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 탈출 (3)
귀족들이 모인 별장을 중심으로, 거대한 먹구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규모와 속도. 척 봐도 인위적인 힘으로 발생하였는데, 곧이어 그 먹구름 사이로 뱀 같은 푸른 번갯불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쿠르릉. 쿠르릉. 쿠르릉······!!
하늘과 땅 역시 요동쳤고, 그때마다 팬은 별장 주변에 잠복시킨 크리처들이 두려움에 떠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한 거였다.
크리처는 흑마법으로 만든 가짜 생명체였으나, 일단은 생명체.
재해(災害)를 마주했을 때 생물이라면 본능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도망치는 걸 허락해 줄 생각 따위는 없지만. 절대로.’
팬이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우와······. 대단하다.”
팬의 곁에 있던 쌍둥이 중 하나가 하늘 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늘 위에 펼쳐진 장대한 먹구름과 번개에 매료된 것으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강력한 힘은 그 자체로 엄청난 매력을 내뿜었으니.
그러나 그것도 때와 장소라는 게 있는 법.
쌍둥이의 발언에 팬이 고개를 홱 돌리자 여우 망토를 두른 슬라이틀리가 다급히 쌍둥이의 입을 세게 틀어막았다.
거기에 곰 망토를 두른 커비는 쌍둥이의 머리를 주먹으로 후려치며 버럭 화를 냈다.
“바보 같기는······! 저딴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대장은 저것보다 백배 천배는 더 대단한━”
━콰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뢍!!!!!
커비가 말하는 도중 검은색으로 변한 전광(電光)이 지상 위로 떨어지며 그 목소리를 삼켜버렸다.
수십 개의 검은빛 낙뢰가 별장 주변으로 사정없이 떨어졌고,
떨어진 낙뢰는 거대한 폭발과 화염을 일으키며 공기가 일그러질 정도로 엄청난 충격과 열기를 발생시켰다.
자연적인 낙뢰보다는, 악의에 찬 폭격에 더 가까웠는데, 이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다.
방금 낙뢰에 휩쓸려 사라진 수백 마리의 크리처가 그 증거였다.
꿀꺽.
그 엄청난 광경에 눈치 없이 말하던 쌍둥이는 물론, 팬을 찬양하던 커비와 슬라이틀리도 말없이 침을 삼켰다. 그러고는 말없이 팬을 바라봤다.
“대, 대장······?”
“대단하지?”
“응?”
“대단하지? 방금 저거······.”
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소년들은 눈만 끔뻑거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칫,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을 했다간, 변덕이 더욱 심해진 팬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실제로 이미 그런 식으로 몇몇 소년들이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그때, 팬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묻잖아······. 대단하냐고?!”
팬이 인상을 찌푸리자 소년들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팬의 얼굴에 갑자기 생긴 미세한 주름은 안 그래도 무서운 팬을 더욱 두렵게 했다.
“아, 아니! 대장! 전혀 안 대단해!! 왜냐면 대장이 더 대단하니까!!”
“맞아! 맞아!”
“그래?”
“응!”
“진짜?”
“응!!”
“이상하네. 난 대단한 것 같은데?”
좀처럼 남을 인정하지 않는 팬이 방금 전 낙뢰를 높이 평가했다.
보기 드문 광경. 소년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정말?”
“그래! 저 정도 규모의 마법을 쓸 수 있는 놈들은 잘 없거든. 근데, 저 녀석이 어떻게 저런 마법을 쓰는 줄 알아?”
“아니······.”
“저 새끼가 가짜지만 왕자이기 때문이야. 악마도 속일 정도로 정교한 가짜.”
“가짜?”
“그래, 가짜. 왜냐면 내가 진짜 왕자니까. 그럼, 저건 가짜지! 안 그래?!”
팬이 아이 특유의 포악함을 내뿜자 소년들은 감전이라도 당한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아! 대장이 왕자야! 네버랜드의 주인이자, 지옥의 왕자!”
“맞아 그렇지! 내가 왕자야! 근데, 저 가짜 때문에 부정당했어.”
“······.”
“그러니 난 오늘 웬디를 손에 넣고, 저 가짜에게도 한 방 먹여줄 거야. 감히, 날 무시한 걸 후회하도록! 그러니, 너희가 잘 해줘야 해.”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고말고. 저 새끼 이상한 약점이 있거든.”
팬은 주름이 생긴 얼굴로 미소 지었다. 주름 탓인지 그의 인상은 더할 나위 없이 기괴해 보였다.
***
“캬햐햐햐항······!”
