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 탈출 (1)
끼이이이익······.
호수 산책로에 있다가 물고기 인간의 습격을 받은 올리버와 제인이 다시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열릴 때 울리는 경첩 소리에 별장 내부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이쪽에 쏠렸다.
‘달라졌군.’
올리버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생각했다.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가진 듯 자신만만하던 귀족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불안함에 물든 상태가 되었다.
하긴, 팬의 크리처가 지금 별장을 노리고 있으니 자연스러운 반응이긴 했다.
의도가 뭔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위험한 것은 부정할 수 없었으니.
‘아닌 사람들도 있는 듯하지만.’
올리버는 불안함과 겁에 질린 귀족들 사이로 침착함을 유지하는 몇몇 사람을 봤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옷차림, 분위기로 볼 때 여기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고위층인 듯했는데, 그중 몇몇은 성기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무사하셨군요.”
한 손에 장검을 든 루시앙이 올리버에게 다가왔다.
“보이지 않아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습니다.”
“잠시 바깥에서 바람 좀 쐬고 있었습니다.”
“그쪽엔 별일이 없었나 보군요?”
“그건 아닙니다. 물고기 인간의 습격을 받았거든요.”
“물고기 인간요?”
“예, 호수에서 튀어나온 크리처인데 사람과 물고기를-”
“-잠깐만요.”
올리버와 루시앙의 대화 도중 제인이 끼어들었다. 이대로 놔두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예상한 것.
제인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바로 핵심을 꺼냈다.
“루시앙 님.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아시나요?”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 팬의 크리처가 지금 습격한 것 정도만 들었습니다.”
“정확하네요······. 그럼, 어떻게 탈출하기로 했는지 정했나요?”
물 흐르듯 다음 요점으로 넘어간 제인. 그때, 고압적인 노인의 목소리를 울렸다.
“탈출이라니 무슨 소린가?”
목소리의 주인은 파티장 내 마련된 고풍스러운 소파에 앉은 노인이었다.
노인은 잘 움직이지 않는 성격인지 턱은 두 개에, 배는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지라드 백작님.”
아는 사람인지 제인이 이름을 불렀다.
반면, 올리버는 누구인지 몰라 루시앙에게 물었다.
“누구시죠?”
“지라드 드 풍자크. 대농장을 보유한 백작입니다. 공직에는 안 나서지만, 후원을 통해 정치적으로 상당한 입김을 가진 분이지요.”
상당한 거물이라는 것. 그 거물이 제인에게 가르치듯 말했다.
“이상한 말로 사람들에게 괜한 불안을 심지 마시게. 외국인 아가씨······. 지금 가장 안전한 곳은 성기사들이 지키는 이곳 별장이니.”
평소의 제인이라면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라도 물러났겠으나, 지금은 특수한 상황. 물러서지 이견을 냈다.
“백작님······. 아뢰옵기 송구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다릅니다.”
“전문가라는 게 혹시, 그대 친구를 가리키는 건가?”
지라드는 턱살이 떨릴 정도로 경멸을 담아 말했다. 그의 눈은 올리버를 향했다.
“감히, 고귀한 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귀족을 모욕한 흑마법사를 말인가?”
“그건-”
“-듣기 싫네. 괜한 헛소리로 소란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있게. 갈로스에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 성기사가 이곳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고, 곧 군대가 우릴 구하러 올 터, 하찮은 흑마법사 따위-”
“-아마, 못 올 겁니다.”
제인의 말을 끊은 지라드의 말을 올리버가 끊었다.
크진 않지만,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집어삼키는 특유의 목소리로.
“······뭐라?”
“군대. 아마, 못 올 겁니다.”
그 한마디에 건물 내부는 불안한 적막에 뒤덮였다.
그도 그럴 게 모두 군대가 지켜주러 올 것만 믿고 침착함을 간신히 유지했으니.
지라드는 버럭 소리쳤다.
“이봐, 내가 괜한 혼란 일으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도대체 뭘 안다고 그따위로 지껄이는 거야? 이 이상 입을 함부로 놀리면 귀족을 모욕했다는 죄목으로 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공교롭게도 그의 말이 사실이오.”
“감히, 누가 끼어······. 전하?”
자신의 의견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목소리에 분노하던 지라드가 성기사를 대동한 채 나타난 아르망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대농장을 가진 백작도 추기사제이자 재상의 위엄에는 한 수 접는 듯했다.
