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53화 (550/633)

553. 새로운 국면 (5)

끼익······.

한 허름한 여관방. 올리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허름한 여관답게 문을 열자마자 뻑뻑한 경첩 소리가 울렸으나, 그것도 잠시.

올리버가 문을 닫고 방음 마법을 펼치자마자 지우개로 지우듯 방 안의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원래 루시앙을 비롯한 밀리유의 보스들이 더 좋은 호텔을 잡아주겠다고 했으나, 올리버는 갈로스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작업을 위해 일부러 사양하곤, 아무도 모르게 이곳 여관에 묵고 있었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바로 하려던 작업에 들어갔겠지만, 올리버는 그러는 대신 침대 위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바로 아까 전 머피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말이다.

‘손가락이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고층 건물 위에서 떨어지고 식칼에 찔려 죽을 뻔한 머피가 한차례 위기를 넘기자 그리 말했다.

문제는 단순한 농담도, 인사치레도 아닌 진심이라는 것.

어찌나 당혹스러웠는지 올리버는 원래 이야기하려던 머피의 막냇동생 마일로 얘기를 꺼내는 대신 그게 무슨 말인지 물었다. 진심을 담아서.

‘손가락이라니······. 무슨 말씀이시죠?’

의문이 가득 담긴 올리버의 물음에 머피는 당황했다.

당사자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으니. 허나, 올리버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왜냐면 손가락이란 칭호는 흑마법사로 이뤄진 연합체 검은손.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네 명의 흑마법사를 가리키는 칭호였다.

영생의 퍼펫, 인육 요리사, 영원한 아이 팬, 피리 부는 사나이.

길게는 수백 년, 짧게는 몇십 년 군림한 흑마법사를 말이다.

그런데 그런 칭호를 올리버에게 붙인다? 참으로 따질 것이 많았다.

일단, 올리버는 검은손 소속부터가 아니었다.

그러한 올리버의 의문에 머피는 여전히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상했다는 듯 답했다.

‘아, 역시, 모르시는군요······. 뭐 그러실 것 같기도 했습니다.’

비꼬는 게 아닌, 올리버의 성격을 토대로 추측한 진심.

머피는 소란스러운 현장을 벗어나 좀 더 한적한 곳으로 몸을 피한 뒤 설명해줬다.

올리버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려는 타산적인 감정과 인간적인 호의에 기반해.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시겠지만, 현재 소문이 그리 퍼진 상태입니다. 새로운 손가락이 탄생했다고 말이죠.’

‘그 새로운 손가락이 저를 말하는 겁니까?’

‘예. 정확히는 란다 T구역 30번 거리의 해결사이자, X구역의 재개발 사업 대표인 나무꾼 데이브 라이트를 말하는 거지만요.’

머피는 해결사로서의 데이브의 신분과 마탑 직원인 제논의 신분을 구별해 정확히 짚어줬다.

사실, 동일 인물인 건 마탑 학생들도 뻔히 아는 이야기였으나, 올리버는 본인의 특수성과 멀린의 도움으로, 두 개의 신분을 딱히 정리하지 않은 채 모두 소유하고 있었다.

어떨 때는 해결사 데이브로, 또 어떨 때는 제논으로. 아주 자기 마음대로 말이다.

머피가 이어 설명해줬다.

‘그리고 그런 소문이 퍼진 이유는 다름 아닌-’

‘-인육 요리사 님의 유산과 관련된 일 때문인가요?’

앞서 레스토랑에서 해당 이야기를 이브와 나눈 올리버가 물었다. 현재 그거 외에는 없었으니까.

불행히도 안 좋은 예감은 여느 때처럼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렇습니다. 인육 요리사의 유산······. 공식적으로는 갈로스 왕실에서 찾았고, 비공식적으로는 밀리유가 찾았다고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데이브 씨께서 찾았다고도 하거든요.’

‘이유가 뭐죠?’

‘데이브 씨 혼자서 사이비 교단을 쓰러트리고, 손가락인 퍼펫과 맞서 싸웠으니까요?’

반신반의하게 말하는 머피. 그러나 정말인지 올리버에게 구태여 묻지 않았다.

올리버의 반응을 본 것으로 지금 뒷세계에 은은히 퍼지고 있는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진짜였군요.’

