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 제인 (3)
오싸악······!
검게 물든 호수 위로 튀어나온 인영(人影)을 보자마자 제인은 등골에 소름이 돋는 생리적 혐오감을 느꼈다.
시스터후드에서 온갖 꼴을 보고 자란 그녀치고는 꽤 이례적인 반응.
허나, 호수 위로 튀어나온 인영(人影)의 모습을 살펴보면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의 몸을 하고 있지만, 물고기의 머리를 한 그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 듯한, 근본적인 불쾌함과 혐오감을 자아냈으니.
제인의 이런 반응은 실로 자연스러운 거였다.
물론, 올리버도 반응은 보였다. 제인과 그 결이 달랐지만.
“저, 저건 뭐죠?”
올리버의 품 안에 안기 제인은 방금까지의 좋은 기분도 잊은 채 물었다.
“팬 님의 크리처입니다.”
“팬? 팬이라면 제가 아는 팬을 말하는 건가요?”
“검은손의 손가락. 영원한 아이 팬 님이라면 맞습니다.”
제인의 목소리에 대비되게 올리버가 차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올리버는 마냥 차분한 건 아니었다. 머릿속에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신대륙에서 팬의 크리처라면 지겨울 정도로 봤건만, 그때의 크리처와 지금의 크리처는 달랐다.
전에 봤던 크리처들 역시 소름 끼치는 부분이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아이 특유의 동심, 순수함 같은 것도 보였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소름 끼치는 부분이 노골적으로 늘어났고 그 정도가 심했다. 적절한 표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동화에서 호러 소설로 바뀐 수준이었다.
별거 아닌 듯한 변화일 수도 있지만, 창조계열 흑마법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렇게 볼 수도 없었다.
흑마법 중 가장 사용하기 어렵고 난해한 창조계열은 술사의 기질을 가장 많이 반영했기에, 바꾸고 싶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크리처가 변한 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팬 역시 크게 변화했다는 걸 의미했고, 변수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걸 의미했다.
‘하긴, 뭐가 됐건 악마와 접촉했으니······. 설마, 지금 주변을 뒤덮은 이 기운도 그 영향인가?’
올리버는 신대륙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주변을 고리 형태로 포위한 흑마법 기운을 포착했다.
잠자는 숲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기운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속셈인지 별장을 중심으로 포위해, 바깥에서 안쪽으로 침식해오고 있었다.
규모와 술식 전부 상당한 수준으로, 거리가 있고, 제인과의 대화에 집중한 탓에 한 발짝 늦게 발견하고 말았다.
아주 작정한 것 같았는데, 올리버는 자신의 순수한 흑마법 실력으로 통제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
올리버가 단 몇 초 만에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발에 밟혀 한쪽 팔이 으깨진 물고기 인간이 올리버를 향해 물갈퀴가 달린 손을 내질렀다.
가시 같은 손톱과 비늘로 뒤덮인 손은 흉기나 다름없었으나 생각보다 느렸고, 올리버는 그동안의 전투로 다져진 반사신경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대응했다.
[해잇 불릿(Hate Bullet)]
손을 뻗자마자 추출된 감정은 순식간에 탄환으로 가공. 전방을 향해 음속보다 빠르게 날아가 물고기 인간의 넓은 이마 사이를 관통했다.
풍!
물기를 머금은 탓인지 거대한 구멍과 함께 뭔가가 터진 듯 축축한 소리가 울렸다.
그대로 뒤로 쓰러지며 잔물결을 일으키는 물고기 인간.
제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안타깝게도 조금 이른 듯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그런 것 같네요.”
공포와 혐오에 한순간 지배됐으나, 끝까지 정신을 붙잡은 제인은 호수 위에 세워진 산책로로 접근해 오는 수십 개의 인영을 보며 대답했다.
물속에서 먹이를 노리는 악어처럼 수면 아래로 사람만 한 크기의 그림자가 접근해 오고 있는 것.
그 모습을 본 제인은 올리버의 품 안에 안긴 자신이 방해된다는 걸 깨닫곤, 용기를 내 떨어져 나와 올리버 옆에 섰다.
보호받아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으나, 최소한 방해는 되지 않겠다는 의지.
흑마법사의 눈으로 그러한 제인의 감정을 읽은 올리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수면 아래로 다가오는 물고기 인간들을 향해 증오의 탄환을 쏟아냈다.
물 안에서도 위력이 줄지 않게 개조한 탄환을.
푸부부부북!!