아르망이 다시 말했다.
“저자의 말은 공교롭게도 사실이오. 백작. 바깥과의 통신이 끊겨 지원을 요청하지 못했거든. 당연히 지원은 오지 못할 것이오.”
절망적인 사실을 담담하게 전하는 아르망의 태도에 사람들은 지금 꿈꾸는 게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올리버도 좀 신기하긴 했다.
올리버야 제인 때문에 왔다지만, 아르망은 갈로스의 재상(宰相). 입장이 좀 다를 텐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흑마법사의 합법화라는 제안도 그렇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탈출하자고 제안했나?”
아르망이 올리버에게 바로 질문했다.
탈출 이야기를 꺼낸 건 제인이었으나, 그 판단을 내린 건 올리버라고 꿰뚫어 본 것.
올리버는 대답했다.
“예,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라 판단해 그렇습니다.”
“여긴 패닉룸도 존재하네. 백 명이 넘는 손님들과 고용인을 여유롭게 소화할 수준이지. 그런데도 탈출이 좋은 생각인 거 같나?”
아르망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예, 그래도 탈출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팬 님이라면 소용없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아르망이 이유를 추궁했다.
“그분이 소유한 크리처 중에는 틈새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크리처도 있고, 어둠을 이용해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크리처도 있습니다. 아무리 꼭꼭 숨어도 찾을 거고, 아무리 문을 걸어 잠가도 들어올 겁니다······. 여러분들은 아시죠?”
올리버가 제인과 루시앙에게 묻자, 그들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인육 요리사의 난(亂) 때, 팬의 크리처를 피해 하수도로 도망쳤음에도 추격당해 포위된 전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었다. 그때, 팬은 왜 순순히 이들과 올리버를 놓아준 건지.
그때, 팬이 조금만 악의를 가졌어도 올리버는 제인을 도와주기 힘들었을 텐데.
단순히 인육 요리사의 일에 어깃장을 놓기 위해서라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뭐, 지금은 중요한 게 아니지만.’
올리버가 상념에 빠지기 직전, 자력으로 빠져나왔다. 아르망이 추가 질문했다.
“그게 사실이면 조금 위험하군······. 그게 전부인가?”
“꼭 그거만은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 버티는 게 더 위험한 이유도 있습니다.”
올리버가 성기사들의 무장을 살펴봤다.
여기 성기사들은 특이하게도 장검과 창, 도끼, 철퇴와 같은 냉병기 외에도 개틀링 기관총, 산탄총, 기관단총과 같은 화기(火器)로도 무장한 상태였다.
“성법이 깃든 총기류······. 처음 보는 형태의 강력한 무기긴 하나 소모성 무기기도 하죠. 아무리 넉넉하게 탄약을 구비하셨다 해도 지원이 없는 이상 시간을 끌수록 불리한 건 이쪽이라 생각합니다.”
“무슨 소리야? 성법이 있는데! 흑마법 따위는 단숨에 소멸시키는!”
지라드가 끼어들었다. 흑마법의 최대 천적인 성법인 건 상식 중의 상식이었으니. 그러나 세상일에는 예외도 존재하는 법이었다.
“죄송하지만, 지라드 백작님. 팬 님의 크리처는 일반적인 성법에 어느 정도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성?”
“사실일세.”
아르망이 인정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전하(殿下). 성법이 통하지 않는다니요?”
“통하지 않는 건 아니야. 다만, 보통의 흑마법보다 잘 견디지. 상대하기 까다롭네.”
“팬 님의 크리처는 감정뿐 아니라 다른 것도 재료로 써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지라드 경. 잠시 좀 빠져주겠나? 여러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아르망이 위엄과 예의 둘 다를 갖추며 지라드에게 부탁인 듯한 명령을 내렸다.
그 말에 기가 죽은 지라드는 뒤로 물러났고, 다시 아르망은 올리버와 대화를 이어갔다.
“즉, 자네 말은 숨을 곳도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할 뿐이니, 이곳에서 탈출하자는 거군.”
“예, 그렇습니다. 팬이 주변을 자신의 공간으로 장악했지만, 외곽에 가서 통제권 싸움을 걸면 빠져나갈 구멍이 생길 겁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군. 지금의 안전은 미래의 위험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안전이 안 중요하다는 것도 아니지. 공간의 외곽까지 가는 도중 생길 피해는 어찌할 텐가?”
