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 후크 선장 (3)
폭발하는 홍차 잔.
늘어나는 레이피어.
갑자기 나타난 검은 손바닥.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올리버를 제외한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특히, 해적들이.
무리도 아니었다. 그 후크가 무릎 꿇었으니까.
단신으로 종군 마법사가 있는 전함마저 침몰시킨 그가.
이는 모두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란다에서 온 해결사 데이브가 보통이 아니라는 건 들었지만, 어차피 소문이란 부풀어지기 마련.
그렇기에 퍼펫과 대등하게 싸웠다는 소문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퍼펫은 분명 수백 년을 산 전설과 같은 존재였지만, 동시에 퍼펫을 죽였다는 사람이나, 대등하게 싸웠다는 사람 또한 한 세기에 몇 명씩 있었으니.
그러니 데이브도 그중 하나인 줄 알았다.
대단하지만 동시에 널리고 널린 강자.
그런데, 그런 자신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데이브는 후크의 기습을 제자리에서 가볍게 쳐낼 뿐 아니라, 알 수 없는 흑마법으로 후크를 무릎 꿇리기까지 했다.
이는 충격적이고, 좋지 못한 일이기도 했다.
바다 괴물의 등장으로 해적들의 입지가 좁아진 지금 상황에서 후크까지 외부인에게 우스운 꼴까지 당한다면 빈 시티에서 해적들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축소되고 말 터.
생각이 여기쯤 이르자 이 바닥에 오래 발붙인 해적들은 짜기라도 하듯 올리버에게 적대 어린 시선을 보냈다.
이왕 이리된 거, 그나마 유리한 지금 공격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네버랜드로 가려는 미친놈이자, 후크와도 이미 서로 적대했으니.
그런 생각이 해적들의 가슴 속에 싹트자, 올리버의 그림자가 요동치며, 그곳에서 다수의 송장인형이 튀어나왔다.
캬햐햐하하하!
딱! 딱! 딱!
끼릭. 끼릭. 끼릭.
딱! 따다다다닥! 딱! 따다다다닥!
***
후크의 누르자마자 올리버는 해적들의 술렁이는 감정을 보았고 지체없이 그림자 안에 숨겨둔 송장인형 스무 구를 꺼냈다.
그림자를 매개로 일정 수량의 물건을 저장하는 조작계열 흑마법인데, 발동하자마자 스무 구의 송장인형이 늪지대에서 올라오는 괴물처럼 튀어나왔다.
참고로 송장인형들은 빈 시티에 오기 전 란다에서 급하게 만든 송장인형으로, 빠른 생산과 사용을 위해 과거 사용한 송장인형-저격수와 넝마, 검사, 흑마법사, 마법사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해당 송장인형 모두 창조계열 흑마법 메모리 오브 블러드를 적용해 간단한 지시만 내려도 알아서 움직여줬다.
그 증거로 송장인형들은 스스로 포진을 짜 장내에 있는 해적들과 대치했다.
여러 개의 손과 총을 가진 송장인형-저격수들은 총구를 겨눴고,
몸 곳곳에 송곳과 나이프, 면도칼, 독을 숨긴 송장인형-넝마들은 사납게 딱! 딱! 이를 부딪쳤으며,
송장인형-마력사용자들은 각각 칼과 도끼, 해머를 치켜들며,
송장인형-마법사와 흑마법사는 여차하면 바로 술식을 발동하려 했다.
덕분에 올리버에게 적대감을 품으며 움직이려 했던 해적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송장인형 하나하나가 우습게 볼 수준은 아니라는 걸 알아본 것.
그 틈을 이용해 올리버는 자기 입장을 밝혔다.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여러분.”
후크를 짓누르고, 스무 구의 송장인형을 꺼내 해적들의 막아선 올리버가 평범하게 말했다.
그 어떠한 적의도 분노도 없이······. 그렇기에 더더욱 소름이 끼쳤다.
“다만, 먼저 공격하신 건 후크 선장님이며, 제가 흑마법을 사용한 건 방어를 위해서였다는 걸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전 여러분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정론. 그러나 잘못된 걸 알아도 인정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었다.
바로 지금이 그 순간. 해적 하나가 소리쳤다.
“애당초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한 건 그쪽 아니요? 말도 안 되는 억지나 부리고 말이야!! 어지간한 걸 말해야 이쪽도-”
“-쉿! ······딱! 딱!”
송장인형-넝마 중 하나가 여섯 개의 팔 중 하나를 입에 대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기괴한 모습에 해적마저 움찔했다.