수십 개의 검은색 낙뢰가 대지 위로 떨어지며 별장 주변을 말 그대로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땅이 요동치고, 강력한 충격과 열기가 숲과 숲속에 숨어 있던 무수히 많은 크리처를 분쇄하고 태워버렸다.
남은 것이라고는 재와 그을린 땅뿐.
귀족과 경호원 심지어 성기사들도 그 광경에 경악했다.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놀라는 와중 올리버가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늑대-크리처들에게 부탁했다.
부탁을 받자마자 자동차보다도 거대한 늑대-크리처는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내달렸고, 순식간에 낙뢰가 떨어진 구간을 지나쳤다.
어찌나 속도가 빨랐는지 어느새 거대했던 별장은 성냥갑처럼 작아졌다. 이는 좋은 이야기였다.
빠르게 이동할수록 팬이 만든 공간 끝자락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고,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졌으니.
물론, 빠르기만 해서는 안 됐지만.
“4시 방향 부탁드립니다.”
올리버가 4시 방향에 있는 보조-송장인형을 불렀다.
바람 소리 탓에 목소리가 안 들릴 법도 했으나, 4시 방향에 있는 송장인형들은 즉각 반응하며 마법을 준비했다.
한 송장인형이 엔릴 학파의 대기 마법으로 돌풍을 일으켰고, 또 다른 송장인형은 그 돌풍에 화염을 추가해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 회오리를 만들었다.
퐈화화하하하하하!!
공기를 태우는 소리가 울리며, 오렌지색과 붉은색이 뒤섞인 거대한 화염 기둥이 날아가, 이쪽으로 접근하는 크리처 무리를 요격했다.
폭발하듯 터진 거대한 화염과 크리처의 비명이 그 증거.
크리처들이 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으으······.”
“신이시여.”
크리처가 등장하자 몇몇 귀족들이 신음을 내거나, 신을 찾았다.
“9시 방향 부탁드립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눈으로 주변 수백 미터를 살펴보며 자기 할 일을 했다.
9시 방향에서 오는 크리처는 풍자화에 등장할 법한 홍인(紅人)들로, 지나칠 정도로 피부가 빨갛고, 코가 큰 남성들이었다.
그들은 말을 탄 채, 화살을 겨누며 이쪽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쩌저저저저저적!
홍인-크리처들이 화살을 쏘려는 찰나, 9시 방향에 있던 송장인형들이 합심해 스카디 학파의 얼음 마법을 사용. 땅과 같이 홍인들을 얼려버렸다.
당연히 홍인-크리처들은 순식간에 꽁꽁 얼었는데, 놀랍게도 홍인들의 몸에 불이 붙으며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홍인은 피부가 빨가니, 불이 잘 붙을 거라는 인종차별적인 농담과 똑같았다.
올리버는 홍인이 얼음을 완전히 녹이기 전 흑마법을 사용했다.
[프리즈 네크로시스(Freeze Necrosis)]
프리즈 네크로시스(Freeze Necrosis). 냉기에 노출된 대상의 세포조직을 파괴하는 질병계열 흑마법.
송장인형이 만든 얼음에 추가하자 홍인-크리처들의 몸에 붙은 불길이 약해지며 하나둘 쓰러졌다.
그렇게 두 번째 습격을 막았다고 생각하기 무섭게 하늘 위에서 째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아아아악!!
꺄악! 꺄아앆!
꺄꺄꺄꺄꺄꺄까가가!!
여성의 얼굴, 새의 몸통, 벌레의 날개를 가진 괴조들로,
이번에는 올리버가 말하기도 전에 송장인형들이 전격 마법을 하늘 위로 쏴 올려 괴조들을 격추시켰다.
“오오오오오오!!”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천둥과 화염, 얼음과 돌기둥에 경호원과 귀족 몇몇이 환호성을 질렀다.
나쁘지 않았다. 흥분 덕분에 사람들의 두려움은 희석됐으니. 덕분에 미친 듯이 크리처들이 습격해 옴에도 올리버는 별 어려움 없이 막을 수 있었다.
이번 작전에서 가장 위험한 건 두려움에 빠진 아군과 그로 인한 변수였으니.
“8시 방향 부탁드립니다.”
올리버는 자기 일에만 충실할 수 있었다.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그때마다 송장인형들에게 부탁했고, 송장인형은 올리버의 부탁을 들어줬다.
칼날 바람을 이용해 수풀 사이에 숨어 있던 부기맨을 나무와 함께 잘라버리고,
군복을 입은 병아리 병정과 닭 장군에게 전격을 날려 통구이로 요리했으며,
정면에서 달려오던 호두까기인형에겐 흙과 불이 뒤섞인 거대한 탄환을 날려 장작으로 만들어주었다.