아르망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짚었다.
지라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별장에 틀어박힌 이유는 전부 멍청하고 겁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지금 방어하기 가장 유리한 위치가 별장이라는 확실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지금 있는 성기사는 서른여 명이고, 이곳에 참석한 손님들의 경호원은 다 합쳐 500명이 안 되지. 그에 반해 지켜야 하는 사람은 100명이 넘어. 별장에서 버티는 거면 모를까 이동하면서 지킬 수 없는 숫자네.”
맞는 말이었다. 사람 하나를 경호하기 위해서는 기본이 셋, 넷. 많게는 열 명, 스무 명의 경호원이 필요했다.
그만큼 지키는 건 어렵다는 뜻.
그런데 이 상태로 이동하다 팬의 크리처에게 공격이라도 받으면 절반은 고사하고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게 자명했다.
‘일반 경호원들로는 팬의 크리처를 상대로 시간을 끌 뿐이고, 성기사도 수비보다는 공격에 맞춰진 사람들. 특히, 이런 많은 인원을 지키는데 적당한 사람들은 아니야.’
올리버가 그동안 봐온 성기사들을 토대로 판단 내렸다.
인류를 지키는 방패였지만, 그들의 주 업무는 흑마법사나 악마 숭배자의 소탕인 탓인지 공격에 치중됐다.
“거기다 아까 전 싸움으로 많은 자동차와 마차가 망가지고 말았네. 두 발로 걸어서 이동하려면 농담이 아니라 전멸하고 말 거야······.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가지고 그런 제안을 한 건가?”
“예, 있습니다.”
아르망의 말을 듣던 올리버가 허리 뒤쪽 가죽케이스, 정확히는 그 안에 있는 빅마우스를 톡톡 두들기며 대답했다. 이미, 제인과 이야기 나눈 사항이었다.
***
“으으······. 저게 뭐야?”
“징그러워.”
올리버가 가죽케이스에서 빅마우스를 꺼내자, 몇몇 여성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이불 형태로 접힌 넓적한 살가죽이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고, 거기에 여러 개의 눈알과 팔다리가 돋아나는 모습은 어딘가 좀 기괴한 구석이 있었으니.
자주 보는 올리버는 느끼지 못했지만, 못 보던 사람들은 조금 징그러울 수 있었다.
“구룩?”
완전히 정신을 차린 빅마우스가 여러 개의 눈을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굴리며 주변을 관찰, 몸통 위에 달린 지퍼 입을 통해 두꺼비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히이이이익······!”
“히이이이익······!”
그 모습에 아까 전 징그럽다고 한 여성들은 생리적인 혐오감이 섞인 신음을 냈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웠다. 뭐가 됐던 빅마우스도 감정을 가진 존재이건만, 존중해주지 않고 징그러워만 하다니.
그 증거로 빅마우스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포착하자마자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손을 뻗더니, 당당히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었다.
“······.”
“······.”
빅마우스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에 모두가 놀라며 침묵하는 와중 제인과 뭐라 대화를 나누던 아르망이 물었다.
“저게 해결책인가? 부족한 병력과 부족한 운송 수단의?”
알 수 없는 말에 빅마우스가 기겁하며 올리버를 돌아보았다.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팬 님의 크리처를 상대로 방패가 되어줄 병력과 발이 되어줄 운송 수단의 해결책입니다.”
“구룩?!?!”
척 들어도 심상치 않은 발언에 빅마우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기는 전투용이 아니라고 올리버에게 말했다.
뭔가를 오해한 듯했는데, 올리버는 빅마우스를 진정시켜줬다.
“당연히 전투용이 아닌 걸 압니다. 빅마우스. 뭔가 오해하신 것 같네요. 진정하세요······. 제가 무리한 요구를 한 적 있나요?”
“구륵!”
빅마우스가 단호한 울음소리를 내며 몸통을 끄덕였다.
마치, 올리버가 빅마우스를 괴롭혔다고 비난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좀 그랬다.
올리버는 이러한 오해를 풀고 싶었으나, 언제 또 팬의 크리처가 쳐들어올지 몰라, 일단, 빅마우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빅마우스. 일단, 송장인형 좀 꺼내주시겠어요? 송장인형-바토리용으로 제작한 보조-송장인형요.”
올리버는 송장인형. 정확히는 송장인형-바토리와 세트로 제작한 스무 구의 보조-송장인형을 꺼내달라 부탁했다.
