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78화 (578/633)

578. 후크 선장 (2)

빈 시티의 성벽 안은 크게 여섯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졌다.

거인의 대가리 항구.

검은 작업장.

신용의 거리.

해산물 시장.

중앙광장 시장.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

각 구역은 도시의 생산, 유통, 거주지 등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그중 절반은 해적, 흑마법사, 밀수업자들의 근거지를 겸한다고 잭이 설명해줬다.

“그 이야긴 리산드로 씨에게 들었습니다. 대가리 항구는 해적분들이, 검은 작업장은 흑마법사분들이, 신용의 거리는 밀수업자분들이라고요. 공식적인 자치권을 준 건 아니나, 어지간한 건 알아서 하게 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오, 제대로 들으셨군요. 말 그대로 어지간한 건 그들에게 맡깁니다.”

“그런데 이유가 뭐죠?”

올리버가 물었다.

크라임 펌이나, 시의원, 마탑 등. 권한을 나누는 경우는 란다에도 더러 있었으나, 그건 탄생 때부터 연합체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

보통의 조직은 그 규모가 크건 작건 힘을 한점에 모으려고 했지, 나누려 하진 않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빈 시티를 세운 잭의 결정은 상당히 특이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에 잭이 답했다.

“그게 최선이라고 판단했거든요. 운 좋게 도시의 터를 닦긴 했지만, 도시를 유지하는 데는 여러 사람이 필요하죠. 그래서 사람들이 원하는 걸 줬습니다. 자유와 권리를요.”

올리버는 납득했다.

자유와 권리. 얼핏 별거 아닌 듯했으나, 이 단어가 가진 매력은 엄청났다.

압도적인 경제력을 지닌 란다조차 자기들을 경제도시라 부르는 대신 자유도시라 불렀으니.

잭이 손가락을 들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요컨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거인의 대가리 항구는 해적들의 입김이 세다는 겁니다. 시장인 제 말을 아예 무시하지 않겠지만, 저 역시 그들의 말을 무시할 순 없지요. 그분들은 이 도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니까요.”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적들은 약탈을 통해 식량, 생필품, 장물 등을 공급해주는 또 다른 생산자. 도시를 운영하는 잭 입장에서는 중요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니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후크 씨를 만나게 해드리는 것. 딱 거기까지예요. 이후부터는 데이브 씨께서 알아서 해주셔야 합니다. 이 점 양해해주세요.”

“물론입니다. 거기에 관해서는 이미 이야기 나눴으니. 오히려 이리 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만,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죠?”

“잭 씨가 말씀하시길 후크 선장님이 오려면 삼사일은 더 걸릴 거라 하셨는데, 어떻게 벌써 오신 거죠? 일찍 오셔서 기쁘긴 한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합리적인 의문이었다. 일정과 다르게 진행됐다는 건 변수가 생겼다는 거고, 변수는 보통 좋지 못할 확률이 더 컸다.

잭 역시 이 점을 이해했다.

“누가 저보다 먼저 후크에게 연락한 듯하네요.”

짐작이 간다는 목소리. 누구냐고 묻자 잭이 대답했다.

“같은 해적들이겠죠. 그분들은 정보 교환을 위해 서로 연락할 수 있는 통신장치를 가지고 다니니.”

올리버는 ‘오······.’하고 감탄했으나, 곧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당(黨)도 만들었으니, 그런 통신장치가 있는 건 자연스러운 거였다. 문제는 왜 후크를 불렀냐는 것.

이 대답 역시 가만 생각해 보면 어려운 게 아니었다.

“저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그게 아닐까 합니다. 갑자기 유명한 흑마법사가 나타나 흑마법사 조합과 교류하니······. 저쪽으로서는 긴장을 안 할 수 없죠.”

역시나. 잭이 부르기도 전에 해적들이 후크를 부른 것은 다름 아닌 올리버 때문이었다.

대뜸 나타나 도시 한복판에서 무력과 재산을 과시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청에 머물며 흑마법사 조합과 주기적인 만남을 가졌으니.

거기다 개인적 볼일 때문에 온 거라 말할 뿐, 구체적인 용건을 일제 설명하지 않은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데 한몫했으리라.

