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8. 말도 안 되는 제안 (2)
“예?”
올리버는 마치 그게 뭔 개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왜냐면 정말 뭔 개소린가 싶어서 말이다.
사제가 흑마법사더러 인육 요리사가 되라니. 올리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내 말뜻을 잘못 이해했군. 인육 요리사가 되라는 게 아니라, 그 빈 자리를 채우라고 말한 걸세.”
“죄송하지만, 제 귀에는 똑같이 들립니다. 전하(殿下)······. 그 두 개의 차이점이 무엇입니까?”
올리버가 매우 합당하고 정당한 의문을 표했다.
인육 요리사. 검은손의 손가락 중 하나이자, 갈로스의 뒷세계를 양분한 괴물.
그런 그의 공백을 채우라는 건, 인육 요리사와 같은 괴물이 되라는 것과 진배없었다.
그래서 올리버는 의문이었다. 어찌해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건지. 그것도 흑마법사를 토벌해야 하는 성기사 출신의 추기사제가 말이다.
“이상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많이 이상합니다. 함정 같지는 않지만요.”
올리버가 성기사의 감정을 꿰뚫어 봤다. 흥미롭게도 아르망에게서 악의를 읽을 수 없었다.
물론 이득을 노리는 속셈이 깔려있긴 했으나, 그렇다고 타인을 함정에 빠트리려는 특유의 음험한 악의(惡意)는 보이지 않았다. 속셈 자체도 폴 카버처럼 사적인 것이 아닌 공적인 것으로 건전한 편이었고.
현재 그가 지닌 감정은 냉철함과 호기심 그리고 기대였다.
올리버가 인육 요리사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
그래서였을까? 올리버는 아르망의 제안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그가 왜 이런 제안을 꺼낸 건지는 궁금해졌다.
어찌해 파테르교의 고위직이 신분을 숨긴 채 밀리유를 돕고, 그것도 모자라 올리버더러 인육 요리사가 되라는 엉뚱한 제안을 하는지 말이다.
그런 올리버의 감정을 읽은 건지, 아르망이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많은 눈치군······. 앉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아르망의 제안했고, 올리버는 아주 잠깐 고민하다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차근차근 이야기하지. 우선, 뭐부터 이야기할까?”
차근차근이라······.
“왜 전하(殿下)께서는 밀리유를 돕기 위해 직접 나서신 건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바쁘시다고 하셨는데요.”
“간단한 질문이군. 그만큼 인육 요리사의 유산이 필요했기 때문이야.”
“그렇습니까?”
아르망이 고개를 삐딱하게 까딱였다.
“지금 갈로스는 상황이 좋지 못하거든. 인육 요리사가 일으킨 난(亂) 때문에 왕실의 권위는 떨어졌고, 수많은 쥐새끼가 사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날뛰고 있지. 이런 와중엔 분위기를 바꿀 좋은 소식이 간절해. 그래서 직접 나선 것뿐이네.”
올리버는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갈로스의 상황이 나쁜 건 듣는 걸 넘어, 직접 보기까지 했으니.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위직이 직접 나선 건, 특이하긴 해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현장을 떠난 지 시간이 꽤 흐르긴 했지만, 아직 실력에 꽤 자신 있거든.”
아르망이 자신감을 보였다. 나름대로 근거 있는 태도였다.
현재 아르망의 몸 상태나, 성력, 생명력 등은 현역에 있는 성기사에 비해 꿀리긴커녕 웃돌기까지 했다.
바쁜 와중에도 자신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
뭣보다 이미 울창한 숲에서 개틀링 기관총을 쏴 단신으로 수백 구의 좀비 떼를 휩쓸어 버린 걸 직접 보기까지 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폭탄마 베이 님의 좀비 떼였지······. 클로스 님 일행인······.’
올리버는 그때 일을 떠올리자 같은 일행이던 클로드를 떠올렸다.
퍼펫을 위해 스스로 울창한 숲에 왔으나, 퍼펫이 길을 여는 데 사용돼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그를.
‘음······.’
“괜찮나?”
올리버가 속으로 침음성을 내며 잠시 딴생각에 빠지자, 아르망이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채며 올리버를 불렀다.
덕분에 올리버는 사색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생각을 했길래 대화 도중 정신을 파는지 궁금하군. 울창한 숲에서의 일을 떠올리나?”
아르망의 예리한 추리에 올리버는 한순간 멈칫했다. 흑마법사처럼 사람의 감정을 꿰뚫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별거 아닙니다. 그보다 어디까지 이야기했지요?”
“내가 정체를 숨기고 밀리유를 직접 따라간 이유가 갈로스를 위해서라고 했네······. 그리고 자네에게 인육 요리사의 빈 자리를 채우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한 제안이야.”