올리버의 예상대로 고화력의 마법이 팬의 크리처에게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건데, 운이 좋은 편이기도 했다.
테어도어의 세포를 이식하지 않은 보통의 송장인형들이었다면 아마 화력이 부족해 제대로 막기 어려웠을 테니.
‘물론, 지금도 완전히 다 막은 것은 아니지만.’
“두 마리 놓쳤습니다. 전하(殿下).”
공격 패턴을 파악한 것인지 유니콘-크리처 두 마리가 좌우로 방향을 빠르게 틀어 공격을 피하곤 송장인형 사이를 뚫고 들어왔다.
유니콘-크리처의 목적은 귀족들이었다.
“알아.”
아르망이 대꾸하며 손짓으로 명령을 내렸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경호원들이 중화기로 쏴 유니콘-크리처의 속도를 늦춘 다음 성기사가 칼로 그 두꺼운 목을 베어버렸다.
성기사 역시 화기를 가지고 있으나 탄약이 제한돼 아끼려는 의도였다.
“응?”
한차례의 헤프닝이 마무리되기 무섭게 올리버는 저 멀리 앞을 보며 침음성을 냈다.
얼핏 아무것도 없는 듯했으나, 올리버의 그 이면을 꿰뚫어 보며 적잖은 양의 감정을 추출. 투창 형태로 압축 가공해 투척했다.
퉁!
발리스타가 발사되는 쏘는 듯한 소리가 충격파와 함께 퍼지며 감정으로 이뤄진 투창이 날아갔고, 목표 지점에 닿기 직전 폭발음과 함께 투창이 수십 개로 쪼개졌다.
파바바바밧!
화망(火網)을 그리며 땅을 꿰뚫고 들어가는 다수의 검은 투창.
곧이어 땅 아래 숨어 있던 광대-크리처가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벽과 바닥 등을 뚫고 이동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매복한 것으로, 대부분 블랙 재블린에 몸에 꿰뚫려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일부는 공격을 피한 건지, 거대한 낫을 든 채 땅 밑을 헤엄치듯 이쪽으로 돌진해 왔다.
상어 지느러미처럼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낫.
올리버가 다시 공격하려는 그때 아르망이 늑대-크리처를 말처럼 조종해 올리버를 지나쳤다.
“주변을 신경 써.”
아르망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 손에는 장검, 다른 한 손에는 산탄총을 든 채, 돌진해 다가오는 광대-크리처들을 향해 성법이 담긴 샷건을 쏴 광범위한 피해를 준 다음.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 광대들을 보이지 않는 속도로 깔끔히 베어버렸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내 일을 했을 뿐이야. 그보다 얼마나 더 가야 하지?”
“좀 남았지만, 그래도 꽤 가까워졌습니다. 다행히 잠자는 숲처럼 공간 자체를 늘리거나 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아르망이 주변 풍경을 살펴보며 말했다.
올리버도 이해하는 바였다.
얼핏 주변이 변한 게 없는 듯했으나, 별장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언뜻언뜻 이상한 것이 발견됐다.
사람의 입 형태를 한 거대한 꽃과 막대 사탕이 열린 나무, 아이 하나 간신히 들어갈 철창과 단두대 같은 게.
팬이 만든 공간의 특성인 듯했다. 당장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불안한 것도 부정할 순 없었다.
뭐가 됐건, 팬이 만든 공간이면 이쪽에 유리한 건 없을 테니.
‘어째 크리처도 줄긴커녕 점점 늘어나는 거 같고.’
송장인형들에게 지휘해 사방에서 몰아닥친 크리처들을 한차례 물리친 올리버가 생각했다. 벌써, 수백 마리는 죽인 듯했다.
참으로 의문이었다. 이 정도나 되는 크리처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건지. 사람의 신체와 영혼을 재료로 사용한 크리처라 만들기 까다로울 텐데.
“질문 하나 해도 되겠나?”
성기사와 경호원을 지휘해 보조-송장인형이 놓친 크리처를 막아낸 아르망이 올리버 뒤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필요한 말만 하던 아르망의 부름에 올리버는 뭔가 큰일이 생겼나 싶었으나, 그의 입에서 예상 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왜 그림자를 사용하지 않는 거지?”
“예?”
“자네 그림자 크리처.”