“무리한 부탁인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그만큼 급해서요. 허나, 억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리버가 후크를 내려다봤다.
“왜냐면 후크 선장님은 네버랜드에 가기 싫은 게 아니니까요.”
모두 고개를 갸웃댔다. 네버랜드에 가기 싫은 게 아니라니?
“후크 선장님······. 네버랜드 찾고 계시죠?”
움찔.
후크가 올리버의 말에 반응했다. 정곡을 찔렸다는 뜻.
모두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그때, 후크가 웃음을 흘렸다.
“프흐흐흐흐······. 너 눈이 정말 좋구나?”
검은 손바닥의 압력을 거스른 후크가 억지로 고개만 들었다. 그의 목에는 흑마법 아이템 거짓말쟁이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감정을 숨기고 위장하는.
“예······. 정말 운이 좋게도 제가 눈이 좀 좋습니다.”
“그러니 네 길잡이 노릇이나 해라?”
후크가 불쾌함, 초조함, 불안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빛내는 동시에 기대라는 감정도 빛냈다.
올리버는 또 자기가 타인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건가 싶었다.
감정을 읽는 건 쉬웠지만, 왜 그런 감정을 빛내는지 유추하고, 어찌 대응할지는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서 올리버는 그냥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이것이 그나마 정답에 가까웠으니.
“아뇨. 그저 친구를 도와주러 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겁니다. 길잡이 노릇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친구란 단어에 사람들이 미간을 찌푸렸다.
영원한 아이 팬의 본거지로 가려는 이유가 고작 친구 하나 때문이라니. 동화 속 주인공도 아니고 장난하는 건가 싶었다.
현실에서는 먹히지도 않을 뻔한 거짓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말도 안 돼 진심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크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되물었다.
“······친구라고?”
“예. 팬 님께서 납치하셨거든요. 이름은 제인, 제가 두 번째 친구입니다. 누가 말씀하시길 지금 네버랜드의 웬디가 되어 있을 거라 하더군요.”
올리버는 그 순간 네버랜드의 웬디와 후크 선장의 웬디 호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추측해봤다.
네버랜드에서 탈출한 후크, 웬디라는 겹치는 단어. 단순한 우연이라 생각하긴 어려웠다.
이를 증명해주듯 웬디라는 단어를 듣자 후크의 감정은 살짝 요동쳤다.
“······혹시, 후크 선장님께서도-”
“-스미이이이!!”
올리버의 검은 손바닥에 짓눌려 무릎을 꿇은 후크가 대뜸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문밖에서 대기하던 온화한 인상의 노인은 문을 박차고 들어와 면도칼을 꺼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올리버와의 거리를 좁혔다.
타다다닥!
팔만 휘둘러도 올리버의 목을 벨 수 있는 거리.
그때, 올리버와 스미 사이에 거대한 검은 벽. 아니, 거대한 아가리가 생겨났다.
크리처를 먹는 올리버의 그림자가 그 거대한 입을 쩌억 벌린 것.
본능적으로 스미는 그림자의 특성을 꿰뚫어 본 건지 움찔거렸고, 그 틈을 이용해 올리버의 그림자는 오랜만에 식사하려 했다.
딱! 하고 그림자의 가지런한 치아가 스미를 씹어 삼키려는 찰나, 올리버가 소리쳤다.
“그림자.”
평소보다 아주 살짝 큰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에 먹성 좋은 그림자가 멈칫했고, 올리버는 그림자를 원래 상태로 되돌린 후, 충격파로 스미를 날려버리기만 했다.
이유는 후크가 애정을 들인 크리처였기 때문.
위잉!!
올리버가 그렇게 한눈을 판 사이 또 뭔가가 빠르게 날아왔다.
투명한 곤충 날개를 단 요정으로, 그 요정은 바늘로 올리버의 눈을 찌르려 했다.
탁.
비록, 올리버의 손에 붙잡혀 실패하고 말았지만.
부우우우웅-!!
날갯짓 소리로 화를 내는 요정.
올리버는 그 요정을 빤히 바라보며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숙녀분께선 팬 님의-”
쏴악!
올리버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적에 후크가 레이피어를 다시 늘려 올리버를 찌르려 했다.
아직 손바닥에 눌린 상태라, 조준이 어설퍼 그리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덕분에 올리버는 요정을 놓아주고 말았다.
바늘을 손에 꽉 쥔 요정은 뺨을 부풀린 채 올리버를 노려보더니 후크에게 날아가 자기 몸에 있는 가루를 뿌려줬다.