올리버는 사색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다시 지금의 대화에 집중했다.
“아, 예 그러셨죠······.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게 갈로스를 위한 게 될 수 있습니까? 인육 요리사 같은 인물은 없는 게 갈로스를 위해서도 좋은 것 아닙니까?”
“이해력이 나쁜 건지, 아니면 관심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고 물어보게. 인육 요리사가 있던 시절이 나은 거 같나? 아니면 없는 지금이 나은 거 같나?”
그 순간 올리버는 아르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쥐보다는 사자를 더 무서워하지만, 실제로 사자로 인해 죽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기껏해야 수십, 수백? 허나, 쥐나 모기는 아니야. 얼핏 하찮아 보이는 그들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지.”
“인육 요리사님이 사자고, 다른 흑마법사들은 쥐나 모기라는 겁니까?”
“그래. 힘은 인육 요리사에 비해 하찮지만, 더 해롭지.”
올리버는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동의하지 못했다.
아르망의 말대로 인육 요리사가 없는 지금이 더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인육 요리사라는 거두(巨頭)가 사라지자 수많은 흑마법사가 매일 싸워댔으니.
성기사와 경찰이 분투했지만, 행정력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매일 나오는 신문, 라디오 채널, 거리만 둘러봐도 알 수 있는 사실.
“허나, 한편으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지?”
“인육 요리사님 역시 수많은 범죄를 일으킨 분이지 않습니까? 지금과 차이가 있다면 더 체계적이고, 은밀하다는 것뿐이죠.”
그랬다. 인육 요리사가 사라진 지금이 얼핏 더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인육 요리사가 있던 시절이 평화로운 건 아니었다.
얼핏 조용해 평화로워 보였으나, 그건 인육 요리사가 그리 보이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멀린과 케빈에게서 보고 들은 인육 요리사 관련 자료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젊음과 정력을 주는 인육 요리사의 요리와 블러디 와인. 이를 이용한 정재계의 유착. 이를 위해 인육과 피를 수급하기 위한 인신매매, 사채, 가짜 고아원 등. 범죄의 그 양과 질이 지금보다 덜하진 않았다.
그저 인육 요리사의 범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하류층에게 집중돼 있을 뿐이었다.
해당 설명을 들은 아르망이 대꾸했다.
“그게 나쁜가?”
예상치 못한 대답에 올리버는 멈칫했다. 아니, 예상 이전에 종교인으로서 내뱉지 말아야 할 말이었다.
“······당연히 나쁜 게 아닌가요?”
“나쁘지. 하지만, 인류가 나라라는 걸 만든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범죄가 없었던 적이 없던 것도 사실이지. 범죄는 없애는 게 아니라, 통제하는 걸세.”
올리버는 침묵했다.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미 폴 카버에게 들은 적 있었고, 해당 책 역시 읽어 본 적 있었다.
“그렇다고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종교인이지 않습니까?”
“허······. 날 일개 종교인이라 칭하는 사람이 몇십 년 만인지 모르겠군.”
“종교인이 아닙니까?”
올리버가 말을 자르듯 바로 물어보았다. 이번에는 아르망이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종교인 맞지. 직위와 역할이 뭐든 결국 신의 가르침을 따르는 종교인. 허나, 동시에 난 세속에 몸담은 사람이기도 하네.”
“······.”
“그래서 때때로 고결한 신의 가르침 대신, 속되지만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이야기도 꺼내야 하지.”
“······신기하네요. 옛날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 것 같아서요.”
올리버가 로스번이 사라진 직후, 요안나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제는 요안나의 사정도 알게 됐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알게 됐으나, 그래도 한편으로는 좀 그렇지 않나란 생각을 하였는데, 어째 지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걸 느낀 것인지 아르망이 입을 열었다.
“오, 날 경멸하고 있군······. 이해해. 신의 말씀을 들어야 하는 자가 이런 말을 하면 대개 그런 반응을 보이니. 뭔가 남들과 다르면서도, 모두가 듣기 좋은 아름다운 이야길 해주길 바라지.”
“······.”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럴 능력이 없네. 모두가 만족하는 말을 해주면 속세의 찌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그러니 둘 중 하나를 택해야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좋은 말만 해 누구의 미움도 받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거나, 아니면, 손에 때를 묻혀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거나.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택할 뿐이라네.”
올리버는 귀로 아르망의 말을 듣고, 눈으로 그의 감정을 보았다.
참으로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올리버는 일단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왜 하필 제게 이런 제안을 하시는 거죠?”