‘······.’

올리버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호의로 질문에 대답해주는 머피에 대한 예의로. 뭐, 뻔한 거짓말에 속을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었다.

침묵을 해석한 머피가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러나 그렇게 놀랍진 않습니다. 왠지 데이브 씨라면 언젠가 이럴 것 같았거든요.’

‘······.’

‘흠, 어쨌건 그 소문 탓에 지금 데이브 씨께서 새로운 손가락이란 칭호가 붙었습니다. 공식적인 건 아니지만, 인정하는 분위기죠······. 손가락과 동등하게 맞서 싸웠으니까요.’

올리버는 참으로 따지고 싶은 게 많았다.

퍼펫과 싸우긴 했지만, 그건 서로의 실력을 가늠해본 수준. 동등하게 싸웠다는 건 어폐가 있었다.

특히, 퍼펫은 아카이브의 송장인형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허나,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해본 올리버는 이러한 말이 무의미한 해명일 것을 알고 있어, 좀 더 생산적인 질문을 했다.

‘손가락이란 검은손을 대표하는 흑마법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검은손이 아닙니다. 어떻게 제가 손가락이란 칭호를 얻을 수 있죠? 설마, 제가 검은손의 흑마법사라고 알려진 겁니까?’

올리버가 혹시나 해 물었다. 과거라면 그냥 무시할만한 이야기였으나, 나름대로 책임질 게 많아진 지금으로서는 그런 소문은 좀 위험했다.

선택하는 사람들, 파이터 크루, X구역, 재개발 사업체 등이 올리버 때문에 갑자기 생계가 위태로워지면 좀 미안하지 않은가?

아무리 란다 시(市)와 비공식 동맹 관계를 구축했다 해도, 검은손까지 보호해주는 건 무리가 있었다.

‘아뇨, 데이브 씨가 검은손 소속이라는. 그런 소문은 없습니다.’

‘아, 그건 다행이네요. 그럼 왜······?’

‘음······. 단어라는 건 가변성을 가집니다.’

‘가변성요?’

‘예. 단어의 그 뜻이 변하기도 합니다. 황제란 뜻을 가진 카이저(Kaiser)도 원래는 사람의 이름이었던 것처럼요.’

‘오, 똑똑하시네요.’

‘책을 읽거든요. 여하튼, 손가락의 정확한 뜻은 데이브 씨가 말한 게 맞지만, 현재는 강력한 흑마법사를 뜻하기도 합니다. 지난 수백 년간 군림한 흑마법사의 위광(威光)이 너무 높아서요.’

올리버는 무슨 뜻인지 단번에 이해했다.

올리버가 만나본 퍼펫과 인육 요리사, 팬. 그리고 만나보지 못한 피리 부는 사나이조차 모두 공포의 대상이라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었으니.

퍼펫은 군대를 좀비로 군대를 조직할 뿐 아니라 아카이브마저 송장인형으로 다뤘고, 인육 요리사는 갈로스의 수도를 초토화했으며, 팬은 성기사조차 상대하기 힘든 크리처 군대를 보유했다.

뭣보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여러 국가가 연합한 대군조차 단신으로 이긴 존재였다.

‘그런 와중에 한 명의 손가락은 아카이브에게 목숨을 잃고, 또 다른 손가락도 죽었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죠.’

누구를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인육 요리사와 팬이었다.

신대륙에서 악마를 사로잡으려다 실패한 팬은 정식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사라진 탓에 현재 죽었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올리버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머피가 계속해 설명했다.

‘네 명이던 손가락 중 적게는 하나, 많게는 둘이 사라졌습니다. 그 와중 데이브 씨 같은 소문을 가진 분이 나타나면······. 몇몇은 손가락이란 칭호를 붙일 수도 있지요.’

‘음······. 이해가 안 되네요.’

머피의 친절한 설명을 들은 올리버가 그리 평했다.

‘권력의 특수성이라 이해하십시오. 권력은 공백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지금 갈로스를 보십시오. 인육 요리사가 사라지니 서로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

올리버는 침묵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 같아. 그래도 난감한 건 변하지 않았다.

이브 덕분에 어느 정도 소문이 퍼질 건 예상했지만, 그로 인해 손가락이란 칭호까지 얻을 줄이야.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예측이 되지 않아 더욱 난감했다.

