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63화 (563/633)

563. 탈출 (2)

[메모리 오브 블러드(Memory Of Blood)]

올리버는 피와 피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창조계열 흑마법을 발동했다.

올리버의 손에 맺힌 대량의 감정이 송장인형의 숫자에 맞춰 퍼져나갔고,

감정에 반응한 피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송장인형에게 뒤덮기 시작했다.

목은 옥죄고, 척추를 따라 뻗어나가며, 거미줄과 같은 형태로 팔다리, 가슴을 뒤덮었다.

하지만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송장인형의 눈을 뒤덮은 피 안대로, 안대 위에는 눈알이 돋아나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러분.”

올리버가 자신이 만든 크리처를 불렀다.

크리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올리버의 부름에 침묵으로 답했다.

“······저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끄덕.

새로 태어난 크리처들은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이 모습에 올리버는 살짝 감탄했다.

피인형-크리처. 차일드와 결이 달랐으나, 꽤 괜찮은 크리처인 듯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지성과 관록이 느껴진다는 점.

크리처 대부분이 짐승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준이었다.

아마, 피에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 그런 듯했다.

이는 아주 좋은 소식이었다. 좀 더 능동적이고, 숙련된 대응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거니까.

‘어쩌면 X구역의 숲을 관리할 보충 인력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 역시 좋은 소식이었다. 애당초, 피인형-크리처를 만든 이유도 보조-송장인형을 컨트롤 해줄 송장인형-바토리(차일드-퍼스트)가 셰이머스(차일드-써드)와 함께 숲 관리 인력으로 빠졌기 때문.

숲을 관리할 대체 인력을 만든다면 다시 그 둘을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올리버에겐 아직 송장인형-던칸과 듀란스가 있긴 했으나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올리버는 제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신기하게도 아르망과 언제 친분이 생겼는지 그와 비밀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말없이 올리버가 바라보자, 시선을 눈치챈 제인과 아르망이 이쪽을 바라봤다.

올리버가 입을 열었다.

“······이 송장인형을 이동할 때 최외곽에 배치해 크리처가 다가오기 전 마법을 때려 박으면 방어하기 한결 쉬울 겁니다. 전하(殿下).”

“화력이야 자네가 장담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자네 말처럼 제대로 막을 수 있겠나? 크리처가 사방에서 몰려들 텐데.”

“제가 흑마법사의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며 지시하면 문제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일부 놓치는 개체가 있긴 하겠으나, 그건 성기사님과 다른 경호원분들이 충분히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르망은 바로 납득했다. 가만 보니 정말 걱정돼 물은 게 아닌 올리버가 자기 작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 본 거였다.

이를 말해주듯 그는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동 수단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올리버는 양해를 구하곤 쉬고 있는 빅마우스에게 다가가 다음 물품을 꺼내달라 부탁했다.

그 물품이란 혹시 몰라 여유가 생긴 후부터는 늘 가지고 다니긴 했으나, 한 번도 꺼낸 적 없는 물품이었다.

텅!

텅!

부탁을 들은 빅마우스가 꾸에엑! 소리를 내며 대용량 플라스크를 두 개를 토해냈다.

두 개의 플라스크 안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감정이었다. 엄청난 양의 감정.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흑마법사에게 있어 감정이 중요한 걸 알았으나, 이동 수단은 아니었으니.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는 플라스크의 뚜껑을 열어 양손으로 대량의 감정을 추출. 창문을 향해 창조계열 흑마법을 다시 사용했다.

[미믹-울프(Mimic-Wolf)]

손에 다 쥐지도 못할 대량의 감정이 검은빛 섬광을 번뜩이며 창문을 깨고 밖으로 뻗어나갔다.

“주문 제작한 창문인데.”

안타까움이 섞인 아르망의 목소리. 허나, 그 목소린 곧이어 울리는 늑대의 울음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

“아아아우우우우우━━!!”

“캬햐햐햐하항······!!”

생명을 얻은 늑대-크리처 백 마리가 동시에 울어대는 소리였다.

별장 바깥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경호원들과 성기사들이 대량의 크리처에 놀랐으나 곧이어 나온 올리버와 아르망을 보고 곧 사태를 파악. 뒤로 물러섰다.

“이동 수단이란 게 저건가?”

“예, 타고 이동할 수 있으면 다 이동 수단이니까요.”