“첫 번째는 실력 때문이지. 인육 요리사의 빈 자리를 채우려면 보통의 흑마법사들과 궤를 달리하는 압도적인 실력이 필수니.”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아, 그 정도가 아니라 잠자는 숲의 크리처를 단숨에 쓰러트리고, 인신공양술을 펼치는 백조 교단의 왕자 후보와 퍼펫을 연속으로 상대했나? 혹시, 그걸 겸손이고 예의라고 생각한다면 입 다물게. 그건 겸손도 뭣도 아닌 다른 형태의 오만이니까.”
올리버는 입을 다물었다.
“좋군······. 두 번째는 자네의 명성 때문이야. 알겠지만, 울창한 숲에서 자네의 활약이 이미 갈로스 뒷세계를 넘어 더 멀리 퍼지고 있거든. 그것도 새로운 손가락의 탄생, 인육 요리사의 재림(再臨)이란 자극적인 이름으로.”
이브(Eve)와 머피에게서 해당 이야기를 들은 올리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올리버의 생각이 뭐든 간에 그게 현실이었으니.
“나도 좀 놀라긴 했어. 인육 요리사와 너무나도 비슷해서. 특히, 그 말도 안 되는 괴력은.”
“······운동하거든요.”
올리버가 다시 한번 둘러댔다.
“운동? 다른 사람들이 그 말을 믿어주길 바라야겠군. 인육 요리사를 쓰러트린 게 사실, 아카이브가 아닌 자네라고 믿는 사람들이.”
“저요?”
“원래 이런 종류의 일에는 헛소문이 생기는 법이지. 인육 요리사와 같은 괴력을 쓰는 사람이 나타나면 더더욱. 난 아무래도 좋지만.”
아르망은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 실제로도 사실 여부보다는 어떻게 써먹을지에 더 관심을 가졌다.
올리버는 어째 상황이 점점 잘못 흘러가고 있는 걸 느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르망은 계속해 설명을 이어갔다.
“세 번째 이유는 자네의 신분 탓이네. 뒷세계에서 흑마법을 쓰는 해결사지만, 동시에 마탑에 고용된 마법사이자, 란다에서 합법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네의 특이한 신분.”
“죄송하지만 그러면 더더욱 안 될 것 같습니다. 전하(殿下).”
“뒷세계의 거물이던 인육 요리사의 빈 자리를 채우면 음지와 양지에 간신히 걸치고 있던 자네 신분이 흔들릴 것 같아서?”
“예.”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 없겠군.”
“······?”
“내 제안을 수락하면 자네를 중심으로 흑마법사가 합법적인 존재가 될 수 있게끔 도와줄 테니까.”
***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댄 올리버는 곧장 고개를 바로 폈다.
어지간한 일은 물론, 본인의 목숨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도 무덤덤한 올리버가 그만큼 놀랐다는 거였다.
흑마법사의 합법화라니. 더욱 믿을 수 없는 건 제안에 깔린 속셈은 있을지언정, 말 자체는 진심이라는 거였다.
속이거나, 어길 생각은 없었다.
“놀랐나?”
“······예, 놀랐습니다. 그런데, 파테르교의 한 축을 담당하시는 분께서 그런 제안을 하셔도 됩니까?”
“오히려 파테르교니까 가능한 제안이지. 파테르교가 아니면 누가 이런 제안을 할 수 있겠나?”
맞는 말이었다. 흑마법의 합법화. 흑마법사는 물론, 정치인, 마법사, 자산가 등 누가 무슨 이유를 대건 절대 꺼낼 수조차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파테르교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왜냐면 흑마법사를 감시하고 탄압할 수 있는 게 그들이기 때문.
흑마법사의 합법화.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실제로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최소한 이야기라도 꺼낼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파테르교였다, 그것도 고위직.
가령, 지금 올리버의 눈앞에 있는 아르망과 같은.
올리버는 아까 전부터 어지럽게 들끓던 궁금증이 차갑게 식으며 질서정연하게 정리되는 걸 느꼈다.
“왜 그러시려는 거죠?”
“범죄와 비슷한 맥락이지. 틀어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니, 차라리 통제하에 두는 게 더 낫다 판단해서네. 자네라면 알 텐데?”
아르망은 흑마법이란 학문을 제대로 파악했다.
세간의 흑마법이란 피와 죽음을 갈망하고, 사람을 물건 취급하며, 악마를 숭배하는 자들이 주로 배운다고 인식했으나, 실상은 조금 달랐다.
학문의 특성 탓에 성품이 뒤틀리는 건 사실이었으나, 대부분 흑마법을 배우는 이유는 그런 이유가 아닌 좀 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가령,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유일한 수단과 같은.
그건 올리버를 거둬준 조셉이나 마리와 같은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몸을 지킬 힘을 기르기 위해,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기 위해.
물론, 몇몇 다른 이유를 가진 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를 소수에 불과했다.