바쁜 와중에 일이 더 생긴 기분이랄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직 공식이 아닐뿐더러, 데이브 씨는 신분이 확실하지 않습니까? 마탑 직원이자, 합법적인 사업체의 주인.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성기사도 쉽사리 귀찮게 못 할 겁니다.’

머피는 특유의 눈치를 발휘해, 올리버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을 해줬다. 감정 상태로 볼 때 대충 지어낸 말은 아닌 듯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덕분에 목숨을 건졌는데, 이 정도면 싼 편이죠. 이걸로 빚은 갚은 거로 해도 되겠습니까?’

머피의 농담에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까 전에 인육 요리사의 잔당 같던데, 왜 머피 씨를 습격한 거죠? 아예, 작정한 거 같던데.’

올리버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질문했다. 건물에서 추락한 머피를 공격한 것으로 볼 때, 머피는 어쩌다 보니 싸움에 휩쓸린 게 아닌, 노려진 거였다.

‘제가 블러디 와인 제조법을 확보해 그런 거 같습니다.’

블러디 와인. 포도주에 사람의 피를 뒤섞어 흑마법으로 숙성시킨 인육 요리사의 대표 상품.

인육 요리사 사망 후 제품 공급이 끊겨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음지 최고급상품이었다.

‘그걸 확보했다고요?’

‘예, 제가 수완이 좋이서요······. 물론, 인육 요리사와 똑같이 만들 생각은 없고, 마법주처럼 개량할 거지만요.’

머피가 묻지도 않은 사실을 이야기해줬다.

‘아마, 그거 때문에 절 습격한 거 같습니다. 인육 요리사의 잔당들은 블러디 와인 제조법을 자기들 것으로 생각할 테니까요.’

‘그게 전부인가요?’

올리버가 머피의 감정을 꿰뚫어 보며 질문했다. 아직 덜 이야기한 게 있었다.

올리버의 날카로운 질문에 머피는 살짝 놀라며 답했다.

‘······듣기로 일부 귀족을 등에 업고 사업을 재개하려는 것 같습니다. 미리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이유도 있겠죠.’

‘호······.’

조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올리버가 알기로 인육 요리사가 과거 자금을 지원한 건 민중파. 헌데, 그 민중파의 반대인 귀족과 인육 요리사의 잔당이 손을 잡다니.

‘한쪽은 돈이, 다른 한쪽은 뒷배가 필요하니까요. 놀랄 것도 아닙니다. 세상일이란 게 다 이렇지요.’

‘그렇군요.’

‘음······. 그리고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가 주제넘을 것 같아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말씀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혹시, 제가 실례를 한 거라면 미리 사죄드리겠습니다.’

‘? 뭐죠?’

‘데이브 씨께서······. 인육 요리사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습니다.’

머피의 그 질문을 떠올리자마자 올리버는 눈을 떠 현실로 돌아왔다.

머피가 말하길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얻는 과정. 올리버가 보여준 모습에 몇몇 이들이, 인육 요리사의 재림이란 평가를 내렸다고 하였다.

인육 요리사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참수(斬首),

맨몸으로 거대한 주먹도 산산 조각내는 괴력을 보고.

당시만 해도 눈앞의 상황이 급해 신경 쓰지 못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올리버는 아차 싶었다.

‘무슨 말씀을 듣고자 드린 말은 아닙니다. 누구나 비밀은 있는 법. 다만, 그런 소문도 퍼지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십시오.’

머피의 배려로 올리버는 침묵도 거짓말도 하지 않고 정보만 얻을 수 있었다.

도와준 보답을 톡톡히 해준 셈이었다.

“음······. 일단, 란다로 돌아갈까?”

올리버가 오늘 약속한 파티에 참석하는 대신 란다로 돌아갈 것을 잠시 고민했다.

참석하기로 한 파티는 명목상 라빌리 재건 기부금을 모으는 파티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찾은 민간 기관. 즉, 밀리유를 치하하기 위한 파티로.

올리버 역시 그 자리에 초대받았다. 성기사에 의해.

지금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보면 불참하고 이곳을 떠나는 게 여러모로 현명했다.