기관총처럼 쏜 증오의 탄환이 수면 위로 떨어지자 수십 개의 물기둥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노린 목표물들 대부분 증오의 탄환에 몸이 꿰뚫려 물속에서 바스러졌으나, 일부 개체들은 위험을 감지. 사방으로 빠르게 흩어지는가 싶더니, 수면 위로 상체를 드러내며 올리버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물리력을 가진 충격파 공격.
올리버는 이에 바로 대응했다.
[아웃 크라이(Out Cry)]
올리버의 손안에서 가공된 감정이 수십 개의 성난 얼굴로 변해 전방을 향해 분노의 함성을 내질렀다.
두 개의 충격파는 충돌해 서로 상쇄 하나 싶었는데, 올리버의 아웃 크라이가 위력을 높여 물고기 인간이 쏜 충격파를 밀어내 타격을 입혔다.
물고기 인간을 소멸시키진 못했지만, 뇌와 장기를 흔들어 잠시 마비시켰고, 그 정도면 올리버가 증오의 탄환을 쏟아 머리에 구멍을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올리버가 검지를 총구처럼 내세워 쏘려는 찰나, 하늘 위에서 여자의 비명과 맹금류의 울음소리를 뒤섞은 듯한 끔찍한 소리가 울렸다.
여자의 얼굴, 벌레의 날개, 새의 몸뚱이를 한 괴조(怪鳥)의 울음소리로 팬의 크리처였다. 전에 한번 본 적 있어 알 수 있었다.
상황을 지켜보다 가세한 것으로,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올리버를 노렸다는 거였다.
‘처음에 제인 아가씨를 잡으려고 해 이쪽을 노리는 줄 알았는데, 오해한 건가?’
그러는 사이 괴조는 어느새 올리버의 바로 뒤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올리버는 몸을 돌리지 않고 물고기 인간들을 계속해 노릴 뿐이었다.
“미니언.”
올리버의 품 안에 있던 미니언이 밖으로 튀어나와 특유의 기이한 움직임으로 올리버의 뒤로 이동. 접근해 오는 괴조를 향해 압축한 증오의 탄환을 쐈다.
퉤! 퉁!
침을 뱉는 듯한 소리와 묵직한 소리가 울리며 괴조의 한쪽 어깨가 떨어져 나갔고, 동시에 이쪽으로 접근해 오던 물고기 인간 수십 마리의 이마에 구멍이 생겼다.
앞뒤 포위 공격을 그렇다 할 큰 기술도 없이, 기본 흑마법과 기교만으로 제압한 것.
하나의 예술 동작으로 보일 정도로 깔끔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올리버는 올리버답게 자신에게 도취하지 않고 바로 다음 할 일을 했다.
방해되지 않게 옆에 선 제인의 허리를 다시 붙잡아 안전한 다른 위치로 옮긴 다음,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괴조의 목을 후려쳐 끊어버렸다.
캭!
짧은 단말마를 내지르며 바스라지 듯 사라지는 괴조.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사이 수많은 일이 일어났다.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었지만.
“일단, 여기서 도망쳐야겠네요.”
올리버가 수십 마리나 죽였음에도 줄지 않는 물고기 인간을 보며 말했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거대한 호수에 족히 수백 마리는 될 법한 물고기 인간들이 있었다.
그중 적잖은 수가 이쪽을 향해 접근해 왔고, 나머지들은 호수 바깥쪽에서 흙을 파 호수의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뭘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정도 수면 싸우기보다는 자리를 피하는 게 옳았다.
팬의 전투 방식은 크리처를 이용한 물량전. 굳이, 맞춰 줄 필요는 없었다.
제인도 그런 상황을 파악한 건지 이견 없이 올리버의 말을 따랐다.
“좋은 생각인 거 같네요. 일단, 별장으로 가죠.”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리 위에 블랙 슈트를 짜 맞춘 다음, 제인을 다시 한번 안아 들어 그대로 가볍게 땅을 박찼다.
산책로를 구성하는 판자가 박살 나며 올리버와 제인은 단숨에 이동해 호수에서 벗어났다.
올리버를 놓친 물고기 인간들은 아쉬운 듯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면서도, 이내 호수 안으로 뛰어 들어가 다른 물고기 인간들처럼 호수 주변의 흙을 파기 시작했다.
영토를 확장하듯.
***
‘속도가 빠르네.’
단 몇 번의 도약으로 호수 위 산책로에서 파티 중인 별장으로 이동한 올리버가 속으로 생각했다.