“사제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야.”
“흑마법을 배우는 것요?”
“그래. 하루 10시간에서 16시간 일하고도 제 몸 하나 누울 집도 얻지 못하는 삶을 오직 옳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요하는 건 여러모로 말이 안 되는 거니까.”
진심.
“수많은 하층민이 흑마법을 배우는 것도 이해가 돼. 그 탓에 흑마법이란 학문은 더더욱 음지화되는 걸 테고.”
“······전하(殿下)께서는 보통의 성기사와 아주 다르시군요.”
“오, 성기사에 대해 잘 아나 보구만. 보통의 성기사는 어떻길래?”
올리버는 멈칫했다.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런가? 재밌군. 편견의 대상인 흑마법사도 편견이라는 걸 가지다니.”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올리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거 같기도 해. 올리버가 사과했다.
“실례했습니다. 제가 너무 생각 없이 말했나 보군요.”
“사과할 건 없어. 보통 사람들은 다 하는 실수니······. 어쨌건 자네에게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단순히 지금의 혼란만 잠재우기 위한 게 아니야. 더 나아가 흑마법이란 학문을 양지로 끌어올려 좀 더 안전하게 통제하려는 거지.”
“음······. 흥미로운 이야기긴 하나, 가능할지 의문이군요. 사람을 재료로 삼는 학문이지 않습니까?”
“감정과 생명력은 일정량 이하만 추출하면 신체에 그렇다 할 영향을 안 미치지. 헌혈과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면 불가능하진 않아. 시체를 이용하는 건 좀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아르망은 아까 전과 같이 흑마법이란 학문에 대한 식견을 뽐냈다. 단순히 토벌을 위해 분석한 걸 넘어 이해하는 것 같았다.
“뭣보다. 이런 일은 가능할지 말지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가능하게 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하네.”
“그렇군요.”
“자네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야. 합법적인 흑마법사가 돼 그 체계를 짤 수 있을 테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르망의 말대로 올리버가 인육 요리사의 빈자리를 채워 갈로스의 뒷세계를 안정화하고, 파테르교의 후원받아 법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올리버는 인육 요리사와 다른 형태로 흑마법사를 통제할 수 있었다.
이때 수많은 이권이 생기는 건 올리버도 알 수 있었다.
“그 이점은 굳이 내가 설명해 줄 필요는 없이, 자네 공동 대표에게 물어보면 될 거야.”
“음? 포레스트 님을 아시나요?”
“란다 사업자 등록표만 조사해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거지 않나? 설마, 그 정도 조사도 안 해보고 이런 제안을 했을 거 같나? 같은 이치로 자네를 따르는 사이비 종파도 알고 있지.”
올리버는 오늘이 무슨 날인가 싶었다.
“오해하진 말고. 난 딱히 그쪽에 감정도 관심도 없거든. 오히려 자네가 자넬 숭배하는 걸 거부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
“······파테르교의 정보력이 대단하군요.”
“뭐가 됐건, 신을 모시고 이 땅을 지키는 건 파테르교니까······. 지금 내 말의 요점은 자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롭다는 거야. 합법적인 사업체로 한번 세탁하긴 했지만, 결국 흑마법사들. 조금만 안 좋은 일에 엮여도 위태롭지. 특히, 지금처럼 혼란스러울 때는.”
“······.”
“반응이 없군. 난 충분히 설득한 것 같은데. 자네가 내 제안을 들었을 때 생기는 공공의 이익과 사적인 이익까지.”
맞았다. 상당히 긴 이야기였지만, 아르망의 제안은 논리적이었고, 어디 흠잡을 데 없는 좋은 제안이었다.
공적으로 보면 갈로스의 안전과 흑마법사의 합법화라는 거대한 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고, 사적으로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안전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문제가 있었다.
“제가 그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의문?”
“예, 제가 그런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요.”
“자신이 없다? 귀찮은 게 아니고?”
아르망이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예?”
“아니, 내 눈에는 그리 보여서. 울창한 숲에서 자네가 싸운 모습이나, 지금 모습이나. 귀찮아서 게으름을 피우거나, 아니면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머저리 같아서.”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만?”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올리버가 솔직히 말했다. 게으름을 부리건, 머저리처럼 굴던 그건 죄는 아니지 않은가? 이에 아르망이 대답했다.
“잘못된 건 아니지. 좀 더 나은 일, 더 옳은 일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건. 아마, 그렇기에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일 테고.”
“세상이 어떻길래 그리 말씀하시는 거죠?”
“아이들이 탄광에서 일하고, 가난한 어미는 아기를 위해 모정을 팔다, 종국엔 아기까지 파는 세상?”
올리버는 말문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