올리버는 뭔 말인가 싶었으나, 곧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잠자는 숲에서 한번 그림자-크리처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인육 요리사를 흉내 낸 참수(斬首)로 잠자는 숲의 크리처들을 모조리 베어낸 후, 그림자-크리처로 마무리했다.
그때, 아르망도 거기 있었고.
“내가 볼 때, 크리처를 상대하기엔 마법보다 그림자가 더 효과적인 거 같던데, 지금 안 쓰는 이유라도 있나?”
올리버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설마, 그림자-크리처를 한번 본 것만으로 그 특성을 꿰뚫을 줄이야.
흑마법에 대한 학식이 상당하다는 걸 알았지만, 이건 그 이상으로 놀라웠다.
올리버가 대답했다.
“······빠른 이동에는 사용하기 부적절하거든요.”
“아, 그렇구만.”
아르망이 재빠르게 수긍했다. 어느 정도 사실이긴 했으니.
지금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중에는 그림자를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림자는 음영을 만들어 고정된 상태에서 사용해야 제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반은 거짓말이기도 했다.
올리버가 자기 그림자를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억지로 재운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울창한 숲에서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많은 크리처를 먹인 탓인지, 그 힘과 자아가 비대해져 올리버가 따로 명령하지 않으면 멋대로 움직일 정도였다.
그래서 올리버는 안전을 위해 흑마법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재웠다.
보통의 크리처라면 이 정도까지 하진 않겠지만, 술사의 그림자를 매개로 만든 그림자-크리처는 재료가 재료인 탓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는 술사의 특성을 가장 많이 반영하니까.’
“꾸루룩!”
수많은 크리처 떼가 물러나는가 싶더니, 이번에 거대한 두꺼비-크리처가 하늘 높이 점프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집채만 한 크기의 두꺼비로, 올리버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송장인형에게 부탁해 공격을 명했다.
번쩍이는 마력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두꺼비를 덮쳤고, 두꺼비는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는 맷집으로 버티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비록-
[블랙 재블린(Black Javelin)]
-올리버가 날린 투사체에 몸이 꿰뚫렸지만.
“꾸우우우우······.”
복부에 거대한 구멍이 생긴 두꺼비는 양쪽 볼이 커지며 단말마 같은 울음소리를 흘렸다.
축적된 울음소리는 이윽고 두꺼비의 벌려진 입과 함께 터져 나오며, 그 안에 있던 다른 것도 튀어나왔다.
곰 망토와 여우 망토, 너구리 망토를 두른 소년들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바로 증오의 탄환을 쏘려 했던 올리버는 멈칫거렸고,
그 찰나의 틈을 이용해 뚱뚱한 소년은 뒤집어쓰고 있던 곰 망토를 매개로 거대한 곰으로 변하더니, 허리춤에 매단 몽둥이를 번쩍 들어 올리버를 향해 내리쳤다.
몽둥이는 강력한 흑마법 기운에 검게 물든 상태였으나, 올리버 역시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이를 맞받아 쳤다.
쾅━!
몽둥이와 쿼터스태프가 부딪히자, 검은색 충격파가 허공에 퍼져나갔다.
곰으로 변한 탓인지 소년은 나이대에 어울리지 않게 힘이 강했으나, 충분히 뿌리칠 수 있는 수준.
그렇게 소년을 뿌리치고 가던 길을 마저 가려는 찰나, 올리버가 타고 있던 늑대 크리처가 비명을 질렀다.
다름 아닌 너구리 망토를 뒤집어쓴 쌍둥이와 여우 망토를 뒤집어쓴 소년이 쏜 바람총과 나무총에 맞은 것이었다.
얼핏 장난감처럼 보였으나 그 위력이 상당했고, 거기다 탄환에 강력한 질병이 깃들어, 올리버가 나름대로 신경 써서 만든 늑대-크리처가 바스러지듯 사라졌다.
허공에 붕 뜨며 땅 위로 내려온 올리버. 그로 인해 올리버를 뒤따라오던 일행들도 잠시 멈추고 말았다.
“지금이다!!”
곰 망토를 두른 소년이 호기롭게 외치자 숲에서 크리처 떼가 갑자기 사방에서 나타났다.
방금까지 포착이 되지 않은 것들이 마른하늘에 벼락 치듯 나타났는데, 이동 중이면 모를까 한순간 발이 묶인 지금에는 꽤 치명적이었다.
송장인형의 포격으로도 전부 감당하기 힘든 수준.
이에 올리버는 짧게 침음성을 내며 말했다.
“음·······. 세컨드, 포스. 좀 도와주시겠어요.”
올리버의 부름에 품 안에서 있던 송장인형-던칸과 듀란스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