좀비로 재활용하려 했으나,
후크는 대포를 이어 붙인 개틀링 대포와 저격총처럼 생긴 대포 등을 꺼내 모든 화력을 투사, 올리버를 방해했다.
콰과과과과과광━━!!
수십 구의 포구에서 불을 뿜었고, 생명을 잃어 그 힘이 다한 물고기 거인의 몸에는 커다란 구멍이 숭숭숭 뚫렸다.
이젠 되살려도 써먹기 어려울 수준.
그렇게 올리버는 넝마나 다름없는 물고기 거인 위에서 유일한 발판인 웬디 호로 자리를 옮겼다.
놀랍게도 웬디 호는 수백 구의 시체폭탄의 폭발에도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웬디 호를 만드는 데 들인 막대한 재료와 이를 소화한 후크의 흑마법 실력, 크리처를 유지한 시간과 웬디 호에 대한 정성과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엄청난 크리처군요. 최소한 전투 불능에 빠트릴 줄 알았는데요.”
올리버가 감탄하며 말했다. 후크가 이번에는 무시하지 않고 대꾸했다.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거야.”
올리버는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웬디 호를 가득 채운 선원들이 어느새 전부 사라졌으니. 아마, 큰 피해를 입은 웬디 호의 유지를 위해 잠시 재료로 쓴 것일 터.
“그렇다 해도 대단한 건 대단한 겁니다.”
“너도 확실히 대단해. 바다 위에서 이렇게까지 몰려본 건 정말 오랜만이거든.”
진심.
“말해봐. 바다에서 몇 번이나 싸워봤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리버의 대답에 후크가 그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겉으로는.
“물고기 거인도 오늘 처음 만들어 본 겁니다. 특별한 재료의 도움을 받아······.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요.”
올리버가 후크의 감정을 읽고, 묻기도 전에 알려줬다.
그 모습에 후크가 웃음을 흘렸다.
“프흐흐흐흐······.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네. 넌 강해. 정말로. 하지만 그게 문제인 거 같아.”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너무 강한 탓인가? 제 실력을 제대로 안 발휘하는 것 같아.”
“······.”
“배려인지, 오만인지, 방심인지 알 순 없지만, 사실 상관없어. 이유가 뭐든 결국 같은 결과를 초래하거든.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하는······. 바로, 이렇게!!”
후크가 레이피어를 다시 한번 갑판에 박았다.
그러자 후크의 품속에 있던 요정이 나와 후크에게 붉은색 가루를 뿌리고는 요정 스스로 몸을 발화(發火)하더니 레이피어 위에 착지했다.
요정이 착지하자 레이피어가 꽂힌 지점을 시작으로 웬디 호 전체에 시뻘건 불이 번져나갔다.
[파이어쉽(Fireship)]
이름 그대로 화공선.
바다 위의 요새나 다름없었던, 웬디 호는 거대한 화염 그 자체가 돼 술사인 후크를 제외한 모든 것을 불살라버리려 했다.
이것이 수십 명의 종군마법사를 거느린 전함마저 침몰시킨 후크 선장의 비기.
강렬한 열기에 폭발로 인한 검은 연기가 날아가고, 대신 바닷물이 끓으며 생긴 수증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붉게 달군 쇳덩어리를 물속에 넣은 듯한 광경.
그 강렬한 열기 속에서 후크가 앞을 보았다.
“역시 너 정도로······응?”
뛰어난 실력의 올리버에게 감탄하면서도 실망한 후크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얼빠진 소리를 냈다.
분명, 재가 돼 사라졌을 줄로만 안 올리버가 옷만 불탄 채 멀쩡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불 속에서 말이다.
“어······. 당황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