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 도움 요청 (2)
바다 괴물을 상대해 달라는 앞뒤 맥락 없는 부탁에 멀린은 당황하는 대신 차분한 얼굴로 올리버를 바라봤다.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멀린은 천 년의 지식을 축적한 아카이브였으니.
올리버 역시 그런 멀린의 태도를 예상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갈로스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찾고, 그 과정에서 초대를 받으며, 팬의 습격을 받아 눈앞에서 제인을 빼앗긴 일까지 말이다.
올리버가 설명하는 도중 멀린은 그 어떠한 말도,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고,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구하러 갈 건가? 제인이란 아가씨를?”
“예, 친구니까요·····. 그래서 어르신께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네버랜드(Never Land)까지는 제가 어떻게 가보도록 노력하겠지만, 팬이 소환한 그 거대한 파충류·····. 바다 괴물까지 상대하면 어려울 것 같거든요.”
올리버는 품 안에서 신문을 꺼내 멀린에게 정중히 건넸다.
해당 신문은 파티에 참석하기 전 읽었던 갈로스 신문으로, 대서양에 거대한 바다 괴물이 나타나 상선을 습격한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신문에는 과거 사라진 바다 괴물이 다시 등장했다는 이야기부터, 상선의 보험금을 노린 자작극이란 이야기까지 다양한 추측이 실려 있었다.
올리버는 이제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았지만.
“이 기사 읽어 봤네. 란다에서도 비슷한 기사가 있었거든. 란다 하수도의 쥐를 소탕한 이로운 괴물 쥐 기사 옆에····. 자네가 본 파충류가 이 바다 괴물이라 확신하는 건가?”
“예, 증거가 있는 건 아니나, 바다 괴물일 거라 확신합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성향 탓에 대부분 의문형으로 말을 끝마치던 올리버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그만큼 파충류의 팔을 마주했을 때 느낀 감각에 확신이 있는 거였다.
거인조차 난쟁이처럼 보이게끔 하고, 대지를 그림자로 뒤덮는 그 압도적인 크기는 바다 괴물이란 단어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었으니까.
아니, 단순한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저 보는 순간 올리버는 그게 바다 괴물이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저 느낌이라는 것뿐. 다행히 멀린은 올리버의 말을 믿어주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군·····. 바다 괴물을 만든 게 팬이라니. 수십 년 동안 잠잠하던 바다 괴물이 다시 활동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아는 바 있나?”
올리버는 신대륙에서 팬과 불타버린 자 사이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자기를 왕자라 주장하는 팬과 이를 정면에서 조롱한 불타버린 자. 그런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다 불타버린 자에게 당한 팬의 그림자까지.
“·····확실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신대륙에서 일이 좀 있긴 했지만, 그것과 관련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흠, 뭐, 좋아·····. 그건, 그렇고 놀랍구만. 설마 자네가 도움을 요청할 줄이야.”
멀린이 정말 의외라는 듯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올리버가 조언을 구한 적은 있을지언정 대신 싸워달라는 부탁을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올리버의 기질이었다.
상대의 힘, 승패여부, 생사. 이런 종류로 올리버는 대신 싸워달라 할 성격이 아니었다.
상대가 강하다면 최선을 다해 싸울 뿐이고, 그럼에도 이길 수 없다면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일 터였다.
물론, 죽음이란 절대적 공포 앞에 사람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법이었지만, 최소한 멀린은 올리버가 그러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그런데 그런 올리버가 바다 괴물을 상대하기 꺼리는 이유라면, 단 하나뿐이었다.
죽음보다 두렵고 께름칙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게 뭔지 멀린은 우려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때, 올리버가 멀린의 질문에 대답했다.
“바다 괴물에 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제가 상대하기 힘들 것 같더군요.”
“····누구에게 들었나?”
“아르망 전하(殿下)께 들었습니다.”
“파테르교의 추기사제이자, 갈로스의 재상이신 아르망 전하(殿下)?”
“예.”
“허·····. 안 본 사이 발이 더 넓어졌구만. 쉽게 볼 사람도, 쉽게 대화를 나눌 사람도 아닌데. 하지만, 그만큼 믿을 수 있지.”
두꺼운 마력의 장벽 탓에 올리버는 멀린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반응을 볼 땐 어느 정도 진심인 거 같았다.