빠르다고 한 것은 다름 아닌 팬이 전개한 흑마법 영역의 확장 속도로, 아까까지만 해도 주변을 포위만 했다뿐, 완전히 잠식하려면 시간이 걸릴 줄 알았건만, 어느새 상당히 침식한 상태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것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공기,
어느새 뒤틀린 풍경.
뭣보다 거대한 별장을 포위해 공격하는 각종 크리처들이 그 증거였다.
“갑자기 이게 뭐야?! 어디서 괴물들이······!!”
“끄아아아악!! 씨발놈들아!!”
“방심하지 마! 숫자가 꽤 된다!!”
별장과 귀족들이 데리고 온 경호 인력들이 팬의 크리처를 저지하며 소리쳤다.
다들 어디 있었는지 그 수가 꽤 됐으며, 실력도 상당해 생각 이상으로 잘 대응해 주고 있었다.
냉병기로 무장한 마력사용자들은 방진을 형성해 크리처의 발을 묶어 줬고, 후방의 중화기와 마법총기로 무장한 거너 그리고 마법사들은 화력 지원을 통해 실질적 타격을 줬다.
기본적이지만 효과적인 전술.
파티에 참석한 이들이 사회의 고위층이라 그런지 확실히 그 수준이 남달랐다.
허나, 상대 역시 검은손의 손가락인 팬.
고만고만하던 크리처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크리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끼이이이이잉······!”
별장 주변의 숲 사이로 나뭇가지와 같은 뿔을 기른 거대한 사슴이 두 발로 걸어 나타났다.
사슴은 몸 군데군데에 서리가 껴있고, 부패한 흔적이 있었다. 마치 얼어붙은 시체처럼.
실제로도 썩은 건지 사슴은 고약한 부패취(腐敗臭)를 내뿜었고, 기관총을 쏴도 그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마법사의 화염탄이 사슴의 몸을 강타. 불기둥이 솟구치며 사슴을 집어삼켰다.
웬만한 유기체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 화력. 허나,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사슴의 몸 주변에 눈보라가 생기며 화염을 꺼트렸다.
그리고는 끼이이잉 거리는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더니 냉기와 질병이 뒤섞인 숨결을 토했다.
각각 마법과 흑마법에서 독과 같은 역할을 하는 요소들.
그 두 개의 요소가 뒤섞인 숨결은 강렬한 시너지를 발휘해. 대지마저 차갑게 부패시키며 별장을 지키는 경호 병력을 일제히 뒤덮으려 했다.
그때였다. 성법 특유의 노란빛이 별장 안에서 퍼져 나오더니, 냉기와 질병이 뒤섞인 저주받은 숨결을 정화하는 동시에 크리처들까지 소멸시키려 했다.
“까아아아아아아앙!!”
비록, 크리처는 피부가 타는 경미한 부상과 통증만 느낄 뿐이었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보통이라면 흑마법으로 만든 인공생명체인 크리처는 소멸해야 마땅했으나, 팬은 크리처는 사람의 육신과 영혼을 재료로 사용했기에 성법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었다.
이미 경험을 통해 배운 올리버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올리버가 놀란 것은 성기사들이 당황하지 않는 점이었다.
압도적인 우위를 보장하는 성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동요해야 마땅할 텐데 성기사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또, 믿는 구석이라도 있다는 듯이.
다행히 그 의문은 곧 해소할 수 있었다.
한 성기사가 묵직한 개틀링 기관총을 한 손에 들고나온 것이었다.
기시감이 드는 장면.
성기사가 방아쇠를 당기자 성력이 깃든 노란빛 탄환이 소나기처럼 발사돼 별장을 향해 다가오는 크리처들을 벌집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광범위한 성법에는 내성을 보인 팬의 크리처들도, 응축된 성력과 총알의 물리력이 합쳐지자 몸에 구멍이 생겼다.
뒤이어 냉병기에 성력을 응축한 성기사들이 허공에 노란빛 궤적을 그리며 크리처들을 베어내 순식간에 상황을 종결시켰다.
성기사가 왜 성기사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문제없나요?”
제인이 올리버에게 조용히 물었다.
“예?”
“데이브가 보기에 괜찮은 것 같나요? 저는 전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요.”
놀랍게도 제인은 아까 물고기 인간을 봐 놀랐음에도, 강철같은 의지로 정신을 다잡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했다.
당연하지만 어려운 태도. 올리버는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뭐죠?”
