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51화 (548/633)

551. 새로운 국면 (3)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확보하는 과정 데이브의 활약이 퍼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갈로스 내부는 물론 바깥으로도요.]

“······.”

올리버는 그 말을 듣자 침묵하며 식사를 멈췄다.

이브(Eve)가 서두를 뗄 때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들으니 놀라웠다. 뭣보다 딱히 원한 상황도 아니었고.

그런 탓일까? 올리버는 식탁 한쪽에 놓인 신문을 바라보며 의문을 표했다.

“······이해가 안 되네요? 그게 어떻게 소문이 날 수 있는 거죠?”

신문팔이 소년에게서 팁까지 얹어 구매한 신문에는 갈로스어로 대문짝만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거대 범죄 조직 수장의 유산. 국고로 환수되다.]

다름 아닌 올리버가 이완, 밀리유와 함께 찾은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국가가 찾았다고 포장한 기사였다.

이는 밀리유와 왕실이 앞서 맺은 거래에 기인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찾은 건 이쪽이었지만, 공식적으로는 국가가 민간 조직에 의뢰해 찾은 것이 되었다.

얼핏 쓸데없고 번잡한 행위. 허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다.

애당초 밀리유와 왕실은 각각 필요에 의해 손을 잡은 관계였다.

인육 요리사가 사라져 각축전이 된 뒷세계에서 밀리유는 뒷배가 필요했고, 왕실은 혼란한 뒷세계를 정리해줄 세력이 필요했다.

뭣보다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찾는 데 성기사라는 지원까지 받았고.

그러니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왕실이 찾았다고 공을 넘겨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로 인해 수도에서 일어난 난(亂)으로 떨어진 왕실의 권위가 어느 정도 살아났고, 밀리유 역시 비공식적인 뒷세계에서 자신들의 위신을 살릴 수 있었으니.

하나의 먹이로 둘이 배부른 경우. 상당히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그 외에도 이 거래를 통해 밀리유는 인육 요리사의 막대한 범죄 수익금을 합법적인 돈으로 세탁할 수 있었다. 세금을 엄청 떼이긴 하나, 이 역시 불만이 없다고 밀리유 보스인 루시앙은 말했다.

‘그렇습니까? 란다에서는 다들 세금이라면 치를 떨던데, 갈로스는 아닌가 보군요.’

‘아뇨, 세금은 저희도 치를 떱니다. 강도의 후예인 우리보다 더한 놈들이라고요. 다만, 다른 걸 받았습니다. 라빌리 수도 재개발에 합법적으로 낄 수 있게요. 전체적으로 따지면 꼭 손해도 아닌 셈이죠.’

그랬다. 밀리유는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확보한 공을 왕실과 정부에 돌림으로써, 여러 혜택을 보았다.

인육 요리사의 눈치를 봐 단순히 뒷세계를 양분한 여러 범죄 조직 중 하나가 아닌, 합법적인 사업체를 운영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었다. 마치, 셀랜드의 크라임 펌과 같은.

크라임 펌은 셀랜드의 밀리유라고 불릴 만큼 비슷한 범죄 연합체로 비교되긴 했으나, 크라임 펌은 합법적인 사업체도 많이 운영해 밀리유와 그 성격이 좀 많이 달랐다.

그래서 수익률만 두고 보면 밀리유는 크라임 펌과 비교할 수 없었다. 전사와 장사꾼의 수입차이랄까?

루시앙은 그런 크라임 펌을 목표로 삼고 있는 듯했다.

어차피 비공식적인 뒷세계에서는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손에 넣은 건 밀리유라고 소문이 날 테니, 왕실에 공을 양도해도 실질적으로는 전혀 손해가 아니었으니.

획득한 유산에 세금을 좀 떼이긴 해도 왕실과의 거래를 통해 얻는 기타 이권까지 고려하면 별반 차이가 없었다.

차라리 그 푼돈을 이용해 조직의 성장 동력으로 쓰는 게 이득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그 과정을 통해 올리버의 이름을 최대한 숨길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해결사 데이브 라이트든, 마탑 말단 직원인 제논 브라이트든.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확보한 것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정부와 밀리유가 한 것으로 알려져 올리버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묻힐 테니.

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활약이 퍼지는 건지 올리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루시앙도 노력해보겠다고 했는데.

‘어······.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다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올리버가 루시앙이 했던 말은 똑같이 이브(Eve)에게 말해주며 왜 이렇게 된 건지 물어보았다.

“분명, 노력한다고 했거든요.”

[제가 듣기에는 노력은 하겠지만, 성공하긴 힘들 거라는 것처럼 들립니다. 데이브.]