올리버는 그 사실에 안심했다. 자신의 선택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거니.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바다 괴물은 수십 년 전 대서양에 출몰해 세계의 무역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피해를 끼친 괴수라 하였습니다. 그 여파로 일부 선원들이 기도하는 문화가 생길 정도란 것도요.”
올리버는 신대륙 여객선에서 본 모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일부 선원은 촛불을 켜곤 바다 괴물에게서부터 자신을 지켜달라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기도를 올렸다.
바다라는 거친 환경과 거기서 마주한 형용할 수 없는 크기의 괴물을 합치니, 올리버마저도 선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절대적으로 무력한 상황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신께 기도하는 게 전부이니. 거기다-
“-물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소용돌이를 일으키거나, 물기둥을 만들거나, 물속을 헤엄치는 걸 넘어 공간도 넘나든다는 걸요. 헛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리버가 확신했다. 그게 아니면 서쪽 바다에 있던 그 거대한 괴물이 호수에서 튀어나온 게 설명이 안 됐으니.
물을 매개로 한 공간 이동밖에 답이 없었다.
공간 이동이라는 고도의 술식을 발동했다는 건, 물을 매개로 어지간한 건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는데, 그건 올리버조차 사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육체에 물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다니.
“물론, 가장 두려운 건 그 말도 안 되는 덩치지만요·····. 소문에 따르면 한입에 배도 통째로 삼킬 정도라 하더군요. 그 탓에 모든 걸 삼키는 괴물이란 이명(異名)도 있다 하고요.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하더군요.”
“·····그 이명(異名)은 나도 들어서 알고 있어.”
“그렇게 강하고, 거대한 데다, 상대하기 까다로우니 저도 두렵더군요. 그래서 어르신께 도움을 요청 드립니다. 부디, 제가 네버랜드로 가 제인을 구할 때 바다 괴물을 마주한다면 어르신께서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올리버의 요청을 들은 멀린은 아무 말 없이 올리버를 관찰했다. 진심인지 아닌지 가늠하듯.
잠시 후, 멀린이 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목적이 쓰러트리는 게 아닌, 구출이면 그게 훨씬 낫긴 하겠군.”
“예·····. 제가 아는 분 중 그런 괴물과 싸울 수 있는 분은 어르신뿐이거든요.”
“하! 갈로스에가서 머리라도 다쳤나? 말을 예쁘게 하는구만.”
“직장에서 살아남기란 책을 읽었습니다.”
올리버가 연이어 농담했고, 멀린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핫!! 이렇게 웃겨주면 더 이상 거절하기가 힘들지. 도와주겠네.”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탁드리는 김에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뻔뻔해지기까지 했구만. 뭐지?”
“약속한 그것을 돌려받고 싶습니다.”
***
놀랍고도 감사하게도 멀린은 올리버의 갑작스러운 도움 요청은 물론, 그것의 반환 요청도 들어주었다.
뭐 애당초 올리버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한 거였으니.
멀린은 공간 마법을 통해 올리버에게 그것을 건네줬고, 올리버는 그것을 먹보주머니에게 먹여 챙긴 후, 또 다른 물건을 건네받았다.
조난용품인 불꽃신호기로, 얼핏 특별한 게 없어 보이나 올리버는 불꽃신호기 안에 섬세하면서도 방대하게 축적된 마력과 술식을 엿볼 수 있었다.
마력의 양은 둘째 치더라도, 공간의 좌표를 지정하는 술식은 올리버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하기 짝이 없었다.
역시 아카이브가 준 물건답다고나 할까?
“내가 필요할 때면 그걸 부러트려. 그럼, 도와주러 갈 테니. 이곳 업무 탓에 장기간 자리를 비우긴 곤란하거든.”
멀린은 바다 한복판으로도 한걸음에 도우러 와줄 수 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상식에서 벗어나도 너무 벗어난 발언이었으나, 올리버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예,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중히 인사하고 몸을 돌려 떠나는 올리버. 그런 올리버를 향해 멀린이 말을 걸었다.
“올리버.”
“····예, 어르신.”
“정말, 바다 괴물을 상대하기 어려워 도움을 요청한 건가?”
이미 이야기가 끝난 질문.
올리버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평소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멀린은 어딘가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예, 많이 어렵고 무섭네요.”
“그렇구만.”