울창한 숲에서 늑대인간-송장인형을 타고 다녔던 올리버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비록, 그 늑대인간은 레드후드를 쫓는 과정에 파손됐으나, 그 대신, 올리버는 레드후드의 창조계열 흑마법을 배울 수 있었다.

“저걸 타면 자동차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크기가 크니 한 마리당 세 명, 최대 삼백 명은 태울 수 있고요······. 이렇게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세상일이란 게 참 재밌는 것 같습니다.”

“저쪽은 재밌는 것 같지 않네만.”

아르망이 귀족들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아르망의 말대로 귀족들은 남자, 여자, 노인, 젊은이 할 것 없이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힘 있는 갈로스의 귀족 중 자기 욕망을 위해 흑마법사가 만든 상품을 구매한 자들은 있으나, 이런 식으로 접한 사람들은 없었을 테니.

그런 그들 앞에 자동차보다 큰 늑대가 백여 마리나 나타났으니. 도도하던 태도가 한 꺼풀 벗겨지며, 얼굴이 허옇게 질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 지금 우리더러 저걸 타란 건가?”

한 중년의 귀족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의 감정은 두려움과 거부감 등으로 강하게 빛났다.

“예.”

“난 못 탈 거 같아······.”

“나, 나도······.”

이번에는 웬 여성 둘이 중얼거렸다. 때마침 늑대-크리처 하나가 자신들에 대한 거부감을 감지했는지 낮게 으르렁댔고 여성들은 작게 비명을 질렀다.

증폭하는 불안감.

올리버는 아르망을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저들을 설득할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서 아르망이 유일했기에.

그러나, 어째서인지 아르망은 올리버의 도움을 못 본 척했고, 그냥 상황을 방치했다.

이해할 수 없는 태도.

그 탓에 불안감이 더욱 커진 귀족들은 점점 더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너무 위험해 보인다고, 무모하다고, 도저히 못 타겠다고.

그러던 중 누군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올리버와 경호원들만 바깥으로 나가 군대 불러오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이에 귀족들은 그게 진짜 정답이라는 듯 감탄했다.

“맞네! 그거네! 왜 우리가 직접 나가나? 우리 말고 누군가 바깥으로 나가 여기 상황을 알리면 되는 거 아닌가?”

“맞아요!”

“옳소!”

뒤이어 동조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렸다. 그때, 제인이 나섰다.

“죄송하지만, 그건 좋지 못한 방법입니다. 여러분.”

찬물을 끼얹는 목소리에 모두 차가운 눈으로 제인을 노려봤다.

보통 사람이라면 움츠러들 시선. 그러나 제인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입을 열었다.

“지금 별장 주변에 있는 호수에도 팬의 크리처가 있습니다. 물고기와 사람을 뒤섞은 듯한 괴물이요.”

“······.”

“그 괴물들은 흙을 파내 호수를 넓히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뭘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별장에 오래 있으면 위험할 게 뻔합니다.”

“······그걸 왜 이제야 이야기하는 거야?!!”

예상치 못한 사실에 한 남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이성이 탁해질 정도로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습격받았다는 사실과 늑대-크리처에 타야 하는 등. 원치 않는 상황이 연이어지자 쌓인 스트레스가 터진 것.

그렇다 해도 부당한 분노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게 제인에게 화낼 일은 아니었으니.

오히려 제인은 혼자 탈출할 수 있음에도 자진에 이곳으로 오기까지 했다.

그래서였을까? 침착함을 유지하며 귀족들을 진정시키려는 제인의 어깨를 잡으며 올리버가 한걸음 나왔다.

갑작스러운 올리버의 행동에 제인은 멈칫했고, 귀족들 역시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그들의 머릿속엔 파티장에서 사람의 마음을 혓바닥으로 난도질하던 올리버의 모습이 남아 있는 듯했다.

제인 역시 그때의 기억이 있는지 올리버를 말리려 했으나, 올리버는 앞서 제인과 나눴던 대화를 상기하며 괜찮다고 눈짓했다.

‘······그래서 말인데, 아까 전 파티장에서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다만······, 전 평소의 데이브가 더 좋아서요.’

놀랍게도 당시 제인이 했던 말은 과거 캔트가 했던 말과 맥이 닿아 있었다.

