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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574화 (574/633)

574. 빈 시티 (3)

“······공간 마법이 접목된 콩 나무를 만드신 분이니까요.”

“여기 주문한 술 나왔습니다.”

올리버가 말하자마자 주점 점원으로 보이는 소년이 무식하게 큰 술잔을 낑낑 들고 오며 말했다.

거대한 술잔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자 탁하는 소리가 울렸고, 이완은 입만을 이용해 그 술을 꼴깍꼴깍 마셨다.

“꺼억······. 맛대가리는 없지만, 독한 건 마음에 드네. 동의하지?”

“전 나름대로 맛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배가 고프면 뭐든지 맛있는 법이지······. 그건 그렇고 눈이 좋긴 좋네. 저게 콩 나무라는 걸 어떻게 알아본 거야?”

이완이 주점 창문을 통해 비친 콩 나무의 그루터기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시들시들 굳어버려서 바위처럼 보이는 데 말이야.”

“이완 님도 알아보시지 않습니까?”

“난 내 작품이니까 알아보는 거고. 자기 작품도 못 알아보는 장인이 어딨어?”

“약간 기운이 달라서요.”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눈을 통해 콩 나무 그루터기를 보며 말했다. 아주 미세 하나 흑마법 아이템 특유의 기운이 엿보였다.

“축복받은 눈이군. 그 눈으로 공간 마법 능력이 있는 건 줄 안 거야?”

“아뇨, 공간 마법은 한번 추측해 봤습니다.”

“추측?”

“예, 이완 님께서 말씀하신 적 있지 않습니까? 거인이 사는 하늘나라로 가보셨다고요.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빈 시티의 토대가 되어준 거인이 바로 거기 거인인 것 같거든요.”

“진짜 하늘나라로 간 걸 수도 있잖아?”

“그것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아무래도 아닐 것 같아서요. 비행선으로 하늘도 날아다니는 시대인데, 신문에서는 하늘 위에 사는 거인 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그건 비행선이 얼마 못 날아 그런 걸 수도 있잖아?”

“······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올리버가 잠깐 생각해보다 감탄했다.

인간이 하늘 위도 정복했다고 자화자찬하나 그 높이는 아직 한계가 있었으니, 아주 말도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제 생각엔 하늘나라보다는 공간마법을 이용해 거인이 사는 세계로 간 가능성이 커 보여서요. 뭣보다 감정을 보니 공간마법이 맞는 것 같고요.”

올리버가 이완의 감정을 꿰뚫어 보며 결론 냈다.

“허, 원래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이었나?”

“아뇨, 그냥 이제부터 머리를 쓰려고 노력해보려는 것뿐입니다······. 근데 어떻게 만드신 겁니까? 거인들이 사는 세계로 가는 콩 나무를요?”

“공간마법 중 하나인 소환마법을 거꾸로 적용하면 되지.”

단순하지만, 명확한 대답. 올리버는 조용히 감탄했다.

확실히 그럴듯했다. 다만, 그래도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다른 마법사분들은 그런 생각을 왜 안 해본 거죠?”

“불가능하니까.”

“예?”

“어쩌다 한두 명 정도 시도해 보긴 하지만 곧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거든. 깔끔하게 손 터는 거지. 그럼, 이젠 나는 왜 성공했는지 묻겠네?”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완이 답했다.

“아주 간단해. 내가 존나 운이 좋았거든.”

“······그게 운으로 가능한 건가요?”

올리버가 곰곰이 생각하다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운으로 가능한 영역은 아닌 듯했다.

그러나 이완의 태도는 확고했다.

“물론이지. 공을 던졌는데, 날아가던 비둘기가 맞을 수도 있고, 원숭이가 타자기를 두들기다 햄릿을 만들 수도 있는 게 세상이거든. 편견에 사로잡히지 마.”

그 말에 올리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확실히 가능성이 완전히 0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햄릿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올리버는 그리 생각에 빠지며 이완을 봤다. 그리고 묻고 싶었다.

결정적인 순간 캔트를 구해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준 것도 우연인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난 날아가다 공에 맞은 비둘기 같은 존재이니.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글쎄요?”

“190억분의 1의 사나이라는 거야. 타이밍이 무척 좋다는 뜻이지. 그러니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 너만 피곤해. 난 네가 호구라 뽑아 먹으려고 옆에 있다 보니 돕는 거뿐이야······. 지금은 후회 중이지만. 잭 녀석 이후 최고의 호구인 줄 알았는데.”