멀린이 그리 대답하자 올리버는 다시 가던 길을 마저 갔다.
올리버가 사라지자마자 멀린은 피로를 느끼며 의자에 앉아 과거에 본 바다 괴물을 떠올렸다.
정확히는 멀린 바로 앞 아카이브인 스승님의 기억 속 바다 괴물이었지만.
수십 년 전 대서양에 나타난 바다 괴물은 그쪽 바다를 이용하는 모든 선택받은 국가에겐 재앙과 같은 존재였고, 참다못한 왕들은 선대 아카이브에게 그 괴물을 해결해달라 부탁했다.
선대 아카이브는 그 부탁을 들어줬고.
그런 선대의 기억을 이어받은 멀린은 바다 괴물을 만든 게 누군지는 알지 못했어도, 바다 괴물의 모습과 힘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올리버가 도움을 요청한 것은 실로 현명한 행동이었다.
바다 괴물은 악마의 변덕, 혹은 계획에 의해 탄생한 재앙이었으니.
다만, 그와 별개로 의문이긴 했다. 과연 올리버가 그 괴물을 상대하기 힘들지.
의문은 자연스레 과거 올리버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첫 번째 대련에서 필거렛을 피운 올리버를.
두 번째 대련에서는 오른팔에서 새하얀 화염을 내뿜는 올리버를.
둘 모두 이치에서 벗어난, 현세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힘이었다.
악마의 힘으로 탄생한 바다 괴물, 레비아탄처럼.
그 기억이 떠오르자 멀린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정말 올리버가 싸우는 게 무섭고, 목숨을 잃는 게 두려워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탓에 도움을 요청한 건지.
그렇게 고민이 깊어지는 와중 멀린의 뇌리에 종말론(終末論)의 한 구절이 지나갔다.
‘째깍째깍. 세상 끝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는 그 순간 시계가 움직인다. 땅에서 검은 태양이 뜨고, 서쪽 바다에 모든 걸 삼키는 괴물이 태동하며, 거짓된 문지기에게서 열쇠를 가져오며, 방황하는 아이는 소년이 된다·····.’
놀랍게도 예언은 지독하리만치 느리면서도 잔혹하리만치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멀린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올리버가 자기가 뭔지 어느 정도 눈치챘다는 걸. 그러면서도 외면하고,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려 한다는 걸.
그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멀린의 목구멍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신이시여. 저희를 굽어살피소서.”
***
삑. 삑. 삑.
임의로 설치한 지하 작업장.
그 작업장 한쪽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쉬고 있던 올리버는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 작업이란 다름 아닌 팬과의 전투에서 망가진 송장인형 중 일부를 수리하고, 동시에 만드는 것이었다.
네버랜드로 가기 전, 부족해진 전력을 보충하기 위한 작업.
얼핏 다급한 와중 느긋해 보일 수도 있으나, 송장인형의 사용에 수적 제약이 없어진 지금으로선 필요한 작업이란 게 올리버의 판단이었다.
‘필요한 것도 있고.’
올리버는 피용액이 가득 찬 거대한 유리관 두 개를 보며 생각했다.
사람이 하나 통째로 들어가도 문제없을 듯한 거대한 원통형 유리관엔, 몸통 반쪽이 사라진 송장인형-듀란스와 멀린에게서 받은 인육 요리사의 시신이 각각 있었다.
송장인형의 대가인 퍼펫에게서 얻은 책을 시작으로, 혈마법, 테어도어의 의학과 생명학파의 지식을 절묘하게 융합시킨 올리버만의 특수 가공법으로 각각의 송장인형을 수리, 제작 중이었다.
단순히 방부액 처리를 하고 물리적으로 가공하는 걸 넘는 화학적 가공 방식이었는데, 다행히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물론, 옛날 방식으로 가공하는 것도 있긴 했지만.
“퍼스트. 작업은 어떤가요?”
“순조롭다.”
너른 작업장 한쪽에서 올리버의 부탁을 받은 퍼스트가 대답했다.
퍼스트는 현재 송장인형-바토리 안에 들어가 의사와 흑마법사, 목공의 시체를 뒤섞은 제작용 송장인형-도우미1, 도우미2, 도우미3을 조종해 올리버 대신 대량의 송장인형을 제작 중이었다.