성기사가 올리버에게 해코지할 가능성이 낮긴 했으나, 손가락이란 칭호를 얻은 와중 올리버가 성기사와 엮여 좋을 것은 없었으니.

그러나 올리버는 곧 그 생각을 접었다.

개인적으로 약속을 깨는 게 꺼림칙하기도 했고, 뭣보다 그 성기사에게 관심이 가기도 해.

뭐라고 할까. 처음 보는 타입의 성기사였다.

성기사라면 으레 가지고 있는 흑마법사에 대한 경계심과 혐오, 오만에 가까운 확신, 우월감 등이 없어서.

올리버는 그런 성기사가 자신을 부른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음, 역시 약속은 지키는 게 좋겠네.”

올리버는 위험과 궁금증을 저울질해 남기로 정하곤, 오늘 파티에 참석하기 전 여분 시간이나 잘 활용하기로 했다.

올리버는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빅마우스.”

올리버가 허리 뒤쪽 가죽케이스에서 빅마우스를 꺼내며 불렀다.

올리버의 부름에 빅마우스는 여느 때처럼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몸체에 다닥다닥 붙은 눈알과 팔다리가 돋아났다.

“구루루루룩.”

평소보다 훨씬 배가 푸짐해진 빅마우스가 둔탁한 울음소리를 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인육 요리사가 숨겨둔 그 막대한 유산 중 절반을 삼켰기 때문으로, 그 용량이 거의 한계에 달한 상태였다.

뭐, 빅마우스는 행복해 보이긴 했지만.

“구룩!”

“빅마우스.”

“구루룩?”

올리버가 부르자 빅마우스는 조개처럼 여러 개 달린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계심을 빛냈다.

자신이 삼킨 금괴와 현금, 보석 등을 토해내라 할까 봐 이러는 거였다.

실제로 올리버는 빅마우스 혼자 삼키기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만 먹으라 했었는데, 빅마우스는 다 먹을 수 있다며 올리버의 말을 거부. 결국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전부 꾸역꾸역 삼켰다.

먹보주머니의 타고 난 물욕(物慾)과 식탐(食貪)의 힘으로.

분명, 빅마우스의 몫은 금괴 하나와 지폐 한 다발. 가장 색이 바랜 보석 하나라 했는데도 말이다.

올리버는 작업을 위해 빅마우스의 경계심을 풀어줬다.

“걱정하지 마세요. 빅마우스. 다른 것 때문에 부른 거니까요.”

“구르르르?”

“책. 꺼내주시겠어요?”

올리버의 부탁에 빅마우스의 낯빛이 바뀌더니 기쁘게 사람 이빨로 이뤄진 지퍼를 활짝 열곤 내용물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구웨에에에에엑!”

그 내용물이란 다름 아닌 악마의 서적으로, 올리버는 이곳 갈로스에서 머무는 며칠 동안 인육 요리사의 금고에 있던 악마의 서적을 모조리 읽고, 그중 중요한 내용은 필사했다.

가령, 특정 악마를 소환하는 방법이라든가, 혹은, 악마 소환을 분석한 내용이라던가.

앞서 읽은 악마의 서적보다 좀 더 실용적이고 직접적인 이야기가 많았는데,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을 분석한 이야기로, 악마 소환에 가장 중요한 건 의식도 제물도 아닌, 악마 본인의 의지라는 거였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아무리 의식을 제대로 치르고, 귀한 제물을 바친다 해도, 악마가 관심이 없으면 소환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개미가 자신에게 아무리 귀한 걸 제물로 바친다 해도, 사람에겐 별반 차이가 없듯이. 그냥 그때그때 흥미에 따라 응답할 뿐이란 이론을 내세웠다.

‘그럼, 불타버린 자를 포함해 여태까지 소환에 응한 악마는 왜 응한 거지?’

올리버가 작은 의문이 생겼지만, 이내 그 생각을 뒤로 밀어냈다.

지금 하려는 작업은 그런 걸 생각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올리버는 빅마우스가 꺼낸 수많은 책더미 사이에서 한 책을 찾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올리버가 첫 번째로 얻은 악마의 서적이자, 에디스에게 얻은 백지투성이 책이었다.

올리버는 해당 책을 보곤, 이미 한번 다 읽은 악마의 서적을 바라본 뒤, 에디스의 책에 말을 걸었다.

“식사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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