“저 방식으로는 오래 싸울 수 없을 겁니다. 위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많은 힘을 압축해 사용한 것뿐이거든요. 강력하긴 하나 체력적으로 한계가 올 겁니다.”
“그걸 팬이라고 모르지 않겠네요?”
“잘 알 겁니다. 크리처를 이용한 공간 장악과 물량전이 특기 중 하나라서요. 공교롭게도 지금 모두 그쪽에 속하네요.”
“오래 버티기는 힘들다라······. 혹시, 타개할 방법이 있나요?”
제인의 질문에 올리버는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최고의 방법은 해당 영역의 통제권을 가져와 해제하는 거였지만, 창조계열 흑마법, 공간 마법, 결계술식이 뒤섞인 이 공간의 통제권을 빼앗아 오기란 올리버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잠자는 숲에서 공주를 찾지 못하고 헤맨 게 그 일례.
나중에 잠자는 숲의 통제권을 가져와 공주를 만날 수 있었으나, 그건 올리버가 자기 피를 매개로 통제권을 가져와 가능했던 일종의 꼼수라 순수한 올리버의 실력은 아니었다.
물론, 그 꼼수를 한 번 더 쓰는 방법도 있었으나, 올리버는 영 내키지 않았다.
상대는 다름 아닌 팬이었으니까.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팬보다 실력이 못하다는 건 아니었으나, 지금의 팬은 신대륙에서 악마와 접촉을 한 상태라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악마의 압도적인 힘을 두 눈으로 본 올리버는 더더욱.
그렇기에 자기 피를 사용하기 꺼려졌다.
혹시나 피를 사용했는데, 팬이 그 피를 이용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생명학파의 그랜드 마스터 테어도어처럼.
정보는 부족했고, 불안 요소도 너무 많았다.
곰곰이 생각을 끝마친 올리버가 솔직히 말했다.
“빠져나가는 방법이라면 하나 있습니다.”
“뭐죠?”
“팬이 만든 이 공간의 가장 끝으로 가 공간의 균열을 일으켜 몰래 빠져나가는 겁니다.”
“끝이 있나요?”
“예, 공간이나 감각을 왜곡해 실제 크기보다 더 넓게 느끼게 할 순 있으나 끝은 있습니다. 해당 공간의 통제권을 전부 가져오긴 어려워도 끝에서 통제권 싸움을 걸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건 가능할 겁니다.”
“오, 그거 좋네요.”
“문제는 이 방법으로 탈출시킬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몇 명이죠?”
“저를 포함해 두 명요. 제가 다른 한 분을 들고 뛰어 단숨에 공간 끝으로 이동하는 거죠.”
그랬다. 올리버가 해당 공간의 끝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올리버가 한 명을 들고 팬이 눈치채기 전에 빠르게 이동하는 거였다.
공간 자체의 통제권을 가져오긴 힘들어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게서 배운 지식과 통제권을 가져온 경험을 토대로 눈치채기 어렵게 혼란을 줄 수는 있었으니까.
그렇게 소수로 빠르게 치고 빠지는 건 가능할지도 몰랐다.
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설명을 끝마친 올리버가 물었다.
“원하신다면 제인 아가씨부터 탈출시켜 드리겠습니다.”
제인이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아직 갈로스에 투자한 게 좀 있어서 그러고 싶진 않네요. 이런 자리에서 제가 혼자 도망치면 투자에 애로사항이 꽃피거든요.”
제인이 허세와 진심을 뒤섞은 농담을 했다.
“그러니 뻔뻔한 요구를 해도 될까요?”
“물론요.”
“혹시, 자동차 같은 수단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면 공간 끝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글쎄요. 노력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좀 희망적이네요······. 그럼, 남은 문제는 저만한 사람들을 괴물들의 습격에 어떻게 지키냐는 거겠네요. 지금 간신히 방어만 하고 있으니까요.”
제인이 걱정스레 말했다. 전투가 전문이 아닌 제인이 보기에도 병력이 부족한 걸 알 수 있었다.
하긴, 별장의 병력은 어디까지나 소란을 일으키는 흑마법사나 무법자를 상정한 수준. 이만한 크리처 떼를 상정한 숫자가 아니었다.
별장이면 모를까 저 인원을 데리고 이동하다 크리처의 습격받는다면 방어가 힘들 건 자명했다.
그때, 올리버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병력이 부족한 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리버가 그리 말하며 자기 허리 뒤쪽에 맨 가죽케이스. 정확히는 빅마우스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