놀랍게도 가루를 맞은 후크의 육체는 비정상적으로 강화되더니, 이윽고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으아아아악!!”
아까까지 여유로웠던 태도와 대비되는 고함.
후크는 그 고함에 걸맞은 괴력을 발휘해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검은 손바닥을 힘으로 파훼했다.
그 여파로 사방으로 충격파가 날아갔다.
실로 대단한 힘. 허나, 그렇다 해도 후크는 손바닥에 벗어나는 데만 상당한 힘을 쓴 듯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올리버는 그런 후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절 도와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절 도와주시면 저도 후크 선장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정확한 건 아직 알 수 없었지만, 후크 역시 네버랜드에 소기의 목적이 있다는 걸 파악한 올리버가 제안했다.
후크의 목표는 단순한 물욕이나, 명예욕이 아닌, 오히려 타인에 의해 발현된 이타적인 욕망. 그렇기에 협상 가능성이 있었다.
제안을 들은 후크는 올리버와 주변의 송장인형, 스미를 없애지 않고 날려버린 정황을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나무꾼 데이브. 확실히 강하네, 새로운 손가락이라고 불릴만해.”
“잘못된 소문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팬에겐 안 돼.”
“바다 괴물 말씀입니까?”
올리버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확실히 갈로스에서 본 그 괴물이라면 이런 반응도 이해되긴 했다.
“그거라면 나름대로 준비해서 왔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밑도 끝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 후크가 고개를 저었다.
“꼭 바다 괴물만 위험한 건 아니지.”
후크는 바다 괴물의 위험과 힘을 인정하면서도, 올리버의 말을 부정했다.
그 말은 즉 바다 괴물보다 더 위험한 크리처가 있다는 것.
올리버가 그게 뭔지 묻자, 후크가 답했다.
“직접 확인해 봐.”
“예?”
올리버가 되묻자마자 후크는 어깨 위에 날개 달린 요정을 태우곤 회중시계를 꺼내 들었다.
일마리넨 공방에서 만든 공간이동 마법 아이템.
특정 좌표를 미리 설정해 놓으면 그곳으로 이동시켜주는 물건.
기세 좋게 말한 후크는 망설임 없이 회중시계를 달칵 눌렀고,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 모두 어리둥절해하는 그때, 출항 소리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뎅! 뎅! 뎅!
공간이동 아이템을 이용해 자기 배로 돌아간 후크가 출항한 것이다.
“유인하는 겁니다.”
창문을 통해 후크와 웬디 호를 살펴보는 올리버에게 잭이 조언해줬다.
“후크 씨는 해적. 당연히 육지에서보다 바다에서 더 강력하거든요.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저 배 때문이군요.”
올리버가 창조계열 흑마법을 전신에 두른 웬디 호를 살펴보며 말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봤다.
“······예, 보기에는 평범한 범선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종군마법사가 탄 전함을 혼자서 여섯 척이나 침몰시킨 빈 시티 최고의 해적선이죠.”
말하는 잭과 듣는 해적들의 감정 상태를 봤을 때 사실인듯했다.
“데이브 씨가 보신 대로 선원들 모두 크리처고, 배 역시 크리처입니다. 저 배 자체가 후크 씨 힘의 근원이라 할 수 있죠. 바다 위야말로 후크 씨의 영토······. 저 배에는-”
“-잠깐!”
누군가 잭의 말을 중간에 가로막았다.
배가 남산만큼 튀어나온 비대한 드루이드로 그는 침을 튀겨가며 소리쳤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예? 그게 무슨?”
“이런 이방인에게 후크의 능력을 알려주려 하다니······! 지금 장난- 끄아악?!?”
흥분한 드루이드가 잭의 멱살을 잡은 그때, 잭이 드루이드의 족발 같은 손목을 잡아 힘을 살짝 줬다.
그러자 드루이드의 팔목에서 우지직 소리가 울리며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약탈과 쾌락에 젖어 살이 쪘다고 하나 드루이드는 드루이드일진대, 잭은 별다른 힘을 쓰지 않고 그를 제압했다.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네요. 데이브 씨는 도시에 여러 도움을 주신 귀빈인지라. 거기다 바다는 후크 씨의 앞마당. 이 정도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뻔뻔하기 그지없는 주장이었지만, 아무도 거기에 따지지 못했다.
드루이드를 단숨에 제압한 잭의 비정상적인 괴력에 압도된 것.
아무래도 잭은 단순히 수완 하나만으로 시장직을 유지한 게 아닌 듯했다.