독특한 올리버의 성격이 좋다고 한 캔트와. 참으로 재밌는 우연. 올리버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물고기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은 건 제 잘못입니다. 말씀드릴 타이밍이 맞지 않았거든요.”

귀족들은 그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파티장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가뜩이나 꺼림칙한 녀석이, 백 마리나 되는 괴물 늑대까지 만든 상황. 성기사가 있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허나, 올리버는 포기하지 않고 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또 죄송합니다. 파티장 내에서 제가 안 좋은 모습을 보인 점도요. 제인 아가씨께선 제 친구분이라 제가 예민하게 굴었습니다······. 그리고 약간 중독된 것 같기도 하고요.”

중독. 알 수 없는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댔다.

“아, 제 또 다른 친구분께서 말씀하시길, 증오나 분노 같은 감정은 중독적이라 하더군요. 그 말이 사실인지 근래 조금 일이 있어 짜증을 몇 번 낸 적이 있는데, 제가 거기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제가 아둔해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놀랍게도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 같은 귀족 중 일부가 동요했다.

올리버 특유의 목소리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진심 탓인지. 일부가 올리버의 말에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곳을 떠나는 게 더 안전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고기 인간이 뭘 할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이쪽에 이로운 건 아닐 겁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을 때 움직여야 합니다. 제가 최대한 노력해 볼 테니 부디 협조 부탁드립니다.”

올리버가 과장도 축소도 보태지 않고 자기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이야기했다.

“하······. 고맙군요. 사과도 해주고요. 그런데 궁금합니다. 흑마법사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말입니다?”

한 남자가 말했다. 파티장에서 올리버에 의해 가슴이 난도질당한 남자였다, 시간이 흐른 탓인지 어느 정도 안정을 회복한 그는 나름대로 예를 갖춰 비꼬았다.

올리버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일단, 저도 이 파티에 초대받은 손님이고, 뭣보다 제인 아가씨께서 여러분을 돕길 원하거든요······. 갈로스에 투자한 게 남아 있다고요.”

올리버가 정중히 제인을 가리켰고,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다시 쏠렸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으나, 그렇기에 더더욱 올리버의 진심이 느껴졌다.

짧은 만남이었으나, 귀족들도 올리버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한 상태.

그때, 관망하던 아르망이 끼어들었다.

“나도 부탁하겠소······. 지금 상황이 갑작스럽고, 당혹스러운 건 충분히 이해하는 바나, 그보다 중요한 건 눈앞에 닥친 상황. 성기사로 지내온 나 역시 별장에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오.”

방금까지 필요하다면 백작의 기를 꺾을 정도로 단호하던 아르망이 한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특유의 인상 덕분인지 이쪽이 더 자연스러웠고, 그 탓인지 위엄이 넘치던 아르망의 모습에 긴장해있던 귀족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을 풀기 시작했다.

이에 아르망이 쐐기를 박았다.

“뭣보다 나는 이 나라의 재상으로, 국왕 폐하의 신하이자, 갈로스인 귀족인 그대들을 계속 이런 위험 속에 놔두고 싶지 않소. 그건 국왕 폐하와 이 나라의 위엄을 손상시키는 것. 그러니 국왕 폐하와 나라를 위해 모두 용기를 내주시오.”

***

흥미롭게도 아르망이 나서자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던 귀족들이 용기 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 진즉에 나서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

허나, 바로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해 올리버는 묻지 못한 채, 미리 계획한 이동 진을 설명했다.

보호해야 하는 귀족과 파티 손님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귀족들이 데려온 경호원과 성기사를 골고루 배치하며,

또 그 주변을 올리버와 보조-송장인형이 둘러싸 최대한 빨리 이동하는 거였다.

실로,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

그 증거로, 설명했을 때 아르망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올리버의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물론, 예상 밖의 일도 있지만.’

올리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첫 번째 예상 밖의 일은 크리처의 숫자 부족으로 별장에 남게 된 경호 인력들이 생각보다 이를 쉽게 받아들였다는 거였다.

늑대-크리처 수는 100마리인데 반해 별장의 인원은 경호원, 고용인까지 합하면 대략 700명.

귀족들을 전부 데리고 이동하면, 경호 인력과 별장의 고용인 등. 삼 분의 이가 넘는 인원을 별장에 남기고 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남은 인원들에겐 어떤 위험이 닥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줄 알았건만, 그들은 생각보다 그 사실을 잘 받아들였다.