“그런가요? 피곤해서 제대로 집중을 못 했나 보네요······. 근데 왜 소문이 퍼진 거죠?”

[잠자는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지 못해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데이브께서 해주신 말을 고려해보면 추측되는 이유는 하나 있습니다.]

“뭐죠?”

[그냥 보는 눈이 많고, 말할 입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밀리유 분들 말씀하시는 겁니까?”

올리버가 의문을 가지며 되물었다. 분명, 보스들은 물론 간부와 부하들도 입 단속하겠다고 약속해줬는데. 올리버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말이다.

[아뇨, 잠자는 숲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해준 적이 있지 않습니까.]

“······아.”

올리버는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만난 후, 올리버는 백조 교단이라는 사이비 종교의 왕자 후보를 상대했고,

과정에서 올리버는 잠자는 숲을 매개로 왕자 후보가 휘두른 살점 칼에 흡수된 수많은 사람을 끄집어냈다.

거기서 레드후드의 감정과 마력 등이 느껴졌기에. 아는 사람이지 않은가?

여하튼 살점 칼에서 나온 이들의 수는 족히 수백 명이었고, 그 사람들은 모두 봤다.

올리버가 백조 왕자를 제압하고, 퍼펫과도 싸운 광경을.

생각해보니 소문이 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왜 구해주신 거죠? 흡수됐던 사람들요. 보는 눈이 많으면 곤란한 거 아니었습니까?]

통신기기를 통한 질문인지라 이브(Eve)의 감정은 볼 수 없었으나, 이브(Eve)는 정말 궁금한 눈치인 듯했다.

묻는 타이밍, 미묘한 어조를 통해 추측 가능. 올리버는 자신의 늘어난 회화 실력에 만족하며 대답했다.

“레드후드가 있었거든요. 흑마법을 쓰는 늑대 분요.”

[적 아니었습니까?]

레드후드와 올리버가 싸운 걸 지켜보는 걸 넘어 도와주기까지 한 이브(Eve)가 의문을 제기했다.

“글쎄요? 적이라기보다는 잠시 같은 목표를 두고 경쟁하던 경쟁자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서로 목숨을 빼앗는 데 경쟁자란 단어가 포함된다면 그것도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레드후드가 있어 구했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이브(Eve)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훌륭했다 보통 사람들도 이해 못 할 말이었으니, 이브(Eve)는 정상이라는 증거였다.

이에 올리버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아는 사람이라서요.”

[사람요?]

“예.”

이브의 되물음에 올리버가 단호히 대답했다.

“그것도 향상심이나 투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 등을 빛내는 예쁜 감정을 빛내는 사람요. 그래서 꺼내줬습니다. 칼에 흡수된 채 재료로 생을 마감하는 건······. 뭔가 안타까워서요.”

흐릿한 마지막 말. 그러나 이브는 그 흐릿한 말속에서 정확한 맥을 짚어냈다.

[예쁜 감정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예, 예쁘니까요. 더 좋은 건 아름다운 빛이지만요.”

올리버가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애당초, 와인햄과 조셉 패밀리를 떠난 이유 중 하나가 아름다운 빛 때문이었으니까.

그때, 이브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했다.

[그럼, 그 예쁘고 아름다운 빛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뭐죠?]

“예?”

올리버가 놀라 되물었다. 이런 질문은 또 예상하지 못했기에.

예쁘고 아름다운 걸 좋아하는 데도 이유가 있어야 하나 싶어서 말이다.

[아, 죄송합니다. 데이브라면 아름다운 빛을 좋아하는 데도 이유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그런 거에 의문을 품어본 적은 없네요. 아름다운 빛을 왜 좋아하는지요·····. 아름다운 빛이 대충 뭔지는 알아내긴 했지만요.”

[뭐죠?]

“자신의 생(生)보다 중요한 뭔가 아닐까 합니다. 신념이든, 목표든, 의지든 뭐든요.”

올리버가 그동안 아름다운 빛을 내뿜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스승인 조셉, 던칸, 셰이머스, 인육 요리사. 그들의 공통점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자기 생명보다 더 우선시하는 게 있다는 점이었다. 야심이든, 목표든, 동생이든.

올리버는 그런 경험을 통해 아름다운 빛의 근원이 그것이라 추측했다.

어쩌면 올리버가 아름다운 빛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일지도 몰랐다.

올리버에겐 그런 게 없어서 말이다.

생각에 빠진 올리버가 침묵하자 이브(Eve)가 말을 걸었다.