잭이 덧붙였다.
“무엇보다 절 부를 땐 시장님이라고 존경심을 가지고 말해주세요. 시민 여러분.”
비대한 드루이드는 손목이 부러질 것 같자 결국 고개를 끄덕였고, 잭은 그제야 놓아주었다.
고통에 신음하며 필사적으로 손목을 문지르는 드루이드. 그런 드루이드를 내려다보며 잭은 선거용 미소를 지은 채 구겨진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잭은 다시 올리버를 봤다.
“웬디 호의 능력은-”
“-괜찮습니다. 잭 씨. 생각해주시는 건 감사하나, 후크 선장님께서 테스트받을 기회를 주셨으니, 혼자 힘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올리버는 잭과 드루이드가 실랑이 벌인 사이 저 멀리 떨어진 후크의 감정을 봤다.
그는 진심으로 올리버를 테스트해보고 싶어 했다.
네버랜드로 안내해 줄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자기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인지.
“그것만으로 감사하니, 저도 거기에 응하고 싶네요.”
“······진심이군요.”
잭은 놀라면서도 납득해 버렸다. 일주일이란 시간은 올리버란 광인을 대충 이해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예.”
“그러시다면야······. 그런데 혼자 힘으로 저기까지 어떻게 가실 생각이죠?”
잭은 벌써 저 멀리 이동한 웬디 호를 가리켰다.
흑마법을 배 전체에 두른 웬디 호는 전설 속 유령선처럼 스스로 움직여 놀라운 기동력을 보였다.
일반적인 배로는 따라갈 수 없었고, 따라간다 해도 상대가 안 될 터였다. 뭐, 그 이전엔 올리버에겐 배도 선원도 없었지만.
그러나, 올리버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듯 품 안에서 조잡하기 그지없는 종이를 두 장 꺼냈다.
“그건 뭐죠?”
잭이 질문하자 올리버는 두 장의 종이 중 하나에 마력을 담아 창문 밖으로 날려 보냈다.
종이는 살아있는 새처럼 날아가 웬디 호 근처에 도착했고, 올리버는 그러자마자 남은 종이를 날려 그 안에 깃든 술식을 발동시켰다.
허공에 생긴 보라색 포털. 올리버는 그 포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팍!
저 멀리 이동한 웬디 호가 무색하게, 그 근방 상공에 올리버가 나타났다.
모두가 그 모습에 경악했다.
이 정도 성능의 스크롤은 좀처럼 보기 쉬운 게 아니었으니.
그러거나 말거나 순식간에 바다 위로 나타난 올리버는 대량의 감정을 추출해 타겟팅을 발동. 웬디 호 위로 이동하려 했다.
그때였다.
“대포 준비!”
포션을 마셔 체력을 회복한 후크가 레이피어를 지휘봉처럼 휘둘러 올리버를 겨눴다.
놀랍게도 갑판이 두 개로 쩍 갈라지는가 싶더니, 물리적으로 실을 수 없는 거대한 대포가 솟아올랐다.
저러럭. 저러럭. 철컥!
창조계열 흑마법으로 만든 대포.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만 나올 법한 그 거대한 대포는 배 전체에 축적한 대량의 감정을 모으더니 올리버를 향해 발사했다.
콰━━━━━━앙!!!
배가 요동치는 건 물론, 바다 표면에 충격파가 퍼질 정도로 강렬한 반동.
그 거대한 감정 덩어리가 올리버에게 날아왔고, 공중에 떠 부자연스러운 상태의 올리버는 블랙 실드를 전개해 날아오는 탄환을 비스듬히 막으려 했다.
“······!”
보통의 대포를 아득히 초월한 화력에 올리버의 블랙 실드가 산산이 조각났다.
다행히 올리버는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으나, 그 여파로 몸에 균형을 잃으며 웬디 호가 아닌 바다 위로 첨벙 추락했다.
의외다 싶었지만, 허공과 바다라는 익숙지 않은 환경을 고려하면 무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긴 침묵이 이어지고, 다들 허탈한 웃음을 짓는 그때, 거대한 물기둥이 용솟음치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 무언가란 다름 아닌 거대한 물고기 인간이었다.
기이이이이이이이잉━━━!!
물고기, 개구리, 사람을 뒤섞은 듯한 흉측한 생김새의 거인은 물갈퀴가 달린 날카로운 손으로 웬디 호를 순식간에 붙잡아 기괴한 소리를 질렀다.
그 물고기 거인의 머리 위에 올라탄 올리버가 후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배 정말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