이완이 또 절그럭 쇠사슬 소리를 내며 불만을 표했다.

그 말에 올리버가 물었다.

“······잭은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왜?”

“생각해보니 만나기 전에 어떤 분인지 아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일리 있는 말인지 이완은 쇠사슬에 묶인 채 침음성을 냈다.

“음······. 글쎄? 콩 세 개랑 소를 바꾸는 멍텅구리? 실제로 동네에서 별명이 멍텅구리였고.”

“이완 님은 그런 분과 콩 세 개랑 소를 바꾸곤 자기를 천재적인 협상가라 소개하신 거군요?”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내가 너무 나쁜 놈인 거 같잖아? 사실, 잭 그 녀석-”

“-음?”

이완이 뭐라 말하려던 찰나 올리버가 고개를 바깥쪽으로 돌렸다.

“리산드로 씨께서 약속을 잘 지켜주신 듯하네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주점 밖에서 심상치 않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다수의 인원이 빠르게 주점을 포위하고 있는 것.

곧이어 주점 내 사람들 역시 그 인기척을 느끼곤 불안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잠시 후,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양쪽에 흑마법사와 마력 사용자, 화기로 무장한 이들을 거느린 70대 노인이 들어왔다.

그의 가슴팍에는 [시장]이라는 문구가 박힌 순금 배지를 달려 있었다.

“반갑습니다······. 시민 여러분.”

***

“시장?”

“시장이라고? 잭 시장?”

“맞는 거 같은데?”

“어머, 나 처음 봐.”

갑작스러운 상황에 굳어 있던 주점 내 손님 중 일부가 웅성거렸다.

어째 말하는 투로 봤을 때, 여기 사람들도 잭의 얼굴은 제대로 모르는 듯했다.

그건 란다에서 살아온 올리버에게 약간 의문이었다.

란다 시(市)를 통치하는 최상계층인 시의원만 하더라도, 다들 장기 집권하고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투표를 통해 선출된 터라 란다 시민 대부분이 그 얼굴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빈 시티의 시장은 란다랑 그 개념이 조금 다른가?’

올리버가 그러한 의문을 품던 중 주점 주인이 잭 시장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시, 시장님? 여, 여긴 어쩐 일로?”

주점 주인조차 시장의 얼굴을 제대로 모르는지 얼굴보다는 주변에 대동한 무장 병력, 가슴팍에 달린 순금 배지를 보며 질문했다.

손을 비비며 비위를 맞추는 주인의 태도로 볼 때 시장의 위세가 대단해 보였다.

잭 역시 그런 위세를 아는 듯 예의 바른 말투와 별개로 주인장에게 눈길 한번 안 주며 가게를 둘러볼 뿐이었다.

“여기 손님 중-”

잭이 중간에 말을 멈췄다. 손을 든 올리버를 발견한 것.

그는 데려온 부하들을 제자리에 두곤 혼자서 이쪽으로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이방인 여러분. 빈 시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시장인 멍텅구리 잭입니다.”

잭은 스스로 우스꽝스러운 별명까지 덧붙이며 자기를 소개했다.

도시의 장(將)치고는 아주 겸허한 태도. 올리버도 예를 갖추기 위해 선물 받은 회색 망토를 벗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잭 시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데이브라고 합니다.”

데이브란 단어에 잭 시장의 눈은 빠르게 올리버를 훑어봤다.

“백발이 약간 섞인 흑발, 붕대를 두른 오른팔, 삐쩍 마른 얼굴과 몸, 뭣보다 쿼터스태프······. 란다의 해결사 나무꾼 데이브 님입니까?”

잭은 중얼거리더니 단숨에 올리버의 정체를 꿰뚫어 보았다.

“예, 맞습니다.”

올리버는 인정했고, 그러자 장내에 있는 사람 중 몇몇이 웅성거렸다.

“란다의 해결사 데이브?”

“수백 명의 드루이드를 살해하고, 전리품으로 그 가죽을 벗긴?”

“교활한 계책을 쓰는 그 어둠의 책략가?”

“매일 홍등가를 드나드는 그?”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소문에 이완은 작게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물론, 그중 무시할 수 없는 소문도 있었다.

“퍼펫과 일대일로 맞서 싸워 새로운 손가락이 됐다 하던데······.”

“백조 교단의 왕자 후보와도 싸웠다 하고······.”

설마, 란다에서 꽤 떨어진 이곳에도 올리버의 소문이 퍼져 있을 줄이야.