[괜찮으신가요? 데이브.]

“예? 아, 예······. 괜찮습니다. 어쨌건, 레드후드 님을 구한 건 개인적으로 안타까워서입니다. 그런 식으로 끝나면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소문이 좀 퍼져도 나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올리버가 멈춘 식사를 재개해 얼마 남지 않은 스테이크 조각을 먹으며 말했다.

밀리유가 올리버의 이름을 왕실에 정식 의뢰를 한 것으로 꾸며줘 불법적인 요소를 없애줬으니.

오히려 명성이 생기면 사업적으로 좋을지도 몰랐다.

포레스트가 자기들이 운영하는 재개발 사업체는 올리버의 명성이 큰 부분을 차지했기에,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얻는 과정에서 명성이 더 높아져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으니.

올리버는 그 점을 떠올리며 더 이상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고, 이브(Eve) 역시 더 이상 거기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

손가락과 대등하게 싸운 점과 같이 짚고 넘어갈 게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브는 대화를 통해 올리버가 아직 거기에 관해 말을 꺼낼 상태가 아니라는 걸 은연중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찾느라 쌓인 피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추측이 안 된다는 점.

이브(Eve)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올리버는 스테이크를 마저 먹은 후, 음식을 더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 디저트를 먹는 것으로 스스로 합의를 본 후, 종업원을 불렀다.

주문을 들은 종업원은 루시앙에게 무슨 언질을 들었는지 과할 정도로 예의를 차리며 빨리 가져오겠다고 대답하고는 물러났다.

그 여유 시간 동안 올리버는 레스토랑을 방문하기 전 사둔 여러 신문을 차례대로 읽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기사가 있으십니까?]

“음······. 꽤 있네요.”

올리버가 신문을 훑어보며 대답했다.

“재개발 중인 라빌리의 부동산 투기 문제, 여성들의 수상쩍은 회합을 다룬 사설, 대서양에서 거대한 바다 괴물이 나타나 상선을 습격했다는 기사도 있네요.”

[바다 괴물요?]

“예, 보험금을 노린 사기극이라고도 하는데, 생존자들이 없어 확실한 건 아직 모른다고 하네요. 덕분에 해운사업 관련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기사지만, 결론은 돈으로 끝나는군요.]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자연재해, 사고, 사건 대부분의 문제는 돈으로 끝났다.

그 증거로 아직 신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인육 요리사의 유산이었다.

1면에 인육 요리사의 유산이 국고로 환수됐다는 기사가 실렸음에도 불구, 오히려 더 많은 유산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추측성 기사로 도배돼 사람들의 관심과 탐욕을 부추겼다.

마치, 보물찾기하듯이.

그래서 몇몇 신문에서는 과열되는 유산 찾기로 인해 얼마나 많은 초인이 싸워 치안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경찰병력과 군병력, 성기사까지 동원돼 행정력을 낭비하는지 통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제가 보기에는 다소 어리석어 보이는군요. 자기파괴적이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럴 수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되긴 합니다.”

[그렇습니까?]

“예, 돈은 일단 많이 있으면 편하고 좋은 거긴 하니까요. 저도 그 인육 요리사님의 유산을 얻은 당사자 중 하나고요. 그것도 가장 좋은 조건으로요.”

그랬다. 돈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올리버가 이번 인육 요리사 유산과 관련해 가장 큰 수혜자이긴 했다.

심지어 그 막대한 유산을 절반이나 차지했음에도 밀리유가 세금과 같은 뒤처리를 맡아준 덕분에, 세금 하나 떼지 않아 그 이익은 더더욱 극대화됐다.

오히려 밀리유와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나눠 가진 게 더 큰 이익이 된 셈.

만약 올리버가 혼자 다 차치하려 했다면, 군대를 혼자 소환한 성기사에게 붙잡혀 세금을 왕창 뜯기거나, 혹은 범죄 수익금이란 명목으로 모조리 빼앗길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이브(Eve)와 대화를 나누며, 신문을 보는 사이 디저트로 주문한 크렘 브륄레를 먹는 도중 올리버는 한 기사에서 멈칫했다.

올리버의 그러한 기척을 느낀 이브(Eve)가 물었다.

[왜 그러시죠?]

“친구가 신문에 나와서요.”

[친구요?]

“예.”

올리버가 그리 대답하며 한 기사를 읽었다.

기사의 제목에는 이런 문구가 박혀 있었다.

[란다에서 온 여성 사업가 제인. 고아원에 이어 미혼모를 위한 옷감 공장 설립에 투자. 좌초될 뻔한 공장 건설, 동력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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