‘그렇다고 후크 선장님의 도움을 받아 네버랜드에 가려 한다고 일일이 설명하기도 뭣하고······. 음, 그래도 나쁘지 않나?’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올리버는 좋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오해에서 비롯됐긴 했으나, 뭐가 됐건 후크를 빨리 만날 수 있게 됐으니 마냥 나쁜 것 같지 않았다.

제인이 잘 버텨주리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여유를 부릴 순 없었다.

‘그래, 나쁘지 않네.’

그렇게 올리버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찰나 거인의 대가리 항구에 도착했다.

“전령꾼 말대로 후크 선장이 왔네요.”

잭이 저 멀리 있는 항구 한쪽을 가리켰다.

거신(巨神)의 해골 바위 근처로, 수많은 해적선이 있는 그곳엔 유독 눈에 띄는 배가 하나 있었다.

거대하고 화려한 붉은색 범선으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선수(船首)에 달린 한 소녀상이었다.

금발에 하늘색 드레스의 소녀상. 그 소녀상은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생동감이 넘쳤다.

“음······.”

배를 보며 침음성을 내는 올리버. 그런 올리버에게 잭이 설명했다.

“웬디 호입니다. 후크 씨의 배죠.”

“흐음······. 그렇군요. 저기로 가면 후크 선장님을 뵐 수 있습니까?”

“아뇨, 후크 씨는 해적 회당(會堂)에 있을 겁니다. 조금 더 가야죠.”

“해적 회당은 뭐죠?”

“호호. 해적당(海賊黨)이 모이는 곳이죠. 바로 저기.”

제3의 목소리와 손가락이 끼어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거신의 해골 바위가 있었다.

올리버는 그 거대한 바위를 잠시 바라보곤 바로 고개를 돌려 낯선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봤다. 인자한 생김새의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대에 비해 건장한 체격의 노인은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수면 모자와 안경, 줄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다.

잭이 노인을 아는지 인사했다.

“스미 씨 아니세요.”

“호호호. 안녕하십니까? 시장님. 이렇게 직접 뵈니 반갑습니다.”

쓰고 있던 수면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노인. 덕분에 그의 더벅머리가 밖으로 나왔다.

“예······. 저도 반가워요. 스미 씨.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시죠?”

“심부름을 나왔습니다.”

“무슨 심부름이죠?”

“여러분을 안내해드리는 거죠.”

***

후크 선장의 오른팔 스미.

노인은 자신을 그리 소개하며 올리버와 잭을 안내했다.

“시장님께서 바로 오실 거라며 선장님께서 절 여기로 보냈지요. 도통 연락을 안 주시는 분이 불렀다면서요. 호호, 똑똑하시죠?”

스미가 설명하길 후크는 잭의 먼저 연락을 준 사실 하나로 자신이 도착하면 직접 올 것을 예상했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후크 선장 역시 통찰력이 남다른 사람인 듯했다.

“안녕하신가. 친구들.”

길 안내를 하던 스미가 외길에 들어서자 넉살 좋게 인사했다.

그곳엔 해적들이 있었다.

시미터를 갈고 있는 해적.

핸드 캐논 의수를 단 해적.

송곳처럼 뾰족한 수염을 기른 해적.

비단옷과 금반지를 낀 해적.

도박하는 해적.

술 마시는 해적.

햇볕에 피부가 그을려 피부가 갈색인 해적.

피부가 검은 해적.

피부가 붉은 해적.

피부가 창백한 해적 등등.

해적 회당이라는 거신의 해골 바위 근처에는 말 그대로 수많은 해적이 있었다.

‘수만 많은 건 아니네.’

올리버가 주변을 관찰하며 판단했다.

거신의 해골이라는 거대한 바위 근처엔 요새라 할 정도로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지금 수많은 짐을 내리고 있는 기중기와 여차하면 바리케이드를 세울 수 있는 빽빽한 건물, 기관총과 대포 같은 방어 장비까지.

거의 해적들의 영토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웃통을 깐 거대한 덩치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쇼, 스미 영감. 이놈들은 누구요?”

해적은 올리버와 잭 그리고 잭의 수행원으로 따라온 도시경비대를 봤다.

도시경비대는 모두 중무장한 상태. 그 탓인지 해적들의 눈빛이 좋지 못했다.

“누구긴 누구야. 시장님이지.”

“시······장?”

엥? 이란 표정을 짓는 해적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들 역시 빈 시티 시장의 얼굴을 제대로 모르는 눈치였다.

그때였다.