하지만, 불쾌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최소한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 소문이 도움이 될 터였기에.

올리버는 시장이 반응을 보일 때까지 기다렸고, 시장은 웅성거림이 가라앉을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다행히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곧 주점 내 사람들은 이쪽을 응시하며 모두 입을 다물었다.

적막이 가득 메운 주점 안.

잭은 올리버 맞은편에 앉은 이완의 후드를 슬쩍 벗겨 얼굴을 확인했다.

“어? 저 얼굴······?”

주점 주인이 자기 가게 벽면에 칼로 꽃인 현상 수배서를 봤다.

거기에는 이완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주점 내 손님들도 주인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몸값이 20억, 40억 하는 사람을 실물로 보긴 어려울 테니.

“오랜만이네요. 콩 장수 아저씨.”

“거의 60년 만이군. 잭. 그동안 잘 지냈어?”

70대는 되어 보이는 잭이 4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이완에게 존댓말 하며 아저씨라 불렀다. 뭔가 이상했지만, 잭은 사람들이 그걸 인지하기도 전에 품 안에서 주머니를 꺼내 주점 주인을 불렀다.

“주인장.”

“예, 시장님.”

“이 가게, 오늘 내가 좀 빌리지. 여기.”

시장이 테이블 위에 꺼낸 주머니를 내린 후 슬쩍 끈을 풀었다.

그러자 불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금화가 좌르륵 쏟아져 내렸다.

금화라니. 꽤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주점 빌리는 비용은 물론, 지금 손님들 음식값으로도 모자라지 않을 테지. 괜찮겠나?”

주인장은 당연히 괜찮다며 고개를 주억거린 뒤 손님들에게 나가 달라 부탁했다.

손님들 역시 주인장과 반응이 다르지 않아, 먹고 있던 음식이나, 술을 챙겨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 와중에 이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 나가려고 했으나, 잭이 어깨를 잡아 도로 앉혔다.

“아까비.”

금의 힘으로 순식간에 비워진 주점. 잭이 올리버에게 물었다.

“합석 좀 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잭 시장님. 그리고 그냥 데이브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님 자가 붙을 사람이 아니라서요.”

“그럼, 데이브 씨도 그냥 잭이라고 불러주세요. 데이브 씨 소문은 들어, 저도 님 자 소리 듣기는 겁나는군요.”

잭은 올리버의 대화 흐름에 맞춰 제안했고, 결국,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기로 했다.

“······잭 씨께서는 란다 사정을 잘 아시는 것 같군요.”

“성실한 시민분들이 제게 거기 소식을 알려줘서요······. 거기다 데이브 씨 소문은 란다 외에서도 퍼지고 있습니다.”

올리버는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과장된 부분이 있습니다.”

“살이 덧붙여졌을지언정, 이야기 자체는 거짓이 아니라는 거군요.”

잭은 멍텅구리란 별명이 왜 붙은 건지 의아할 정도로 뛰어난 통찰력과 판단력을 보였다. 란다의 여러 사업가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당연한 건가? 이 빈 시티의 시장을 맡고 있다면 멍텅구리일 수 없잖아?’

새삼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 그때, 잭이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이거 난감합니다. 그려.”

“예?”

“리산드로가 말하길 이완을 잡은 사람이 여기 있을 거라고 해 일단 왔는데, 정말 여기 떡하니 있으니까요.”

“잡은 건 아니지만, 좋은 거 아닌가요?”

“좋죠. 너무 좋죠. 이 인간 잡겠다고 매년 현상금을 올렸는데. 다만, 현상금이나 주고 건네받으려고 했건만, 그게 안 될 것 같아 난감하네요.”

정답. 잭은 놀랍게도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뭐죠?”

“보통 사람한테야 20, 40억이 큰돈이지,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찾은 분껜 그리 큰돈은 아닐 테니까요. 최소한 이런 땅끝 도시에 직접 올 만한 액수는 아니죠. 그래서 난감하다는 겁니다. 뭘 원해서 이리 직접 온 건지요?”

모든 것을 정확히 파악한 잭의 안목에 올리버는 속으로 감탄과 감사를 표했다. 덕분에 이야기가 빨리 진행할 수 있었다.

올리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가락을 두 개 폈다.

“원하는 게 두 개 있습니다.”

“들은 것과 달리 이야기 진행이 빠르군요. 좋습니다.”

“첫 번째, 후크 선장님을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처음부터 상상 이상이네요. 후크 씨는 왜요?”