보조-송장인형은 처음 바토리를 획득했을 때, 같이 얻은 바토리의 제자가 그 시초로.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송장인형의 사용 개수가 제한된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송장인형이었다.
일부 송장인형의 통제권을 송장인형-바토리(차일드-퍼스트)에게 넘기는 형태로 말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송장인형-바토리(차일드-퍼스트)의 노력과 송장인형의 가공 방식 개량을 통해 이를 해결했고, X구역에서 엔조이먼트를 상대할 때, 그 효용을 입증하기도 했다.
엔조이먼트의 아지트 한가운데서 피 웅덩이로 보조-송장인형을 대거 소환해 마법을 폭발시켜 엔조이먼트에게 큰 피해를 줘 말이다.
빅마우스는 자기가 아닌 보조-송장인형을 방패막이로 쓴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올리버의 부탁대로 이십여 구의 송장인형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꾸에엑! 꾸에엑! 꾸에엑! 꾸에엑! 꾸에엑! 꾸에엑! 꾸에엑! 꾸에엑! 꾸에엑! 꾸에엑!······.”
빅마우스는 일정한 소리와 속도로 송장인형을 하나씩 게워냈으며, 올리버는 감정 입자를 넓게 퍼트려 보조-송장인형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꾸욱······.
이 모습에 몇몇 성기사들이 인상을 더욱 찌푸렸다.
여기 성기사들은 다른 성기사들 보다 좀 더 온건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듯했으나, 뭐가 됐건, 성기사는 성기사.
사람의 신체를 재료로 만든 흑마법 아이템과 아예 사람 그 자체를 가공한 송장인형을 보기 힘든 건 당연한 거였다.
그럼에도 지금 저들이 가만히 있는 이유는 아르망과 올리버가 앞서 나눈 대화 탓이었다.
그래서 다들 이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 거였다.
어쩌면 아까 전 아르망이 올리버에게 말을 걸어 따지고 추궁한 건, 이러한 반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었다.
때마침 아르망이 올리버에게 말을 걸었다.
“이게 자네가 말한 보충 병력인가?”
“예, 모두 뒷골목에서 노획한 마법사들로, 성능은 괜찮은 편입니다.”
“마법사라. 대포로서의 성능은 믿지만, 방패 역할까지 잘할지는 의문이군.”
정확한 지적이었다. 마법사는 방패용으로는 맞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것저것 개량해서 튼튼한 편입니다.”
올리버는 테어도어의 세포 일부를 보조-송장인형에게 이식한 사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비록, 실험용으로 극소량이긴 했으나,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산개한 드루이드를 각자 추격해 쓰러트릴 정도로 말이다.
올리버가 자신 있게 말하자 아르망이 더 이상 해당 문제에 대해 따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루시앙이 질문했다.
“송장인형을 스무 구나 다루긴 힘들 텐데, 문제없습니까?”
“아뇨, 있습니다. 사실, 저도 송장인형은 직접 통제하진 않거든요.”
올리버가 솔직히 고백했다.
송장인형 조작의 정석적인 방법은 술사가 일일이 통제하는 것.
그렇기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고, 개수가 많아지면 그에 비례해 많은 집중력을 요구했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술사 본인이 취약해질 정도로.
허나, 조작계열 외에도 화기, 질병계열에도 능통한 올리버에겐 그런 조작 방식은 비효율적이고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올리버는 차일드라는 꼼수를 통해 송장인형을 통제를 맡겼다. 이번에도 그 방식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창조계열 흑마법을 이용한 송장인형의 통제.
올리버는 송장인형을 정리할 때 사용한 감정 입자를 얇게 압축. 송장인형의 목에 상처를 냈다.
놀랍게도 그 상처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혈관을 따라 연결한 인공 튜브 안에 있는 피가 샌 것으로.
혈마법사 바토리가 보조-송장인형을 보다 쉽게 통제하기 위해 추가한 장치였다.
송장인형-바토리는 저 혈액을 매개로 보다 쉽게 보조-송장인형을 통제해 왔는데, 그 말은 즉 저 혈액에 그동안 바토리가 사용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는 걸 뜻했다.
올리버는 데이터가 축적된 혈액과 감정을 매개로 혈마법과 창조계열 흑마법의 복합 술식을 발동했다.
[메모리 오브 블러드(Memory Of Bl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