“반갑습니다. 시민 여러분. 빈 시티의 영원한 일꾼. 시장 잭입니다.”

잭은 헤실헤실 웃으며 해적에게 인사했다.

시골 청년 같은 순박한 미소. 그러나 해적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았다.

“어······. 음······.”

잭이 시장이라는 사실을 알자,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에 물든 것.

‘왜지? 역시, 비정상적인 젊음 탓인가? 아니면 비정상적인 생명력?’

올리버가 의문을 가지는 사이 정신을 차린 해적이 말했다.

“흠! 흠! 아무리 시장이라도 여기는 우리 구역이요! 도시경비대는 들어올 수 없수다!”

빈 시티의 시민이자 해적은 도시의 치안을 책임지는 도시경비대의 방문을 불허했다.

말만 비공식이지, 사실상 이곳은 해적들의 자치구라고 말한 것.

그러나 잭은 이 사실에 어떠한 감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아, 실수했네요. 여기서 좀 대기해. 괜찮으시죠?”

잭은 도시경비대에게 명령하곤, 올리버의 의사를 물었다.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잭에게 바란 건 딱 자리만 만들어주는 거였으니.

그렇게 순식간에 이견을 조율하자 해적들은 어어 거리며 길을 터줬고, 올리버와 잭은 다시 스미의 안내를 받아 해적 회당이 있는 거신의 해골 바위 안으로 들어갔다.

“오······. 크네요.”

해골 바위 안으로 들어온 올리버가 압도적인 크기를 더욱 체감.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해적들이 이곳 빈 시티에 터를 잡은 이유 중 하나죠. 멋지잖아요.”

“정말 거신(巨神)의 유해인가요?”

올리버가 빈 시티의 탄생 소문에 대해 대뜸 질문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바위 내부의 구조 탓으로, 올리버가 알고 있는 뇌 구조와 비슷했다. 지나칠 정도로.

질문을 들은 잭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려는 찰나, 스미가 끼어들었다.

“호호. 도착했습니다.”

스미는 특유의 코웃음을 지으며 거대한 문을 열었다.

꾸우우우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열린 문. 그 사이로 몸에 금칠한 한 무리의 해적들이 서 있었다.

임의 격투장 고독(蠱毒)에서 본 해적도 있고, 못 본 해적도 있었는데, 공통점이라면 모두 상당한 수준의 초인이라는 점이었다.

몸이 터질 듯 비대한 드루이드.

아이템을 온몸에 떡칠한 거구의 흑인 마력사용자.

미녀 송장인형을 양옆에 거느린 여성 흑마법사.

전문 교육을 받은 듯 고강한 마력을 내뿜는 마법사 등등.

허나, 그중에서도 유독 올리버의 시선을 끄는 건 다름 아닌 한 손에 갈고리를 단 채, 홍차를 마시는 긴 곱슬머리의 해적이었다.

귀족풍의 붉은 깃털 모자와 제복을 입은 그는 다른 해적들과 달리 험상궂은 구석을 찾아볼 수 없는 미남으로, 이목구비가 무척이나 뚜렷했으며, 물망초처럼 푸르고 촉촉한 눈을 하고 있었다.

“저분이 후크 선장님이시군요.”

열린 문 사이로 서로를 살펴보는 그 짧은 시간 사이. 올리버가 붉은 제복을 입은 남성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또렷이 들렸고 덕분에 올리버는 모두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갑자기 찾아든 적막. 붉은 제복의 남성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제가 후크 선장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시장님.”

후크 선장은 깃털이 달린 모자를 들어, 우아한 몸짓으로 잭에게 인사했다.

앞서 본 해적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태도. 잭 역시 후크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후크 씨. 생각보다 일찍 와주셨군요.”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고, 또, 재밌는 소문이 들려서요.”

후크가 올리버를 바라봤다.

“······그런데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요. 대답해보세요. 데이브 씨. 어떻게 절 알아본 거죠?”

후크 역시 해적들에게 올리버의 소문을 들었는지, 단번에 올리버를 알아보았다.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나요?”

올리버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한번 확인했다. 후크가 답했다.

“예. 듣고 싶네요.”

“스미 씨를 비롯한 후크 선장님의 선원분들····. 정확히는 크리처들이 내뿜는 흑마법 기운이 후크 선장님에게서 비롯돼 알아봤습니다.”

그 말에 실내에 있던 이들이 모두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후크의 선원이 크리처라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었다.