“그분께 길 안내를 부탁드리고 싶거든요. 네버랜드(Never Land)로 갈 길요.”

“영원한 아이 팬이 사는 네버랜드(Never Land)?”

“예,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거기 제 친구가 납치돼 있거든요.”

“······그래서요?”

“? 가서 데려오려고요.”

“······?? 진심입니까? 고작, 친구 그거 하나 때문에 검은손 중 하나가 있는 네버랜드로 가겠다고요?”

“예. 친구니까요.”

그 말에 잭을 따라온 부하들은 미간을 모으고, 한쪽 눈을 찌푸리는 등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상식적으로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까.

허나, 잭만큼은 올리버가 말한 말의 무게를 이해한 듯했다.

“······솔직히 제가 생각한 이유랑 다르네요. 두 번째는 뭡니까?”

“이완 님과 화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올리버가 지체없이 말했고, 잭이 이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완이 제게 뭔 짓을 했는지 모르시는가 보군요.”

“들었습니다. 불량품인 콩 세 개를 속여 잭 씨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소와 바꾸셨다고요?”

“잘 아네요? 그런데도 제게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예. 잭 씨께서 거기에 복수하려고 이완 님을 잡으려는 게 아니시지 않습니까?”

올리버 잭의 머릿속을 읽은 듯 말했다. 아무리 감정을 읽는 흑마법사라도 쉽지 않은 것인데.

더 놀라운 것은 잭이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대신, 그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이완에게 감정이 있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습니다. 장인 조합의 이분 제자분들만 해도 그렇죠. 10년 치 급료를 받고 그분들을 팔았거든요.”

“그분들도 제가 설득해 보겠습니다. 자리만 만들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올리버의 목소리엔 자신감······. 아니, 자신감 그 이상.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결의에 차 있지 않고 담담했기에 오히려 강한 설득력이 실려 있었는데, 이에 잭이 물었다.

“어떻게요?”

“일단, 돈으로 보상을 드리고, 부족하다면 약간의 도움을 드릴 생각입니다. 가령, 이 도시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던데,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합니다.”

올리버가 빈 시티의 여섯 구역을 둘러보며 본 광경을 떠올리며 제안했다.

빈민가에는 배고프다는 사람이 있었고, 해산물 시장에는 물고기 가격이 더럽게 올랐다고 손님과 상인이 싸웠으며, 중앙광장의 빵 가게나 채소, 정육점도 마찬가지.

도시 전체가 손가락을 빨아야 할 정도는 아니나, 그 전 단계인 건 확실했다.

그런 상황을 보고도 올리버는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잭이 여러 의미로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정말 소문이랑 다르시군요.”

“소문이 이상하게 난 것 같습니다.”

“방법을 좀 말해주시겠어요? 이렇게 쉽게 보상해주고, 해결해준다고 하니 믿기 어려운데요?”

“돈은 제가 지금 조금 있습니다. 식량 문제는······. 승낙해 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설명하면 조금 길어져서요.”

허세와 같은 말. 그때, 잭의 부하들이 테이블 주변을 자연스레 포위했다.

“음······. 그냥, 제가 이완을 데려가고, 데이브 씨는 제가 따로 설득해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예상치 못한 태도. 올리버는 잭을 봤다.

“란다가 거칠기로 유명한 건 알지만, 여기도 거칠기로는 란다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요. 퍼펫과 대등하게 싸웠다는 건 쪼금 신경 쓰이지만······. 사실, 퍼펫을 죽인 사람은 시대마다 몇몇씩 나오기도 하고요.”

잭의 감정에는 올리버를 가벼이 보는 얕잡음도, 방심도, 오만도 없었다.

그저 이를 가장한 합리와 의심 그리고 시험해 보고 싶은 욕구만 있었다.

올리버가 이에 화답했다.

“그럼, 저도 잭 씨를 비슷하게 설득해 보겠습니다.”

“음?”

그 말과 동시에 갑자기 저 하늘 높이서 작지만, 묵직한 소리가 울리며, 미묘한 진동이 주점을 미세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인지도 못 할 수준이었으나, 술잔에 담긴 술이 흔들리고, 그릇이 조금씩 달달 떨렸다.

그 미세한 진동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사람마저 무시하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밖에서 주점을 포위한 도시 경비대 중 하나가 하늘 위를 가리키며 비명을 질렀다.

“저, 저거 뭐야?! 나무? 나무?! 나무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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