고용 계약이 뭐 그런 식으로 되어 있었다고 말이다.

허나, 그중 가장 예상 밖의 일은 다름 아닌 제인이었다.

혹시 모를 성법 사용에 대비해 올리버가 마력을 크리처와 송장인형에게 갑주처럼 둘러주던 중, 제인이 다가와 말했다.

‘데이브. 괜찮으시다면 전 귀족들 틈 사이로 이동할게요.’

올리버는 멈칫했다. 제인은 올리버가 직접 데리고 이동할 예정이었기에. 이에 대해 말했으나 제인의 태도는 단호했다.

‘절 생각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맞는 거 같아요. 데이브가 사실상 여기 사람들의 안전을 다 책임져야 하는데, 제가 뒤에 같이 타면······. 좀 그렇잖아요?’

올리버는 반박하지 못했다.

확실히 제인이 올리버 바로 뒤에 타면 따라오는 귀족들은 불안할 가능성이 있었다.

자기들 안전보다 제인을 더 신경 쓰는 거 같으니. 뭐, 실제로도 그게 사실이기도 했고.

‘전체를 생각하면 이게 더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저도 저쪽에 섞여 가도록 할게요.’

‘······혹시, 아르망 추기사제 님과 거기 관해 이야기 나누신 겁니까?’

‘훗······. 여자 마음을 함부로 훔쳐보지 말라니까요.’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키지 않았으나, 제인의 의지가 너무 확고해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올리버는 개인의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니. 다만, 올리버가 신경 쓰이는 건 제인의 그러한 선택이 자기를 위한 게 아닌 올리버를 위한다는 점이었다.

올리버는 제인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묻고 싶었으나,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을 것 같아 결국 묻지 못했다. 참으로 의문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잠시 딴생각에 빠진 올리버를 아르망이 불렀다.

파테르교의 추기사제이자, 갈로스의 재상인 그는 누구 보다 보호받아야 하는 입장이었으나, 자진해 성기사와 경호원을 지휘하겠다고 전선에 섰다.

자기 정도의 실력은 보호받기만 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말이다.

올리버는 아르망의 물음에 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을 했습니다.”

“그거 곤란하군. 다들 자네 때문에 이 도박을 하려는 건데.”

올리버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이게 최선이긴 하나, 그와 별개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도박인 것도 사실. 의견을 낸 올리버가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했다.

“혹시, 제인 아가씨가 걱정이라면 걱정하지 말게. 성기사들에게 잘 지키라고 했으니.”

올리버의 속을 꿰뚫어 본 듯 아르망이 말했다.

“역시, 제인 아가씨가 저쪽으로 옮긴 건 전하의 생각이셨습니까?”

“뭔가 오해하는군. 난 질문에 대답해 주고, 내 의견을 말해줬을 뿐이야.”

진심. 올리버가 제인이 무슨 질문을 했는지 물었다.

“별거 아니야. 자네가 귀족들을 모두 구해주면 어떤 대우를 받을지 물어봤고, 더 좋은 대우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네. 난 모두에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좋을 거라 말했고. 실제로도 그러길 바라고 있네. 내 입장에서는 그게 옳은 거니까.”

맞는 말이라, 올리버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이제 자넨 자네 일을 할 텐가, 아니면 계속 질문만 할 텐가?”

그 말에 올리버는 주변을 둘러봤다.

마력실에 고정돼 늑대-크리처 위에 세 명씩 올라탄 귀족과 그 주변을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는 경호원과 성기사가 보였다.

참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불안에 떨며 크리처 위에 올라탄 귀족과 흑마법으로 만든 창조물 위에 올라탄 성기사라니.

올리버의 의견이 아니라면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 광경에 올리버는 아주 약간의 책임감을 느꼈다.

“······제 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거 기쁘군. 바로 움직이면 되나?”

늑대-크리처 위에 올라탄 아르망이 물었다. 그는 다른 성기사들처럼 어색해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있었다.

“예, 그전에 하나만 더요.”

올리버가 그리 운을 떼며 아까 전 몸 안에 저장한 대량의 감정을 끌어올리며 하늘을 향해 영창했다.

[콜 더 클라우드(Call The Clouds)]

대규모 낙뢰 마법을 위한 준비마법. 이를 본 아르망이 말했다.

“오,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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