“호······. 눈이 정말 좋군요. 말해주기 전까지 눈치채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는데. 흑마법사들이 쥐처럼 드글거리는 이 도시에서도 말입니다.”

“그만큼 잘 만드신 크리처니까요.”

올리버는 진심으로 말했다. 스미를 비롯한 잭의 선원들 모두 어지간한 흑마법사들은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정밀히 잘 만든 크리처였다.

뛰어난 흑마법 실력은 물론, 술사의 깊은 정성과 정확한 기억, 마음이 반영된 결과이리라.

“그런데 데이브 씨는 그걸 단번에 알아보셨고요.”

“제가 눈이 좋아서요. 부탁드릴 것이 있는데, 드려도 되겠습니까?”

올리버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 대화가 즐겁긴 했지만, 제인이 신경 쓰여.

다행히 이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들은 것과 다르군요. 전 데이브 씨가 시장님과 흑마법사와 작당해 이곳을 집어삼키러 온 건 줄 알았는데요.”

“그런 터무니 없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전 그저 후크 씨에게 부탁드릴 게 있어 이곳에 찾아온 것일 뿐입니다······. 도시에서 피치 못하게 소란을 피운 것과 흑마법사 조합 분들을 만난 건 그 과정에서 생긴 부수적인 일일 뿐입니다. 오해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후크가 갈고릴 손을 들었다. 빛에 반사돼 번쩍거렸다.

“제게 부탁할 게 뭐죠? 바다 건너 란다에서 온 해결사에게 제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후크 선장님만 하실 수 있는 일이거든요.”

“······.”

“네버랜드(Neverland)로 절 안내해주셨으면 합니다.”

***

“······푸하하하하하하핫!!”

“하하하하하하핫!!”

“크크큭! 크하하하핫!!”

“캬햐햐햐햐햫!!!”

올리버의 부탁하고 몇 초 후. 후크가 웃음을 터트렸고, 뒤이어 다른 해적들도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렇게 웃음은 도통 그치지 않고 계속해 울렸다.

허나, 비웃음의 당사자인 올리버는 전혀 개의치 않고 후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관찰하듯.

그러한 올리버의 시선 때문일까? 후크의 웃음소리는 어느새 잦아들었다.

“하하하······. 젠장, 진심이군요.”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디서 뭔 이야기를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절반만 정답입니다.”

“무슨 말씀인지요?”

“제가 네버랜드에서 온 것도 맞고, 대략적인 위치도 아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안내는 못 해주고, 안 해줄 겁니다.”

“못 해주는 이유는 뭐죠?”

“대략적으로 안다는 건 말 그대로 대략적으로 안다는 거니까요. 근처까지 갈 수는 있어도, 결코, 네버랜드까지는 가지 못합니다.”

“음·····. 그럼, 안 해주시는 이유는 뭐죠?”

후크를 바라보던 올리버는 그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다음 질문을 했다.

그게 거슬렸는지 후크는 눈썹을 꿈틀댔다.

“······제가 그곳에 가기 싫으니까요. 여기서 왕처럼 살 수 있는데, 제가 거길 왜 갑니까?”

해적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올리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버가 납득했다고 생각한 그때 올리버가 다시 물었다.

“진짜 안 해주시는 이유는 뭐죠?”

처음과 같은 진중한 태도. 그에 반해 후크의 비웃는 표정은 점차 굳어지더니, 냅다 홍차 잔을 집어 던졌다.

놀랍게도 홍차 잔 역시 크리처의 일종. 올리버는 놀라운 반사신경을 이용해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홍차 잔을 창문 밖으로 쳐냈다.

쨍그랑!

창문을 깨며 밖으로 나간 홍차 잔은 폭탄처럼 폭발하였고, 그 폭발에 모두의 이목이 쏠린 틈을 타 후크는 허리에 찬 레이피어를 빠르게 뽑아 올리버를 향해 내질렀다.

쏴악!

공기를 가르며 늘어나는 레이피어의 검날.

그 레이피어가 올리버의 눈을 관통하려는 찰나, 우지끈 소리와 함께 테이블과 의자가 으깨지며, 후크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후크의 머리 위에 감정 입자로 이뤄진 거대한 손바닥이 나타났다.

“아, 깜짝이야······. 놀랐습니다.”

한쪽 손을 든 올리버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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