올리버가 그동안 쟁여둔 시체와 블랙마켓에서 급매한 시체들로, 그 질과 양이 상당했다.
시체의 질과 완성된 송장인형의 성능을 고려한다면 해당 시체들 역시 ‘전통 방식 가공’이 아닌, ‘올리버 방식 가공’을 해야 옳았으나, 올리버는 시간과 자원을 고려해 전통 방식으로 가공하기로 했고, 이는 옳은 선택이었다.
그 증거로 바토리와 의사, 흑마법사, 목공 등의 시체를 이어 붙여 만든 송장인형-도우미1, 2, 3은 공장에서 찍어내다시피 하며 수십 구의 송장인형을 단기간 내 만들었다.
정말 좋은 소식이었다.
빠른 제작이 가능하다는 건, 이번처럼 송장인형의 피해가 커도 전력을 바로 복구할 수 있다는 거였고. 이는 엄청난 이점이었다. 개인으로든, 조직으로든.
“후·····.”
바토리의 작업을 구경하면서도, 프타스 어시스턴트를 이용해 급한 대로 마무리 작업을 한 올리버는 원통형 유리관과 연결된 기계장치의 레버를 당겨, 대량의 생명력이 든 피용액을 빼냈다.
꿀렁. 꿀렁. 꿀렁.
포션과 생명력, 피 등이 뒤섞인 피용액이 공기 방울과 함께 수위가 내려왔다.
올리버는 마력으로 만든 기계 팔. 프타스 어시스턴트로 송장인형들을 조심히 옮겨 작업대 위로 놓은 후, 시계를 봤다.
“음·····. 퍼스트.”
“응.”
“이것 마무리만 좀 맡아주실 수 있나요?”
올리버가 수리와 제작을 마친 송장인형-듀란스와 인육 요리사를 가리켰다.
마무리라 해봐야 피용액을 닦아내고 상태를 확인한 후, 차일드-세컨드와 포스를 넣어 가동 상태를 알아보는 것 정도였지만.
이미 법정 근로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퍼스트에겐 달갑지 않은 부탁이었으나, 올리버의 상태를 본 퍼스트는 기꺼이 수락해줬다.
“좋아. 대신, 추가근로수당.”
천사의 집 종업원들에게 교육받은 퍼스트는 과거 단어를 기워 붙인 듯한 문장이 아닌, 한결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해 자신이 원하는 걸 요구했다.
그 엄청난 성과에 올리버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곤, 머리와 어깨, 왼쪽 팔만 남은 송장인형-던칸을 부댓자루에 챙겨 지하 임시 작업장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따스한 햇볕과 함께 환골탈태라 해도 좋을 정도로 변한 X구역이 올리버를 맞이해줬다.
각질처럼 벗겨진 포장도로와 보도, 콘크리트 가루를 휘날리는 미완공 건물, 낙서와 수상쩍은 토템 등이 있는 뒷골목은 어느새 사라지고, 중산층 거주지와 같은 정돈된 풍경만이 있을 뿐이었다. 활기가 넘치는 거리는 덤.
“안녕하십니까? 데이브 님.”
올리버가 X구역 중앙부에 마련된 나무꾼의 숲으로 가던 중 한 남자가 인사했다.
이완의 제자이자, 포레스트와 계약해 대규모 흑마법 공방을 운영 중인 스미스의 직원 중 하나였다.
그 외에도 치안을 관리하기 위한 파이터 크루원과 일반인으로 보이는 사람 역시 올리버에게 인사했다.
올리버는 그렇게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순식간에 바뀐 X구역을 지나 나무꾼의 숲에 들어섰다.
초거대도시 란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공기와 흙이 올리버를 반겼고, 올리버는 그중 적당한 곳을 삽으로 파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어느 정도 팠을 때 올리버는 머리, 어깨, 팔만 남은 던칸을 구덩이에 넣은 뒤 흙을 도로 덮어줬다.
그동안 잘 사용했고, 더 이상 활용할 수도 없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좀 더 일찍 불러주지 그랬나? 그럼, 도와줬을 텐데.”
던칸을 완전히 다 덮었을 때쯤 포레스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포레스트 외에도 재개발 연합의 핵심인 선택하는 사람의 마리와 파이터 크루의 조가 서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올리버가 입을 열었다.
“제가 하고 싶어서요.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